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69
69화 1 대 6의 상황에서 승리하는 법 (4)
마왕 알라스타르와 솔릭이 돌아간 뒤, 오웬이 우려를 표했다.
“아르칸 님, 어쩌실 작정입니까? 나크룸에게 복수를 맹세하셨지 않습니까? 저들을 응징하겠다고요.”
그때 문을 박차고 나크룸이 들어왔다.
“크취익. 어디 있냐! 내 원수들이 이곳에 왔다고 들었다!”
“소식 한번 빠르네. 그보다 몸은 많이 회복됐나 보네?”
패배 후 한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않아 근육마저 빠졌던 나크룸의 육신은 처음 봤을 때처럼 강인해 보였다.
‘상처는 잔뜩 늘었지만.’
“아르칸 네가 회복 포션을 준 덕분이야. 이 은혜는 잊지 않겠다. 그보다 내 원수는 어디 있나.”
“돌아갔어.”
“왜? 바로 잡아 죽여도 시원찮은 녀석들이다!”
“진정해. 나랑 싸우러 온 것도 아니고 이야기하러 왔는데, 무턱대고 공격할 수는 없지.”
“…….”
나크룸이 입을 꾹 다물며 진정했다.
아무리 원수라도 이야기하러 온 상대를 덮쳐서 공격하는 건 용맹하지 않다고 여긴 거였다.
“미안하다. 내가 흥분했군.”
“이해한다. 그보다 내게 대장이 되어 달라는군.”
“크취익! 뭐라고!!”
나크룸은 다시 흥분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어지는 아르칸의 말에 그 흥분은 급속도로 가라앉았다.
“그래서 하겠다고 했어.”
“……그런가. 하긴 그들을 부하로 두면 나쁠 게 없지. 아니, 네게 큰 이득이 되겠군. 내 복수는 신경 안 써도 된다.”
나크룸은 자신의 복수보다는 진정으로 아르칸이 잘되기를 바라서 하는 말이었다.
‘의리 하나는 정말 대단하단 말이야.’
내심 감동한 아르칸은 웃으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복수는 할 건데.”
“정말인가?”
“그래, 오히려 잘됐지 뭐야.”
“그 잘됐다는 게 이해가 안 갑니다만.”
잠자코 있던 오웬도 너무 궁금한지 한마디 했다.
“잘 들어. 내가 대장이면 저들은 날 공격 안 할 거 아니야?”
“크취익, 아무래도 그렇지.”
배신하기 위해 방심시키는 걸 수도 있지만, 바리스탄을 생각해서라도 그러긴 힘들었다.
“아, 그러면 그사이에 수인족 마왕들을 해치울 작정이십니까?”
“어, 그럴 거야.”
오웬의 말에 아르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나크룸은 여전히 이해가 안 가는 듯 물었다.
“수인족 마왕들을 해치우고 나면? 저 알라스타르와 솔릭은 네 부하니까 내버려 둘 생각인가?”
“지금 수인족 마왕 셋을 상대할 거라는데, 그다음에 어떻게 할 건지 걱정하다니. 반드시 이길 거라고 생각하나 보네.”
“크취익. 아르칸이니까 당연하다. 그보다 말 돌리지 말고 어떻게 할 생각인지 알려 다오.”
“그것들이야 내 명령을 따른다면 내버려 둘 수밖에 없겠지.”
“명령?”
“그래, 수인족 마왕을 해치운 다음에는 가진 마정석을 너한테 주라고 명령을 내릴 거거든.”
“음? 마정석을 나한테 준다고? 그게 무슨 말이냐? 이해가 잘 안 된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나크룸에게 오웬이 대신 설명해 줬다.
“마왕의 자리를 네게 넘겨주라는 의미다. 당연히 터무니없다며 반발할 텐데, 아르칸 님은 그걸 명분 삼아서 공격하실 거라는 뜻이지.”
“크취익. 어쨌든 나중에 그 녀석들이랑도 싸운다는 거지?”
“그래, 그러니까 걱정할 거 없어.”
“크취익. 알겠다.”
나크룸은 그제야 안심이 된 듯 표정을 풀었다.
