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49
49화 망나니 마왕의 친구들 (3)
빈키스를 내쫓은 뒤, 아르칸 마왕성에서는 승리를 축하하는 작은 연회가 열렸다.
오웬은 승리의 주역인 볼가와 데시무스를 칭찬했다.
“볼가는 아주 재빠르게 싸우면서 적을 잘 농락하더군. 데시무스도 잘했다. 용병대를 이끌었다더니 사람을 잘 다루는 게 인상적이었다. 우리 마왕성에는 그런 인재가 필요하지.”
“맞습니다.”
센시아도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 중일 때 오웬과 센시아도 1계층에서 지켜보고 보고 있었다.
어떻게 싸우는지 보면서 만에 하나의 상황에서 도와주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아르칸이 데려왔다고 해도 집사와 경비대장으로서 마왕성의 안위를 둘에게만 맡겨 둘 수 없었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나설 일은 없었지만.
그때 트릴이 물었다.
“근데 그 재수 없는 녀석을 너무 순순히 풀어 주신 거 아닙니까?”
“아마 아르칸 님은 미끼로서 풀어 준 걸 겁니다. 맞습니까?”
데시무스의 물음에 아르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흠. 그럴 거라고 짐작은 했습니다만, 자렐토 님을 노리시나 보군요.”
아르칸의 교우 관계에 대해서 잘 아는 오웬이 한마디 했다.
빈키스 외에도 함께 어울려서 망나니짓을 했던 이는 셋이 더 있었는데, 그중 둘은 별 볼 일 없지만 하나는 최근 마왕이 됐다.
바로 마왕 자렐토였다.
자렐토는 몰락한 마왕의 자식이었는데, 놀랍게도 마정석을 돈으로 사서 다시 마왕이 된 거였다.
다들 진짜 망나니인 아르칸과 달리, 자렐토가 망나니짓을 한 것은 가문을 일으켜 다시 마왕이 되기 위한 연기였을 뿐이었다며 칭송했다.
마정석을 살 정도로 돈을 모은 건 대단한 일이긴 하지만, 아르칸으로서는 칭찬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돈의 대부분이 아르칸에게서 뜯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자렐토가 아는 술집에서 술을 마셨는데 이상하게 돈이 많이 나온다든가.
재밌는 놀이를 준비하는 데 필요하다고 돈을 달라든가.
아니면 마왕성의 귀중품을 마음에 든다고 가져간다든가.
하는 식으로 아르칸에게서 돈을 챙겼다.
따지고 보면 원래 아르칸의 돈으로 산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돌려받아야지.’
물론, 먼저 쳐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지금 주위에서는 대마왕 바리스탄이 무섭다고 쉽게 못 쳐들어오지만, 아르칸이 먼저 쳐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랐다.
아르칸이 본격적으로 마왕전에 뛰어든다고 인식되면, 아르칸 마왕성을 공격해도 바리스탄이 나설 명분이 적었다.
전보다 공격이 잦아질 게 분명했다.
‘그러기에는 아직 일러.’
당장 마왕성 랭커라도 쳐들어오면 막기 어려웠다.
그래서 자렐토가 먼저 공격해 오면 그걸 막아 내고 역공한다는 작전이었다.
다만, 자렐토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자렐토가 마왕이 됐다는 말에, 아버지의 부하였던 마족들이 대거 몰려왔기 때문이다.
드리켈라급에는 못 미쳤지만, 현재의 아르칸이 상대하기에는 버거웠다.
‘아마 자렐토도 같은 생각이겠지.’
그 점이 중요했다.
아르칸을 이길 수 있다고 여겨야 자렐토가 쳐들어올 마음이 생길 테니까.
물론, 아르칸도 이 상태로 붙어서 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빈키스가 자렐토를 불러오기 전에 전력을 확보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방법은 여기 있지.’
아르칸은 아공간 주머니를 위로 가볍게 던져 받으며 어깨 위에 있는 피용을 쓰다듬었다.
