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70
70화 1 대 6의 상황에서 승리하는 법 (5)
후방에서 마왕 아그나르를 상대하고 있는 건 용아병들이었다.
아그나르가 뒤를 공격해 온다는 말에 아르칸은 기다렸다는 듯이 냉큼 용아병을 내보냈다.
저택 용아병 32명은 드래곤 브레스를 쓸 때 소비한 마력을 아직 회복 중이었지만, 버네르가의 둥지에 있던 용아병 8명은 건재했다.
그들은 아직 아르칸을 주인으로 인정하지는 않아 신하로 삼을 수는 없었지만, 아르칸을 위해 싸우는 데는 동의했다.
한편 아그나르는 난데없이 나타난 용아병들 때문에 당황했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았다.
“인간족이든 마인족이든, 심지어 몬스터까지도 내 권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거 몰라? 모두 꼼짝 못 하게 해 줄 거야!”
아그나르는 자신 있게 자신의 권능을 발휘했다.
그러나.
용아병들은 드래곤 이빨로 만들어진 인공 생명체. 당연히 몸속에 피가 있을 리 없었다.
아그나르가 몇 번이나 권능을 발휘해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니, 어떻게 된 거야?”
당황한 아그나르에게 용아병들이 덤볐다.
“아르칸 님의 부탁대로 너희를 처치하겠다.”
둥지 용아병들은 전투에 나서기는 했으나 전력을 다하진 않았다.
버네르가의 육신과 보물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이 남아 있기에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지면 곤란했기 때문이다.
그때 아그나르가 투덜댔다.
“젠장! 어디서 이런 괴상한 것들을 가지고 온 거야?”
“괴상한 것들?”
용아병들이 동시에 멈칫하더니 아그나르를 노려봤다.
“우리를 만드신 위대한 드래곤 버네르가 님을 모욕하는 거나 마찬가지. 가만두지 않겠다!”
분노한 용아병들의 공격이 더욱 거세졌다.
한편 뒤늦게 용아병의 말을 들은 아그나르의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드래곤이 만들었다고? 설마 용아병이야?”
“그렇다.”
“젠장, 그러니 내 권능이 안 통하지.”
아그나르의 투지가 순간적으로 꺾였다.
용아병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일시에 덤벼서 아그나르를 사로잡았다.
“아그나르 님!”
“아그나르 님을 구해라!”
기습을 위해 소수 정예로 왔던 아그나르의 부하들은 뒤늦게 아그나르를 구하려고 뛰쳐나왔지만.
다른 용아병이 달려 나와 부하들을 해치웠다.
그걸 본 아그나르가 기겁했다.
“대체 용아병이 얼마나 있는 거야?”
방금 나온 건 저택 용아병들이었다.
아직 마력이 회복이 덜 됐어도 모두 2성급. 아그나르의 부하들을 상대하는 데는 충분했다.
저택 용아병은 둥지 용아병에게 다가갔다.
“전방은 버틸 만하다고 아르칸 님이 후방 먼저 처리하라고 보내셨다.”
“안 와도 됐다. 이미 우두머리를 잡았다.”
둥지 용아병이 포획한 아그나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런가. 덕분에 주인님께 희소식을 들고 돌아갈 수 있겠군. 일단 봉인구를 채우고 전방으로 가라. 나머지 적은 우리 중 일부가 남아 정리하겠다.”
“그러지.”
둥지 용아병은 봉인구를 건네받아 아그나르에게 채운 뒤 그대로 끌고 앞으로 달려갔다.
“케엑, 케엑. 잠시만, 잠시만!”
덕분에 목이 졸린 아그나르가 말투까지 버리면서 다급하게 외쳤지만.
둥지 용아병은 안중에도 없었다.
한편 전방에서 싸우는 나미라는 죽을 맛이었다.
“크취익. 복수한다!”
“마법스크롤 작성, 홀드.”
오크 로드 나크룸은 자신을 죽이겠다고 눈에 불을 켜고 날뛰고 있고.
아르칸은 얄밉게도 뒤에서 마법으로 방해하고 있었다.
게다가 자신의 부하 마족과 마인족도 하나둘 죽어 나가는 중.
