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90
90화 아르칸의 귀환 (1)
마왕성에 귀환한 아르칸은 오웬의 보고를 받았다.
마왕성을 떠나기 전 여섯 마왕을 해치우고, 마왕 넷을 부하로 삼았다.
마정석 여섯 개를 흡수시킨 것처럼, 그 휘하의 부하도 원한다면 마왕성에 머물게 했다.
절반 이상이 망나니 마왕의 부하는 되기 싫다고, 제대로 급여를 안 주는 곳이라며 돌아가 버렸지만.
남은 인원만으로도 기존의 두 배가 넘는 숫자.
이들을 관리하는 것만으로 보통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거 오크 로드 마왕성에 새로 온 오크가 많다고 놀랄 때가 아니긴 했네.’
이런 와중에 아르칸은 오웬을 구할 인공 마심장 이식 기술자를 구한다며 홀연히 마왕성을 떠난 거였다.
물론, 이건 오웬이 자신보다 잘 수습해 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거였다.
그 믿음을 증명하듯 아르칸이 마왕성 복귀했을 때는 조직 구성까지 깔끔하게 끝마쳐져 있었다.
병력 편성은 물론이거니와 청소와 요리 등 보조 업무까지 철저하게 말이다.
변경된 마왕성 랭킹을 통보하는 데실론이 찾아왔다가 허탕 치고 갔다고 하지만, 원래 마왕에게 직접 통보해야 하는 거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오웬의 보고를 모두 확인한 아르칸은 감탄했다.
“대단하군. 오웬이 고생 많았어.”
“고생은요. 항복한 마왕들이 많이 도왔습니다.”
아르칸과 피로 주종 관계를 맹세한 만큼, 원래 휘하의 마족과 마인족 병사들을 통제하는 데 도울 수밖에 없는 처지긴 했다.
“그리고…… 돈을 좀 많이 썼습니다.”
왜 칭찬하는데도 표정이 어둡나 했더니 그걸 걱정한 모양이었다.
“돈이야 많잖아.”
“아낀다고 아꼈는데 10만 골드나 써 버린 데다, 앞으로 임금 등 유지비도 아무리 아껴도 1년에 1만 골드씩은 계속 들어갈 겁니다.”
아무래도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두 배가 넘는 새 식구를 받아들여야 하다 보니 돈이 많이 들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었다.
게다가 마왕성이 커질수록 필요한 유지비도 늘어날 수밖에 없기도 했다.
문제는 돈 나올 곳이 별로 없다는 거였다.
마을이나 도시 근처의 마왕성의 경우, 그들로부터 보호비 명목으로 세금을 걷는다.
그러나 이런 외딴곳의 경우 마을이나 도시도 한두 개밖에 없는데, 그런 이유로 도리어 근처의 어느 마왕성도 세금을 거두기 힘들었다.
바리스탄 대마왕성에서 운영 지원금을 보내 주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터무니없이 모자랐다.
아르칸이 상조 사업을 하는 것도 운영 자금 마련의 일환이기도 했다.
“이번에 합병한 마왕들도 자금이 별로 없더군요.”
“다들 이 외딴곳에 정착한 처지니 사정이야 비슷하겠지.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
그래도 단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다른 곳과 경쟁할 마음이 없다면 평화롭게 지낼 수 있었고, 외진 곳인 만큼 몬스터도 찾아보면 은근히 있어 마력 모으기도 수월했다.
‘지금은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지금 주머니가 두둑하다고 낭비하다가는 다시 빈털터리가 될지도 모릅니다. 어떻게든 운영 자금을 모을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심각하게 말하는 오웬에게 아르칸이 웃어 보였다.
“걱정 안 해도 된다니까. 이번에 다녀오면서 돈 좀 벌어 왔거든.”
“대체 얼마나 벌어 오셨길래 그렇게 자신만만하십니까?”
“147만.”
“네?”
“147만 골드 벌어 왔다고.”
“147만이라니…….”