“우리 여기로 모험을 떠나 볼까?”
“피이?”
* * *
아르칸의 예상대로 풀려난 빈키스는 씩씩거리며 자렐토 마왕성으로 찾아갔다.
입구에서부터 경비병이 막았다.
“무슨 일입니까?”
“마왕님을 뵈러 왔다.”
“오늘 방문객이 있다고 전달받지 못했습니다만. 혹시 사전에 만나신다고 연락을 주셨습니까?”
“아니. 자렐토와 나는, 그렇게 딱딱한 사이가 아니다.”
“빈키스 님이신 건 압니다만, 바로 들여보내지 말라고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래? 허허, 친우가 오는 것도 꺼릴 정도로 마왕성 내부가 어수선한가 보군. 어쨌든, 빈키스가 왔다고 전해 다오. 긴히 할 말이 있다고 말이다.”
빈키스는 치욕에 몸이 부들거리는 걸 꾹 참고 부탁했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러고 경비병은 한참 뒤에 나왔다.
“오늘은 바쁘다고 다음에 오시랍니다.”
“뭐라고?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나?”
“네, 긴히 할 말이 있다고 하신 거 그대로 전달했습니다.”
“끄응.”
아무래도 자신과 만나고 싶지 않은 게 분명했다.
사실 자렐토가 마왕이 된 후 이곳을 몇 번 찾았지만, 싫어하는 티를 팍팍 내기에 자신도 발길은 끊었었다.
그런데 오늘 와 보니 아예 바로 들이지 말라고 경비병에게 단단히 일러 둔 모양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대놓고 말하는 수밖에 없나.’
빈키스는 애원하듯 말했다.
“한 번만 더 전해 주게. 아르칸 마왕성을 털어먹을 생각인데 이야기 좀 하자고 말이야.”
그제야 경비병의 표정이 달라졌다.
“알겠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다행히 이번에는 집사가 나와서 맞아 줬다.
“자렐토 님이 뵙자고 하십니다. 이리로 오시죠.”
“그러지.”
안내를 받고 들어가니 자렐토가 높은 옥좌에 앉아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심지어 옆에 다른 두 친구도 있었다.
‘쟤들은 왜 저기 있지?’
자신만 불러 주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왠지 서러웠다.
그때 자렐토가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군.”
“어, 어. 오랜만이야. 다들 잘 지냈지? 건강해 보이네.”
빈키스가 너스레를 떨며 다가가려는데 집사가 가로막았다.
“마왕님께, 예를 갖추시죠.”
“뭐라고?”
빈키스는 정말 무릎이라도 꿇어야 하냐며 자렐토를 쳐다봤다.
자렐토는 아무 말 없이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집사의 말에 따르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치잇.”
하는 수 없이 무릎을 꿇기 위해 몸을 숙이려고 할 때였다.
“풋, 장난이 지나쳤나? 우리가 예의 차릴 사이는 아니지.”
자렐토가 빙긋 웃으면서 옥좌에서 일어나서는 빈키스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집사도 물러났다.
어느덧 친구의 모습으로 돌아온 자렐토를 보니 빈키스는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아무래도 내가 장난인지도 모르고 오해했던 모양이야.’
“그보다 아르칸 마왕성을 털어먹을 생각이라니, 그게 무슨 소린가?”
“아아, 그게 말이지. 얼마 전에 아르칸 마왕성이 정상화됐다는 소리에 찾아갔거든. 근데 그 녀석이 5백만 골드를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지 뭔가.”
“5백만 골드?”
자렐토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 주위에 있던 집사와 마족들도 놀란 느낌이었다.
거기에 만족한 빈키스는 더욱 신나서 말했다.
“어, 그렇다니까. 그런데 나한테 1백만 골드는커녕 한 푼도 안 준다지 뭔가.”
“1백만 골드를 달라고 했다고?”
