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245
245화 여신의 소멸 이후 (5)
모스록의 말에 용사와 그 동료들은 깜짝 놀랐다.
저 강력한 존재가 지금까지 상대해 왔던 이끼 괴물을 부하라 불렀다.
그렇다는 건 그 이끼 괴물보다 훨씬 강하다는 소리나 마찬가지.
용사가 하늘 위의 거대한 이끼 구름, 모스록을 바라보며 물었다.
“악신이냐?”
“대놓고 악신이라고 묻다니 무례하군. 어쨌거나 이 모스록은 너희가 말하는 악신이 맞긴 하다.”
순순히 인정하자 라일리아가 눈을 부릅뜨고 모스록을 바라봤다.
“저게 악신…….”
존재만으로 보여 주는 위압감이 어찌나 대단한지 다리에 힘을 주지 않으면 서 있기 힘들 정도였다.
“쯧, 또 베는 맛이 없는 녀석이 나타났군.”
키르라도 세게 말하긴 했지만, 강대한 적의 등장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평소 늘 장난스럽게 굴던 셀렌도 굳은 얼굴이 됐고, 아리아도 적의 강함을 감지하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용사도 마찬가지로, 아주 긴장하고 있었다.
방금 상대한 이끼 괴물을 쉽게 쓰러트린 것처럼 보이지만, 어설프게 공격했다가 부활할까 봐 전력을 다한 거였기 때문이다.
‘그보다 훨씬 강하다면 안 통할지도 몰라.’
용사의 우려를 눈치채기라도 한 듯 라일리아가 말했다.
“용사님, 두려워할 거 없어요. 저희가 함께할 테니까요.”
“그래, 금방은 너 혼자 싸웠지만, 우리가 함께 싸우면 저 녀석도 쓰러트릴 수 있어!”
“나도, 실베니아 님도 힘낼게.”
“함께하면 이길 수 있음. 동의?”
키르라는 물론, 셀렌과 아리아까지 격려하자 용사로서도 힘내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격려를 못 할망정 오히려 위로받다니, 용사 실격이야.’
마음을 다잡은 용사는 모스록을 올려다봤다.
아무리 봐도 녹색 이끼가 잔뜩 모인 구름에 불과해 눈은 없었지만, 이쪽을 지켜보는 느낌이 들었다.
거기다가 이끼 구름은 점점 커지고 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강해지는 게 분명했다.
‘그 때문에 이쪽이 떠드는 걸 그냥 두고 보는 건가?’
키르라도 전사의 육감으로 그걸 눈치챘는지 용사를 향해 외쳤다.
“시간 끌 게 아니라 지금 바로 공격해야 해!”
“동감입니다. 다들 전력으로 공격하세요! 순간적으로 최대한의 타격을 가해야 회복 못 합니다!”
용사가 말하지 않아도, 동료들은 앞서 용사가 이끼 화염을 어떻게 해치우는지 잘 봤었다.
모두 용사가 했던 대로, 쉴 틈 없이 공격을 퍼부을 생각이었다.
본격적으로 전투를 개시하기 전에 라일리아가 나섰다.
“여러분, 제가 축복을 내려 드릴게요.”
그러면서 성물을 꺼내 들고 기도를 올렸다.
다들 평소에는 축복까지는 필요 없다고 사양했었다.
신성력은 아꼈다가 아픈 사람들을 치유하는 데 쓰라면서, 이곳에 올 때까지도 축복을 쓰지 않았던 거였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도 만류하지 않았다.
빠른 기도 후에 성녀의 축복이 완성됐다. 허공에 나타난 빛무리가 용사와 동료들을 휘감았다.
신성력 대부분을 소모하면서 내린 축복의 효과는 상당했다.
“오옷, 이거라면 아까 그 이끼 괴물도 쓰러트릴 수 있을 거 같은데.”
키르라가 대검으로 자세를 잡으며 아주 기뻐했다.
“나도 몸이 아주 가벼워. 날아갈 거 같은 기분이야.”
“머리가 맑아졌음. 오늘 최고의 마법 쓸 수 있을 거 같음. 동의?”
셀렌과 아리아도 축복의 효과를 제대로 느꼈는지 의욕이 넘쳐 보였다.
한편 힘을 모으며 잠자코 지켜보던 모스록은 용사와 그 동료들이 갑자기 강해진 걸 느끼고 덤벼들었다.
“이것들이 어디서 허튼수작을 부리는 거냐!”
“너야말로 힘을 모으고 있었으면서.”
키르라가 쏘아붙이면서 대검에 오러 블레이드를 둘렀다.
사실 오러 블레이드를 쓰지 않더라도 저걸 베어 낼 자신은 있었다.
