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45
45화 상급 경매장 (1)
“크흐흐흐흐흐흐흐.”
차르메인은 웃음이 삐져나오는 걸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그래, 드디어 블랙코인으로 또 뭔가를 샀단 말이지?”
어떻게든 아르칸에게 물 먹이기 위해 투기장에서 개입했지만, 도리어 아르칸의 노예 전사가 우승하게 만들어 버렸다.
분하고 창피한 마음에 투기장에서 뛰쳐나온 차르메인은 그대로 사무실에 틀어박혔다.
거기서 아르칸이 블랙코인을 쓰면 보고하라고 한 뒤, 블랙코인을 쓰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경매장에 가서나 쓸 줄 알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블랙코인을 사용했다는 게 아닌가?
내역을 보니 무슨 생각인지 투기장 결승까지 끝난 상황에서 그 비싼 회복 포션을 10개나 샀다고 했다.
‘이걸 트집 잡아서 블랙코인 결제를 중단시켜야지.’
그러면 곧 있을 블랙마켓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상급 경매에서 아무것도 못 할 게 분명했다.
아르칸이 곤란해하는 걸 생각하니 이제는 있지도 않은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마저 들었다.
“좋아, 당장 찾아야지.”
직접 나서서 말해 줄 작정으로 움직이려는데, 직원이 들어왔다.
아르칸이 회복 포션 5개를 반납했다는 거였다.
“흥, 인제 와서? 그래도 소용없다.”
차르메인은 말 그대로 아르칸을 찾아 날아갔다.
마침 아르칸은 이 블랙마켓 관리사무실 근처에 있었다.
“흐흐흐흐흐, 아르칸.”
“헉, 뭐야. 왜 재수 없게 웃고 있어?”
곁에 있다 놀란 트릴이 쏘아붙였지만, 차르메인은 조금도 불쾌하지 않았다.
곧 블랙코인 결제를 정지시킨다는 말에 아르칸의 얼굴이 일그러질 테니까.
그 상상만으로 행복했다.
“음, 할 말 없으면 가겠다. 경매에 늦을 거 같거든.”
“가서 뭐 하게? 가서 쓸 돈도 없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아르칸이 미간을 모으면서 묻는 걸 보고, 차르메인이 실실거리며 말했다.
“그간 블랙코인을 남용한다고 본앰브로스 님께서 언짢아하셨다. 오늘만 해도 회복 포션을 산다고 펑펑 써 댔지.”
“그래서?”
“내가 본앰브로스 님께 위임받은 권한으로 네 블랙코인의 결제를 정지시키겠다.”
“아, 그래? 그럼 그러든가.”
“아르칸 님이 막 쓰긴 했죠.”
그런데 아르칸은 물론, 옆에 있던 트릴마저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게 아닌가?
‘뭐지? 왜 이리 안 아쉬워해?’
차르메인은 위화감을 느꼈다. 뭔가 놓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게 끝인가? 그럼 가 볼게.”
“어…… 그래.”
차르메인은 찜찜했지만, 더 할 수 있는 게 없기에 순순히 아르칸을 보냈다.
그런 뒤 옆에 있는 직원을 붙잡고 물었다.
“저 녀석이 여기 관리 사무실에는 무슨 볼일로 왔어?”
“아, 그거 말입니까. 본앰브로스 님을 만나고 가셨습니다.”
“뭐? 본앰브로스 님이 오셨어?”
“네. 투기장 결승자에게 줄 인공 마심장을 들고 직접 오셨습니다.”
“지, 진작 말해야지!”
“아르칸 님이 블랙코인 쓰는 거 외에는 귀찮게 하지 말라고 하셔서…….”
“으이그, 정말!”
차르메인은 직원을 한 대 쥐어박으려 했지만, 유체는 그대로 통과해 버렸다.
“에이씨, 되는 게 없네.”
투덜거림으로 민망함을 감추며 가능한 한 빨리 스승님이 계신 곳으로 날아갔다.
‘이미 늦었지만, 하는 수 없지.’
원래 본앰브로스는 자신이 왔는데 제자들이 인사하러 오지 않으면 꼬장을 부렸다.
그렇다고 아예 안 가 볼 수도 없으니 기분이 나쁘지 않기만을 바랐다.
그런데 막상 스승님을 뵈니 기분이 아주 좋아 보였다.
혼나지 않은 게 다행이지만, 그 기분 좋은 모습에 뭔가 불길했다.
“스승님, 뭔가 좋은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아, 차르메인인가? 다 알면서 뭘 또 묻고 그래?”
‘다 안다니…….’
차르메인은 황당했지만, 그렇다고 스승에게 솔직하게 무슨 말을 하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가는 불쾌하게 만들 게 뻔했다.
그러던 차르메인의 눈에 탁자 위에 있는 마석이 눈에 들어왔다.
마석이 내뿜는 마력이 어찌나 진한하고 영롱한지, 한눈에 최상급 마석임을 알아챘다.
‘이야, 저 정도면 7성급은 충분히 되겠는데?’
7성급 마석이면 본앰브로스가 연구에 필요하다며 몇십 년 동안 찾아 헤매던 등급의 마석.
