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46
46화 상급 경매장 (2)
“입찰 시작가는 1백만 골드! 10만 골드 단위로 입찰합니다!”
진행자의 말에 참가객들이 수군거렸다.
모두가 상급 초대장을 얻고 들어오긴 했지만, 1백만 골드는 선뜻 내기에 적지 않은 돈이었기 때문이다.
다들 망설이던 차에 아르칸이 팻말을 들었다.
“1백만! 입찰하셨습니다. 따라오실 분 안 계십니까?”
‘제발 따라오지 마라! 따라오지 마라!’
아르칸이 속으로 빌면서 마리엘 쪽을 쳐다봤는데, 마리엘은 물론 렌돌프까지 깜짝 놀란 걸 보니, 다행히도 그럴 만한 돈이 아예 없어 보였다.
그때 누군가 팻말을 들었다.
자이데나였다.
“쩝.”
아르칸은 입맛을 다시며 입찰했다.
사실 드래곤이 만든 대형 아공간 주머니라고 하면 거기에 있는 비밀을 몰라도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할 만한 물건이긴 했다.
‘분위기 타기 전에 세게 나가자.’
아르칸은 일어서서 말했다.
“2백만.”
“2백만! 나왔습니다. 2백만! 아, 210만으로 따라오네요!”
“3백만.”
아르칸이 또 1백만 단위로 입찰했다.
“이미 얻은 것도 있으니 이 이상은 안 따라가는 게 예의겠지?”
자이데나가 빙긋 웃으며 말하는 게 어찌나 얄미운지.
그걸 원망하기 이전에 이후에도 다른 이들이 입찰 경쟁에 나서, 결국 360만을 내고서야 낙찰받을 수 있었다.
‘비싸긴 하네. 이거 마원석으로 대박 못 냈으면 못 샀겠는데?’
어차피 용사가 마왕을 해치우다 보면 얻긴 했지만, 아르칸에게는 빨리 얻을수록 유용했다.
그 후의 경매품 몇 가지는 그냥 지켜보는데 마지막에 아르칸이 원하던 게 나왔다. 바로 세계수의 씨앗이었다.
세계수의 씨앗도 제법 경쟁이 치열해 290만에 낙찰받았다.
1천2백만 골드가 있었는데 순식간에 약 670만 골드를 써 530만 골드만 남은 거였다.
‘너무 과소비했나…….’
줄어든 골드에 그런 생각을 하던 아르칸은 문득 빙의 초반을 떠올리고는 피식 웃었다.
그때는 포그밀에게 빚진 2천 골드 때문에 마왕성을 빼앗길 뻔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포그밀은 역시 거기서 죽었겠지?’
용사에게 듣기로는 가노트 마왕성에 쳐들어갔을 때, 마왕 가노트와 드리켈라를 비롯해 보이는 마인족은 모조리 해치웠다고 했다.
‘인제 와서 딱히 중요하건 아니지만. 그보다 이번 블랙마켓에 얻은 거나 정리해 볼까?’
오웬을 치료하는 데 필요한 인공 마심장 두 개.
5성급, 4성급 마석과 1~3성급 마석 다수.
뛰어난 언변으로 병력을 잘 통솔할 인간족 데시무스와 강력한 전투원이 될 수인족 볼가를 얻었다.
거기다가 아르칸의 마력을 활용할 수 있는 특수 장갑과.
상급 경매에서 용사에게 선물할 수호의 반지, 최상급 아공간 주머니, 세계수의 씨앗.
원하는 걸 모두 얻어 낸 거였다.
거기다가 530만 골드까지.
‘골드는 좀 더 쓰겠지만.’
아르칸은 트릴에게 데시무스에게 준 무장 외에도 마왕성에 쓸 무기와 방어구를 잔뜩 사 가라고 맡겨 뒀다.
그 때문에 내일 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어쨌든 더할 나위 없는 성과였다.
* * *
블랙마켓의 일정이 모두 끝난 만큼, 아르칸 외에도 모두 돌아갈 채비 중이었다.
그 와중에 한 마왕만이 전투 준비를 하느라 바빴다.
바로 자이데나였다.
“아르칸이 거기로 오는 게 확실한 거지? 이미 통로 밖의 부하들에게 거기로 오라고 전했으니 바뀌면 곤란하다.”
“흐흐,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쪽 통로로 나가면 그 동굴로 나오니, 그 앞에서 진을 치고 있으면 됩니다.”
대답한 건 차르메인.
자이데나는 그의 예상대로 아르칸을 공격하자고 제안하자마자 승낙했다.