오웬은 어찌나 놀랐는지 그대로 굳어 버렸다.
마왕 드리켈라 상대로 세틱을 열 배 가격으로 팔았을 때도 상재가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그 뒤에 블랙마켓에서 무려 5백만 골드를 벌어 오기도 했다.
그때도 깜짝 놀라긴 했지만, 게티아의 감정 스킬을 이용한 거라도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인공 마심장을 이식할 기술자를 데려온다면서 147만 골드를 벌어 왔다는 거였다.
“이번에는 대체 뭐로 벌어 오셨습니까?”
“동부 쪽에 전쟁 중이잖아. 거기서 식량을 비싸게 사서, 더 비싸게 팔았어.”
“아니, 거기 가서 장사를 하셨다고요? 대체 어떻게요?”
오웬이 장사에 문외한이라도, 식량을 사고파는 데 끼어 있는 일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에 그만큼 시세 차익을 얻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실은 라자크가 여러 귀족을 끌어들여 어마어마한 자금과 권력으로 판을 짜 놓은 덕분에, 쉽게 매매가 가능했던 거였다.
“뭐, 자세한 건 알 거 없고. 중요한 건 너무 돈 걱정 하지 말라는 거야.”
“음, 음. 알겠습니다. 그래도 다른 수입원이 있는 게 좋습니다.”
“그건 그렇지. 안 그래도 생각해 둔 게 또 있어.”
“그렇습니까.”
“응. 그보다 이번에 온 길리암 있지? 연구소를 꾸밀 테니까, 연구에 필요한 거 있는지 물어보고 최대한 지원해 줘.”
“연구소 말입니까? 대체 어떤 연구를 하려고요?”
“내 무기. 지금 쓰는 특수 장갑도 걔가 만든 거야.”
“네? 정말입니까? 최대한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오웬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아르칸의 전투력이 향상되는 것이니만큼 의욕적인 모양이었다.
실제로 지금까지는 마력 발산 장갑은 효율이 낮아서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성검을 만든 오리할콘으로 제작하면 꽤 쓸 만한 무기가 될지도 몰랐다.
“그 전에 오웬도 치료부터 받아야지.”
“네. 기술자를 데려온다고 하셨는데 드워프를 데려오셨을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용케도 순순히 따라왔군요.”
“쉽지는 않았지만.”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는 완전히 치료를 끝마치고 나서 하라고.”
“치료를 떠나 저를 위해 이토록 애쓰신 것만 해도 감개무량합니다.”
“난 그래도 좀 아쉬운데. 회복해도 원래만큼 힘을 발휘하진 못하잖아.”
인공 마심장은 3성급이었다.
현재 아르칸과 비슷한 수준으로, 그것만 해도 마족급으로는 상급이지만 원래 오웬의 마력은 5성급.
어지간한 마왕도 쓰러트릴 만큼 강했었다.
“아닙니다. 더 안 아프게 된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하긴, 지금은 손상된 마심장 때문에 넘치는 마력을 게티아에게 흡수시키는 상황.
게티아와 오래 떨어져 있으면 통증이 다시 밀려왔다.
그 때문에 이번에도 아르칸은 비교적 빠듯하게 움직였던 참이었다.
“어쨌든 브롬도 시술해야 하니, 머물 곳 외에 공방도 마련해 줘.”
“알겠습니다.”
시술만 마치면 돌아가겠지만, 오웬을 시술해 주는 만큼 최대한 대우해 줄 생각이었다.
‘그러다 여기가 마음에 들면, 나중에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고.’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나는 게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계약한 마왕들은 어떻게 지내? 아까 보니 다들 괜찮아 보이던데, 협조도 잘해 준다며.”
“네. 특히 솔릭이 센시아와 함께 마왕성 경비에 힘쓰고 있습니다.”
솔릭은 원래부터 바리스탄 파벌의 마왕.
단순 무식하긴 했지만, 전투력은 뛰어난 편이었기에 경비를 맡기에 제격이었다.
“나머지 셋은?”