전반적으로 열세였다.
나미라가 보기에 자신들의 부하 쪽이 숫자도 많고, 더 강하기도 했다. 애당초 평균적인 전투력은 마인족보다 수인족이 높았으니까.
숫자의 차이와 선천적인 강함까지 뛰어넘어 승패를 가른 건 아르칸 부하들의 장비였다.
대부분 하급이라고 해도 마검을 쓰고 있는 데다, 방어구도 튼튼했다.
그 탓에 단단하고 질김을 자랑하는 수인족의 가죽은 제구실을 못 했고, 반대로 이쪽의 발톱은 방어구에 막혔다.
장비 차이가 전투력과 숫자의 격차를 메우고도 남을 정도로 난 거였다.
이래서야 도저히 이길 도리가 없었다.
‘돈 많다더니만, 부하들에게 돈을 얼마나 써 댄 거야.’
나미라로서는 이해가 안 될 지경이었다.
그런데도 꼬리를 말고 도망치지 않는 건, 결정적인 한 방이 있기 때문이었다.
‘뭘 꾸물거리는 거야? 아그나르! 어서 와서 해치워야지!’
나미라는 속으로 아그나르를 몇 번이나 불렀다.
조금 늦었긴 해도 나타나기만 하면 다 끝장내 버리고도 남을 거라고 믿었다.
그때 고대하던 목소리가 들렸다.
“나, 나미라.”
“아그나르! 드디어 왔구나.”
나미라가 반가워하면서 아그나르의 목소리가 들린 쪽을 쳐다봤다가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그나르가 꽁꽁 묶인 채로 끌려온 거였다.
“이, 이럴 수가…….”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한 나미라가 무릎을 꿇었다.
그걸 본 나크룸이 혀를 찼다.
“끝까지 싸우지 않고 포기하는가? 수인족은 용맹하다더니 거짓말이었나 보군.”
사실 보통 수인족 마왕이면 오크 정도는 아니지만, 자존심 때문이라도 전투에서 쉽사리 물러나지 않는다.
다만, 아그나르도 나미라도 다른 수인족과 다르게 육신의 강함보다는 특별한 권능에 의존하는 타입이라 호승심이 덜했다.
어쨌든 두 마왕을 잡은 아르칸은 그들을 앞세운 채 베리나 마왕성으로 향했다.
베리나는 나미라와 아그나르가 잡힌 걸 보고 그 자리에서 항복했다.
***
한편 알라스타르는 느긋하게 식사를 마친 뒤,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슬슬 움직여 볼까?”
“움직여?”
맞은편에서 한창 고기를 뜯고 있던 솔릭이 물었다.
“그래, 베리나 마왕성으로 가야지.”
“거기는 왜?”
알라스타르는 말귀를 못 알아듣는 솔릭 때문에 순간 혈압이 올랐지만, 관대하게 설명해 줬다.
“아르칸이 베리나 마왕성을 치러 간다고 우리도 오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러니 가는 거다.”
“안 가는 거 아니었어? 가도 한창 전투 중이거나 전투가 끝났을 거 같은데 늦지 않았나?”
“그러니까 지금 가는 거다. 처음부터 우리는 아르칸에게 전투를 떠맡기고 전력을 보존한다는 계획이었으니까.”
“아, 그랬지.”
솔릭은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 자신의 머리를 툭 하고 쳤다. 하지만 여전히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지 않고 있었다.
알라스타르는 그런 솔릭을 쳐다보다가 여전히 가만히 있길래 인상을 쓰며 물었다.
“왜 안 일어나나?”
“나 아직 덜 먹었는데……”
알라스타르는 이마를 짚었다.
잠시 후.
알라스타르와 솔릭은 베리나 마왕성으로 향했다.
도중에 아르칸과 마주치지 않을까 했는데, 도착할 때까지 마주치지 않았다.
‘설마 베리나 마왕성 안에서 싸우고 있나?’
다행히 베리나 마왕성 앞에서 아르칸을 만날 수 있었다.
아르칸은 심드렁한 얼굴로 그들을 맞았다.
“이제 왔어?”
“죄송합니다. 최대한 빨리 행군한다고 노력했으나 늦었습니다.”