다만, 아르칸에게 원한을 품은 것 같지는 않았다.
“후훗. 대마왕 바리스탄의 자식을 잡으면, 내 입지도 높아지겠지. 게다가 이번에 얻은 것들도 다 내 것이 될 것이고.”
‘크윽, 몽땅 가져갈 작정인가.’
차르메인도 아르칸이 이번에 얻은 것들이 탐나긴 했다.
그 반의반만 챙겨도 다른 제자에게 라이프베슬을 넘겨받고도 남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전리품을 나눌 생각은 조금도 없겠지. 하는 수 없지.’
차르메인은 깔끔하게 포기하고 어떻게든 아르칸만 해치우길 바랐다.
다만, 자이데나만으로는 안심이 안 되었기에 슬쩍 다른 마왕에게도 권유했다.
다들 아르칸이 가진 보물에 관심도 있고 아르칸도 만만히 봤지만, 그 뒤에 있는 대마왕 바리스탄이 겁난다며 거절했다.
‘이렇게도 제 아비 덕을 보는군. 재수 없는 녀석.’
차르메인은 투덜대며 내일이 오기를 기다렸다.
귀환 통로가 열리고, 손님들을 블랙마켓을 뒤로하고 하나둘 빠져나갔다.
자이데나는 왔던 길과 다른 통로로 빠져나갔지만, 다른 목적지를 향하는 건 종종 있는 일이라 크게 신경 쓰는 이는 없었다.
그리고 아르칸은 왔던 통로 그대로 마계로 돌아가려고 하고 있었다.
직원들은 끝까지 친절하게 대해 줬다.
트릴은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아쉬운지 눈을 못 뗐다.
“크윽, 언제 또 이런 대우를 받을지 모르겠네요.”
“크하핫, 나도 이런 대우는 처음이었다.”
“음, 블랙코인이 있으니 다음에 또 오면 되는 거 아닌가요? 전 또 오기 싫습니다만.”
볼가와 데시무스도 거들었다.
그 말에 트릴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 보니 초대장은 들어올 때 회수하니까 모두 일회용 아니었나요? 블랙코인은 예외인가?”
“일단 가지.”
아르칸은 대답 대신 마차에 올라탔다.
그 마차는 블랙마켓 내에서 타고 다니는 마차였는데, 본앰브로스가 돌아갈 때도 쓰라고 줬다.
아르칸은 사양하지 않고 받았다.
‘덕분에 마왕성까지 편하고 빠르게 돌아갈 수 있겠네.’
통로를 무사히 빠져나오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마차가 거세게 흔들렸다.
“뭐야? 운전 똑바로 못 해?”
“아니, 아무래도 적의 습격 같다.”
“확실히 그런 것 같군.”
트릴이 마부를 나무라는데, 볼가와 데시무스가 한마디씩 했다.
아르칸도 동감했다. 안 그래도 집히는 데가 있었다.
“설마 했는데, 역시 공격해 오다니.”
아르칸은 마차 밖으로 나왔다.
그곳에는 자이데나와 그 휘하 마족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예상대로군.’
“네가 가진 걸 다 내놓아라!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 주겠다!”
“강도질이라니,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이로군.”
“아쉬워하지 말라고. 어차피 마왕끼리는 뺏고 뺏기는 관계 아니겠나? 너처럼 만만하고 탐스러운 먹잇감을 놓치기는 너무 아깝거든. 후훗.”
그렇게 말한 자이데나는 아르칸의 이마의 작은 뿔을 보며 혓바닥으로 입술을 핥았다.
망나니 이전에 약해 보이는 마왕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때 소문과 다르지 않다는 것도, 내가 마력이 별로 없다는 이야기였겠지.’
그때 슬그머니 허연 유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자이데나 님이 왜 여기서 기다렸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이 차르메인이 함정을 판 거다. 분하지?”
“별로? 딱히 궁금하지도 않고, 분하지도 않은데?”
“뭐, 뭐라고?”
“어차피 나를 만만히 보던 자이데나는 네가 말 안 했어도 쫓아와서 공격했을 거야. 네가 안내해 준 덕분에 조금 편했을 수는 있지만.”
키클로테스의 악마족은 안 그래도 욕심이 많은데, 자이데나는 그중에서도 탐욕스러워 마왕임에도 종종 강도질도 서슴지 않는다고 소설에 나왔다.
아르칸이 볼가의 주인이 자이데나라는 걸 알고 재밌게 됐다고 여긴 것도 이렇게 습격해 오려고 할 게 분명해서였다.
