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40
40화 하급 경매장 (1)
아르칸은 판매 중인 마석을 모두 감정했다.
결과는 대성공!
8성급 마원석이 또 나오진 않았지만, 3~5성급 마원석을 10여 개, 6성급과 7성급 마원석을 하나씩 얻었다.
‘후후, 시간이 걸렸지만. 다 감정해 보길 잘했어.’
물론 모든 결제는 블랙코인으로 했다.
한편 안내해 주는 직원의 안색은 갈수록 어두워졌다.
아무래도 마원석을 마구잡이로 사들이는 것 같아서였다.
‘이거 설마 다 꽝이면 어쩌지?’
한편 뒤늦게 데시무스를 데리고 온 트릴도 아르칸이 한 짓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잠깐 사이에 대체 마원석을 얼마나 사들인 겁니까?”
“글쎄, 안 세어 봐서 모르겠는데.”
“뭐라고요? 혹시 도박 병이 도진 거 아닙니까?”
“후후, 도박이 아니야. 다 게티아로 감정하고 산 거야.”
아르칸이 목소리를 낮춰서 속삭였다. 그때야 상황을 파악한 트릴의 눈빛이 번뜩였다.
“아! 아니, 그런 개꿀이! 그러면 더 사야죠! 아니, 다 사야죠!”
“조용히 좀 해.”
“아, 죄송합니다.”
“게다가 여기서 살 만한 건 다 샀어.”
“흐흐, 그렇군요.”
아르칸은 순식간에 태세 전환 한 트릴 때문에 웃음이 나려는 걸 참으며 직원에게 말했다.
“여기 데시무스가 쓸 장비가 필요한데. 검과 방어구 중 제일 좋은 거 가져와.”
“아, 알겠습니다. 일단 응접실로 가시죠. 거기로 가져오라고 하겠습니다.”
“그러지.”
응접실에 들어가자마자 직원들이 검과 경갑을 가져왔다.
“마검과 마갑입니다.”
그 말대로 둘 다 마력을 품고 있었다. 게티아로 감정해 보니 1성에 불과했지만.
‘일반 판매에서는 이게 한계인가. 더 좋은 거 찾으려면 경매장에서 사는 수밖에.’
이건 어디까지나 경매장에서 쓸 만한 걸 못 구했을 때를 대비한 장비였다.
정작 데시무스는 마검과 마갑을 보곤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이런 귀한 무기를 제가 써도 됩니까?”
“이것보다 좋은 거 못 구하면 이거라도 써야지.”
“아닙니다. 지금까지 이것보다 좋은 무기를 써 본 적이 없습니다.”
그때 트릴이 부러워하며 끼어들었다.
“저도 못 써 본 겁니다. 그러니 제 것도 하나 사 주십쇼. 아니다. 우리 경비대 장비도 좀 바꿔 주세요. 그러면 그거 보고 지원하는 애들도 좀 생기겠죠.”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야. 그보다 이거 다 해서 얼마야?”
“가격은 모두 1만 1천 골드입니다. ”
“마, 만 골드? 엄청 비싸잖아!”
직원의 대답에 사 달라고 조르던 트릴이 깜짝 놀랐다.
1만 골드면 당장 은퇴해서 펑펑 쓰면서 놀고먹어도 남았기 때문이다.
그때 직원이 확인차 물었다.
“결제는 이번에도 블랙코인으로 하실 겁니까?”
“어, 그래. 맞다. 지금까지 쓴 금액이 총 얼마지? 대충이면 돼.”
“아직 마원석 가공비는 정확히 계산이 안 되는데, 대략 총 10만 골드쯤 됩니다.”
“헉! 10만 골드요? 그거 그분이 내는 거잖아요. 그, 그만큼이나 많이 써도 됩니까?”
트릴은 진심으로 걱정했다.
대마왕 본앰브로스가 아르칸에게 블랙코인을 주긴 했지만, 돈을 너무 펑펑 써 댔다가는 화낼지도 몰랐다.
“괜찮아, 괜찮아.”
“저기…… 아르칸 님? 장비 사 달라는 말은 취소하겠습니다.”
“괜찮대도.”