“준비하니까 생각났는데, 오웬. 내가 준비하라고 한 건 끝났어?”
“네. 충분히 준비해 뒀습니다.”
“좋아, 그럼 바로 움직이면 되겠군. 그럼 이번에는 선전포고를 해 볼까?”
“어느 마왕에게 선전포고를 보냅니까?”
“마왕 베리나에게 보내야지. 오크들의 복수를 한다고 해.”
“알겠습니다. 곧바로 보내겠습니다.”
* * *
선전포고를 받은 베리나는 화들짝 놀랐다.
“츠츳. 하필이면 이럴 때.”
솔릭이 갑자기 쳐들어온 탓에 피해가 막심한 와중에 아르칸이 또 쳐들어온다니 난감했다.
심지어 아르칸은 예전의 그 망나니 마왕이 아니라, 마왕성 랭킹에 진입한 랭커였다.
혼자서는 막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을 내린 베리나는 곧바로 연합을 맺은 다른 마왕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나미라와 아그나르가 곧바로 찾아왔다.
“츠츳, 제발 도와줘. 이대로라면 끝장이야.”
“망나니 마왕 따위에 겁먹지 마. 우리가 힘을 합쳐서 본때를 보여 주면 돼.”
“당연한 거 아니야? 나도 함께 싸울 거라는 거 말 안 해도 알지?”
“츠츳. 그래그래, 고마워. 그런데 왜 알라스타르는 연락이 없지?”
금방까지 싸웠던 솔릭이 올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알라스타르까지 연락이 없는 건 의외였다.
“음, 아르칸이 바리스탄의 자식이라서 눈치가 보이는 건가?”
“연합인데 이럴 때 힘을 안 합치는 건 말이 안 되잖아?”
“아르칸이 오려면 아직 시간이 있으니 우리가 가서 알아볼게.”
“츠츳. 부탁해.”
* * *
나미라와 아그나르는 그길로 알라스타르 마왕성을 찾았다.
알라스타르는 둘에게 아르칸이 베리나에게 선전포고를 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아르칸이 벌써 움직였다고?’
이내 왜 그런지 짐작하고는 입꼬리를 올렸다.
‘안 그래도 탐욕스러워 보이던데. 이미 다 자기 거라고 생각하니 한시라도 가만히 있지 못하겠나 보군.’
그걸 보며 아그나르가 미간을 찌푸렸다.
“왜 웃어? 지금 베리나가 공격받을 거라는데 웃음이 나와?”
“미안하다. 왜 아르칸이 움직였나 생각하니까 실소가 나왔다.”
“어, 뭔가 아는 게 있어? 우리한테도 알려 주면 안 돼?”
“사실 나와 솔릭은 현재 아르칸의 부하가 됐다.”
그 말에 나미라와 아그나르가 화들짝 놀랐다.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부하가 됐다니?”
“그 말대로다.”
“설마 우리를 배신하기로 한 건가?”
“실망인데?”
“배신은 아니다. 바리스탄 대마왕의 명령이니까.”
새빨간 거짓말이었지만, 저 수인족 마왕들이 그 명령이 사실인지 확인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음, 그래?”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거네?”
나미라와 아그나르는 금방 납득했다.
자신들도 대마왕 제니칼이 요구하면 거절하기 힘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미라가 문득 생각난 듯 물었다.
“그럼 혹시 아르칸의 편에 서서 우리를 공격할 거냐?”
“아무리 그래도 우리 사이에 그럴 수는 없지 않겠나. 명령이 내려와도 최대한 지체하겠다. 그러면 그 성격에 혼자서 싸우려고 할 거다.”
“그렇게만 해 준다면 어떻게든 되겠지.”
“아무리 마왕성 순위권에 든 마왕이라고 해도 3 대 1이니까 할 만하다는 거지? 나도 동감한다.”
“그래, 무운을 빌겠다.”
알라스타르의 말에 두 마왕은 아쉬워하면서도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으니 다행이라고 여기며 돌아갔다.
그러자 옆방에 있던 마왕 솔릭이 나타났다.
