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91
91화 아르칸의 귀환 (2)
본앰브로스를 마왕성 안으로 데려온 아르칸은 물었다.
“근데 왜 이제야 오셨습니까?”
“아, 그동안 여러 가지로 바빴거든. 그보다 너도 아주 바쁘게 지냈던 거 같은데?”
본앰브로스의 붉은 안광이 의미심장하게 아르칸을 바라봤다.
마치 모든 걸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래도 내가 인간계로 다녀온 것까지는 모르겠지.’
아르칸은 너스레를 떨면서 화제를 돌렸다.
“그동안 놀았던 만큼 만회할 게 많아서요. 그보다 여기, 마원석 돌려드리겠습니다. 딱히 상급은 안 나왔네요.”
아르칸은 전에 감정해 달라고 받은 마원석이 든 아공간 주머니를 내밀었다.
“음, 그래? 하는 수 없지.”
본앰브로스는 별 감흥 없이 아공간 주머니를 챙기더니, 새 아공간 주머니를 꺼냈다.
“괜찮아. 감정해야 할 마원석은 많이 있으니까. 이번에는 대박이 좀 나야 할 텐데.”
그 말에 아르칸은 문득 그동안 궁금했던 게 떠올라 물었다.
“근데 돈도 많으시니, 감정할 필요 없이 모두 가공해 버리면 되지 않습니까?”
“아, 그거? 상급이면 최상급 기술자에게 맡기려고 했지. 무엇보다 마원석은 마원석대로 쓸데가 있거든.”
하긴, 대마왕쯤 되는 이가 아무 생각 없이 맡길 리가 없었다.
“그럼 부탁한다. 다음에는 좀 빨리 오지.”
“그보다 저도 부탁이 하나 있는데요.”
“부탁?”
“아니, 정확히는 제안입니다.”
“제안이라, 뭔데?”
부탁이라는 말에 탐탁지 않은 눈빛을 했던 본앰브로스는 제안이라는 말에 관심을 보였다.
“대마왕 제니칼을 공격하려는데, 혹시 낄 생각 없으십니까?”
“뭐라고?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본앰브로스는 응접실이 떠나갈 정도로 크게 박장대소했다.
그렇게 한참 웃다가 겨우 진정한 본앰브로스가 말했다.
“자신감이 있는 건 좋지만, 과하면 탈이 나지.”
“그렇게 보십니까?”
아르칸의 물음에 본앰브로스는 순식간에 웃음기를 지우고 자신의 시커먼 마력으로 공간을 가득 채웠다.
“그게 아니라면 나를 이용해 먹고, 구렁텅이로 밀어 버리려는 함정이든가.”
그 마력은 순식간에 아르칸을 질식시킬 것처럼 위협했다.
아르칸은 마룡의 가호 덕분에 겁먹지는 않았지만, 전신을 압박하는 마력에는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아까 솔릭이 당한 거랑 같은 건가.’
슬슬 힘들다고 느낀 순간, 본앰브로스의 마력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이 정도면 정신 차렸겠지. 이 이야기는 못 들은 거로 하지.”
“진심입니다만.”
“아니, 이 녀석이…….”
다시 화내려던 본앰브로스는 이내 진정하더니 재밌는 생각을 떠올린 듯 눈빛을 깜빡거리며 말했다.
“그 정도로 자신하다니 좋다. 네가 마왕성 랭킹 90위 안에 든다면 한번 생각해 보지.”
아르칸이 랭킹 100위니까. 무려 10위를 올리라는 소리였다.
마왕성 랭킹에 드는 것도 어려웠지만, 랭킹에 든다고 해도 그 안에서 순위를 올리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상위권 랭커끼리 다투다가 사망하는 것 외에는 자력으로 올라가기 아주 힘들었다.
그런데 무려 10위를 올리라니, 일반적으로는 몇 년이 지나도 쉽게 달성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아르칸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현재 마왕성 랭킹을 갱신하지 않아 모르지만, 마왕을 여섯이나 쓰러트리고 그 마정석을 흡수했으니, 어느 정도 순위가 오를 거라 예상되는 상황.
조금만 더 노력하면 90위 안에 드는 건 충분히 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알라스타르 마정석 외에는, 다들 마정석의 마력이 별로 안 많긴 했지만.’
그때 오웬이 조용히 불렀다.
‘음? 무슨 일이지?’
지금 부른다는 건 대마왕 본앰브로스와 만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본앰브로스 님, 실례 좀 하겠습니다.”
“괜찮다. 나도 무슨 중요한 일인지 궁금하군. 아니라면 재미없겠지만.”
본앰브로스의 엄포에 오웬이 진땀을 뺐지만, 최대한 차분하게 알렸다.
“데실론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벌써?”
자신이 부재중일 때 찾아왔다는 보고는 들었지만, 돌아온 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찾아오다니.
