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34
34화 오크 로드 vs 마왕 차르메인 (2)
나크룸이 통제실로 들이닥쳤다.
“크취익! 급한 일이라고 들었다. 무슨 일이냐?”
“차르메인이 이곳을 공격하려고 하는 거 같다.”
“뭐라고? 나도 싸울 수 있게 해 다오! 이 기회에 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 원수에게 복수하는 것만큼 용맹스러운 일이 없으니까!”
도와달라고 할 필요도 없이 나크룸이 먼저 싸우겠다고 나섰다.
“그래 주면 나야 고맙지.”
“크취익. 결정됐으니 바로 함께 싸울 전사를 불러오겠다!”
나크룸은 곧장 돌아가 곧 전투가 벌어진다고 함께할 전사들을 모집했다.
많은 오크 전사들이 함께 싸우겠다고 나섰고, 자칫 전투에 늦을까 걱정하며 아르칸 마왕성으로 달려왔다.
그 숫자는 무려 350이나 됐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네, 든든하군요.”
아르칸의 물음에 오웬이 미소를 지었다.
전 오크 로드가 차르메인 마왕성에 쳐들어갔을 때보다 많은 숫자라고 했다.
트릴도 오크들을 반기며 말했다.
“이러면 경비병을 굳이 안 늘여도 되겠는데요?”
“차르메인이 공격해 와서 그런 거야. 다른 마왕이 쳐들어오면 이 정도로 모이지 않을걸.”
“하긴 그렇겠네요. 그래도 이번에는 살았어요.”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차르메인이 움직이지 않는 거 아닌가?
“크취익! 차르메인이 안 온다. 언제 오나.”
사기충천했던 나크룸은 하품하면서 늘어졌다.
다른 오크들도 마찬가지.
무엇보다 곤란한 건, 차르메인이 공격해 오길 기다리는 동안 수백 명분의 오크들을 먹여야 한다는 거였다.
요리를 만드느라 주방의 불은 꺼질 틈이 없었고, 하인들은 끊임없이 요리를 날랐다.
그래도 마왕성을 지키러 온 오크들을 굶길 수는 없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준비했다.
그러나 그것도 하루 이틀이 지나고, 일주일이 넘어가자 슬슬 한계에 봉착했다.
“아르칸 님, 하인들의 불만이 많습니다. 언제까지 오크들을 먹여야 하냐고요.”
“음.”
오웬이 난감하다 했지만, 아르칸도 딱히 언제까지라고 말해 주기 어려웠다.
“이번에는 그저 기우였던 게 아닐까요? 어쨌든 앞으로 일주일 이상 버티긴 힘듭니다.”
“알았어.”
오웬이 돌아간 뒤 아르칸은 고민에 빠졌다.
‘차르메인 녀석이 왜 쳐들어오지 않을까…….’
당장 아르칸이 오크들을 수용하느라 곤란하긴 하지만, 차르메인도 시간이 끌수록 아르칸 마왕성을 공격하긴 힘들어진다는 걸 잘 알고 있을 터였다.
당장 상조 사업으로 얻는 마력만 해도 무시 못 할 정도인 데다, 마왕성에 오길 꺼리던 용병들도 오랜 기간 오크들이 드나들어도 별문제 없는 걸 보고 마음을 돌릴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고 쉽게 포기할 만한 녀석도 아닌데,’
차르메인은 여러 제자와 경쟁하느라 실패하면 곤란한 처지. 그 때문에 소설 속에서 용사에게 당한 뒤에 복수하겠다고 오랫동안 설쳤다.
망나니 마왕으로 유명한 아르칸에게 한 방 먹고도 포기할 리가 없었다.
‘대체 언제 쳐들어오려나…… 아!’
아르칸은 불현듯 소설 속 차르메인의 행적에 대해 잊고 있던 걸 하나 떠올렸다.
‘원체 조심스러운 녀석이라, 소설에서도 무턱대고 공격하진 않았지.’
용사에게 복수한다며 인간족의 성을 공격할 때에도 조심스러웠었다.
최대한 은밀히 접근한 뒤, 내통자를 통해 성내에 병력이 별로 없는 걸 확인하고서야 공격을 시작했었다.
그 결과, 성을 반쯤 궤멸시키기까지 했다.
‘이번에도 내통자에게 오크 로드까지 나서서 함께 지키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을 게 분명해. 이래서야 공격하러 올 리가 없지.’
죽음의 계곡을 차르메인에게 상납한 부족장 카라퀴처럼 내통자가 있을 거라는 건 짐작했다.
어차피 잡아내기도 힘들고, 오크 로드가 기밀 유지를 하며 작전을 수행할지 의구심이 들어 내버려 둔 상태였다.
