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241
241화 여신의 소멸 이후 (1)
녹스는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의 형제들과 함께라면 전성기의 마신과도 싸워 이길 자신이 있었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 힘을 되찾은 후, 마신의 눈 공격도 충분히 막아 낼 수 있을 거라 예상했다.
특히나 이번에는 녹스 혼자가 아니라 안토냐까지 함께한 상황.
그런데도 이번 마신의 눈 공격은 막지 못했다. 예상했던 범주를 벗어날 정도로 강력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치명상을 입었고, 부하들도 모조리 죽은 상황.
현 상태라면 마신이 아니라, 그 대마왕 아르칸이라는 녀석이 와도 위험했다.
그 사실을 깨달은 녹스가 외쳤다.
“이대로라면 끝장이야! 도망쳐야 해!”
“이미 늦은 거 같다.”
안토냐가 허탈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 말대로 저 앞에 블랙 드래곤이 다가오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건 블랙 드래곤보다 거기에 타고 있는 뿔 달린 미청년이 더 거대한 위압감을 내뿜고 있다는 거였다.
“저 녀석이 대마왕 아르칸인가…….”
녹스가 절망하며 중얼거리는데, 정작 아르칸은 이쪽을 보며 안도했다.
“휴, 다행히도 안 죽었네.”
실제로 아르칸은 이들이 죽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했었다.
이번에 공격해 온 악신들이 아주 강하기는 했다.
악신 로카스는 대마왕급으로 강한 정령왕들이 넷이나 달라붙어서도 이기지 못해서 피용과 아르칸까지 나서야 했다.
악신 벨자도 마찬가지. 바리스탄 파벌의 정예들로는 상대가 안 되어서 바리스탄까지 나섰다.
겨우 이기나 싶었는데, 벨자가 유혹의 페로몬을 쓰자 곧바로 수세에 몰렸다.
그때 아르칸이 먼저 보낸 정령왕들이 아니었으면 패배했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남은 악신 둘이 한곳으로 모인다는 게 아닌가. 어떻게 알았는지는 몰라도 다른 악신들이 당한 걸 눈치채고 힘을 합치려는 게 분명했다.
‘이러면 상대하기 어려운데.’
아르칸은 난감했다.
또 초염체화를 쓴 바리스탄은 한동안 회복해야 하는 데다가, 악신 둘이 힘을 합치면 얼마나 더 강해지는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마신의 눈을 쓰지 않으면 안 되겠네.”
그것도 최대 출력으로 쓸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렇게 결심한 아르칸은 최대한 시간을 끌기로 했다.
일단 악신 주위의 마인족과 마을을 모두 철수시켰다. 마왕성도 필요한 마력을 마석으로 지원해 주면서 멀리 이동시켰다.
아르칸의 작전은 제대로 먹혔다. 악신들은 세력은 넓혔지만, 크게 힘을 얻지 못해 병력이 거의 그대로였다.
거기다가 두 악신은 적의 습격에 대비해서인지 멀리 떨어지지 않았는데, 그 때문에 세력을 확대하는 것도 지지부진했다.
덕분에 아르칸은 마신의 눈의 마력을 여유 있게 모아 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7할까지 모았을 때였다.
악신들의 움직임을 멀리서 감시하고 있던 제피로스가 알려 왔다.
“악신들의 부대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래? 쩝. 하루만 더 늦게 움직이지.”
하루만 더 기다리면 마신의 눈을 최대 출력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아, 그래도 괜찮겠네.”
아르칸은 거기서 이곳까지 제법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 많은 병력을 이끌고 오려면 며칠은 꼬박 걸릴 게 분명했다.
그사이라면 마신의 눈을 최대 출력으로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하고도 남았다.
“목적지는 어디야? 이쪽으로 바로 올 거 같아?”
“아닙니다. 아무래도 사막에 위치한 세계수로 향할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그쪽으로 향하는 길 비우고, 내일쯤 마신의 눈을 쓰면서 공격하자.”
카메론을 상대했을 때처럼 근처에 대기하고 있다가 최대 출력의 마신의 눈으로 공격한 직후, 달려가서 싸울 생각이었다.
전처럼 치명상을 입히지는 못하더라도, 그 이상의 타이밍은 없었다.
지시를 내린 아르칸은 문득 한 가지 시험해 볼 만한 게 있다는 걸 깨달았다.
