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240
240화 악신들 (6)
대마왕 키클로테스 내에서 살아가는 악마족들은 파리 인간 형상의 악신, 녹스에게 철저히 패했다.
자신 있게 나섰던 상급 마족급과 마왕급 악마족들은 녹스와 그 부하 파리 인간들에게 농락당하면서 깨달았다.
자신들이 상대하기에는 너무 강한 적이라고 말이다.
즉시 흩어져 도망쳤지만, 초고속으로 날아다니는 녹스와 그 부하들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이 전멸.
생존자들이 악신 녹스에 대한 소식을 전했고, 그 소식을 들은 악마족들은 멀리 도망치거나 마왕성 내에 틀어박혔다.
“악마족은 마신의 축복을 가장 많이 받은 마계 최강의 종족이다!”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던 평소였다면, 그렇게 외치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악신에게 덤볐겠지만.
지금은 그 자부심이 땅에 떨어져 있었다.
악마족 대마왕 키클로테스가 여신 셀레니아와 손을 잡고 대마왕 아르칸을 공격해서였다.
마계의 많은 마인족들이 인간과 내통했다며 처형당한 걸 생각하면 용납하기 어려웠다.
더욱 심각한 건 그 뒤에 벌어진 일이었다.
여신 셀레니아와 대마왕 아르칸이 싸우는 동안, 키클로테스가 비겁하게도 아르칸 대마왕성을 습격했다.
그걸 예상한 대마왕 아르칸은 자신의 아버지인 대마왕 바리스탄을 불러와 막았다.
비겁한 기습마저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키클로테스 자신도 대마왕 바리스탄에게 패배해서 사망했다.
이 일련의 일이 마계에 퍼지자, 마계의 모두가 악마족을 조롱했다.
이런 상황에서 적을 피해 숨고 도망치는 치부 한두 개쯤 더한다고 달라질 건 없었을 테니 수치스럽게 도망친 거였다.
한편으로 악마족들은 마신성에 연락해서 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안 그래도 악신이 마신성 인근에서 활개 치는 걸 원치 않았던 마신성 측에서 두 사람이 나왔다.
바로 검은 뚱보 헤켓과 하얀 미라 칼라마르였다.
“감히 마신님의 근처에서 왱왱거리는 소리를 내다니, 용서 못 한다.”
“맞아. 꿀꺽. 다 먹어 버릴 거야. 꿀꺽.”
그렇게 두 사람은 악신 녹스를 응징하기 위해 서쪽 끝까지 냅다 날아갔다.
그러나 파리 인간은커녕, 파리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제기랄, 어디로 간 거지?”
“물어볼게. 꿀꺽. 잠시만. 꿀꺽.”
그렇게 말한 칼라마르가 바닥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질척질척한 지면에서 벌레가 나와서 칼라마르의 손을 타고 올라왔다. 칼라마르는 그걸 입 안에 가져가 꿀꺽하고 삼켰다.
잠깐 그 맛을 음미하던 칼라마르가 말했다.
“동쪽으로 이동해 갔다는데? 꿀꺽.”
“본앰브로스 쪽 영역으로 향한 건가? 거기도 악신 하나 있다잖아. 악신 둘은 감당이 안 될 텐데.”
“어떡할까? 꿀꺽. 쫓아가? 꿀꺽.”
“아니, 마신성 근처에 얼쩡거리지 않는다면 그걸로 족해. 저기는 알아서 하겠지. 아니면 아르칸이 잡으러 갈 테니까.”
“하긴 그런 계약이었지. 꿀꺽. 그래도 악신이 너무 빨리 왔잖아. 꿀꺽. 지금 마신의 눈도 못 쓸 텐데 괜찮을까?”
칼라마르의 걱정에도 헤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했다.
“앓는 소리 하지 마. 정 안되면 우리가 나서면 되니까.”
***
한편 칼라마르가 파악한 대로, 악신 녹스는 동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반대로 동쪽 본앰브로스 영역에 있던 거대 개미 모습의 악신 안토냐는 서쪽으로 향했다.
이들이 이렇게 움직이는 건, 모습은 달랐지만 함께 빚어진 형제들이 죽어서였다.
처음 로카스의 의식이 끊어지는 걸 느꼈을 때는 놀라긴 했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않았다.
로카스는 형제 중 최약체. 원래도 대형 메뚜기들로 시기적절한 병력을 지원해 주던 녀석이었으니까.
마신이 잠든 세계니만큼 그 녀석을 쓰러트릴 만한 강자를 바로 만났다고 해도 그리 이상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전투에 의식을 집중하느라 연락이 끊기기 전 로카스는 정령왕들을 상대하고 있다고 했다.
‘안타깝지만 운이 나쁘다고 볼 수밖에 없지.’