‘이쪽을 보고 안 움직이기도 있으면, 그걸 역으로 이용해야지.’
아르칸은 곧바로 나크룸을 불렀다.
“크취익! 무슨 일이냐? 드디어 쳐들어오나?”
“아니, 아직이다.”
“그래? 근데 왜 불렀나?”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네가 있어서 안 오는 거 같다. 너한테 겁먹은 거지.”
“크취익! 겁을 먹고 피하다니. 이 비겁한 녀석!”
나크룸은 진정으로 분노한 듯 씩씩거렸다.
“저 비겁한 녀석을 혼내 줄 좋은 방법이 있는데, 어때? 한번 들어 볼래?”
“오! 뭐냐?”
관심을 가지는 나크룸을 보며 아르칸이 씩 웃었다.
잠시 후.
나크룸이 잔뜩 화난 얼굴로 소리쳤다.
“크취익! 이렇게 무시당하고는 더는 여기 못 있겠다!”
“오크 로드? 무슨 일이냐? 뭐 때문에 그래?”
“아르칸이 더는 우리한테 밥을 못 주겠단다! 우리가 밥을 얻어먹겠다고 여기 온 건 아니지만, 싸우는 데 힘을 쓰려면 밥은 줘야 할 거 아니냐!”
“크취익. 맞다! 우리가 싸우러 왔지, 먹으러 왔나.”
“우리가 거지도 아니고, 돌아가자.”
“취익! 돌아가자!”
나크룸의 이야기를 들은 오크들은 화를 내며 마왕성 밖으로 나가 버렸다.
오웬이 깜짝 놀라 통제실로 달려왔다.
“아르칸 님, 큰일 났습니다! 오크들이 모두 가버렸습니다.”
“그래, 알아. 밥 못 준다는 게 말이 되냐며 화내면서 나가 버렸지?”
“네, 당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알아. 나크룸도 알고 있어.”
“네? 그러면?”
“차르메인이 공격 안 하는 게 여기에 오크 로드가 있어서 같아서 말이야. 일부로 화난 척 나가게 한 거야.”
“아! 그래야 다시 돌아올 거라고 생각 못 할 테니까 그러셨던 거군요.”
오웬답게 곧바로 의도를 간파했다.
“그래. 아마 이쪽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을 테니까. 조만간에 쳐들어오겠지. 그때 내가 지시한 대로 움직여야 해.”
“알겠습니다. 이 목숨을 바쳐서라도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오웬이 결연한 얼굴로 다짐했다.
오웬에게는 전투가 벌어질 경우, 전투에 참여하지 말고 다른 임무를 수행하라고 미리 지시해 뒀다. 어쩌면 그 임무의 성공이 전투의 승패보다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오웬이라면 어렵지 않게 잘 해내겠지.’
다음 날.
차르메인은 오크에게 아르칸 마왕성의 상황을 전해 들었다.
“정말인가? 오크 로드가 아르칸 마왕성에서 떠났다고?”
“크취익! 그렇다. 밥을 못 주겠다는 말에 오크 로드가 화를 내며 나가 버렸다!”
“후훗. 기다리면 나가떨어질 줄 알았지.”
차르메인은 아르칸 마왕성에 오크 로드가 머물고 오크 전사들이 모였다는 정보를 듣자마자 공격을 미뤘다.
마왕성의 전력이야 별거 아니지만, 새로운 오크 로드와 오크들을 상대하면 피해가 클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최근까지 아르칸 마왕성은 형편이 나쁜 데다, 오크는 참을성이 적은 종족.
오랫동안 함께 있으면 부딪칠 게 뻔했다.
서로 부딪치고 오크가 떨어져 나올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린 게 적중한 거였다.
그것만으로 안심하긴 일렀지만.
“오크 로드는 현재 뭘 하나?”
“화가 났는지 천막에 들어가서 나오질 않는다. 단단히 삐친 듯했다.”
그렇다면 다시 마왕성을 지키러 갈 것 같지는 않았다.
“현재 마왕성의 상태는?”
“장례식도 모조리 중단되고, 오크들은 전부 오크 로드를 따라 나왔다.”
지키는 병력이라고는 10명 남짓한 게 전부라는 소리였다.
“뼈다귀들은 어떻게 되어 있나?”
“마왕성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됐다!”
그게 있다면 예상치 못한 지원군이 아르칸을 돕겠다고 나타나도, 단숨에 병력을 늘려 대처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더 망설일 필요는 없겠군.’
드디어 움직일 때라고 느낀 차르메인은 마왕성을 폐쇄한 다음, 조용히 아르칸 마왕성으로 향했다.
* * *
차르메인이 이끄는 마왕군의 진격은 아주 은밀했다.
