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62
62화 고룡의 둥지 (2)
이곳이 사막이라는 걸 알게 된 순간, 아르칸은 버네르가의 둥지일 확률이 높다고 짐작했다.
소설에서 용사가 박살 냈던 마왕성 중 하나가 사막에 있는 버네르가의 둥지였었다. ……라고 언급됐었기 때문이다.
‘다른 드래곤의 둥지일 수도 있으니까 확신하진 못했지만.’
그 확인을 위해서 버네르가가 자신의 이빨로 만든 용아병을 소환했는데, 바로 둥지를 지키던 용아병들이 반응한 거였다.
‘하긴 그만큼 중요한 위치니까. 버네르가도 여기에다가 둥지를 마련했겠지.’
둥지 용아병이 물었다.
“동지는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됐나? 그자는 누구고?”
“새로운 주인님이다. 이분을 도와서 숨겨진 곳을 찾으려고 왔다.”
저택에 있던 용아병은 아주 솔직하게 답했다.
덕분에 순식간에 분위기가 아주 험악해졌다.
“새로운 주인님이라니, 어찌 버네르가 님을 배신하고 다른 주인을 섬긴단 말인가!”
둥지 용아병은 금방이라도 공격해 올 기세였다.
그걸 보고 뒤편에서 거리를 두고 지켜보던 마족들이 물었다.
“아르칸 님, 괜찮으십니까? 도와드릴까요?”
바리스탄의 자식인 만큼 공격당해서 다치기라도 하면 곤란해서 묻는 거였다.
“아니, 괜찮다.”
아르칸은 그렇게 말하고 저택 용아병의 대응을 기다렸다.
“오해다. 내가 다른 주인을 섬기는 건 버네르가 님의 뜻이다.”
“버네르가 님의 뜻?? 정말인가?”
“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나. 이 아르칸 님은 버네르가 님의 저택을 물려받으신 분이기에 저택을 지키는 용아병으로서 주인님으로 모시는 거다.”
“음.”
“믿기지 않는다면 내 의식을 들여다봐라.”
저택 용아병이 그렇게 말하고는 눈을 감고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둥지 용아병 중 하나가 나와서 그 손을 잡고 눈을 감았다.
잠시 후.
“이해했다.”
둥지 용아병이 눈을 뜨며 말하더니, 곧바로 아르칸에게 고개를 숙였다.
“귀인을 몰라뵈었군요.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
아르칸은 한바탕 싸워야 하나 싶었는데, 잘 이해하고 넘어가서 다행이다 싶었다.
둥지 용아병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막상막하의 전력끼리 싸우다 보면 서로 막심한 피해가 날 게 분명했다.
‘말을 하지 않고도 의사소통이 되니 참 좋군.’
아르칸은 그렇게 생각하며 둥지 용아병에게 말했다.
“오해는 풀린 거 같고, 그럼 내부를 안내해 줄래?”
“귀인께서 버네르가 님의 유산을 받으셨다고 하나, 이 안에 들어가실 수는 없습니다.”
“왜?”
“버네르가 님께서 자신이 죽은 뒤, 본인의 육신과 보물을 지키라고 저희에게 명령하셨기 때문입니다.”
둥지 드래곤의 말에 아르칸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고룡의 시체?? 이거 본앰브로스가 알면 난리 나겠는데?’
분명 가져다가 본드래곤으로 만들 거라고 집요하게 찾을 게 분명했다.
“귀인께서도 그것들을 노리고 이곳을 찾으신 거 아닙니까?”
“시신을 노린 건 아니지만, 보물을 노리고 온 게 아니라고는 못 하겠군.”
“그러니 저희는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해한다.”
“그럼 돌아가십시오.”
아르칸의 대답에 둥지 용아병이 작별을 고했다. 동시에 다시 모래가 뭉쳐 벽이 생기려고 하고 있었다.
“잠깐, 잠깐만. 왜 이렇게 성미가 급해?”
“무슨 다른 용무라도 있으십니까?”
