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250
250화 격변하는 세계 (5)
“파티를 만들어서 마신성으로 가자고?”
아르칸의 제안에 용사가 놀라서 되물었다.
“왜 놀라? 원래 용사는 파티를 만들어서 마왕 퇴치하러 가는 게 정석이잖아.”
아르칸이 말한 마신을 물리치는 전통적인 방법이라는 게 바로 이거였다.
“틀린 소리는 아니긴 한데……. 너도 가게?”
용사가 놀란 건, 아르칸이 함께 가자고 제안해서였다.
어떤 의미로 아르칸은 마신의 부하라고 할 수 있는 대마왕, 다른 관점에서 봐도 용사를 용사로 임명한 이 세계의 수호신이었다.
마신의 부하나, 이 세계의 수호신.
어느 쪽이라도 용사와 함께 파티를 이루기에는 적절치 않아 보였다.
대마왕이라면 용사와 파티를 이룬다는 게 말이 안 되고, 이 세계를 수호하는 중요한 존재라면 강대한 적에 노출되는 것이 위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용사는 아르칸의 다음 말에 바로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안 가면 마신을 어떻게 쓰러트리게?”
실제로 마신은 지금도 가늠이 힘들 정도로 강한데, 마신성에서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마력을 계속 흡수해 더더욱 강해지는 중이었다.
길리암의 말로는 마왕성의 마력마저 마신이 흡수하고 있다고 했다.
‘애당초 마왕성의 마정석이라는 게, 마신의 마심장을 쪼개 놓은 거라고 했지.’
마인족이 흔히 심장과 마심장 두 개를 가진 것처럼, 아르칸이 가진 마신의 심장과는 별개로, 마신의 마심장이 조각 난 것이 마왕성의 마정석이었다.
마왕성 또한 마신 전쟁 때 흩뿌려진 육신이라고 했다.
그 말을 용사에게 했더니, 아주 후회했다.
“그런 거였다면 차라리 마계를 정복해서 마왕성을 모조리 없애 버리는 게 나았을지도…….”
“그래도 상황은 비슷했을 거야. 마왕이 모두 사라졌다면 너도 돌아갔을 테고. 마신과 싸울 용사도 뒤늦게 불러와 육성했겠지. 그사이 마신은 힘을 길렀을 거고. 마신 전쟁 때처럼 말이야.”
무엇보다 다시 돌아온 마신은 절치부심했는지 마신 전쟁 때보다 많은 마력을 가지고 나타났다.
이쪽이 대비가 안 되어 있다면 바로 쓸려 나갔을지도 몰랐다.
“흠, 그런가. 하긴 지나간 일을 더 이야기해 봐야 소용없지. 그보다 언제 출발할 거야?”
“지금 바로. 갈수록 강해지니 한시라도 빨리 해치워야 해.”
“그건 그런데…….”
“왜? 할 말 있으면 어서 해 봐.”
뭔가 망설이던 용사는 아르칸의 재촉에 겨우 입을 열었다.
“알아보니 아무래도 이기기 힘들 거 같은데, 너는 피신하는 게 좋지 않아?”
“피신?”
“그래, 여신 셀레니아가 있던 장소 같은 곳으로 갈 수 있잖아.”
그 말대로 아르칸은 신력을 써서 여신 셀레니아처럼 다른 차원에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이 세계가 마신에게 지배당하든 말든 자신을 따르는 이들을 데리고 거기로 피신하면 안전하긴 했다. 또한 그곳에서 신력을 모아 다른 세계를 침공해 차지할 수도 있었다.
바로 이 세계에서 말하는 악신들이 하는 짓처럼 말이다.
아르칸이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
“나보고 악신이 되라고?”
“……소멸하는 것보다는 낫잖아.”
그만큼 걱정해 줘서 하는 말이었기에 화를 내지는 않았다.
다만, 용사가 너무 주눅이 든 게 걱정스러웠다.
‘원래 이런 성격이 아니었는데, 마신의 힘에 압도됐나.’
아르칸은 용기를 북돋아 주기로 했다.
곧 괴물 이끼를 다루던 악신 모스록이 남긴 대형 차원의 조각을 꺼내 보였다.
“이게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이것만 있으면 마신의 힘을 반 토막 낼 수 있으니까.”