“크크, 저것들이 아쉬워하는 꼴을 보니 기분이 좋군. 그나저나 알라스타르 정말 네 계획대로 되고 있는데? 대단해.”
“아무렴 누구 계획인데. 끝까지 차질 없이 진행될 거다.”
수인족 마왕들과 아르칸이 싸워 약해지면, 그 넷을 모두 쓰러트리고 그 세력을 흡수한다는 게 알라스타르의 계획이었다.
그렇게 되면 마왕성 랭킹을 몇 단계나 올릴 수 있을 게 분명했다.
알라스타르는 솔릭을 쳐다보며 웃었다.
‘다 해치우고 나면 네 녀석까지 먹어 치워 주마.’
그 속을 모르는 솔릭은 자신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알라스타르를 마주 보며 실없이 웃었다.
* * *
한편 나미라와 아그나르에게 알라스타르와 솔릭이 아르칸의 부하가 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베리나는 분통을 터트렸다.
“츠츳, 젠장.”
“진정해. 우리끼리 힘을 합치면 이길 수 있을 거야.”
“알라스타르도 의리를 생각해서 나서지 않는다고 했잖아?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츠츳. 괜찮겠어? 나는 많이 약해졌고, 싸울 수 있는 병력이라고는 거의 없는데.”
“후후, 걱정할 거 없어. 넌 여기서 지키고 있어. 우리 둘이 상대하면 충분해.”
“무슨 작전이라도 있어?”
“있지. 이쪽으로 오는 길에 불길한 메아리 숲이 있잖아. 거기에서 내가 아르칸을 막을 테니까. 아그나르 네가 후방에서 기습해.”
“앗, 좋은 생각인데?”
불길한 메아리 숲은 마수들의 울부짖음이 메아리친다고 붙은 이름.
다들 환청이라고 여겼지만, 실제로는 마수들이 잔뜩 있었다.
심지어 더욱 많은 마수를 불러모으기 위해 나미라는 꾸준히 식량을 뿌려 뒀다.
그 이유는 바로 나미라의 권능이 바로 마수 조종이기 때문이다.
마수가 많을수록 강한 위력을 발휘했다.
다만, 마수는 길들이기가 너무 힘들어 평소에 마왕성에 들이지는 못한다.
그 때문에 마왕성 방어에서는 제대로 써먹기 힘들지만, 적이 마침 나미라가 권능을 발휘하기 좋은 곳으로 오는 와중이었다.
거기다가 아그나르의 권능은 피 조종.
그거로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지만, 상대의 피를 조정해서 움직임을 멈출 수도 있다.
이미 몇 번이나 쓴 탓에 잘 알려져 있긴 해도 체내에 피를 가진 이상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그 권능에 영향을 안 받으려면 아그나르보다 마력이 높아야 했지만, 아르칸 마왕군에는 아르칸부터 그 휘하 마족까지 아그나르보다 마력이 높은 이가 없다고 알고 있었다.
“츠츳, 나미라가 전방에서 시선을 끄는 동안, 아그나르가 잠입해 아르칸을 멈춘 뒤, 순간 일격을 먹인다는 거네.”
“그래, 이미 이긴 거나 마찬가지니까 걱정하지 마.”
나미라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 * *
다음 날.
나미라는 부하들을 이끌고 불길한 메아리 숲에 진을 쳤다.
평소 먹이를 준 덕분인지 나미라가 나타나자 마수들이 잔뜩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 숫자만 해도 거의 백은 되어 보였다.
“됐어. 이거면 충분해.”
여기에 나미라 자신의 병력까지 모두 합치면 350 정도.
반면에 정찰병의 보고에 따르면 아르칸의 병력은 100도 안 됐다.
세 배 이상의 숫자로 압도하는 상황이었다.
“이러면 아그나르가 나설 필요도 없을 거 같은데?”
나미라는 자신만만하게 아르칸 마왕군이 모습을 드러내기 기다렸다.
잠시 후.
아르칸과 마왕군이 도착했다.
그 선두에는 오크 로드 나크룸과 십여 마리의 오크가 있었다.
잔뜩 화가 난 오크들은 매우 흉포해 보였지만, 나미라는 딱히 어려운 상대라는 생각이 안 들었다.