‘설마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사실 랭킹 안에 든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순위가 오르면 주목을 받을 텐데, 그러면 자리를 비우기 힘들어질까 봐 바로 출발한 거였다.
“본앰브로스 님? 괜찮으십니까?”
“괜찮아. 데실론이라니 정말 오랜만에 보는군. 들어오라고 하게.”
본앰브로스의 말에 오웬이 아르칸을 쳐다봤다.
아르칸이 고개를 끄덕이고서야 오웬은 나가서 데실론을 데려왔다.
아르칸은 잘됐다 싶었다.
‘일단 마왕 여섯을 해치우고, 그 마정석을 흡수했으니까. 4~5위 정도만 올라도 본앰브로스가 다시 보겠지?’
데실론은 응접실에 들어오면서 본앰브로스를 봤음에도 별다른 인사를 하지 않았다.
곧바로 아르칸을 쳐다보며 데실론의 입이 열렸다.
“마왕 아르칸, 마왕성 랭킹이 올랐다. 그대의 랭킹은 89위다.”
“뭐? 89위? 어떻게 된 거지?”
본앰브로스가 놀라서 반문했다.
아르칸도 놀랐다.
순위 간의 차이를 정확히 알 수 없었기에 얼마나 순위가 오를지 짐작하긴 어려웠지만, 11위나 오른 건 예상 밖이었기 때문이다.
데실론은 통보하자마자 돌아가 버렸다.
그사이 진정한 아르칸이 태연히 말했다.
“제가 최근에 마왕 여섯을 해치웠는데, 생각보다 순위가 많이 올랐네요.”
“호오, 여섯이나? 최근 이 지역에 소란이 일어났다 하더니, 생각했던 것보다 큰 소란이었나 보군.”
대마왕답게 대수롭지 않은 일로 치부하고 넘어갔었던 모양이었다.
중요한 건 금방 본앰브로스가 아르칸이 마왕성 랭킹 90위 안에 든다면 아르칸의 제안을 생각해 본다고 한 거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확실하게 말할걸.’
그래도 이걸 물고 늘어지는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90위 안에는 들었죠. 어떠십니까?”
“……생각해 보니 90위 안은 너무 쉬웠군. 적어도 10위 안에는 들어야 할 만하지.”
“인제 와서 말을 바꾸다니, 본앰브로스 님답지 않군요.”
그 말에 본앰브로스의 안광이 흔들렸다.
아까 아르칸에게 과하게 금칠을 당한 만큼, 반대로 체면이 상하는 게 두려웠던 거였다.
‘자신을 이용하겠다고 여기며 화낼 때와는 다른 상황이지.’
“아, 아까는 생각해 보겠다고 한 것뿐이지 않나. 게다가 우리 둘이 손을 잡는다고 해도 무리다.”
“본앰브로스 님답지 않게 약한 소릴 다 하시네요.”
“흥, 내가 전력으로 싸운다면 제니칼 그 계집한테 절대 질 리가 없지. 그러나 그게 불가능한 걸 너라면 잘 알고 있지 않나?”
“제니칼과 싸우는 동안, 서쪽으로 대마왕 키클로테스가, 남서쪽으로는 저희 아버지가 노리지 않을까 걱정되시겠죠. 그래도 저희 아버지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다고 해도 전력을 다 쏟아부을 수는 없다. 반의반도 동원하기 힘들지. 4대대마왕으로 굳혀진 건 다 서로서로 견제하는 식으로 균형이 맞춰져 있는 탓이니까.”
결국, 그 균형을 깨려면 아르칸이 본앰브로스 전력의 반 이상은 갖춰야 한다는 소리였다.
그제야 아르칸은 자신이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걸 깨달았다.
용사처럼 단순히 마신만 쓰러트리면 되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본앰브로스가 구미가 당길 만한 걸 줘도 움직이지 않겠군.’
일단 말로 움직여 보고 여지가 보이면 당근을 내밀려고 아껴 둔 거였는데, 아껴 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겠습니다. 제가 더 힘을 기른 다음에 다시 제안하겠습니다.”
아르칸이 순순히 물러나자 본앰브로스가 도리어 찔리는지 다른 제안을 했다.
“음, 그래도 내가 한 말이 있으니 한 가지 도움은 주지.”
“감사히 받겠습니다.”
“흐흐, 사양 안 할 줄 알았네.”
“찬물 더운물 갈릴 처지가 아니니까요.”
“블랙마켓에서 인공 마심장을 얻으려고 한 게, 알아보니 오웬 때문이라며?”
‘무슨 소리를 하려고 그러나?’
마침 오웬이 데실론을 배웅하러 나간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맞습니다.”
“현재까지 인공 마심장은 3성이 한계였는데, 연구 끝에 그 이상의 마심장을 만드는 걸 성공했다.”
“저, 정말입니까?”
아르칸은 깜짝 놀랐다.
안 그래도 오웬의 인공 마심장 이식을 앞두고, 인공 마심장이 3성인 걸 아쉬워하던 참이었다.