“있지. 사실 이곳이 버네르가 님의 둥지인 건 몰랐거든. 알았으면 헤집고 다니지 않았을 거야.”
“그러셨을 거라 믿겠습니다.”
“그런데 알게 된 이상, 그냥은 못 넘어가겠네.”
“그건 무슨 의미입니까?”
둥지 용아병들이 검을 겨누며 경계 태세를 취했다.
“내가 아니면 위대한 버네르가 님의 옥체와 보물을 지킬 수 없을 테니까.”
아르칸의 자신만만한 말에 둥지 용아병이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우리를 무시하는 거냐. 우리는 위대한 버네르가 님이 만드신 용아병이다.”
“무시하는 게 아니라 현실이야.”
“우리의 존재를 걸고 명령을 수행할 거다.”
“하지만 실패하겠지.”
“이게…….”
둥지 용아병이 발끈하려고 했을 때, 아르칸 옆에 있던 저택 용아병이 막았다.
“화내지 말고,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 봐라. 너희도 버네르가 님의 명령을 완수하고 싶지 않은가.”
“크흠, 알겠다.”
둥지 용아병은 금세 진정하고 감정을 가라앉혔다.
그걸 본 아르칸이 설명했다.
“지금 우리가 온 건, 바리스탄 대마왕이 이곳에 마왕성을 만들려고 해서다. 드래곤의 둥지를 발견하고 없애기 전에 뭔가 있는지 확인하라는 거지.”
“흠, 대마왕이 말입니까.”
둥지 용아병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대마왕 정도 되면 자신의 주인인 드래곤 버네르가와 동격의 존재.
그 부하들은 어떻게 막아 낼 수 있을지 몰라도 대마왕을 막는 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귀인께서는 마왕으로부터 버네르가 님의 옥체와 보물을 어떻게 지키겠다는 것입니까?”
“여기에 모실 생각이야.”
아르칸은 기다렸다는 듯이 검은 아공간 주머니를 꺼냈다.
‘내 주머니에 넣어 두는 거지만, 지키는 건 지키는 거니까.’
한편 아공간 주머니를 본 둥지 용아병이 눈을 끔벅거렸다.
“이건 버네르가 님이 만드신 아공간 주머니, 이 안에는 네가 지키던 저택이 있는 곳인가?”
“그렇다.”
저택 용아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곳이라면, 버네르가 님을 모시기에 부족함이 없겠지.”
“승낙한 거다? 그럼 뭘 넣어야 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하니까 들어가 보자.”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둥지 용아병은 아르칸이 들어갈 수 있도록 비켜서면서도 뒤에 몰라 따라오고 있던 마족들을 보며 말했다.
“저들은 못 들어옵니다.”
“어, 그편이 나한테도 나아.”
이미 벽이 무너지고 둥지 용아병을 본 이상, 아르칸이 숨겨진 곳을 발견한 건 아버지에게 보고되는 걸 피할 수는 없었다.
‘나도 딱히 그것까지 숨길 생각은 없지만.’
하지만 버네르가의 육신과 보물이 있다는 것까지 보고되는 건 곤란했다.
일단은 숨겨야 둥지 용아병들도 자신을 따를 거고 필요한 보물도 마음껏 쓸 수 있을 테니까.
아르칸은 저 뒤편으로 물러나 있는 마족에게 말했다.
“안을 살펴보고 올 테니, 너희는 이곳에 있어.”
“하지만 아르칸 님, 혹시 위험해지기라도 하시면 저희가 곤란합니다.”
“괜찮아. 책임을 물으면 멋대로 들어가 버렸다고 해. 망나니 마왕을 어떻게 막느냐고.”
“엇, 저희가 어찌 감히…….”
마족들이 당황하는 사이, 아르칸은 벽 쪽으로 향했다.
마족들도 그 변명이라면 괜찮다고 생각했는지 더 쫓아오진 않았다.
아르칸이 벽을 지나치자 모래들이 움직이더니 순식간에 다시 벽을 만들었다.