그러나 상대는 한번 베어 낸다고 쓰러트릴 수 있는 적이 아닌 상황. 대검을 가볍게 만들어 연속 공격을 펼치기 위해 쓴 거였다.
덕분에 키르라는 이끼 괴물을 해치웠던 용사처럼 대검으로 모스록을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나도 질 수 없지. 실베나르 님!”
셀렌은 나무의 정령왕 실베나르를 불러서 공격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도 아껴 둔 무기를 마음껏 흩뿌렸다. 투척용 마법 단검은 물론, 새총으로 마석을 코팅한 쇠구슬까지 날린 거였다.
아리아도 주문을 외우자 허공에 만들어진 수십 개의 바람의 칼날이 모스록을 찢어발겼다.
“이 정도면 금방 해치울 수 있음. 동의?”
“다들 이렇게나 강할 줄이야.”
동료들이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처음 본 용사가 감탄했다.
아무리 라일리아의 축복에 자신의 권능 스킬인 협동이 더해진 덕분이라고 할지라도, 용사인 자신만큼 강한 공격을 하고 있어서였다.
‘아니, 동시에 공격하는 걸 생각하면 나보다 낫군.’
용사의 생각대로 모스록은 동료들의 파상 공세에 빠르게 산산이 조각나고 있었다.
모스록도 그 사실을 체감하는지 목소리가 들려왔다.
“과연 보통이 아니군.”
“여유 부리기는, 곧 그 여유도 못 부리게 해 주지. 큭!”
키르라는 더욱 힘을 냈지만, 모스록이 공격당하는 것과 별개로 회복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빨랐다.
아니, 단순히 회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이끼들을 최대한 작게 해체하기 위해 공격 하나하나에 힘과 예리함보다는 속도와 공격 횟수를 극대화했다.
그런데도 공격이 통했는데, 어느 순간 공격이 안 먹히는 것을 깨달은 거였다.
그러나.
공격을 유심히 살펴보던 용사는 이끼 구름 형태의 모스록이 더 회복하기 전에 구름 상단을 집중적으로 타격했다.
“큭, 어떻게 내 약점을…….”
그 공격이 먹혔는지 모스록이 괴로워하면서 천천히 흩어졌다.
“악신이 소멸하고 있어요.”
“좋아, 해낼 줄 알았다니까.”
“이번 전투는 수당을 더 많이 챙겨 주겠지?”
“어, 저기 보삼.”
동료들이 기뻐하면서 한마디씩 하는데, 아리아가 위를 가리켰다.
모스록의 이끼 구름이 언제 산산조각 났었냐는 듯, 더욱 크게 부활해 있었다.
놀란 용사가 입을 벌리며 중얼거렸다.
“어떻게 저럴 수가.”
“후후, 이 정도로 놀라면 안 되지. 아직 왕국 전역에 퍼져 있는 내 힘을 다 끌어오지 않았거든.”
그 자신만만한 말에 용사가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혹시 최근에 몬스터가 자주 출몰하고, 역병이 도는 것도 네 탓이냐?”
“그래. 내가 유혹의 이끼로 몬스터를 이곳에 끌어들이고, 독 이끼로 역병을 뿌렸다. 그래야 불안을 느끼고 내게 기대는 인간들이 많아질 테니까. 그러면 내 힘도 더 강해지거든.”
“…….”
“너무 무섭게 보지 마. 내게 그걸 바라는 인간도 얼마나 많은데.”
그렇게 말하는 모스록의 표정은 알 수 없지만, 비웃는 게 분명했다.
지금 이렇게 친절하게 대답해 주는 것도, 너희가 알아도 못 막을 거라고 봐서가 틀림없었다.
모스록은 서서히 다가오며 압박해 왔다.
“너희도 얌전히 나와 하나가 되어서 내 힘이 되는 거다.”
“거절한다!”
용사는 성검에 기운을 불어 넣으며 덤벼들었다.
아무리 상황이 절망적이라도 이대로 좌절하고만 있을 순 없었다.
이곳에서 모스록을 막지 못하면 이 세계도 끝장날 테니까.
동료들도 같은 생각인지 다시 힘을 내어 모스록을 공격했다.
“쩝, 이건 숨겨 뒀다가 용사랑 상대할 때 쓰려고 했는데.”
입맛을 다신 키르라가 대검을 들었다.
그런데 대검에 두른 오러 블레이드가 특이했다. 날이 매끄럽지 않고, 마치 톱니처럼 날이 나가 있었다.
거기에 베이면 살이 뜯겨 나가서 회복이 어려울 듯 보였다.