아르칸이 웃으며 말하는데, 직원이 결재 서류처럼 종이에 판을 끼워 하나 가져왔다.
“여기 마법서 목록입니다. 그리고 곧 경매가 열릴 시간입니다. 참여하시려면 이제 이동하시는 게 좋습니다.”
“오, 고마워.”
“아니, 마법서까지 사려고요? 그것도 하나같이 비싸잖아요.”
“아직 살 거 많이 남았는데 벌써 놀라면 어떻게 해?”
놀라는 트릴에게 웃으며 대꾸한 아르칸은 경매장으로 향했다.
* * *
한편 대마왕 본앰브로스는 마왕성에서 블랙마켓 상황을 보고받고 있었다.
본앰브로스는 돈을 벌기 위해 블랙마켓을 운영하는 게 아니었다.
돈은 마음만 먹으면 무한정 벌 수 있었다.
지치지도 않고 먹을 것도 필요 없는 언데드 몬스터에게 일을 시키면 되니까.
심지어 마계에서는 유지하는 데 드는 마력도 거의 없었다.
그런 본앰브로스가 귀찮게 블랙마켓을 유지한 건 돈으로도 쉽게 살 수 없는 두 가지 때문이었다.
첫 번째는 자신의 연구에 필요한 회귀한 물건.
두 번째는 정보였다.
특히 이번에는 마왕을 해치우고 다닌다는 용사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었다.
그러나 마인족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신출귀몰해 언제 어디에서 나타날지 몰라서 두렵다는 게 전부였다.
‘어쩌면 인간족에서 뭔가 정보가 나오지 않을까?’
이럴 때를 위해서 인간족 상류층에게도 블랙마켓의 초대장을 일부 뿌려 뒀다.
제자를 보내 슬쩍 용사에 관해 캐내게 했더니 가관이었다.
여신이 보낸 강력한 용사의 등장에 인간족은 아주 축제 분위기라고 했다.
특히 단신으로 마왕까지 쓰러트리자 여세를 몰아 마계를 정복하자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
‘다만, 용사가 함께 싸우기를 거부하는 탓에 무위로 돌아갔다고 했지.’
그게 아니라도 용사가 등장한 뒤, 마계에 인접하지 않은 곳에 거주하는 귀족들 대부분은 앞으로 마계로부터 침공이 없을 거라 예상하고 군비를 축소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 때문에 마계를 대규모로 침공하려고 해도 병력 동원이 힘들 거라고 했다.
‘그렇다는 건 용사만 어떻게 해치우면 된다는 건가.’
그런 다음, 인간족이 태세를 갖추기 전에 빠르게 쳐들어가면 인간계를 점령하는 것도 가능해 보였다.
‘일단 여러 마왕과 협조해서 용사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게 먼저겠군.’
보고서를 내려놓은 본앰브로스는 문득 나중에 읽을 거라고 빼 둔 보고서를 발견했다.
바로 블랙코인을 가지고 온 손님에 관한 거였다.
누군지는 궁금하지 않았다. 아르칸에게 블랙코인을 준 건 본앰브로스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뭐, 구경하느라 바쁘겠지.’
슬쩍 보니 최고급 여관에 데려가기도 하고, 움직일 때마다 직원이 붙어 최대한 친절히 안내한다고 되어 있었다.
‘그 정도면 제대로 구경하는 거겠지. 다 구경하고 어땠는지 만나서 소감을 들어 봐야겠군.’
정확히는 어떤 식으로 자신이 운영하는 블랙마켓을 찬양할지가 기대됐다.
그러다 문득 아래쪽을 봤다가 안광이 흔들렸다.
무슨 숫자인가 했더니, 아르칸이 쓴 골드라는 거였다.
‘아니, 어떻게 알고 블랙코인을 썼지?’
블랙코인은 블랙마켓의 주인인 본앰브로스 자신이 직접 발행한 최상급 초대장.
초대받은 이가 불편함이 없도록 원하는 걸 뭐든지 살 수 있도록 해 두긴 했다.
하지만 아르칸에게 딱히 돈을 쓰고 싶진 않았기에 블랙코인으로 물건을 마음껏 살 수 있다고 알려 주지 않았었다.