언제 구멍이 있었냐는 듯 뚫려 있었던 흔적조차 감쪽같이 사라졌다.
내부는 아주 넓었는데 양옆으로 커다란 문이 보였다.
둥지 용아병이 설명했다.
“왼쪽에는 버네르가 님이 잠들어 계시고, 오른쪽은 버네르가 님의 보물들이 있는 창고입니다.”
“인사부터 하는 게 맞겠지.”
아르칸이 왼쪽으로 가니 둥지 용아병들이 달려가서 조심스레 문을 밀었다.
버네르가는 이미 죽었지만, 그 평온을 깨지 않도록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아르칸은 그 의사를 존중해 잠자코 기다렸다.
이내 문이 열리고 문 너머의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는 거대한 드래곤이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분명 사망한 지 오래전일 텐데도 그 육신은 아직 살아 있는 것만 같았다.
갑자기 고개를 들어 이쪽을 쳐다봐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
아르칸은 왜 그런지 금방 눈치챘다.
드래곤이 위대한 존재이기도 하지만, 드래곤의 비늘에 윤기가 흐르고 생기 있어 보이는 건 곁에서 보살피는 용아병들이 있어서였다.
그들은 예술품을 대하듯이 버네르가의 비늘을 하나하나 정성스레 닦고 있었다.
“일단 버네르가 님의 육신부터 안에 넣어 둘게.”
“알겠습니다. 저희 중 다섯은 함께 들어가서 버네르가 님을 돌보고 싶습니다만.”
“편한 대로 해.”
아르칸이 다가가자 용아병들은 이미 상황에 대해 전달받은 듯 움직임을 멈추고 아르칸의 옆에 나란히 섰다.
아르칸은 먼저 그들부터 아공간 주머니에 넣었다.
그런 다음, 곧바로 버네르가의 육신을 아공간 주머니 안에 집어넣었다.
별말 없는 걸 보면 시신이며 용아병이며 무사히 들어간 모양이었다.
이 이후의 일은 아마 저택 용아병들이 도와줄 터였다.
‘그러고 보니 저택 용아병들도 버네르가를 다시 볼 수 있어서 좋아하겠군.’
이어서 보물 창고로 향했다.
마룡 크세트카흐의 둥지는 이미 털려서 보물이라고 할 만한 게 거의 없었다.
반면에 여기는 용아병들이 철저하게 지키고 있었으니 많은 보물이 남아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보물 창고에 금은보화는 거의 없었다.
보물 창고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 특이한 나무와 식물들이었다.
“버네르가 님은 이 사막을 언젠가는 푸르게 만들고 싶어 하셨습니다. 그를 위해서 미리 준비해 뒀던 것들이죠.”
둥지 용아병이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린 드래곤인 버네르가가 왜 사막에 둥지를 만들었나 했더니 그런 꿈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렇군. 그러면 저것들도 다 챙겨 가야겠네.”
“네, 그래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행히 아공간 주머니에는 공간이 남아돌았다.
다만, 저걸 일일이 다 집어넣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보니, 아르칸은 아예 저택 용아병에게 아공간 주머니를 맡겼다.
그리고 둥지 용아병들이 특이한 나무와 식물들을 안으로 넣는 걸 지켜봤다.
‘이 중에 쓸 만한 게 있었으면 좋겠네.’
다만 저걸 전부 집어넣으려면 아무래도 한참 걸릴 것 같았다.
지루했던 아르칸은 한쪽 구석에 모아 둔 보물들을 살펴보기 위해 다가갔다.
저것도 일단은 다 챙겨 갈 생각이지만, 뭐가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아무리 별로 없다고 해도 금은보화만 해도 대여섯 상자는 됐고, 각종 무장과 고서, 특이한 물건들이 무심하게 나뒹굴고 있었다.
아르칸은 둥지 용아병을 하나 불렀다.
“저것들은 좀 내놓아야 할 거야. 숨겨진 장소를 찾았는데, 아무것도 없으면 수상하게 여길 테니까.”