‘소설에서도 본 적 없는데, 어떻게 된 거지?’
아무래도 본앰브로스가 개발은 했는데 용사와 엮이는 부분이 아니라 조명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좋아할 줄 알았어. 근데 필요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야.”
“괜찮습니다. 뭐가 필요합니까?”
“일단 인공 마심장이 세 개가 필요하지. 정확히는 세 개의 인공 마심장을 합치는 거다. 내 이론대로라면 그러면 4성급 인공 마심장이 된다.”
오웬의 원래 마심장이었던 5성급은 아니지만, 4성급만 해도 3성급과 체급이 완전히 달라지기에, 이식할 거라면 4성급 인공 마심장으로 하는 게 나았다.
문제는 아르칸이 가진 인공 마심장은 두 개뿐이라는 거였다.
원래 블랙마켓의 투기장에서 단독 우승으로 세 개를 받았지만.
자이데나에게서 볼가의 시체를 산다고 하나 줬다.
원래 자이데나가 습격해 올 거라 예상한 아르칸은 자이데나를 쓰러트린 뒤 그걸 되찾을 작정이었다.
‘하지만 본앰브로스가 그대로 소멸시킬 줄은 몰랐지.’
본앰브로스는 아르칸의 가짜 권능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자이데나와 그 부하들까지 단숨에 소멸시켜 버렸다.
“인공 마심장부터 하나 더 구해야겠네요.”
“하나는 내가 주지. 자이데나가 들고 있던 거지만.”
아르칸의 예상과 달리 그대로 소멸시킨 게 아니라, 챙길 건 챙긴 모양이었다.
‘역시 보통이 아니란 말이야.’
아르칸은 감사하면서도 꾸벅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내가 제시한 마왕성 랭킹에 도달해서 주는 축하 선물이라고 생각해라. 다만, 그다음에 필요한 건 돈 주고도 구하기 힘든 거다.”
아르칸은 긴장한 얼굴로 본앰브로스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대마왕이자 무한의 자금력을 가진 본앰브로스가 하는 말이라면 정말 구하기 어려울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다음에 필요한 건 재생 마석이야. 그게 있어야 세 개의 인공 마심장을 합칠 수 있거든.”
“그렇군요. 몇 개나 필요합니까?”
“응? 하나면 되는데, 하나도 엄청나게 구하기 힘든 거야. 마원석에서도 나오지 않는 거니까.”
정색하는 본앰브로스를 보며 아르칸은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걸 참아야 했다.
마침 드워프 왕국의 지하 동굴에서 리젠라이트의 영향을 받은 변종 락트롤들을 해치워 재생 마석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모두 네 개나 됐다.
하지만 아르칸은 티를 내지 않고 물었다.
“또 더 필요한 건 없습니까?”
“없다. 원리만 알면 기술 자체는 복잡하지는 않지만, 드워프 정도의 손재주가 있어야 해. 재생 마석을 가져오면 내가 합쳐 주지.”
그럴 필요가 없는 게 마침 드워프 브롬도 마왕성에 있었다.
“그럼 이만 가지. 다음에 가지러 오겠네.”
“다음에는 미리 연락 주십시오. 아니면, 제가 찾아갈 수 있으면 찾아가겠습니다.”
“그러지.”
본앰브로스는 홀가분하게 돌아갔다.
이것저것 알려 주긴 했지만, 아르칸이 마심장 합성에 성공하고, 자신이 제안한 대로 마왕성 랭킹 10위 안에 드는 건 불가능하다고 여긴 거였다.
정작 아르칸은 의욕이 충만했다.
본앰브로스가 이런저런 조건을 들기는 했지만, 조건만 맞으면 제니칼과 싸울 때 도와줄 의지가 있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나도 곧바로 쓰러트릴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안 했지.’
당분간은 본앰브로스와 용사를 움직여 제니칼을 흔들며 그사이에 이득을 취할 생각이었다.
그것도 예상보다 쉽지 않을 듯했지만.
‘아무래도 준비를 좀 해야겠어.’
제일 먼저 할 건 오웬의 전투력을 회복시키는 것.
그러기 위해 인공 마심장을 이식해야 하는데, 마침 본앰브로스가 인공 마심장을 합성하는 걸 알려 줬다.
오웬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마심장을 이식해 주고 싶었던 아르칸으로서는 천만다행이었다.
‘이거로 오웬을 4성급 마족으로 만들어 줄 수 있으면 좋겠네.’
아르칸은 그렇게 생각하며 드워프 브롬을 찾아갔다.
인공 마심장을 보여 주고 합성 가능한지 확인 후, 합성을 부탁할 생각이었다.
원래라면 시술만 해 주기로 했지만, 인공장기에 관심이 많은 만큼 흥미를 느낄 게 분명했다.
그런데 막상 찾아가니까.
길리암과 티격태격하고 있는 게 아닌가?
무슨 이유 때문인지 확인했더니, 황당했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