아르칸이 말하는 건 수인족 마왕들로, 나미라, 아그나르, 베리나였다.
“특별한 움직임은 없습니다. 딱히 요구하는 것도 없고요. 다만, 셋이서 같이 움직이는 편입니다.”
아까도 셋이서 달싹 붙어 있었다.
“제니칼이 죽이러 온다고 겁에 질려 있진 않고?”
“아, 처음에는 불안해하더니 며칠 지나더니 아주 태평스러워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아버지의 위세를 믿나 보네. 본격적으로 제니칼 쪽과 부딪치게 되면 다시 긴장 탈 거야.”
그 말에 오웬이 물었다.
“역시 대마왕 제니칼과 붙으실 겁니까?”
“그래, 볼가에게 이야기는 들었지?”
“네.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수인족 마왕의 핏줄이었을 줄이야.”
“그래서 안 말려? 대마왕 제니칼과 싸우겠다는데?”
“아르칸 님께서 다 생각이 있으시겠죠.”
“그렇긴 하지.”
아르칸은 자신만만하게 말했지만, 아직 계획은 미완성이었다.
당연하지만, 현재 아르칸의 전력으로는 대마왕 제니칼을 상대가 안 됐다.
용사를 동원해도 한계가 있었다.
소설에서는 용사가 대마왕 바리스탄을 해치웠지만, 그때는 바리스탄이 아르칸의 복수를 한다며 단신으로 용사를 찾아간 상황.
혼자서는 제니칼을 해치우러 가는 도중에 지칠 게 분명했다.
‘뭔가 하나만 더 있으면 될 거 같은데, 대규모 전력을 동원할 만한…….’
“아르칸 님, 어쩌시겠습니까? 마왕들을 한번 만나 보시겠습니까?”
“어, 한번 가 보자.”
아르칸이 그렇게 말하려고 할 때, 마정석에서 붉은빛이 발했다.
경고 신호였다.
다만, 공격당할 때와는 달리 점멸하지는 않았다. 1계층에서 위험하다고 보낸 신호였다.
“무슨 일이지?”
“나가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나도 같이 가.”
4계층에서 곧바로 1계층으로 올라가는 통로를 이용해 나가 보니, 앞에 마족들과 병사들이 가득 모여 있었다.
그 사이에 수인족 마왕들 셋이 보였다.
“무슨 일이야?”
“앗! 아르칸 님. 큰일입니다, 큰일! 대마왕 본앰브로스 님이 왔습니다.”
“제니칼 님이 아니라 왜 본앰브로스가 쳐들어온 거지?”
“츠츳. 믿었는데, 이렇게 끝장날 줄이야.”
세 수인족 마왕의 말에 아르칸과 오웬이 서로 마주 봤다.
“혹시 본앰브로스가 올지도 모른다고는 말 안 했나?”
“마원석 감정은 비밀이라고 하셔서, 조용히 달라고 할 줄 알았습니다만…….”
블랙마켓에서 마원석으로 대박을 낸 아르칸은, 본앰브로스에게 자신의 권능이 감정이라고 속였다.
그리고 비밀리에 마원석 감정을 해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황당하게도 아르칸이 바리스탄 대마왕성에서 가족과 식사하던 중 찾아와 감정을 맡긴 거였다.
‘제멋대로라고 생각했는데, 그 뒤가 더 문제였지.’
감정은 사실 오래 걸리는 게 아니라 진작 해 뒀는데, 도통 찾으러 오지 않는 거였다.
혹시 인간계로 나가 있을 때 찾아올지도 몰라서 오웬에게 마원석이 든 아공간 주머니를 맡기고 나왔다.
그런데 이제 와 이렇게 연락도 없이 찾아오다니.
아무리 대마왕이라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그런데 왜 여기 있어? 안으로 모시지 않고?”
“엥, 그게 무슨 말입니까?”
“모시다니요?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는데요?”
“츠츳. 항복하자는 소리겠지.”