‘설마 직원들이 안내해 줬나? 너무 친절한 것도 탈이군.’
문제는 아르칸이 쓴 비용이 적지 않다는 거였다.
무려 10만 골드가 넘어갔다.
‘뭐 하느라 이렇게나 썼지? 노예, 마원석, 무장까지……. 골고루도 샀네.’
심지어 지금은 경매장에 들어간 상황. 경매전에 10만 골드를 넘게 썼으니, 앞으로 얼마나 더 써 댈지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그렇다고 더 쓰지 말라고 말하기에는 모양이 너무 빠졌다.
“끄응.”
본앰브로스는 있지도 않은 머리가 아파지는 걸 느꼈다.
뼈다귀만 남은 손가락으로 해골을 짚고 있으려니, 옆에서 할 일 없이 서 있던 차르메인이 기회다 싶었는지 한마디 했다.
“스승님의 돈을 함부로 쓰다니, 당장 응징해야 합니다!”
“내 체면이 있지, 어찌 그러나.”
“아니, 언제 그런 걸 신경 쓰셨다고…….”
찌릿!
“크어어어어.”
본앰브로스가 노려보자마자 차르메인은 고통에 휩싸였다.
마치 존재가 부정당하는 느낌.
유체마저 부르르 떨리면서 그 크기가 줄어드는 게, 이대로 가다가는 소멸할 것만 같았다.
“죄, 죄송합니다.”
필사적으로 사과하고서야 압박감이 사라졌다.
그러든 말든 본앰브로스가 딱하다는 눈빛으로 나무랐다.
“제자인 너희와 바리스탄의 아들인 아르칸이 같냐? 내가 쪼잔하다고 소문이라도 내면 어떡한단 말이냐.”
‘그런 걸 걱정하는 게 쪼잔한 건데……’
차르메인은 그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걸 꾹 삼켰다.
할 말을 하는 것보다 자신을 이 꼴로 만드는 데 일조한 아르칸을 엿 먹이는 게 중요했다.
“그래도 무슨 수를 쓰셔야 합니다. 경매장에 들어가기 전에도 돈을 저만큼이나 썼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써댈지 걱정도 안 되십니까?”
“크음, 그건 그렇지만…….”
여전히 망설이는 듯하자 차르메인이 한마디 더 했다.
“만약 미친 척하고 경매 나온 물건을 모조리 다 사 버리면 어떡합니까? 그렇게 되면 다들 불만을 품어 블랙마켓의 위상도 흔들릴지도 모릅니다. 무엇보다 본앰브로스 님의 체면이…….”
“아, 알았으니까 그만해.”
“…….”
차르메인은 스승에게 거슬리지 않도록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크흠. 확실히 경매를 망치면 곤란하지. 좋다, 차르메인. 할 일 없는 네가 가서 지켜보다 경매를 망칠 것 같으면 막도록.”
“아, 알겠습니다! 곧바로 가겠습니다!”
차르메인은 감격했다. 마왕에서 레이쓰로 강등당하고 지금까지 할 일 없이 지냈는데 드디어 임무를 부여받은 거였다.
그것도 딱 마음에 드는 업무였다.
‘아르칸 녀석, 무슨 트집을 잡아서라도 방해해 주마!’
* * *
본앰브로스와 차르메인의 우려와 달리, 경매장에 들어간 아르칸은 입찰에 나서지 않고 지켜보기만 했다.
돈을 써 대는 게 아닐까 걱정했던 트릴도 그 모습을 보고 안도할 정도였다.
아르칸이 가만히 있었던 건 딱히 낙찰받을 만한 물건이 없어서였지만.
아르칸이 노리는 건 소설에 언급된 희귀템들 혹은 동료들이 쓸 만한 아이템들.
그러나 지금 경매에 올라오는 건 화려한 장신구 아니면 흔한 물건들이 대부분이었다.
무기나 방어구도 마찬가지.
마력을 품고 있긴 해도, 데시무스에게 사 준 것과 큰 차이는 없어 보였다.
한마디로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말이었다.
‘하급 경매라서 그런지 쓸 만한 게 없네.’