“괜찮아, 다 끝났으니까. 다 사로잡았지.”
“다 사로잡았다고요?”
“그럼, 저기 봐.”
아르칸이 가르키자 수인족 마왕 나미라, 아그나르, 베리나, 셋이 재갈을 문 채 나란히 포박되어 있었다.
그걸 본 솔릭이 감탄했다.
“우와! 대단하십니다.”
‘저 속도 없는 녀석이, 지금이 감탄할 때야?’
알라스타르는 답답해하며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마왕들을 사로잡은 거나 분위기로 봐서는 분명 아르칸의 전력에 큰 타격을 입히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 상황에서 아르칸이 저 세 마왕의 세력을 흡수한다?
앞으로 아르칸 앞에서 찍소리도 못 하게 될 게 분명했다.
‘어떻게든 여기서 해치울 수밖에.’
결심한 알라스타르는 솔릭에게 귓속말을 했다.
“지금 아르칸을 공격한다.”
“정말? 그래도 돼? 바리스탄 님은?”
“이기면 어떻게든 돼. 이대로 두면 아르칸의 세력이 감당 못 할 정도로 커진다. 지쳤을 때밖에 승산이 없다. 내가 공격 개시하면 곧바로 공격하도록. 알겠나?”
“아, 알았어.”
망설이는 듯 더듬거리는 솔릭이 못 미더웠지만, 도리가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내 권능으로 단숨에 해치운다.’
알라스타르의 권능은 붙어 있는 걸 가르는 절단의 바람.
전력을 다하면 아르칸의 목을 한 번에 날려 버리는 것도 가능했다.
알라스타르는 조용히 마력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그 과정 중에 수인족 마왕들과 눈이 마주쳤다.
알라스타르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눈치챈 듯 수인족 마왕들이 놀란 눈으로 고개를 저었다. 공격하지 말라는 의미가 분명했다.
‘훗. 겁쟁이들. 나는 아르칸을 해치우고 새로운 파벌을 만들겠다.’
이곳에 모인 마왕들을 모조리 휘하에 두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파벌과 파벌이 맞붙는 마계 중심부라면 상상도 못 할 터무니없는 짓이겠지만, 외딴곳인 만큼 시도해 볼 만했다.
마력이 충분히 모이자 주변의 공기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다행히 이 와중에도 아르칸 측은 아무런 낌새를 못 느낀 듯했다.
‘흐흐, 방심한 대가는 죽음뿐이다.’
알라스타르는 아르칸에게 절단의 바람을 날리며 외쳤다.
“죽어라, 아르칸!”
소용돌이가 순식간에 가늘게 응축되더니 아르칸에게 날아갔다.
앞을 가로막는 것도 없었다.
노리는 건 아르칸의 목.
휘잉!
절단의 바람이 아르칸의 목을 날리고, 피가 솟구쳤다.
알라스타르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고는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하핫! 아르칸을 해치웠다. 나머지 녀석들은 모두 항복하라!”
그때 솔릭이 입을 벌리며 아르칸을 가리키는 거 아닌가?
“어, 어.”
“후후, 놀랐느냐? 원래 기습이라는 건 아군도 모르게 해야 효과적인 거다.”
“그게 아니라 아르칸이……. 아르칸이 사라졌어.”
“뭐라고?”
놀란 알라스타르가 다시 확인하는데, 아르칸이 정말 안 보였다.
분명 피도 봤는데, 튄 흔적조차 없었다.
‘어떻게 된 거지?’
그때 저 옆에서 아르칸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야, 아무리 그래도 난데없이 기습할 줄이야. 대비해 두길 잘했지.”
아르칸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할루시네이션으로 자신의 환영을 만들어 두고, 근처에서 지켜보고 있던 참이었다.
“정말 치사한 녀석이다.”
오크 로드 나크룸도 알라스타르를 보며 혀를 찼다.
“……크윽, 하지만 이거로 끝은 아니다.”
알라스타르는 이를 악물고 덤볐다.
이렇게 된 이상 무조건 끝장을 봐야 했다.
그 부하들은 물론, 솔릭과 몇 안 되는 솔릭의 부하들도 아르칸 마왕군을 공격했다.