이쪽이 숫자도 많고 무엇보다 사나운 마수들이 잔뜩 있었다.
“베리나를 상대하기 전에 나부터 쓰러트려야 할 거야!”
나미라가 당당하게 외쳤지만, 주변이 너무나도 어수선했다.
아르칸 마왕군이 도착하자마자 고기를 주변에 잔뜩 던져 대기 시작한 거였다.
그러자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면서 아르칸 마왕군을 경계하던 마수들이 하늘 위에서 떨어지는 고기를 주워 먹느라 분주해졌다.
“무, 무슨 짓이냐?”
“여기에 마수가 많다길래 잘 보이려고. 너도 먹이 준다며?”
아르칸의 말에 나미라가 비웃었다.
“허튼짓을 다 하는군. 네가 먹이 좀 줬다고 해서 이들이 널 봐줄 줄 아느냐? 내 명령에 따라 너를 도륙할 거다.”
“헉, 그거 너무 무서운데.”
아르칸은 몸을 부르르 떨며 호들갑을 떨었다.
누가 봐도 놀리는 게 분명했다.
“이런 오만한 녀석이! ”
열받은 나미라는 권능을 발휘했다.
이마에 기다랗게 난 뿔에 마력이 집중됐다가 사방에 퍼져 나갔다.
거기에 영향을 받은 마수들의 눈빛이 새빨갛게 변했다.
이제 이 마수들은 나미라의 명령에 절대복종하는 상태가 되었다.
“오오.”
나미라의 부하들이 그 광경을 보고 감탄했다.
나미라는 매번 전투 때마다 마수들을 앞세웠기에, 부하들은 훨씬 수월하게 싸울 수 있었다.
“가라! 저 애송이를 물어뜯어라!”
나미라는 힘차게 외쳤다.
그 즉시 마수들이 울부짖으며 지면을 박차고 뛰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뭐,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이상함을 느낀 나미라가 주변을 바라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마수들이 하나같이 이상 행동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몇몇은 고개를 흔들며 비틀거렸고, 몇몇 마수는 공포에 질린 듯 허공에 짖어 댔다.
그러다가 자기들끼리 물어뜯고 싸웠다.
심지어는 거품을 물고 바닥에 쓰러진 녀석들도 있었다.
“대체 이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기분 좋으라고 고기에 세틱을 좀 넣었거든.”
“세틱을 넣었다고?”
세틱은 진통제로 쓰이기도 하지만, 과다 복용 하면 환각을 불러일으키는 마약이 되기도 했다.
명령도 제정신이어야 들어 먹는데, 환각을 보느라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마수들에게는 소용이 없었다.
나미라는 문득, 회합 때 아르칸이 세틱을 사 모으고 있었다는 소리를 떠올렸다.
“젠장, 환락에 쓴다더니 아니었잖아! 근데 그 비싼 걸 이렇게 많이나 모았다고?”
“어, 나 돈 많거든.”
“이씨. 반드시 해치워 주마. 그래도 숫자는 우리가 더 많다!”
마수들의 이상에 주춤했던 나미라의 부하들은 그 말에 용기를 얻고 달려들었다.
“크취익. 나를 따르라. 오크들의 복수를 하자.”
나크룸이 선두에 서서 오크들과 아르칸의 부하를 이끌고 맞서 싸웠다.
‘이대로라면 위험해.’
나미라는 부하들에게 외친 것과 달리 상대의 전력이 자신들보다 강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당장 아르칸이 마왕성 랭킹 안의 마왕인 만큼 쉽지 않은 상대. 거기다가 오크 로드까지 가세한 상황이었다.
이대로 맞붙었다가는 질 게 분명했지만, 믿는 구석이 있었다.
‘아그나르의 기습만 성공하면 문제없어.’
그러나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전투 개시 후에 바로 후방 기습 하기로 했는데, 왜 조용하지?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그 예감대로 후방에 기습을 시도했던 아그나르는 난생처음 겪어 보는 상황에 당황하는 중이었다.
“이, 이것들 전부 생명체가 아니야?”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