일반적인 마신의 조각이 악신의 힘을 1할 정도 제한한다면, 이 커다란 차원의 조각은 다섯 배의 효율을 낼 수 있었다.
용사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거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야.”
그때, 지면이 일어나더니 로카스톤이 나타났다.
“아르칸님, 이 벌레가 아르칸님께 용무가 있다고 합니다.”
“벌레?”
그러고 보니 로카스톤의 등껍질에 커다란 벌레 몇 마리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낯익은 벌레였다.
‘이게 대체 왜 만나러 온 거지?’
***
“인간계를 점령하라!”
마신의 뜻에 따라 전 마계가 움직였다.
곳곳에 있던 몬스터는 물론, 마신의 마기로 인해 몬스터로 변한 마계의 동식물들.
거기다 아르칸과 대마왕 바리스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남아 있다가 이성을 잃고 괴물로 변한 수인족과 마인족들.
본래부터 마기의 영향으로 흉악했지만 더욱 끔찍하게 변한 악마족들.
거기에 인간계를 마기로 오염시킬 수 있는 마왕성까지. 모두 인간계로 내려온 거였다.
그 숫자는 얼마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고,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었다.
그것들은 물밀듯이 내려와 금방이라도 인간계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물론, 이쪽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아르칸과 바리스탄이 협력해 마신의 부하들을 막아 내기 위한 전선을 구축했다.
이 연합군의 총지휘를 맡은 건 뱀 수인족 아바로스였다.
아바로스는 아르칸 대마왕성 밖으로 뻗어 나온 세계수의 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지휘를 내렸다.
“바리스탄님! 서쪽 끝에서부터 몬스터들이 밀려옵니다.”
“알았다. 내가 가겠다.”
그렇게 대꾸한 바리스탄은 심복들과 부하들을 이끌고 서쪽으로 향해, 그곳을 뚫으려는 몬스터들을 상대했다.
파벌 내 다른 마왕들은 전선을 만든 후, 며칠 사이에 대부분 중상을 입거나 탈진해 쓰러졌다.
그 때문에 바리스탄이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바리스탄과 그의 부인, 아네스의 지원을 받은 마계 엘프들이 전격적으로 지원해 주고 있다는 거였다.
아르칸이 내려 준 세계수를 통해 정령과 화해한 그들은, 정령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바리스탄을 도왔다.
그 와중에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마계 엘프 마을에 소속되지 않고, 마계를 떠돌아다니던 몇몇 엘프들이 있던 모양. 그들은 이번 마신 강림에 휘말렸는지 피부색이 어둡게 변해 나타난 거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붙잡아 세계수의 근처에 데려갔더니 정신을 차렸다는 거였다.
다만, 어두워진 피부색은 돌아오지 않아 이후에 다크 엘프라고 불렸다.
한편 중앙과 동부를 맡은 대마왕 아르칸의 군단도 끝없이 밀려오는 적을 막느라 쉴 틈 없이 전투를 치러야 했다.
무엇보다 상대는 이성을 잃은 괴물.
목숨을 아끼지 않고 덤벼들기에 단숨에 쓰러트리기 쉽지 않았다.
적의 격렬한 공격에, 강인한 체력과 뛰어난 전투력을 가진 수인족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오크 군단도 나가떨어질 정도였다.
그래도 전투에 거의 나서지 않았던 드워프들과 엘프들이 합세해 줘서 어떻게든 막아 내고 있었다.
그러나 적은 끊임없이 몰려왔고, 심지어 갈수록 강해졌다.
갈수록 마기의 농도가 짙은 곳에 있었던 몬스터들이 오고 있어서였다.
특히나 까다로운 상대는 악마족들이었다.
본래도 마인족보다 대체로 강하고, 박쥐 날개로 날아다니기까지 했다.
거기서 한층 더 강해지다 보니 어지간한 강자가 아니고서야 상대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한 무리의 악마족이 기세등등하게 나타났다.
다른 마인족들이 상대하려고 했지만, 생채기는커녕 피해만 입을 뿐이었다.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아바로스가 굳은 얼굴로 지시를 내렸다.
“센시아 님, 중앙에 악마족들이 다수 출현했습니다. 처리를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경비대장임에도 뒤편에 누워 있던 센시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꾸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책임감 강한 센시아가 누워 있던 건 게으름 피우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힘을 아껴 두고 있다가 바로 지금처럼 악마족이 나타나 위험한 순간, 일어나 적을 물리치기 위해서였다.