“아, 저건 전부 다 내놓아도 문제없습니다. 버네르가 님 생전에도 그것들에는 그리 애정을 갖고 계시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래? 그러면 보고 필요한 것 좀 챙겨도 될까?”
“귀인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
허락까지 얻으니 뭐가 있는지 찾아볼 의욕이 샘솟았다.
‘일단 골드랑 보석이든 상자는 됐고. 어, 이건 아공간 주머니?’
손을 넣어 안을 확인하니 하급품인 듯 내부 공간이 그리 크진 않았다.
사람 하나 들어갈 정도? 그래도 내부에는 마석이 일곱 개가 들어 있었다.
아쉽게도 7성급은커녕 대부분 1~3성급 정도로 보였다.
‘하긴, 상급 마석이면 여기에 있지도 않겠지.’
무기와 방패, 갑옷들은 당연히 마력이 있었는데, 이것들도 최고가 2성급이었다.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아무래도 아쉬웠다.
‘남은 건 고서 정도인가. 마법서라도 있으면 좋겠네. 게티아에게 먹이게.’
아르칸은 기대를 내려놓고 고서들을 뒤적거렸다.
“크릉.”
함께 마법서를 찾아보던 게티아가 흥미를 잃은 듯 아르칸의 품에 파고들었다.
마법서가 없는 걸 확인해서였다.
그때, 둥지 용아병이 다가왔다.
“아까 그 마족들이 귀인을 내놓으라고 외치며 벽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음, 그래?”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지만, 아무래도 아르칸이 벽 너머로 사라진 지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안 돌아오다 보니 걱정된 모양이었다.
“아직 많이 남았어?”
“아니요. 곧 마무리되어 갑니다.”
둥지 용아병의 말처럼 어느덧 그 많은 나무와 식물 들이 안 보였다. 아공간 주머니 안에 집어넣은 거였다.
“그래, 그럼 슬슬 나갈 준비를 해야겠네.”
아르칸은 그렇게 대꾸하면서 고서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한 고서가 눈에 들어왔다.
“호문쿨루스? 설마.”
아르칸은 고서를 집어 들고 대충 훑어보고는 자신이 생각했던 그 책이라는 걸 확인했다.
이 심플한 제목의 고서는 호문쿨루스의 제작 방법에 대해 기술되어 있는 것.
희귀한 책이기도 했지만, 더 중요한 용도가 있었다.
‘이거면 오웬을 고치는 사람을 불러올 수 있겠어.’
아르칸은 예상 밖의 수확에 아주 기뻐하며 용아병에게 말했다.
“이제 돌아가자.”
* * *
“뭐라고? 아르칸이 찾았다고?”
“젠장, 어떻게 찾은 거야.”
브리카와 길렉은 드래곤 둥지를 탐험하던 마족들이 전해 준 소식에 한탄했다.
이번에는 막냇동생보다 빨리 숨겨진 장소를 찾아 만회하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그런데 그 소식을 알려 준 마족들의 표정은 자신들보다 훨씬 심각한 게 아닌가?
왜 그런지 이야기를 들은 브리카와 길렉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아르칸이 이곳을 지키는 뭔가와 숨겨진 장소로 가서 안 나온다고?”
“너희는 그걸 그냥 두고만 보고 있어? 따라갔어야지!”
“아르칸 님이 괜찮다고 하셔서…… 뒤늦게 저희도 들어가 보려 했습니다만, 저희 힘으로는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끙, 거기로 안내해라. 아르칸을 구하러 가겠다!”
“맞아! 그 녀석 약하잖아. 우리가 도와줘야 해!”
의기투합한 형제는 곧바로 마족을 따라 이동했다.
“우리 동생을 건드린 대가를 치르게 해 주겠다!”
“절대로 가만 안 둘 거야!”
한창 씩씩거리면서 달려가는데 옆에서 누군가가 부르는 게 아닌가?
“어, 형님들? 어디로 가십니까?”
누군지 보니 어느새 밖으로 나온 아르칸이었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