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246
246화 격변하는 세계 (1)
악신 모스록이 용사를 노린다는 수호룡 아우리오스의 경고에, 아르칸은 곧장 용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계속해서 강해지는 상대라…….’
아르칸은 가면서 모스록을 어떻게 상대할지 고민했다.
심지어 지금 모스록의 강함은 수호룡 아우리오스도 죽을 뻔할 정도.
‘그래도 아무것도 없는데 그냥 강해지는 건 아니겠지.’
문제는 무엇 때문인지 모른다는 거였다.
천천히 알아보기에는 모스록은 이미 용사와 전투를 개시한 상황.
‘일단 가서 직접 보고 알아보는 수밖에.’
그렇게 결정한 아르칸은 할루시네이션으로 투명화한 뒤, 최대 속도로 날아갔다.
이후 전장에 도착했을 때는 용사와 그 동료들이 분투해, 모스록을 쓰러트렸을 때였다.
‘이대로 끝나, ……진 않네.’
혹시나 하고 기대했는데, 모스록은 이내 부활했다. 그것도 더욱 거대해지고 강해진 채로.
“게티아, 한번 감정해 봐.”
“뭐가 궁금한데?”
“어떻게 계속해서 강해지는 건지, 얼마나 강한지. 싸우면 이길 수 있는지가 궁금해.”
“음.”
아르칸의 말에 게티아는 대답하는 대신 혀 역할을 하는 가름끈으로 녹색으로 변한 허공을 핥았다.
그러고 나온 감정 결과는 절망적이었다.
“강해지는 건 왕국 곳곳에 뿌려 놓은 분신 때문이군. 그것 때문이라도 절대로 못 이긴다.”
“정말? 내가 전력을 다해도 안 돼?”
“그래, 어떻게 해도 못 이기는 적이다. 상성이 너무 나빠. 차라리 마신이랑 싸우는 게 나을 거야. 그건 어떻게든 승산이 있으니까.”
“그러면 이렇게 하면 어떨까?”
아르칸의 작전을 들은 게티아의 하나뿐인 눈이 커졌다.
“……확실히 그거라면 승리할 가능성이 있을지도. 아니, 승리할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군.”
“좋아, 그거면 충분해.”
게티아의 대답에 만족한 아르칸이 가장 먼저 한 건, 바로 차원의 조각을 사용한 거였다.
그것도 이번에 악신들을 퇴치하고 얻은 다섯 개를 모조리 동원했다.
“나중을 위해 아껴 두려고 했지만, 하는 수 없지.”
아르칸은 입맛을 다셨지만, 당장 눈앞의 적부터 물리치는 게 중요했다.
“음, 모스록의 힘이 절반으로 줄었다.”
게티아의 설명에 아르칸이 재차 물었다.
“이거 앞으로 모스록의 힘이 강해져도 똑같이 적용되는 거 맞지?”
“그래, 일정 비율로 힘을 다른 차원으로 내보내는 거니까.”
그때 용사가 모스록에게 으름장을 놓는 걸 보고, 아르칸도 따라 말했다.
용사에게 자신이 왔다는 사실을 알려 주기 위해서였다.
모스록이 뒤늦게 차원의 조각이 자신의 힘을 빼앗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사이, 용사도 아르칸이 왔다는 걸 눈치챘다.
‘드디어 아르칸이 왔다.’
그 사실만으로 희망이 생겼다.
그래도 차원의 조각을 쓴 거로 봐서는, 이번 악신 모스록은 쉽게 쓰러트리기 어려운 상대인 건 분명해 보였다.
‘아르칸이라면 무슨 방법이 있겠지만, 어떤 녀석인지 알려 줘야 해.’
용사가 초조해하고 있는데, 모스록이 외쳤다.
“이 쥐새끼 같은 자식, 어서 나와라!”
이 일대의 공간, 그 자체인 모스록의 외침에 사방이 요동쳤다.
그러자 할루시네이션이 풀리면서 아르칸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르칸! 왜 이제 왔어!”
용사의 외침에 아르칸은 여유 있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여어, 다들 고생이 많네. 여기서 싸우는지 몰라서 늦었지. 미리 연락하지 그랬어?”
“나도 이런 녀석이 나올지 몰랐으니까. 그보다 이 녀석, 아무리 해치워도 다시 살아나니까 주의해야 해.”
“알고 있어.”
아르칸이 대꾸하면서 모스록을 바라봤다. 모스록도 그사이 아르칸을 가늠한 듯 말했다.
“네 녀석이 아르칸인가. 별거 아니군.”
“확실히 이제까지 상대했던 어떤 녀석보다 네가 강한 거 같다.”
“후후, 순순히 인정하다니 멍청이는 아니군. 그러면 얌전히 내게 굴종하라. 모두 나와 하나가 되는 거다.”
“거절할게. 이끼가 되는 건 싫거든.”
