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64
64화 또 다른 불청객 (1)
의문의 공격을 막아 낸 직후.
가장 먼저 움직인 건 바리스탄이었다.
“감히 아네스를 공격하다니!”
분노한 바리스탄이 맹렬한 화염을 내뿜었다.
공격이 날아온 방향 그대로 날아간 화염은 천장을 날려 버리긴 했지만, 허공에 있던 존재에게 적중했다.
바리스탄이 화염의 권능을 펼쳤을 때의 위력은 드래곤 브레스에 버금갔다.
지금은 아무래도 가족이 함께 있어서 전력을 다하지는 못하더라도, 이를 견딜 수 있는 존재는 이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였다.
그러나 습격해 온 존재는 그 공격을 가볍게 견뎌 냈다.
“흥, 여전히 형편없는 게 촛불 같군.”
그 존재는 자신의 몸에 붙은 화염을 먼지 털어 내듯 툭툭 털어 내며 모습을 드러냈다.
습격자는 3m는 족히 넘어 보이는 거대한 체구에 터질 듯한 근육을 가졌는데, 피부 또한 검붉어서 그 근육이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거기다 화살촉 모양의 기다란 꼬리, 몸을 감싸고도 남을 정도의 거대한 박쥐 날개가 달려 있었다.
전형적인 악마의 모습.
악마족이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머리의 뿔이었다.
보통 이마에 나거나 미간에 나거나 하는데, 눈앞의 존재는 이마와 미간 모두에 뿔이 있었다.
단단하게 치솟아 있는 세 개의 뿔은 왕관을 쓴 것처럼 보였다.
아르칸은 바로 누군지 알아챘다.
‘대마왕 키클로테스! 저자가 왜 갑자기 공격해 왔지?’
키클로테스는 마계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악마족 파벌의 수장. 즉, 사대마왕 중 하나였다.
아니 마왕성 랭킹에서도 2위로, 사대마왕 중 가장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소설에서 용사가 죽은 것도 대마왕 셋이 힘을 합쳐서인 것도 있지만, 키클로테스가 결정타를 날려서였지.’
한편 바리스탄은 방금 공격은 인사에 불과했다는 듯 더욱 마력을 끌어올렸다.
“키클로테스! 가만두지 않겠다!”
순식간에 사방에 불길이 치솟으며 바리스탄의 몸이 불꽃처럼 변화하려고 했다.
“흐흐, 이제 좀 뜨거워지기 시작했군. 어디 한번 본격적으로 해볼까?”
키클로테스도 더욱 짙은 마기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그걸 본 아르칸은 식은땀을 흘렸다.
‘이러면 곤란한데.’
저 두 대마왕이 진심으로 싸우면 사방이 초토화되고도 남았다.
바리스탄이 화난 와중에 처음부터 전력을 다하지 않은 것도 그 피해를 고려해서였다.
그때 아네스가 나섰다.
“키클로테스, 생일 선물로는 과하네요. 무엇보다 제 생일은 내일인걸요?”
목숨이 위험할 뻔했는데도 침착한 태도였다.
“흥, 하찮은 마인족의 생일이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뭐라고?”
“이 자식, 가만두지 않겠다!”
어머니를 하대하는 모습에 브리카와 길렉도 화를 내며 투지를 불태웠다.
[마법 스크롤 작성, 할루시네이션.] [권능 스킬, 마력 뿔.] [권능 스킬, 마력 공유.]“나는 괜찮으니까 다들 진정해.”
“하지만 어머니……”
“마인족인 건 사실이잖아.”
어머니가 멋쩍은 듯 혀를 삐쭉 내밀면서 자신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마인족 중에서도 마력이 거의 없는 탓에 뿔이 없었다.
그 때문에 아버지가 반해 구애했을 때도 어머니는 거절했었다. 결국, 어머니도 마음이 없는 건 아니어서 승낙했지만.
그 후로 여러 구설수에 휩싸였지만 모두 사랑의 힘으로 이겨 냈다.
어쨌든 아르칸은 자신이 마력이 없는 건 어머니 때문이라고 원망한 적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본인의 열등감 덕분에 모든 걸 망친 거지만.’
“쩝, 흥이 깨졌다.”
키클로테스가 기운을 거둬들였다. 아네스의 반응에 싸울 마음이 사라진 거였다.
[권능 스킬, 마력 공유.]‘그렇다고 해서 먼저 공격당한 입장에서는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바리스탄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물었다.
“대체 갑자기 왜 공격해 온 거냐?”
“그건 저 녀석이 잘 알 거다.”
키클로테스가 그렇게 대꾸하면서 아르칸을 가리켰다.
그러자 다들 아르칸을 쳐다봤다.
대마왕 본앰브로스에 이어서 대마왕 키클로테스까지 찾아오다니.