그걸 얻었으니 아주 기뻐할 만도 했다.
차르메인은 짐짓 다 알고 있었다는 듯 말했다.
“좋은 일은 되새기면 더 기분 좋다는 말이 있어서 드린 말씀입니다. 그토록 찾던 마석을 얻었으니 기쁘실 수밖에요.”
“흐흐흐. 그래? 어쨌든 이게 다 네 덕분이다.”
‘내 덕분? 그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차르메인이 의아해하는데 이번에는 다행히 본앰브로스가 바로 알려 줬다.
“네가 아르칸과 엮인 덕분에, 아르칸이 이걸 내게 안겨 줄 수 있었다. 만약 아르칸이 여길 오지 않았다면 이 마석이 정제되지 않고 마원석인 채로 몇십 년은 또 구석에 처박혀 있었을지도 모르지.”
그 말에 차르메인은 충격을 받았다.
‘뭐라고? 아르칸이 저 마석을 안겨 줬다고?’
문득 아르칸이 마원석을 사들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떤 마원석인지도 확인했지만, 딱히 결과물이 좋을 것 같진 않았다.
‘설마 거기에서 7성급 마석이 나왔단 말인가.’
자신의 스승이 그토록 찾던 7성급 마석.
분명 스승은 그걸 사면서 어마어마한 골드를 아르칸에게 안겨 줬을 게 분명했다.
어차피 스승이 가진 골드는 무한에 가까웠으니까.
‘못해도 1천만 골드는 줬을 텐데…….’
차르메인은 그제야 아르칸 블랙코인을 못 쓴다고 해도 조금도 안 아쉬워한 이유를 깨달았다.
‘큭, 인공 마심장도 얻은 데다 어마어마한 돈까지 손에 넣다니.’
시기심에 속이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안 되겠다, 무슨 수를 내야지. 어떻게 하면 아르칸을 혼쭐내 줄 수 있을까? 아, 그렇지!’
차르메인의 머릿속에 한 마왕이 떠올랐다.
바로 마왕 자이데나.
투기장의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볼가의 주인으로, 아르칸의 노예인 데시무스에게 패하는 바람에 우승을 놓쳤다.
안 그래도 사이가 나쁜 파벌인 데다, 그 일에 대해 원한을 품고 있을 게 분명했다.
‘자이데나에게 아르칸을 공격하라고 부추기면 분명 먹히겠지. 원한이 아니라도 아르칸이 천문학적인 골드를 얻었다고 하면 공격하지 않을 수 없을 거야.’
차르메인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사무실 밖으로 빠져나왔다.
* * *
아르칸은 트릴과 함께 상급 경매장에 도착했다.
참고로 데시무스와 볼가는 노예 신분으로 상급 경매장에 출입이 불가하여 여관에서 쉬라고 돌려보냈다.
한편 트릴은 오면서 내내 아쉬워했다.
“그 구하기 힘든 7성급 마석을 본앰브로스에게 덥석 팔다니, 좀 아깝지 않습니까? 차라리 바리스탄 대마왕님께 팔면 아주 기뻐하실 텐데요.”
“오웬 같은 소리를 하는군. 여기는 그자의 손아귀 안이라는 걸 잊으면 안 돼. 안 팔았으면 힘으로라도 뺏어 갔을 거야.”
“에이, 아무리 그래도 대마왕이 그렇게 쪼잔하게 굴겠습니까?”
“금방도 차르메인이 와서 블랙코인을 정지시킨 거 보면 모르겠어? 분명 안 팔았으면 경매장에서 아무것도 못 사게 방해했을 거야. 블랙코인으로 쓴 돈도 내놓으라고 했을 거고.”
본앰브로스의 성격을 잘 아는 아르칸이기에 처음부터 블랙코인은 그저 선금을 당겨 쓰는 게 용도로만 여겼다.
그 선금은 블랙마켓이 끝나기 전에 어떻게든 갚을 생각이었다.
“듣고 보니 별수 없었네요. 그래도 덕분에 자금은 충분해졌으니 경매장에 나온 건 다 사고도 남겠어요.”
“그래야지.”
아르칸이 상급 경매에서 노리는 건 크게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수호의 목걸이나 반지.
목숨이 위험한 순간, 단단한 방어막이 생성되어 보호해 주는 마도구였다.
돈 좀 있는 귀족들은 하나씩 갖고 싶어 했다.
‘이걸 용사에게 하나 쥐여 줘야 안심이 될 거 같단 말이지.’
용사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불로불사의 존재는 아니다. 소설에서처럼 죽어 버리면 아르칸의 미션이 실패하는 거나 마찬가지.
최소한의 보호 장치는 해 두고 싶었다.
두 번째는 아공간 주머니.
설명할 필요 없이 아주 편리한 마도구였다.
‘판타지 소설을 읽을 때마다 한 번쯤 가지고 싶었긴 했지.’
일종의 로망이랄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세 번째는 세계수의 씨앗이었다.
‘내 마력을 늘리는 데 필요해.’
아르칸의 마력을 늘리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바로 드래곤인 피용을 성장시키는 것.