“실베나르 님, 제게 힘을 빌려주세요!”
셀렌이 그렇게 외치자 나무뿌리가 셀렌의 다리를 휘감으면서 점점 올라오더니, 셀렌의 몸과 팔, 얼굴을 제외한 전신을 뿌리로 휘감았다.
7성급 정령 친화력을 이용해 정령왕과 한 몸이 된 거였다.
원래 정령왕과 계약하기 전부터 솜씨 좋은 도적으로 유명했던 셀렌이, 날쌘 움직임으로 모스록을 공격했다.
특히 지금까지는 셀렌이 실베나르에게 일일이 부탁해 정령의 힘을 썼다면, 지금은 셀렌의 의지대로 뿌리를 움직일 수 있었다.
오래 이끼에 노출되면 뿌리마저 전염되어서 빼앗기는 상황에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최고위 마법 사용함. 동의?”
아리아가 빠르게 주문을 외우자 사방에서 소용돌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 안에는 금방 모스록을 찢어 버렸던 바람의 칼날이 훨씬 더 많이 들어 있었다.
이른바 폭풍의 칼날이 휘몰아치기 시작한 거였다.
다들 공세에 여념이 없을 때, 라일리아가 모두에게 힘이 되는 소리를 했다.
“아르칸님께 도와달라고 기도했으니, 금방 와서 도와주실 거예요.”
용사는 든든한 느낌이 들었지만, 웃으며 말했다.
“그 녀석의 도움을 받을 순 없지. 오기 전에 쓰러트린다!”
그리고 용사는 그 말을 지켰다.
동료들과 함께 모스록을 산산이 조각낸 거였다. 모스록은 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걸 보며 라일리아가 기뻐하며 소리쳤다.
“해냈어요!”
“오랜만에 땀 좀 뺐군.”
“휴, 이렇게 했는데도 못 쓰러트리면 어떡하나 했네.”
“더는 무리임. 지팡이도 부서졌음.”
다들 지쳤는지 그대로 주저앉거나 드러누워서 한마디씩 했다.
키르라는 그토록 아끼던 대검도 내팽개치고 드러누웠으며, 셀렌의 전신을 휘감고 있던 나무뿌리들은 진작에 모두 박살 나서 떨어져 나간 뒤였다.
아리아가 쓰던 지팡이의 마석도 박살 나 있었다.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금방이라도 드러눕고 싶을 정도로 피곤했지만, 용사는 최대한 웃는 낯으로 말했다.
그런데.
“후후후후, 설마 이거로 끝났다고 생각했나?”
사방에서 모스록의 목소리가 들리기에 고개를 들었던 용사는 충격을 받았다.
구름 정도였던 이끼가 어느새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 어떻게 이럴 수가.”
“왜 놀라는 거지? 아직 왕국 전역에서 그동안 쌓은 내 힘을 모조리 모은 것도 아닌데?”
모스록이 비아냥거렸지만, 용사는 물론 동료들은 대꾸할 기운도 없었다.
“흐흐, 그래. 포기하고 순순히 내 힘이 되도록.”
그러자 서서히 이끼가 용사와 그 동료들의 몸을 뒤덮기 시작했다.
다들 이전에 이끼를 떨쳐 낸 방식대로 힘을 끌어내어 막아 내려 했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몰랐다.
그렇게 애쓰는 모습을 보며 모스록이 비웃었다.
“포기하라니까. 그럼 괴롭지 않게 해 주겠다.”
“그럴 순 없다. 나는 비록 너를 못 쓰러트렸지만, 아르칸이라면 네놈을 해치울 거야. 오기 전에 먼저 도망치는 게 좋을 텐데?”
용사는 아르칸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나 모스록은 별로 개의치 않아 했다.
“아르칸? 안 그래도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건 안다. 그래도 상관없다. 내가 활동을 시작한 건 아르칸도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거 같아서니까.”
“크윽.”
다들 이를 악무는데, 이끼가 번지는 속도가 빨라졌다.
모스록의 호언장담에 마음이 꺾인 거였다.
유일하게 꺾이지 않은 건 용사뿐이었다. 용사는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그렇게 자신한 걸 후회하게 될 거다!”
그때, 근처에서 아르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말대로 후회하게 될 거야.”
“쥐새끼처럼 어디에 숨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거야 두고 봐야……. 음?”
대꾸하던 모스록의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주변이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거였다.
잠시 후.
그 정체를 확인한 모스록이 경악했다.
“이, 이건 차원의 조각?”
그 말대로 차원의 조각이 모스록의 힘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할루시네이션으로 투명화한 다음, 몰래 이곳에 온 아르칸이 사용한 거였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