아르칸 마왕군과 오크 로드 나크룸이 거기에 대항했다.
‘지친 걸 생각하면 이쪽이 유리해.’
알라스타르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르칸 마왕군은 기운이 넘치는지 오히려 자신들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게 의미하는 건 수인족 마왕들이 아르칸 마왕군의 힘을 거의 못 뺐다는 거였다.
‘저것들은 제대로 싸우지도 않고 항복이라도 한 거야?’
알라스타르는 구시렁거리면서도 다시 마력을 모았다.
이렇게 된 이상 믿을 건 자신의 힘뿐.
절단의 바람을 사방에 내보내면 많은 적을 살상할 수 있었다.
안 그래도 아르칸 마왕군의 숫자는 적은 편이니 그 숫자를 반 토막 내기만 해도 충분히 역전시킬 수 있어 보였다.
마력을 다 모아 갈 때쯤, 뭔가가 뿔을 강타하는 게 아닌가.
쾅!
“커억.”
알라스타르가 피를 토했다.
“이건 뭐…….”
“마탄이라는 거야. 별 볼 일 없는 공격이지만, 네 뿔을 부러트리는 데는 충분하네.”
“내 뿔??”
놀란 알라스타르가 자신의 이마를 잡았다. 정말 이마에 있어야 할 뿔이 온데간데없었다. 시선을 내리니 뿔이 지면에 나뒹굴고 있는 게 보였다.
방금의 각혈도 뿔이 사라진 부작용임이 틀림없었다.
“어떻게 내 뿔이 부서질 수가 있지?”
알라스타르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듯 힘없이 중얼거렸다.
보통 마왕의 뿔은 아주 단단했다. 어지간한 검으로는 흠집조차 내기 힘들 정도.
그런데 자신의 뿔이 한 대 맞았다고 툭 하고 부러져 버린 거였다.
그걸 보며 아르칸이 씩 웃었다.
“단번에 맞혀서 다행이로군.”
알라스타르의 뿔은 알라스타르도 모르는 약점으로, 소설에서 나온 거였다.
마왕이 된 볼가는 알라스타르와 치열하게 싸웠다.
당시 여러 마족을 상대하고 상처투성이였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알라스타르에 맞섰다.
그러다 우연히 볼가의 발톱이 알라스타르의 뿔을 후려쳤고, 알라스타르의 뿔이 부러지면서 이겼다.
마왕 볼가의 끈질김을 보여 주는 일화였다.
알라스타르는 언제 거만하게 굴었냐는 듯 비굴하게 엎드렸다.
“하, 항복이다. 목숨만은 살려 다오.”
“어쭈, 목숨을 구걸하는 주제에 반말이야?”
“살려 주십시오. 제발, 자비를…….”
알라스타르는 뿔이 박살 난 탓인지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었다.
아르칸은 그런 알라스타르를 차갑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겁쟁이는 살려 둘 수 있어도 배신자는 살려 줄 수 없지. 나크룸.”
나크룸은 기다렸다는 듯이 전투도끼를 휘둘러 알라스타르의 목을 벴다.
아르칸의 목을 공격하려고 한 것 그대로 돌려준 거였다.
싸늘한 눈빛으로 그걸 지켜본 아르칸은 잠자코 있던 솔릭을 바라봤다.
“그리고 너도 마찬가지다.”
“끙, 역시 그런가. 나도 이렇게 끝장이로군.”
솔릭은 그럴 줄 알았다면서 뒤통수를 긁더니 나크룸을 가리켰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저 녀석과 결투를 할 수 있게 해 주면 안 되나? 전에는 내가 이기고 있었는데, 도망쳐 버렸거든.”
아르칸은 나크룸을 쳐다봤다. 당연하게도 전의가 불타고 있었다.
‘설욕전으로 기를 좀 세워 볼까?’
오늘의 전투는 거의 아르칸이 해낸 거나 마찬가지.
앞으로를 위해서는 나크룸이 개인적으로 활약할 기회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지.”
아르칸의 허락하에 마왕 솔릭과 오크 로드 나크룸의 결투가 벌어졌다.
그 결투는 나크룸의 승리였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