경쟁 파벌 수장의 자식인 데다, 온갖 고가품을 가진 부자. 무엇보다 아주 약했다.
자이데나에게는 이보다 더 탐스러운 먹잇감은 이제껏 없었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크윽, 그래서 분하지도 않나?”
“아니. 어차피 자이데나는 나를 못 쓰러트릴 테니까.”
“훗. 재밌는 녀석이군. 자신감이 넘치는 건 좋지만, 나에게서 살아남을 실력은 안 될 것 같은데?”
자이데나의 검은 눈 속의 황금빛 눈동자가 빛을 발했다. 동시에 이마의 두 개의 뿔이 열이 오르는 것처럼 새빨갛게 달궈지기 시작했다.
마력을 개방하며 실력 발휘를 하려는 거였다.
그때 볼가가 몸을 풀면서 앞으로 나왔다.
“크으, 재밌군. 이 정도는 되어야 싸워 볼 만하지.”
“넌 볼가? 살아 있다니, 어떻게 된 거지?”
볼가가 부활한 건 몰랐던 모양이었다.
딱히 숨기진 않았지만, 직원들 입이 제법 무거운 듯했다.
‘하긴, 직원들의 정체를 생각하면 그럴 만도 한가?’
게다가 볼가는 처음부터 나와 있었는데 이제야 눈치챈 거로 봐서는, 자이데나는 아르칸 외에는 다 무시한듯했다.
“몰랐나? 부활이 내 특성이다.”
“그래? 운이 좋았군. 아니, 이번에는 내 손에 죽게 될 테니까 운이 좋다고도 할 수 없나?”
자이데나는 열받은 듯 한층 더 기세를 더 높였다.
그걸 본 볼가의 얼굴에서 여유가 사라졌다.
“큭, 터무니없이 강하군.”
“훗, 들었지? 설마 볼가를 믿고 태연했던 거야? 내가 볼가랑 놀고 있는다고 해도, 내 부하들이 모두 해치우고도 남을 텐데?”
그 말대로 자이데나는 블랙마켓에 데리고 다니던 마족 외에도 마족 세 명과 병사들을 10여 명은 더 데리고 온 상황.
반면에 따로 마중 나오지도 않은 아르칸의 부하는 모두 셋에 불과했다.
아무리 봐도 불리한 상황.
아르칸은 이 상황에서 굳이 싸울 생각은 없었다.
‘그보다 슬슬 올 때가 됐는데…….’
아르칸이 슬쩍 뒤를 돌아보려 할 때였다.
“푸히힉. 드디어 네 최후를 보게 되는구나.”
익숙한 목소리에 돌아보니, 포그밀이 자이데나 뒤편에 서 있었다. 목 족쇄를 하고 있는 걸 보니 노예가 된 모양.
“뭐야, 너 살아 있었나?”
“저 노예랑 아는 사이인가? 볼가를 샀더니 덤으로 준 녀석인데.”
노예로 전락해서 자이데나의 짐꾼이 된 모양이었다. 상관없지만.
“조금 아는 것뿐이야.”
“푸히이익. 조금이라니!”
분노한 포그밀이 목소리를 높였을 때였다.
쿠쿵!
사방이 뒤흔드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하늘이 어두워졌다.
그 어마어마한 기세에 자신만만하던 자이데나의 얼굴이 굳어 버렸다. 자신으로는 도저히 상대하는 게 불가능한 힘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이 기운은 설마…….”
자이데나가 눈을 부릅뜨고 기운이 몰려오는 곳을 쳐다봤다.
검은 기운이 휘몰아치더니 천천히 형체를 만들어 갔다.
다들 마른침만 삼킨 채 강대한 존재의 강림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검은 로브가 만들어지더니 중앙에 붉은 안광이 뜨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엘더 리치이자 대마왕인 본앰브로스였다.
“보, 본앰브로스 님이 여긴 어쩐 일로…….”
자이데나는 간신히 목소리를 짜내어 물었다.
그가 블랙마켓의 주인이라는 소문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다만 일단은 비밀이라 어지간해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데, 지금은 대놓고 모습을 드러낸 상황.
자이데나는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걸 짐각하고 두려움을 느꼈다.
본앰브로스는 그런 자이데나를 무시하고는 아르칸을 돌아봤다.
“흠. 블랙코인을 반납하지 않고 갔더구나.”
“반납해야 하는 건지 몰랐습니다. 직원들이 계속 돌려줘서요.”