문제는 사마귀 인간 모습의 악신, 벨자까지 당했다는 거였다.
벨자는 평소 혼자 다니는 만큼, 형제 중에서 가장 강했다.
심지어 덤벼드는 놈들을 손쉽게 해치우고 있다고 자랑까지 했었다. 그런데 대마왕 바리스탄이라는 자가 나타나서 불로 변해 쫓아다니는 바람에 곤란해졌다고 했다.
그럼에도 걱정하지는 않았다. 벨자는 강하기도 강했지만, 비장의 무기 유혹의 페로몬이 있었으니까.
평소에는 질색하면서 쓰려고 하지 않았지만, 위기 상황이라면 하는 수 없이 쓸 게 분명했다.
그렇게만 하면 어떤 위기에서라도 탈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적을 쓰러트리는 것도 가능했다.
실제로 벨자는 정말 정말 싫지만, 유혹의 페로몬을 쓸 거라고 의지를 전해 왔다.
문제는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당했다는 거였다.
‘아니, 정말로 당했다고? 어떻게?’
벨자는 어떻게 당했는지까지 의지로 전해 왔다.
유혹의 페로몬을 써서 바리스탄을 압박하고 있을 때, 정령왕들이 나타났다는 거였다.
“또 정령왕들이 나타났다고?”
정령왕들이 자신을 방해하면서 바리스탄에게 힘을 실어 주었기에, 벨자는 당했다고 했다.
다만, 바리스탄도 지쳤는지 쓰러졌다고.
“그럼 위협이 되는 녀석이 다 사라진 건가?”
하지만 이어서 들어온 벨자의 의식은 녹스와 안토냐를 경악하게 했다.
바리스탄이 부하들과 함께 돌아가고도 벨자는 정령왕들에게 붙잡혀 있었는데, 대마왕 아르칸을 기다리는 거라고 했다.
처음 들었을 때는 아르칸이 누군지 몰랐다.
이 세계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들었긴 했지만, 주로 여신 셀레니아와 마신, 마신성에 관한 거였다.
대마왕들에 대한 정보도 있었지만, 최신 상황까지는 알지 못했다.
그런데 현재 바리스탄을 제외한 다른 대마왕들은 모두 죽거나 소멸했고, 이 아르칸이라는 자가 대마왕이 올랐단다.
더욱 놀라운 건, 아르칸이 형제를 귀찮게 한 정령왕들을 부릴 뿐만 아니라 여신 셀레니아까지 쓰러트렸다는 게 아닌가?
쓰러진 뒤 나타나지 않은 마신을 제외하고 이 세계의 일인자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런, 빨리 힘을 키운다고 흩어질 게 아니었군.”
“그러게. 우리 힘을 합치자. 지금이라면 마신의 눈에도 버틸 수 있어.”
어제 이 세계로 왔다가 패퇴한 악신 카메론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들었다.
마신의 눈에 맞은 것 때문에 빈사 상태가 되어서 이곳의 대마왕에게 당했다고.
마신의 눈의 위력은 상당했다.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세계라면 모를까, 다른 세계로 와서 약해진 상황에서는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벨자가 답답한지 의지를 전해 왔다.
-지금 그런 이야기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날 구해 줘야지. 아르칸이 오면 처형한댔어.
“아, 그렇지. 걱정하지 마! 최대한 빨리 갈 테니까.”
초고속 이동이 가능한 파리 인간 악신 녹스가 자신만만한 의지를 분출했다.
이어서 거대개미 악신 안토냐도 강렬한 의지를 표현했다.
“나도 간다. 셋이 거기서 모여 아르칸을 상대하자.”
-형제들이 온다니 든든한데? 어서…….
기뻐하던 벨자의 의지가 끊겼다. 단순히 의사소통을 그만둔 게 아니었다.
아무래도 처형당한 모양이었다.
“……이렇게 빠를 줄이야.”
“젠장.”
“어떡하지?”
“어떡하기는, 우리 둘이서 쓰러트리면 되지.”
녹스의 물음에 안토냐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응, 그래야지.”
둘은 따로따로 있을 때도 강했지만, 협력하면 그 이상으로 강했다.
특히 초고속 공중전을 펼칠 수 있는 파리 인간 녹스와 그 부하들, 지상전이라면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는 안토냐와 병정개미들은 궁합이 좋았다.
잠시 후.
무사히 합류한 녹스와 안토냐는 먼저 벨자의 의지가 끊어진 곳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벨자의 흔적은커녕, 아르칸도 떠난 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벨자는 그저 이 세계 밖으로 추방당했을 뿐이라 걱정할 필요 없었다.
문제는.
“아르칸을 어디서 찾지?”
녹스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물었다.