‘군주의 손길을 쓰면, 세계수나 마신의 눈을 강화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신력을 써서 축복을 내리는 것도 고려해 봤지만, 세계수나 마신의 눈 정도에 축복을 내리려면 신력 소모가 너무 심한 데다가, 그 신력을 모으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군주의 손길은 다르지.’
마력 소모가 커도, 스스로 회복할 수 있었다.
“밑져야 본전이니까.”
아르칸은 망설이지 않고, 마신의 눈으로 가서 권능 스킬, 군주의 손길을 사용했다.
마력이 바닥까지 떨어지는 걸 보고 진땀을 뺀 아르칸이 물었다.
“게티아, 어때? 효과가 있어?”
“잠시만.”
가름끈으로 세계수를 핥은 게티아가 말했다.
“응, 공격력이 증가했다. 2할은 더 증가한 거 같은데.”
“그 정도면 괜찮네.”
생각보다 효과가 뛰어났다.
‘이 정도면 마신의 눈을 사용할 때마다 무조건 군주의 손길을 써야겠는걸.’
그때 게티아의 눈이 갑자기 커졌다.
“엇, 잠시만…….”
그러더니 다시 세계수를 감정한 뒤 말했다.
“세계수의 호감도가 100이 됐다.”
“뭐라고? 세계수한테도 호감도가 있었어?”
호감도가 100이 되었다는 것보다, 세계수에게 호감도가 있다는 게 더 놀라웠다.
게티아는 뭘 그리 놀라느냐는 듯 대꾸했다.
“그럼. 말을 못 해서 그렇지, 충분히 의지도 가지고 있는걸.”
“그랬구나. 그런데 왜 갑자기 호감도가 100이 된 거야?”
“그전에도 호감도가 높긴 했네. 하긴 뿌리내리고 있는 마정석부터가 네 대마왕성에 있는 거니까. 정령들도 네게 우호적이고. 그런 와중에 금방 군주의 손길을 쓴 거로 호감도가 최대치를 찍었나 봐.”
게티아의 설명에 아르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라면 호감도가 높은 것도 이해가 됐다.
“어쨌든 잘됐네. 바로 신하로 삼을게.”
[대마왕성의 세계수가 새로운 신하로 임명됐습니다.]아무리 세계수가 대단하다고 해도 이미 권능 스킬이 10레벨이 된 만큼, 신하로 임명했다고 바로 레벨이 오르지 않았다.
그래도 신하로 삼았기에 할 수 있는 게 많았다.
첫 번째로 마력 공유.
일반적으로라면 세계수에 마력을 줘도 딱히 쓸데가 없지만, 마신의 눈이 있는 대마왕성의 세계수에는 아주 유용했다.
반대로 여차하면 세계수로부터 마력을 끌어다 올 수 있었다.
‘이건 마신의 눈이 없는 사막의 세계수도 마찬가지일 테니까, 나중에 그쪽도 가서 신하로 만들 수 있나 확인해 봐야지.’
두 번째는 각종 군주 스킬의 버프를 세계수가 받을 수 있다는 거였다.
군주의 깃발과 군주의 가호를 쓰면 마신의 눈 위력이 더 강해질 수 있었다.
“먼저 군주의 가호부터.”
아르칸은 먼저 마정석을 세계수에 흡수시키면서 권능 스킬, 군주의 가호를 사용했다.
군주의 가호 스킬 영향으로 세계수는 아주 조금이나마 성장했다. 게티아를 통해 알아보니 마신의 눈 위력도 강해졌다고 했다.
“그럼 바로 이어서 군주의 깃발.”
아르칸은 군주의 깃발을 써서 효과를 확인했다.
군주의 가호를 썼을 때처럼 커지지는 않았지만.
마신의 눈의 공격력도 조금 증가했고, 무엇보다 총 마력이 2할가량 늘어났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마신의 눈을 좀 더 탄력적으로 사용하는 게 가능했다.
예를 들면 최소 출력으로 3연속 공격을 하거나, 최대출력으로 쏘고도 다음 최대 출력까지 걸리는 시간도 이틀이나 단축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지금 당장 최대 출력 마신의 눈 공격을 하고도 남았다.
“좋아. 그럼 바로 저쪽으로 갈 테니까 상황 봐서 마신의 눈을 써 줘.”
아르칸은 그렇게 지시하고 곧바로 악신들의 부대가 있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시험 삼아 각종 군주 스킬로 버프를 걸어 놓은 김에 바로 공격할 참이었다.