“뭐라고? 이 자식이…….”
이대로 항복할 것 같았던 아르칸이 마지막에 거절하자, 분노했는지 주변에 거친 입자처럼 보이는 이끼들이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아직 포기하지 않았는지 주절주절 떠들면서 아르칸을 설득하려고 했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거 같은데, 네게 어떤 숨겨 둔 힘이 있다고 해도 나를 죽이지 못한다. 용사가 말했듯이 만에 하나 나를 쓰러트린다 할지라도 소용없어. 이 세계 곳곳에 뿌려 놓은 내 분신이 있는 한 부활하니까. 그래도 내게 저항할 텐가?”
“어, 이끼가 되는 건 아무래도 싫거든.”
“이끼가 뭐가 어때서!”
분노한 모스록이 아르칸을 덮쳐 왔다.
해일처럼 밀려오는 이끼를 본 아르칸이 용사와 그 동료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가만히 서서 뭐 해? 안 싸울 거야?”
“그러고 싶지만, 이끼가…… 아, 그러고 보니. 어느새?”
사제 라일리아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전신을 휘감고 있던 이끼가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차원의 조각이 모스록의 힘을 절반이나 약화시킨 덕분이었다.
그걸 보고 단숨에 이끼를 떨쳐 낸 전사 키르라가 대검을 집어 들었다.
“싸울 수만 있다면 말려도 계속 싸울 거다.”
“나도임. 그런데 지팡이가 없음. 어?”
시무룩한 얼굴로 중얼거리던 마법사 아리아가 놀랐다.
어느새 자신의 바로 앞에 지팡이가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집어 들어 보니 지금까지 쓰던 것보다 훨씬 강력한 마석이 박혀 있었다.
투명화해서 이곳에 와서 상황을 살펴보던 아르칸이 아리아의 지팡이가 부서진 걸 보고 미리 대처할 무기를 준비해 둔 거였다.
도적 셀렌도 자신의 아공간 주머니에서 무기들을 꺼내서 재정비했다.
“인제 와서 물러날 수는 없지. 지금까지 고생한 만큼 끝까지 싸워서 보상을 받아야 돼. 실베나르 님도 정령왕들과 함께 싸울 수 있어서 좋다고 하시네.”
그 말대로 현재는 나무의 정령왕 실베나르 외에 아르칸이 계약한 정령왕들이 모두 나와 해일처럼 밀려오는 모스록의 이끼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먼저 아르칸을 향해 밀려오는 이끼의 해일은 땅의 정령왕 로카스톤이 막아 냈다.
거기에 불의 정령왕 이그나르가 일으킨 화염을 바람의 정령왕 제피로스가 사방에 흩뿌리며 공격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물의 정령왕 나이어드가 물방울 폭탄을 연신 터트려서 모스록에게 타격을 입혔다.
거기에 나무의 정령왕 실베나르도 호응해 이끼를 향해 공격했다. 접촉해 이끼화하는 걸 경계하면서 뿌리를 화살처럼 날린 거였다.
“헛된 저항을.”
모스록에게 타격을 주었지만, 모스록이 무너질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모스록은 정령왕들을 물리치기 위해 인간계 전역에서 보내오는 기운을 끌어모으려고 했다.
하지만 아르칸 쪽도 아직 남은 전력이 있었다.
“피핏. 아빠를 먹으려고 하다니, 혼내 줄 거야!”
“아까의 굴욕을 갚아 주겠다.”
블랙 드래곤 피용와 왕국의 수호룡이자 골드 드래곤 아우리오스가 아공간 주머니에 튀어나와서 드래곤 브레스를 갈겼다.
“크아아아아악!”
모두 전력을 다해 파상 공세를 펼치자 모스록의 이끼가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쓰러질 기미가 안 보이지?”
“이 녀석한테도 핵이 있는 거 같아. 그걸 공격해야 해!”
용사의 외침에 아르칸은 곧바로 마탄을 준비하면서 외쳤다.
“게티아, 어디?”
“저기다!”
아르칸은 게티아의 가름끈이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최대 출력으로 마탄을 발사했다.
파앗.
“크윽, 쓸데없는 짓을.”
무언가가 터져 나가면서 모스록이 신음성을 흘렸다.
결정타인 건 확실했는지 이끼들이 흩어지는 속도가 빨라졌다.
“제법이군. 하지만 나는 더욱 강력해져서 부활할 거다. 반대로 너희는 전투가 계속될수록 지쳐 가겠지.”
“괜찮아. 지칠 때까지 싸울 생각은 없으니까. 이대로 내쫓을 거야.”
“내가 너희를 압도하는 순간, 그때가 너희의 최후……. 어? 내쫓는다고?”
소멸하면서도 자신만만하게 떠들던 모스록은 아르칸의 말에 뒤늦게 반문했다.
“어, 이렇게.”