아르칸이 눈치채고 대처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 은밀한 진격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대다수가 언데드 몬스터인 탓에 행군 중 힘들다거나 따분하다고 떠들지도 않고, 식사와 휴식을 위해 불을 붙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마계 어디서나 보이는 고블린들이 주변을 얼씬거리긴 했다.
‘이런 벌레 같은 고블린들이!’
귀찮게 하기에 공격하려 했지만, 멀리서 바라보기만 할 뿐 덤벼들진 않았다.
며칠간의 행군 끝에 드디어 아르칸 마왕성 앞에 도착했다.
그러나 차르메인은 곧장 쳐들어가지 않고 주변을 정찰했다.
방어 병력의 대다수라고 할 수 있는 오크가 사라진 만큼,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다른 방면에서 지원군이 오지 않을까 경계한 거였다.
다행히 별다른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았다.
오히려 아르칸의 정찰병으로 추정되는 병력이 저 멀리 떨어져 있는 것만 발견했다.
10명뿐인 병력도 그 절반이 정찰하느라 밖에 있는 거였다.
“더는 망설일 필요 없겠군. 공격한다.”
그 명령에 따라 차르메인의 언데드 병사, 오크 스켈레톤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크 스켈레톤들이 커다란 뼈다귀를 몽둥이 삼아 마왕성 문을 공격하자, 곧장 박살 났다.
문 안에 있던 하인들은 난데없는 침입자의 출현에 놀라서 도망쳤다.
차르메인은 커다란 장례식당을 둘러봤다.
‘보고받은 대로군.’
오크 로드와의 불화 때문에 장례식이 치러지지 않다 보니 오크는 하나도 안 보였다.
심지어 경비병도 하나 없었다.
‘어차피 병력도 적겠다, 여기를 지키고 있을 이유는 없다는 거겠지.’
아쉬운 건 장례식장에 사체마저 하나도 없다는 거였다.
“바로 2계층으로 내려가면 되겠군.”
일개 오크가 2계층까지 내려갈 일이 없어서 내통자도 2계층 내부는 몰랐다.
그래도 입구만은 알 수 있었다.
오크 스켈레톤들은 2계층으로 내려가는 입구마저 손쉽게 부숴 버렸다.
그사이 차르메인은 행여나 아르칸을 놓칠까 봐 데리고 온 언데드 몬스터들로 1계층을 가득 채웠다.
아래로 내려가니 도망친 하인들이 알려 줬는지 커다란 덩치의 경비대장과 몇 안 남은 경비병들이 가로막고 있었다.
‘지키는 병력은 저게 전부겠군. 저 뒤에 있는 게 아르칸인가?’
자유롭게 뻗친 머리카락에 날카로운 눈매의 미청년이 눈에 들어왔다.
“네가 아르칸인가?”
“그래, 차르메인. 신중한 성격이라고 들었는데 겁도 없이 직접 행차했구나.”
“겨우 다섯밖에 없는데 내가 겁먹을 필요는 없지. 오히려 신중한 내가 이렇게 나섰다는 건 이미 다 계산이 끝났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마정석을 가지고 돌아가기 위해서는 내가 나서는 게 합리적이기도 하고.”
차르메인의 말에 아르칸이 이죽거렸다.
“가지고 갈 수 있으면 말이지.”
“끝까지 센 척하는군. 고통 없이 죽고 싶으면 얌전히 구는 게 좋을 텐데? 뭐 어차피 네 시체를 열심히 굴려 줄 작정이지만.”
“네 목숨부터 걱정하는 게 좋을 텐데. 해치워, 나크룸!”
“나크룸?”
나크룸이라면 새 오크 로드의 이름.
‘분명 저 멀리 떨어진 부족 안에 있을 텐데, 왜 부르는 거지?’
그 의구심은 금방 풀렸다.
센시아의 덩치가 작아지면서 오크 로드 나크룸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나크룸뿐만 아니었다. 다른 병사들도 서서히 오크 부족장들로 변했다.
그 광경을 바로 앞에서 지켜본 차르메인은 화들짝 놀랐다.
“아, 아니. 어떻게 된 거지?”
“알 거 없어.”
환영 마법 할루시네이션으로 몸을 숨기고 있었던 거지만. 시시콜콜 이야기해 줄 생각은 없었다.
예상 밖의 상황이었지만, 차르메인은 물러서지 않았다.
아니, 물러설 이유가 없었다.
‘수적으로는 내가 우위다. 충분히 승산이 있어.’
오크 로드 나크룸과 부족장들은 모두 다섯.
반면에 마왕 차르메인이 부리는 오크 스켈레톤들은 무려 5백에 달했다.
오크 로드와 부족장들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1백여 마리를 상대하다 보면 지칠 거라 예상한 거였다.
그러나 전투는 차르메인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