정작 짚이는 데가 전혀 없는 아르칸은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어, 왜 날? 난 전혀 모르겠는데?”
“뭐라고? 자이데나를 벌써 잊은 거냐?”
키클로테스가 버럭 화를 냈다.
“자이데나? 음, 누구지? 자이데나라……. 아!”
아르칸은 겨우 기억해 냈다.
자이데나는 바로 블랙마켓에서 만났던 악마족 마왕이었다.
아무래도 짧은 만남이었기에 바로 기억나지 않았다.
“혹시 자이데나랑 무슨 관계인데? 가족? 부하?”
“둘 다다!”
“억, 그래?”
아르칸은 깜짝 놀랐다.
그거라면 키클로테스가 직접 복수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래도 순순히 당해 줄 이유는 안 되지만.’
[권능 스킬, 마력 공유.]게다가 중요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걔는 본앰브로스가 처치한 거 몰라?”
아르칸이 거짓으로 자신의 권능이 감정이라고 밝히자 본앰브로스가 자이데나를 순식간에 소멸시켰다.
아르칸이 감정의 권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새어 나가지 않게 한 거였다.
즉, 아르칸이 부추긴 건 맞지만 처치는 본앰브로스가 한 것.
‘그나저나 본앰브로스가 입막음했는데, 나랑 연관되어 있는 건 또 어떻게 안 거지.’
“본앰브로스에게도 책임을 물을 거다. 너한테는 한 가지 더 원한이 있어서 온 거다. 쿠르크는 네가 죽인 게 확실하니까.”
“쿠르크??”
그 말에 브리카가 깜짝 놀랐다.
쿠르크는 브리카가 데리고 있던 악마족 출신의 부하로, 마왕성에서 쫓겨난 뒤 인근에서 도적 두목을 하는 걸 아르칸이 해치웠었다.
“……쿠르크와는 또 무슨 관계인데? 가족? 부하?”
아르칸이 설사 설마 하면서 물었다.
‘설마 또 가족이자 부하인 건 아니겠지.’
“가족이자 부하가 맞다.”
키클로테스의 말에 아르칸은 당황했다.
자신이 해치운 악마족 둘 다 대마왕과 친밀한 관계라니 기가 막힌 우연이 아닌가.
‘이거 그냥 넘어가기 힘들겠는데?’
[권능 스킬, 마력 공유.]그때 바리스탄이 어이가 없다는 듯 대꾸했다.
“어차피 진짜 혈연도 아니잖아! 모든 악마족은 네 가족이고 네 부하라는 게 농담이 아니었나?”
‘뭐야, 그런 거였어?’
아르칸이 속았다는 사실에 황당해하는데, 키클로테스는 뻔뻔하게 말했다.
“피를 나누진 않았지만, 마신의 은혜를 받았으면 한 가족이나 마찬가지지. 그리고 그 정점에 선 내가 모두를 부리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권능 스킬, 마력 공유.]‘그런 설정이 있었다니.’
아르칸도 처음 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용사가 악마족의 영역까지 쳐들어가지 못한 채 죽는 바람에 소설에서도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악마족들이 지금까지 별말이 없는 건, 대마왕이 언급하면 모를까 자신들이 키클로테스의 가족이며 부하라고 자처하는 건 아무래도 어려워서인 듯했다.
그게 아니면 대마왕 혼자서 그런 생각을 품고 별다른 말이 없든가.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만.’
[권능 스킬, 마력 공유.]“어쨌든 앞으로 조심해야 할 거다. 내 가족을 건드리는지 내가 지켜볼 테니까.”
키클로테스가 그렇게 말하며 아르칸을 지목하자 어마어마한 힘이 아르칸을 짓누르려고 했다.
옆에 있던 브리카와 길렉마저도 엄청난 위압감을 느낄 정도.
그러나 마룡의 가호 덕분에 아르칸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도리어 손을 내뻗으며 외쳤다.
“시끄럽고. 이거나 먹어라!”
아르칸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마탄이 키클로테스를 노렸다.
팡!
“무슨 잔재주를…….”
키클로테스가 대응하기도 전에 마탄이 키클로테스를 뺨을 후려쳤다.
그것도 고개가 돌아갈 정도의 위력이었다.
‘쩝, 지금은 이 정도밖에 안 되네.’
아르칸은 키클로테스가 공격해 온 걸 확인하고, 틈을 봐서 반격할 준비를 했다.
환영 마법 할루시네이션으로 자신이 준비하는 모습을 감추고 용아병들을 소환한 뒤.
권능 스킬 마력뿔을 활성화한 상태에서 마력 공유로 차근차근 마력을 모았다.
그렇게 최대한의 마력을 끌어모아 마탄을 쏜 거였다.
피용을 불러내 드래곤 브레스를 쏠 수도 있었지만, 피용에게 모든 마력을 공유해 주기에는 아르칸의 신체가 받쳐 주지 않았다.