사실 알았지만, 지금처럼 본앰브로스를 불러내기 위해 모르는 척 가지고 있었다.
만약 아르칸의 예상과 다르게 누군가 습격해 오지 않아도 그냥 돌려주면 될 뿐 크게 상관없었다.
한편 자이데나는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안 그래도 붉은 얼굴이 더욱 뻘게졌지만, 둘의 대화에 희망을 가졌다.
‘본앰브로스가 저 블랙코인인지 뭔가를 받아 가고 그냥 돌아가면, 그 뒤에 아르칸을 공격하면 되겠지.’
“여기 돌려드리겠습니다. 어제 뵀을 때도 말씀드렸지만, 본앰브로스 님 덕분에 재미난 구경도 많이 하고, 많은 걸 얻고 갑니다.”
“훗. 나도 덕분에 원하는 걸 얻었지. 내가 한층 더 위대한 존재가 되는 데 자네가 도와준 거나 마찬가지야.”
둘의 친근한 대화에 희망을 품었던 자이데나의 얼굴이 다시 굳었다.
‘젠장, 이러면 공격하지 말라고 하는 거 아니야?’
“하지만 처음에는 블랙코인을 마구 써 댔다는 말에 그대가 망나니 시절 버릇을 떨쳐 버리지 못했다고 생각했지. 마원석으로 도박한 게 실패했다면 내게 막대한 손해를 끼쳤을 게 아닌가.”
“송구스럽습니다.”
‘후. 다행히 미운털이 좀 박혀 있나 보군. 그러면 아르칸을 내버려 두려나?’
그때 아르칸이 씩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절대로 실패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왜 그렇지?”
“제 권능 때문이죠. 바로 감정의 권능입니다.”
거짓말이었지만, 아르칸에게서 7성급 마석을 산 본앰브로스는 믿을 수밖에 없었다.
차르메인도 곧바로 속아 넘어갔다.
‘아니, 그래서 쓸 만한 마원석을 골라 사들였던 건가.’
“권능이 없다고 알려져 있던데, 그런 권능이었군. 이거 참으로 도움이 되겠는데.”
본앰브로스가 뼈다귀만 남은 손가락으로 턱을 만지작거렸다.
구하기 힘든 7성급 마석을 얻었긴 했지만, 연구를 위해서는 상급 마석이 아무리 많아도 모자랐다.
돈이 많지만, 그런 건 돈 주고도 사기 힘들기도 했다.
한편 옆에서 대화를 들은 자이데나는 허탈했다.
‘젠장, 이렇게 된 이상 아르칸은 내버려 둘 수밖에 없나.’
자이데나는 포기하고 마력 완전히 거두려는데, 갑자기 시커먼 기운이 자신을 옭아매는 게 아닌가?
“크억.”
심지어 단순히 속박하는 데 그치는 것도 아니었다.
마력과 생명력이 사라지고 있었다.
본앰브로스가 자신을 공격해 소멸시키려는 거였다.
기겁한 자이데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본앰브로스를 바라봤다.
“아, 아니 왜 저를…….”
“아르칸이 감정의 권능을 가지고 있다는 걸 비밀로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말이 새어 나갔다는 날파리들이 꼬일 테니까.”
그렇게 대꾸한 본앰브로스는 아르칸을 돌아봤다.
자네도 영악하군. 일부러 내 앞에서 권능을 밝힌 건 자이데나를 제거하라는 뜻이겠지. 안 그런가?
“맞습니다.”
아르칸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본앰브로스의 욕심이라면 상급 마석을 감정할 수 있는 권능이 괜히 새어 나가 다른 이가 이용하는 걸 바라지 않을 게 분명했다.
“맹세컨대, 제 권능이 감정이라는 건 다른 마왕에게는 절대로 알리지 않겠습니다. 아버지한테도요.”
“흐흐, 마음에 드는군.”
본앰브로스는 웃음을 흘리며 뼈다귀 손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자이데나와 그 부하들은 어둠에 휘말려 그대로 소멸해 버렸다.
포그밀도 마찬가지.
허무한 최후였다.
‘이게 대마왕의 진정한 힘인가? 진짜 보통이 아니군.’
그런 대마왕을 단신으로 쓰러트렸다는 용사가 새삼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럼 이만 가 보겠다. 다음에 감정 좀 해 줘.”
“아직 끝이 아닙니다.”
아르칸은 돌아가려는 본앰브로스를 붙잡았다.
아직 제일 악질인 녀석을 응징하는 게 남았기 때문이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