영문을 모르는 세 수인족 마왕들을 보며 아르칸은 쓴웃음 지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센시아나 트릴이 있으면 사정을 설명했을 텐데, 둘 다 마침 자리를 비운 모양이었다.
“다들 비켜. 내가 나가서 이야기하겠다.”
“네? 하지만…….”
나미라가 걱정했다.
본앰브로스가 손가락 하나만 튕겨도 아르칸이 살해당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괜찮다. 아르칸 님 말씀대로 다들 비키도록.”
사정을 아는 오웬이 말하자 다들 길을 비켰다.
그러고 나니 입구 상황이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있었다.
대마왕 본앰브로스가 마왕성 안으로 들어오려는 걸 솔릭이 막고 있었다.
“계속 막아서면 후회할 텐데?”
“후회하지 않는다. 어차피 죽은 목숨, 아르칸 님이 구해 주신 거니까.”
“목숨을 왜 걸어? 나는 그냥 아르칸에게 볼일이 있어서 왔다니까.”
“그럼 일단 물러서라. 용건을 말해 주시면 아르칸 님께 전달하겠다.”
“감히 나더러 물러서라고 해?”
본앰브로스가 분노하자 검은 안개 같은 마력이 파르르 떨렸다.
그러자 솔릭은 이를 악물었다. 심지어 입가에서 피까지 흘리고 있었다.
알고 보니 본앰브로스가 순수히 마력만으로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역시 보통이 아니네.’
분명 본체가 아닌 분신이 이곳에 온 걸 텐데도, 범접하기 힘들 정도로 강력했다.
‘그나저나 솔릭도 대단해.’
죽을 걸 알면서도 필사적으로 막고 있다니.
단순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책임감은 높이 살 만했다.
아르칸은 더 늦기 전에 나섰다.
“본앰브로스 님, 왜 이제 오십니까?”
“어?”
아르칸이 친근하게 본앰브로스를 부르자, 솔릭이 순간 당황했다.
아무리 단순하더라도 뭔가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은 거였다.
그러자 본앰브로스가 기세등등해져서 목소리를 높였다.
“아르칸, 잘 왔다. 방금 이 자식이 내 앞을 가로막는 거 봤어?”
“죄송합니다. 온 지 얼마 안 되어서요.”
“아니, 그게…….”
솔릭이 뭐라고 대꾸하려는 걸 가로막은 아르칸이 대뜸 말했다.
“그래도 잘한 거죠.”
“뭐?”
본앰브로스가 놀라서 쳐다봤다.
“보통은 위대하신 대마왕 본앰브로스 님이 혼자서 이렇게 다닐 거라고는 상상 못 하지 않습니까? 누가 사칭한 거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안 그래?”
아르칸이 돌아보며 물었다.
“음, 마력을 봐서는 본앰브로스 님이 맞을 거라고는 짐작하긴 했습니다만…….”
“짐작한 거지 확신은 못 했을 거 아니야. 맞지?”
“……네.”
솔릭이 눈치 없이 솔직하게 구는 걸 아르칸이 겨우 막자, 본앰브로스가 뼈다귀 손가락으로 자신의 턱을 만지작거렸다.
“음, 사칭이라……. 그럴 수도 있겠네. 내가 혼자 다니는 게 좀 없어 보이나?”
“아니요. 그런 걸 두고 소탈하다고 합니다. 오히려 그러한 모습이 본앰브로스 님을 다른 대마왕들보다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거 아니겠습니까? 다른 대마왕들은 한번 행차하면 그 휘하로 수십 수백 명이 움직이는데, 그런 허례허식이 어디 있습니까. 이렇게 효율적으로 움직이시니 인간의 몸으로 대마왕이라는 위치에 오르셨겠지요.”
아르칸의 금칠에 듣고 있던 이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사실 아르칸으로서는 이보다 더한 금칠도 할 수 있었다.
본앰브로스의 등장으로 고민이던 제니칼 공약의 마지막 조각이 모인 셈이었기 때문이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