그 결과로 녹스와 안토냐의 부대는 움직인 지 얼마 안 되어서 마신의 눈에 직격했고.
이내 현장에 도착한 아르칸은 아직 살아 있는 악신들을 보고 안도한 것이다.
그런 아르칸의 반응에 녹스가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왜? 우리를 살려 주기라고 하려고?”
“그럴 리가. 벨자도 잡아 놓고 있다가 해치운 걸 보면 우리를 직접 처형하고 싶어서 한 말이겠지.”
안토냐의 말에 아르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잘 아네.”
다만, 군주의 정복 스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 말을 들은 녹스는 아르칸을 째려보면서 말했다.
“크윽. 끝까지 모욕을 주다니 두고 보자. 다시 돌아와서 본때를 보여 주겠다.”
“당장 그럴 신력이 없을 텐데?”
“언젠가 돌아올 거다, 언젠가!”
아르칸의 말에 녹스가 지지 않고 소리쳤다.
그렇게 말해도 아르칸은 전혀 겁나지 않았다. 넘어오는 데 필요한 신력을 모으려면 수백 년은 걸릴 게 분명해서였다.
한편 안토냐는 그런 도발에도 냉정하게 대꾸했다.
“그만 놀리고, 깔끔하게 끝내자.”
“그러지 뭐.”
아르칸은 그 바람대로 녹스와 안토냐를 쓰러트리고, 그들이 검은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남긴 차원의 조각 두 개를 더 얻었다.
그렇게 해서 얻은 건 모두 다섯 개.
여신 셀레니아를 상대할 때 다 써 버린 숫자 이상을 모으게 됐다.
“좋아, 좋아. 그나저나 이러면 한동안은 조용하려나.”
단기간에 여러 악신을, 그것도 동시에 쳐들어온 악신 네 명을 모조리 쓰러트렸다.
생각이 있는 악신이라면,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려고 할 게 분명했다.
아르칸의 예상대로 곧바로 마계로 쳐들어오는 악신은 없었다.
하지만 그러던 어느 날, 인간계를 잠입한 악신 하나를 감지했다.
그 악신은 아르칸을 경계하는지 그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잠적했다.
‘이러면 오히려 더 골치 아픈데.’
아르칸은 쓴웃음을 지으며 악신을 찾기 위해 나섰다.
***
한편 인간계에서 여신 셀레니아가 소멸했다는 걸 눈치챈 건 셀레니아교의 성직자들이었다.
여신이 소멸한 직후, 하늘이 어둑해지는 이변을 느낀 성직자들은 불안해하면서 여신께 기도를 올렸다.
평소에도 여신은 꼬박꼬박 응답하지 않았기에 대답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여신의 존재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모두 당황해하는 와중에, 마계 원정대가 돌아왔다.
정확히는 용사와 최후방에 보급하던 부대만이 돌아온 거였다.
돌아온 용사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했다.
여신 셀레니아는 대마왕이자 아르칸교의 신인 아르칸에게 소멸당했다고 말이다.
더욱 놀라운 건, 여신이 마계 원정대로 나갔던 인간족들 대부분을 천사로 만들어 버렸다는 거였다.
성직자들은 천사가 되면 좋은 게 아니냐고 했지만, 그 천사들의 모습을 직관한 보급부대원들이 끔찍하고 기괴한 모습이었다고 증언했다.
몬스터보다 더욱 끔찍한 존재가 되었다고 말이다.
성직자들은 부정했지만, 대부분이 귀족이었던 보급부대원의 발언이 더 먹혀들었다.
그때 한 성직자가 절규하면서 용사에게 따져 물었다.
여신이 소멸해서 이제 없으면, 앞으로 누가 우리를 악신으로부터 지켜 주냐고 말이다.
용사는 담담하게 아르칸이 지켜 줄 거고 자신도 도울 거라고 말하자, 거기서 더 따져 묻는 이는 없었다.
여신의 소멸 소식은 이후 왕국 전역에 퍼졌지만, 대부분은 설마 별일 있겠냐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당장 가장 큰 걱정은 마계에서 침공하는 거였는데, 아르칸이 침공하지 않겠다고 말해서였다.
다만, 여신이 소멸한 여파는 피할 수가 없었다.
마계에서나 주로 볼 수 있었던 몬스터들도 인간계 곳곳에 창궐하고, 어느 순간 나타난 전염병이 인간계 전역을 휩쓸기 시작한 거였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