“어, 반을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2할만 달라고 한 건데 그걸 거절한 거야. 심지어 10만 골드도 괜찮다고 했는데도 싫다더군. 너무하지 않나?”
“……그, 그렇지. 그 녀석도 너무하군.”
자렐토는 어이없어하다가 이내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으로 빈키스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래서 여기로 온 건가?”
“그, 그렇지. 아무래도 나 혼자 힘으로는 아르칸을 혼내 주긴 힘드니까 말이야.”
빈키스는 그 눈빛에 찔렸지만, 태연히 거짓말했다.
“에이, 전에는 아무리 아르칸이 마왕이라도 나대면 본때를 보여 준다고 했던 거 같은데. 혹시 본때를 보여 주려다 실패하지 않았나?”
그제야 빈키스는 눈치를 보며 솔직히 말했다.
“실은 그래. 웬 수인족을 용병으로 데려왔나 보더라고. 어찌나 센지 같이 갔던 30명이 박살 났어.”
다른 동료를 회유해 자신을 사로잡은 인간족도 있었지만, 창피했던 빈키스는 그 말은 쏙 뺐다.
“그래서 나보고 혼내 달라고?”
“그냥 둘 수 없잖아. 앞으로 돈 많다고 우리 다 무시할 텐데?”
“흠.”
“그러지 말고 털러 가자. 지금 그 수인족 빼고는 별거 없어. 마왕성을 드나들던 오크도 없고, 경비병도 아직 더 고용 못 했는지 그대로였다니까. 만약 시간을 주면 공격하기 더 까다로워질 거야.”
“그건 그렇겠지. 잠깐 의논 좀 해야겠다.”
“그래, 아무래도 즉흥적으로 결정하기 힘들겠지. 잘 생각해 봐. 너무 늦으면 안 된다는 것만 기억하고.”
“그러지.”
자렐토는 그러면서 몸을 돌려 다시 옥좌에 앉았다.
그러자 집사가 빈키스에게 다가왔다.
“그럼 회의할 동안 잠깐 나가 계시죠.”
“어? 자렐토. 나 나가 있어야 해? ”
“그래 줬으면 하는데. 아무래도 내 입장이 있잖아. 이해해 줘.”
“크음, 이해해 달라니 어쩔 수 없지.”
빈키스는 헛기침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응접실도 아니고, 어디 작은 빈 창고 같은 곳에 있으라는 게 아닌가.
‘자렐토가 알았으면 신경 써 줬을 텐데, 지금 회의하느라 바쁘니까 하는 수 없지.’
꾹 참고 기다리는데, 한참 지나서 집사가 데리러 왔다.
“여러모로 확인하고 의논한 결과, 아르칸 마왕성을 공격하기로 결정했다.”
“그래, 그래. 잘 생각했어.”
빈키스는 그 말만으로 그간의 받았던 모욕과 고생이 보답받는 거 같았다.
심지어 자렐토는 생각지도 못한 제안까지 했다.
“이번 원정대 대장은 빈키스, 네가 맡아 줘야겠다.”
“어, 내가?”
뒤에서 아르칸이 함락되는 걸 구경하며 돈이나 좀 챙길 생각이었던 빈키스는 의외였다.
“그래. 아무래도 한번 쳐들어가 봤잖아. 어려운 병사 지휘 같은 건 내 부하가 할 거야. 그저 믿을 만한 네가 함께해 주면 안심될 것 같아서 말이지.”
“믿을 만하다고? 안심된다고?”
그 말에 홀라당 넘어간 빈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까지 말하면 뺄 수 없지. 나한테 맡겨 둬.”
물론 빈키스도 믿는 구석이 없는 건 아니었다.
‘자렐토도 가능한 한 전력을 최대한 보내겠지.’
대마왕 바리스탄의 자식을 공격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반드시 무너트려야 했다.