지금까지는 적이 알아서 찾아왔는데, 반대로 이 낯선 세계에서 아르칸을 찾으려니 막막했다.
“안 찾아온다면 내버려 둬. 여기서 힘을 기르고 있으면 알아서 찾아올 거다.”
“아, 하긴 그렇겠군.”
안토냐의 말에 납득한 녹스는 부하들에게 주변의 몬스터와 마인족을 공격하라고 명령했다.
안토냐도 마찬가지. 병정개미들에게 사냥을 시키고 몬스터의 사체를 블랙홀로 넘겨 병정개미를 차근차근 늘려 나갔다.
그렇게 반나절이 지난 후 안토냐는 병정개미들이 들고 오는 사체를 보며 이상함을 느꼈다.
“왜 몬스터밖에 없는 거 같지? 마인족은 왜 하나도 안 보여?”
“그러고 보니 마인족은 못 본 거 같아. 부하들에게 찾아보라고 할게.”
파리 인간들이 주변을 빠르게 날아다니면서 살폈다.
그러나 별 성과는 없었다. 답답했던 녹스가 안토냐에게 말했다.
“이 세계의 마인족은 지하에 지낸다고 들었는데, 마왕성인가? 그걸 찾아보는 게 어때?”
“아, 그렇지. 잠시만 기다려라.”
안토냐는 병정개미들에게 지하로 파고 들어가 조사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꽤 넓은 곳을 수색했는데도, 마왕성을 발견하지 못했다.
아니, 딱 하나 발견하긴 했다.
그러나 그곳은 마정석이 없는 빈 마왕성이었다.
겨우 그걸 찾느라 꼬박 하루를 보낸 거였다.
“크윽, 왜 안 나타나는 거지?”
“후후후.”
“왜 웃어?”
“모르겠나? 우리한테 겁먹은 게 분명하다. 우리가 혼자 있을 때는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함께 있으니 이길 수 없다고 여긴 거지.”
“그건 사실이지만. 기다린다고 해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그렇지. 아예 무시하고 여기서 차근차근 더 힘을 키워 나가자. 지금은 우리를 무서워해 도망쳤지만, 우리가 이 세계를 완전히 장악하면 도망칠 곳도 없어지겠지.”
“그리고 그때쯤이면 우리도 힘을 많이 되찾아 아르칸을 손쉽게 해치울 수 있을 거야.”
자신만만해진 녹스와 안토냐는 그대로 세력을 확장해 나가기 시작했다.
다만, 둘이 멀리 떨어질 수 없었기에 확장 속도는 느렸다.
그런데 아무리 확장해 나가도 마왕성은 찾을 수 없었고, 마인족도 거의 마주치지 않았다.
그렇게 사흘이 지났을 때였다.
멀리 정찰을 나간 녹스의 파리 인간들이 돌아왔다.
그 보고를 받은 녹스가 흥분해서 의지를 전달했다.
-안토냐! 뭔가를 발견한 거 같다!
“오옷, 혹시 몬스터 말고 다른 마인족이라도 발견했나?”
-그보다 더 쓸모 있는 걸 발견했지. 바로 세계수다.
“세계수?”
-그래, 우리가 지나오면서 미처 못 봤지만, 마계의 중앙에 커다란 나무가 있는 것 같다는 보고를 받았어. 그래서 알아보라고 했더니 세계수가 맞았다.
정령들이 생명력 넘치는 세계수를 좋아한다는 건 여러 세계에 통용되는 상식.
저걸 공격하면 정령왕이 나서고, 그 정령왕들을 부리는 아르칸도 나올 게 분명했다.
“잘했다. 그럼 곧바로 총공격하러 가자!”
-나도 곧바로 준비할게.
녹스와 안토냐는 모든 파리 인간과 병정개미를 불러모았다.
그러고 마계 중심의 세계수를 향해 진격을 개시하려고 할 때였다.
녹스와 안토냐를 중심으로 어마어마한 공격이 날라왔다.
아르칸이 마신의 눈을 사용한 거였다.
어마어마한 공격이었지만, 녹스와 안토냐는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공격을 향해 덤벼들었다.
“흠, 마신의 눈 공격이라……. 벌써 재사용할 줄은 몰랐다.”
“그래도 지금 우리라면 이 정도는 충분히 견뎌 낼 수 있어.”
그렇게 둘이서 힘을 합쳐 마신의 눈 공격을 막아 내려고 했다.
그러나.
예상 이상의 출력에 마신의 눈 공격을 저지하는 데 실패했다. 그 공격은 그대로 뒤에 있던 부하들을 덮쳤다.
그렇게 부하를 모조리 잃고, 자신들도 치명상을 입게 된 녹스와 안토냐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이 정도로 위력이 세다니 말도 안 돼.”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