“갑니다.”
센시아는 그대로 중앙을 향해 걸어 나갔다.
“뭐 해? 센시아 님이 출동한다. 비켜!”
센시아의 부하들은 앞을 가로막는 녀석들한테 소리치면서 자신들 또한 옆으로 빠르게 물러섰다.
그러는 사이 센시아가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커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악마족 앞에 도달했을 때는, 초거대화로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인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몸집에 걸맞은 짧고 커다란 신성대검을 휘둘렀다.
퍼억!
거기에 맞은 악마족 무리가 그대로 터져 나갔다. 어찌나 살벌한 공격인지 이성을 잃은 게 분명한 악마족들이 순간 움찔할 정도였다.
“좋아, 이대로 해치운다.”
그러나.
센시아가 선전하는 것도 잠시뿐이었다.
‘큭, 여기까진가…….’
전신의 힘이 빠르게 빠지는 걸 느낀 센시아가 외쳤다.
“이제 물러나겠다!”
동시에 센시아는 다시 작아지기 시작했다.
“알겠습니다. 저희한테 맡겨 주십시오.”
“이것들아, 우리한테 덤벼!”
“우리는 센시아 님을 돕겠다.”
주변에 있던 센시아의 부하들이 나서서 남은 악마족과 몬스터들을 상대하고, 일부는 센시아에게 다가갔다.
원래 크기로 돌아온 센시아는 그대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센시아 님을 빨리 회수해. 볼가가 가서 도와줘!”
다른 곳을 지휘하다 센시아가 쓰러진 걸 본 아바로스가 지시를 내렸다.
덕분에 센시아는 무사히 후송될 수 있었다.
후송된 곳에 있던 의원과 사제는 센시아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과 동시에 회복 포션을 마시게 하고, 치유의 기도를 올렸다.
“쿨럭.”
“아, 센시아 님을 정신을 차렸습니다.”
의원의 말에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작 센시아는 의원과 사제를 보며 말했다.
“아직 적이 남았어.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치료하겠습니다.”
“저희도요.”
결연한 얼굴로 대답한 의원과 사제는 회복 포션과 치유의 기도를 준비했다.
센시아가 또 출동하기 전까지 조금이라도 체력을 회복시켜 두는 거였다.
이렇게 처절하게 싸우는 건 센시아뿐만이 아니었다.
나크룸은 녹색 피부가 붉게 물들 정도로 수많은 적을 상대했고, 볼가 또한 진작에 부활의 권능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수인족 마왕 삼인방들도 모두 마력이 바닥날 정도로 무리하게 싸웠다.
구미호 수인족 마왕 나미라는 자신 있게 매혹의 권능으로 적을 붙잡아 둘 거라고 말했지만, 적은 진작 이성을 잃은 탓에 전혀 통하지 않았다.
뱀 수인족 마왕 베리나가 연구한 독도, 이미 마기라는 치명적인 독에 감염된 적들에게는 먹히지 않았다.
박쥐 수인족 마왕 아그나르의 공격도 마찬가지.
덕분에 후방에서 지원하면서 싸우던 마인족 삼인방도 직접 나서서 지칠 때까지 싸울 수밖에 없었다.
그 밖에 여러 마왕들도 한시도 쉬지 않고 처절하게 싸웠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건, 이쪽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인간계 측이 보낸 지원군이 있다는 거였다.
왕실과 귀족파들이 보낸 기사와 병사 들은 적을 상대하긴 어려웠지만, 전선을 만드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줬다.
“아바로스 님, 동쪽 외곽이 완전히 뚫릴 거 같습니다!”
“하는 수 없군. 내가 나간다.”
부하의 보고에 전장의 상황을 살핀 아바로스는 혀를 차고는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총지휘관인 아바로스까지 나서서 싸워야 할 정도로 병력이 모자란 거였다.
무엇보다 계속 몰려오는 적과 달리, 이쪽은 더 지원받을 데가 없었다.
이대로는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남은 방법은 단 하나뿐이었다.
아바로스는 아래로 내려가면서 저 멀리 마신성 방향을 바라봤다.
‘아르칸님, 어서 마신을 쓰러트리셔야 합니다.’
그리고 그 시각.
아르칸은 빠르게 마계를 가로질러 마신성으로 향하고 있었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