무엇보다 블랙 드래곤의 브레스를 잘못 썼다가는 거대 거미의 둥지 때처럼 저택과 그 인근이 초토화될지도 몰랐다.
어쨌거나 비장의 일격이었기에 안 쓰는 게 좋았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아르칸은 한 대 얻어맞고 분노해 부들부들 떠는 키클로테스에게 말했다.
“어떠냐? 어머니를 공격한 복수다.”
“이 자식이.”
참다못한 키클로테스가 다시 덤비려고 할 때였다.
“대마왕님! 괜찮으십니까?”
“바리스타 님! 저희가 왔습니다!”
무장한 마족들이 잔뜩 몰려왔다.
모두 바리스탄의 부하들로, 전성기의 오웬처럼 하나하나가 독립만 안 했을 뿐, 마왕급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상대가 대마왕 키클로테스라는 걸 알고도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완벽한 전투태세를 갖췄다.
바리스탄은 대마왕성을 지키느라 마음껏 싸우기 힘들었지만, 이곳을 방어하기 위한 전력은 더 많았다.
이대로라면 지루한 싸움이 될 거라 예상한 키클로테스가 인상을 썼다.
“쯧, 귀찮게 됐군. 이만 돌아가겠다.”
“불청객이니 배웅하지 않겠다.”
바리스탄도 본격적으로 싸우는 건 곤란하다고 여겼는지 그렇게 대꾸하며 노려볼 뿐이었다.
키클로테스는 아르칸을 눈에 담아 두려는 듯 잠깐 노려보더니 날개를 펼쳐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한편 아르칸도 그런 키클로테스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어머니를 해치려고 하다니, 넌 반드시 죽여 버린다.’
마신이 되는 데 굳이 다른 마왕들을 해칠 필요는 없지만, 어차피 마신을 숭상하다시피 하는 악마족과는 충돌은 피할 수 없었다.
특히 그 수장인 키클로테스는 언젠가 싸워 쓰러트려야 할 상대임은 틀림없었다.
‘저 녀석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용사와 힘을 합치면 못 해치울 것도 없지. 그 전에 신경 써야 할 일은 따로 있지만.’
아르칸은 난처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봤다.
‘이 일을 어쩌지.’
키클로테스가 자신 때문에 여기에 쳐들어와서 어머니를 공격했다.
다행히 자신이 준 수호의 반지가 작동해 막아 내긴 했지만, 집안에 위험을 끌어들인 건 피할 수 없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좋았던 화목한 분위기는 끝나고, 이제 형들은 자신을 공격할 절호의 기회라고 여겨 자신을 성토할 게 분명했다.
아버지도 자신을 혼낼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쩌겠어. 이건 진짜 내 탓인걸.’
아르칸이 풀 죽은 얼굴로 무슨 소리를 하더라도 마음을 굳게 먹자고 다짐하고 있을 때, 브리카가 다가왔다.
‘큰형부터인가…….’
그렇게 다가온 브리카가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잘했다. 역시 내 동생이다.”
‘어?’
아르칸이 당황할 때, 길렉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잘했어. 나도 저 재수 없는 녀석에게 한 방 먹이고 싶었거든.”
하긴, 어머니가 공격받았는데 어느 아들들이 분노하지 않겠는가.
아르칸에게 악감정이 있다가도 공통의 적 앞에서 뭉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형들이 미심쩍게 여겼던 아르칸의 개심도, 아르칸이 분노하는 모습에 믿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군. 저 죽일 놈의 키클로테스 덕분에 형들과 꼬인 관계를 풀게 된다니……’
아버지도 기특하다는 얼굴로 아르칸을 칭찬했다.
“크크, 저 대마왕에게 한 방 먹이다니 참으로 장하다. 그런 능력도 있을 줄이야. 이 아비도 놀랐는걸.”
극찬에 쑥스러워하는데 아네스가 다가왔다.
“어머니, 놀라게 해 드려서 죄송해요. 저 때문에…….”
“아니야, 이 어미는 괜찮단다.”
고개를 저은 아네스는 아르칸의 손을 잡았다.
“위험한 짓을 하지 말라고 하고 싶지만. 너도 어엿한 마왕이니 피할 수는 없겠지. 그래도 키클로테스 대마왕은 보통이 아니니 조심해야 한다.”
그러자 브리카와 길렉이 아르칸의 양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지켜 줄 테니까요.”
“맞아요. 형제끼리 힘을 합치면 아무리 대마왕이라고 해도 별거 아니에요!”
그렇게 큰 소동이 있었지만, 가족끼리의 생일 축하 자리는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그러나 생일잔치는 아직 끝이 아니었다.
아르칸은 내일부터 대마왕의 자식으로서 손님들을 맞이해야 했기 때문이다.
‘사, 살려 줘…….’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