그를 위해서는 성장의 물약이 필요한데, 그 원료가 세계수의 열매였다.
열매를 맺을 정도로 세계수를 키우기 위해서는 엘프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예전에 도와준 엘프 자매들에게 부탁하면 도와주겠지.’
다만, 다른 마왕들도 세계수의 씨앗을 노리기에 주의해야 했다.
마왕성에 세계수를 심으면 마왕성 자체도 아주 튼튼해지기 때문이다.
잠시 후, 상급 경매가 시작됐다.
몇 가지 값비싸지만 실용적이지 않은 물건 몇 개를 넘기고 나자 원하던 물건이 드디어 나왔다.
“이번 경매품은 수호의 반지입니다!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으니 선물하기 좋아, 늘 인기 있는 마도구지요.”
‘딱히 소중한 사람이라서 용사에게 주려는 건 아니지만, 아니. 소중한 사람은 맞나?’
아르칸이 잠깐 혼란스러워하는 순간, 입찰이 시작됐다.
어떤 참가자들이 입찰하는지 살펴보는데, 그중에 마리엘이 있는 게 아닌가?
처음 봤을 때의 미모와 밝음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초조해 보였고, 그 옆의 렌돌프는 마음고생이라도 한 듯 초췌한 모습이었다.
“8만! 8만 골드 나왔습니다! 더 없습니까? 8만 5천 나왔습니다!”
마리엘이 입찰한 8만 골드에 누군가 상위 입찰 했다.
마리엘은 표독스러운 눈으로 그자를 째려보고는 다시 입찰했다.
‘아무래도 저걸 꼭 갖고 싶나 보네.’
확실히 소설에도 몬스터에게 공격당한 귀족이 수호의 반지 효과로 목숨을 구하는 상황이 종종 나왔다.
상류층 귀족이라면 하나씩은 가지고 다니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정도.
‘그런 거면 자신들을 위해 싸우는 용사에게 하나쯤 줘도 될 텐데 말이지.’
아르칸은 입맛을 다셨다.
실제로 용사는 국왕이 최초로 준 무장과 군자금 외에는 별다른 지원을 받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내가 사 줘야지.’
수호의 반지 시제는 대략 40~50만 골드.
7성급 마석을 본앰브로스에게 팔고, 그동안 블랙코인으로 썼던 골드를 모두 정산하고 실제로 받은 골드는 1천2백만 골드.
자금도 넉넉하니 이번에는 끝까지 입찰할 작정이었다.
7만으로 시작한 수호의 반지 입찰가는 순식간에 10만이 됐다.
“11만!”
마리엘은 아르칸이 입찰한 걸 보고 죽일 듯이 노려보며 팻말을 들었다.
“12만!”
“13만!”
“14만!”
“15만!”
“16만!”
“17만!”
어느새 아르칸과 마리엘의 경쟁이 시작됐다.
다른 참가자들은 입찰을 멈추고 지켜보기만 했다.
하급 경매장 때와 같은 양상.
“18만!”
“19만!”
아르칸이 입찰한 걸 보고 따라 입찰하려던 마리엘이 멈칫했다.
렌돌프가 팻말을 들어 올리지 못하도록 붙잡았기 때문이다.
“무슨 짓이야? 저걸 사서 선물하기로 했잖아.”
“저 마왕과 경쟁했다가는 또 우리만 곤란해질 겁니다. 선물을 최소 두 개는 사야 하는데 마검과 신체 강화 포션까지 헐값에 되팔아서 마련한 자금이 전부 아닙니까? 여기서 다 탕진할 수 없습니다.”
“큭.”
그제야 현실을 깨달은 마리엘이 이를 악물더니 팻말을 렌돌프에게 떠넘겼다.
“19만! 19만! 더 없습니까? 그럼 19만에 낙찰되었습니다!”
진행자가 선언했다.
마리엘이 포기하고 다른 이가 입찰에 뛰어들 수도 있었지만, 아르칸을 승자로 인정해 준 거였다.
“훗, 덕분에 시세보다 싸게 샀네.”
아르칸이 마리엘을 쳐다보며 씩 웃었다.
그 뒤에 마리엘은 아르칸에게는 별 필요 없는 보이는 귀금속을 두 개 낙찰받았다.
그 후.
뜻밖의 물품이 경매에 올라왔다.
아르칸이 고대하던 아공간 주머니가 나온 거였다.
“여기 계신 분들께는 아공간 주머니에 대한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겠죠. 중요한 건 내부 크기 아니겠습니까?”
그 말대로 아공간 주머니는 내부 크기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
작게는 주머니 크기의 두 배 정도에 불과한 거부터, 크게는 커다란 저택을 통째로 집어넣을 정도로 큰 것도 있다고 했다.
“이번에 나온 이 아공간 주머니는 저희 블랙마켓에서 내놓은 최상급! 내부에 성을 넣어도 될 정도로 큰데, 무려 그린 드래곤 버네르가가 만든 거라고 합니다!”
‘뭐, 뭐라고? 버네르가의 아공간 주머니라고?’
아르칸은 깜짝 놀랐다.
그 아공간 주머니에 있는 비밀을 알기 때문이었다.
‘이건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해!’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