그 말과 동시에 허공에 커다란 검은 소용돌이가 생겼다.
해치운 악신을 다른 차원으로 날려 버리는 검은 소용돌이보다 두세 배는 컸다.
신이 된 아르칸은 용사를 소환하고 돌려보내는 것처럼 악신도 돌려보내는 게 가능했다.
다만, 그 존재가 거대하면 거대할수록 필요한 신력이 늘어난다.
그렇기에 지금처럼 차원의 조각을 이용하고, 해치우기 직전까지 공격함으로써 그 존재감을 최대한 작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모스록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설마 정면으로 싸우지 않고 나를 추방하다니.”
“말은 그렇게 해도, 어차피 널 해치우는 건 불가능하잖아? 해치우는 게 불가능하면 내쫓아야지.”
게티아도 아르칸의 작전을 듣고는 이게 승리할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을 정도였다.
‘그래도 아슬아슬했어. 신력이 바닥을 쳤을 정도니까.’
“크아아아아아아악!”
한편 정말로 분노했는지 모스록이 부르르 떨면서 괴성을 내질렀다.
“히익!”
그 기세에 놀란 셀렌이 비명을 질렀다.
그런 셀렌을 보며 키르라가 지친 얼굴로 대검을 바닥에 댔다.
“괜찮아. 이제 끝난 거 같으니까.”
“어, 그러고 보니…….”
주변을 둘러본 라일리아는 그제야 녹색 이끼가 아주 많이 줄었다는 걸 깨달았다. 온 세상을 가득 채울 것 같았던 이끼가 어느덧 구름 정도로 줄어 있던 거였다.
“저기.”
아리아가 아르칸이 불러낸 검은 소용돌이를 가리켰다.
남은 이끼 구름마저 아르칸의 불러낸 검은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이끼가 줄어들수록 검은 소용돌이로 사라지는 속도는 아주 빨라졌다.
그러다 검은 소용돌이보다 큰 이끼 덩어리가 걸렸다.
“아르칸!”
그걸 본 걱정한 용사가 아르칸을 불렀지만, 아르칸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마지막 발악이야. 추방이 시작된 이상 안 멈춰.”
모스록도 그걸 아는지 더는 저항하지 않고 저주를 퍼부었다.
“흐흐흐, 내가 추방됐다고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여기 남은 내 분신들이 이 세계를 혼란스럽게 만들 테니까.”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이만 가라.”
아르칸은 모스록에게 마탄을 쐈다. 거기에 얻어맞은 모스록은 더 말을 못 한 채 빨려 들어가기만 했다.
용사는 그 모습을 어처구니없이 바라봤다.
“마지막까지 저주를 퍼붓다니…….”
“그만큼 분한 거겠지.”
아르칸은 그렇게 대꾸하면서 검은 소용돌이로 다가갔다.
모스록을 해치우지 않고 추방한 탓에 군주의 정복 스킬은 발동하지 않았다. 그래도 마지막에 차원의 조각은 남았다.
“이거 상당히 큰데? 그만큼 강한 녀석이어서 그런가.”
모스록이 남긴 차원의 조각은 어림잡아도 기존 것보다 서너 배는 커 보였다.
게티아에게 감정해 보니 성능이 다섯 배나 된다고 했다.
“그럼 차원의 조각 다섯 개분인가? 그래도 차원의 조각을 쓴 만큼은 얻었네.”
만족한 아르칸은 지쳐서 나가떨어진 아군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다들 고생했어.”
그 말에 다들 지친 와중에도 손을 들어 응답하거나 미소를 지었다.
절대로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적을 상대로, 이 세계를 지켜 내는 데 일조했다.
그것만으로 보람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던 거였다.
그러나.
모스록의 말대로 악신 모스록을 추방했다고 모든 게 끝난 건 아니었다.
***
모스록이 추방당한 후에도 모스록이 남긴 이끼는 여전히 인간계 전역에 남아서 활동했다.
독을 뿌려 역병을 일으키거나 사람들을 이끼 좀비로 만들었기에, 인간계는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모스록의 통제가 없어서인지 오히려 동시다발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 상황이 아르칸에게 유리하게 흘러갔다.
모든 건 수호룡 아우리오스가 악신 모스록을 퇴치한 아르칸의 업적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세계의 수호자라고 떠받들어 준 덕분이었다.
그러자 사태가 이렇게 악화된 게 아르칸 때문이라고 원망하던 이들의 태도가 바뀌었다.
아르칸을 찬양하기 시작한 거였다.
거기다가 이끼들의 습격이 두렵다 보니 어떻게든 아르칸의 도움을 빨리 받기 위해 아르칸교로 개종하겠다는 이도 넘쳐 났다.
성녀 엘리시아는 아주 기뻐하면서 확장에 열을 올렸다.
‘이런 게 전화위복이라는 건가?’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