아르칸은 아예 경품에서 시선을 떼고, 직원이 정리해 준 마법서 목록을 살폈다.
‘파이어 볼트랑 홀드는 있고…….’
중얼거리면서 하나씩 집어 보는데 모두 하급 마법서였다.
어차피 경매도 아니고, 여기서 중상급 마법서를 살 수 있으리라 기대하진 않았다.
중요한 건 아르칸이 찾는 마법이 있느냐는 거였다.
‘이번에 꼭 필요한데……. 아, 있다!’
1써클 마법이라 어지간해서는 있겠지만, 없으면 직원에게 구해 오라고 할 생각이었던 마법이 마침 마법서 목록에 있었다.
슬쩍 뒤를 돌아보자 직원이 재빠르게 다가왔다.
아르칸은 마법서 목록을 집어 가면서 말했다.
“이 라이트 마법이랑 하급 마법 강화. 그리고 이것들 살 테니까 가져와.”
“알겠습니다. 곧 준비하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직원이 사라지자 트릴이 넌지시 물었다.
“돈 안 쓰는 거 아니었나요?”
“안 쓰기는, 쓸데가 없는 거지.”
“아하, 다행입니다. 사실 지금 경매에 입찰하면 쓸데없이 돈을 더 쓸 거 같아서요.”
“그게 무슨 말이야?”
“저기에 그 인간족 기사랑 아가씨가 이쪽을 계속 노려보고 있거든요.”
“그래?”
아르칸이 돌아보니 정말 마리엘과 렌돌프가 저 끝에 앉아서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정작 데시무스는 모르는 척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데시무스는 괜찮아?”
“괜찮습니다. 지금 나서 봤자 복수할 수도 없으니까요. 소란을 피우면 아르칸 님께 폐가 될 테고요.”
데시무스의 대답에 아르칸이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인내한 보람이 반드시 있을 거야. 그나저나 저것들 설마 나한테 원한을 품고 경쟁 입찰 해서 가격 높이려고 기다리고 있는 건가?”
“아무래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어디 한번 시험해 볼까?”
마침 새로운 경매품이 올라왔다.
데시무스에게 사 준 것과 비슷한 마검이었다.
몇 번의 입찰이 이어진 후, 아르칸도 가지고 있던 팻말을 들어 입찰에 나섰다.
“네. 2만 1천 골드 나왔습니다! 2만 1천 골드! 아, 곧바로 2만 2천 골드 나왔네요!”
짐작했던 대로 마리엘이 바로 추격 입찰 했다.
아르칸이 다시 팻말을 들자 또 곧바로 쫓아왔다.
아르칸은 슬쩍 뒤를 쳐다보다 마리엘이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것 봐라?’
“어차피 블랙코인으로 지불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돈으로 확 눌러 버리죠.”
마리엘을 본 트릴도 열받았는지 그렇게 말할 정도였다.
“일단 어디까지 따라오나 한번 봐 볼까?”
아르칸이 다시 팻말을 들자 마리엘도 팻말을 들었다.
그걸 몇 번 반복하니 주변에서도 입찰에 끼어드는 대신 흥미로운 눈으로 구경하기 시작했다.
입찰가도 어느새 3만을 넘어 4만에 이르렀다.
“자, 4만 2천! 4만 3천! 4만 4천!”
진행자가 쉴 새 없이 침을 튀기며 숫자를 불러 나가는데, 갑자기 마리엘이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5만! 5만 골드 내겠어요!”
“5만! 5만 나왔습니다! 따라오실 다른 분은 더 없으십니까?”
진행자가 아르칸을 쳐다보며 물었지만, 아르칸은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하고는 팻말을 내려놨다.
“이번 마검은 5만 골드! 5만 골드에 낙찰됐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치열한 승부의 결말이 나자 다른 참가자들도 손뼉을 치며 축하하거나 웃으며 떠들어 댔다.
마리엘도 즐거운지 미소를 지으며 주변에 답례 인사를 했다.
‘그래. 부잣집 아가씨라서 5만 골드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 이거지? 그럼 얼마나 쓸 수 있는지 한번 시험해 볼까?’
아르칸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