무엇보다 어설프게 공격했다가 실패하면 망나니 마왕에게 패배했다며 평생 조롱거리가 될 게 분명했다.
그렇기에 자렐토도 아르칸 마왕성을 함락시킬 작정으로 전력을 다할 작정이었다.
다만, 만에 하나 문제가 생겼을 경우를 위해 책임 소재를 빈키스에게 떠넘기기 위해서 명목상 대장으로 앉힌 거였다.
‘나는 아버지처럼 망할 수 없어.’
심지어 이미 아직 합류하지 않은 아버지의 부하들을 다시 부르고, 병력을 추가로 모집하기 위해 사람을 보냈다.
“그럼 언제 출발할까? 늦으면 아르칸이 돈을 다 써 버릴지도 몰라.”
“흐흐, 그래. 금방 준비시킬 테니까 기다려.”
먼저 재촉하는 빈키스를 보며 자렐토가 사악하게 웃었다.
* * *
아르칸은 피용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 안에 들어가려는데, 그러면 네 피가 필요하거든? 아주 쬐끔만인데. 괜찮아?”
“피이? 피핏.”
피용은 아공간 주머니 안으로 들어간다는 게 이해가 안 되는 듯했지만, 곧바로 흥미를 보였다.
“피잇. 피잇.”
“그래, 어서 들어가자. 조금 아플 수 있는데, 조금만 참아.”
“피. 피. 핏!”
피용이 대답하자마자 아르칸이 손수건으로 꼬리를 감아 칼끝으로 살짝 찔렀다.
피용은 순간 따끔했는지 큰 소리로 울었지만, 이내 괜찮다며 파닥거렸다.
“피이피이.”
“별로 안 아팠다고? 다행이네. 그럼 출발해 볼까?”
“출발이요? 아르칸 님 어디 가십니까?”
마침 들어온 오웬이 물었다.
“아, 잠깐 여기 들어갔다 올 거야.”
아르칸이 아공간 주머니를 가리키며 말했다.
오웬은 고개를 갸웃했다.
“거기 안으로 들어가신다고요? 아공간 주머니 속으로 생명체는 못 들어간다고 들었습니다만.”
“이건 보통 아공간 주머니가 아니거든. 비밀이 있어.”
“비밀이라…….”
“그럼 금방 다녀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아르칸은 아공간 주머니에 피용의 피를 조금 묻힌 손수건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엄청난 빛이 나와서 아르칸과 피용을 휘감더니, 둘은 아공간 주머니로 빨려 들어갔다.
* * *
아르칸이 정신을 차리니 고풍스럽고 커다란 저택 앞이었다.
이 저택은 그린 드래곤 버네르가의 별장, 이곳이 바로 아공간 주머니의 비밀이었다.
“그럼 들어가 볼까.”
아르칸이 그렇게 말하며 발걸음을 옮기자 어느새 수십에 달하는 병사들이 아르칸의 앞으로 가로막았다.
사람과 비슷한 모습이었지만, 머리카락부터 피부는 물론, 무기와 갑옷까지 상아색에 상아 가공품처럼 줄무늬까지 있었다.
드래곤의 이빨로 만들어진 골렘과 같은 인공 생명체, 용아병이었다.
그것도 그린 드래곤 버네르가의 이빨로 만든 거였다.
용아병의 강함은 그 이빨이 머금고 있던 마력에 따라 결정되는데, 버네르가는 고룡인 만큼 이 용아병들도 아주 강력했다.
아르칸을 포위한 용아병들은 일제히 무기를 겨누며 경고했다.
“멈춰라! 침입자!”
용사는 이들을 모조리 힘으로 부순 뒤 저택 안에 들어갔지만, 아르칸은 굳이 싸울 생각은 없었다.
“난 침입자가 아니라 손님인데? 네 주인이 손님을 공격하라고 했나?”
“손님??”
태연히 묻는 아르칸 때문에 용아병들은 순간 혼란에 빠졌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