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92
92화 아르칸의 귀환 (3)
아르칸은 마왕성의 각종 지원 시설이 모여 있는 3계층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주변에 아무도 안 보이는 게 아닌가?
‘원래 식사 준비며 청소며 분주해야 하지 않나?’
아르칸은 의문이었지만, 운영 대부분을 오웬에게 맡겨 뒀기에 무슨 일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다.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아르칸은 마정석으로 확인한 대로 공방 구역으로 향했다.
오웬이 거기에 길리암의 연구소와 브롬의 공방을 만들어 둔 거였다.
‘같은 구역에 있으면서 서로 교류하고 마왕성의 하인들도 오가며 뭔가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도라고 했지.’
아르칸도 괜찮은 생각이라며 동의했었다.
공방 구역에 들어서니 하인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설마 일하는 거 구경하러 온 건가?’
하지만 둘이 도착한 건 오늘. 아직 한창 짐을 풀고 있을 시간이었다.
가까이 가니 길리암과 브롬이 실랑이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니까, 왜 내 물건을 건드냐 이 말이야.”
“네 물건이 내 자리까지 넘어오니까 치운 것뿐이다. 그전에, 물건이 왜 이렇게 지저분해?”
“지저분한 게 아니라,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는 거라고 해 줄래?”
“세월의 흔적은 무슨, 그냥 지저분한 거뿐이면서. 아공간 저택에 있을 때부터 지저분하다고 용아병들이 투덜댔구먼.”
“그 이야기는 왜 여기서 해. 거기 방은 내 물건을 들여놓기에는 너무 좁았단 말이야.”
“내가 보기에는 하나도 안 좁던데. 네가 정리를 못 해서 그런 거지.”
“너야말로 시술만 하고 돌아갈 거라면서 왜 거창하게 꾸미고 있어!”
“시술이 그냥 할 수 있는 건 줄 알아? 개복하는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서로 지지 않고 떠드는 게, 가만히 내버려 뒀다가는 끝도 없이 다투고 있을 거 같았다.
“흠, 흠.”
아르칸이 헛기침하자 하인들은 그제야 아르칸이 있는 걸 눈치채고 화들짝 놀라서 물러섰다.
그러나 길리암과 브롬은 정신없이 다투느라 바빴고, 오히려 그를 도와주러 온 하인들이 어찌할 줄 몰라 했다.
하는 수 없이 아르칸이 한마디 했다.
“둘 다 그쯤 하지.”
“어, 아르칸 님?”
“큼. 흠. 민망하군.”
길리암과 브롬이 그제야 다툼을 멈췄다.
하지만 이대로 끝냈다가는 나중에 다시 다툴 게 뻔해 보였다.
“길리암 연구소를 좀 더 확장하고, 청소와 정리 전담 하인을 두면 되겠나?”
“네, 좋아요.”
“그러면 더 신경 안 쓰일 거 같군.”
길리암만 혜택을 보는 게 아니냐 할 수 있겠지만, 깔끔함을 추구하는 브롬으로서는 바로 옆에 지저분한 공간이 있다는 거 자체가 불편했기에 만족할 만한 제안이었다.
그때 길리암이 은근슬쩍 물었다.
“혹시 용아병을 전담으로 붙여 주실 수는 없나요?”
“안 돼.”
“힝.”
거절당한 길리암이 앙탈을 부렸다.
용아병의 구박이 서럽기는 했지만, 솔직히 저택에 있을 때는 아주 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귀한 용아병을 전담 하인으로 쓸 수는 없었다.
“가끔 들러서 정리하는 건 도와주라고 할 테니까, 그 정도로 만족해.”
“앗. 네.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연구할게요.”
“그보다 무슨 일로 왔나? 시술 준비에 이틀은 걸린다고 했는데.”
“사실은 인공 마심장 관련해서 상의할 게 있어서 말이야.”
“음, 특별히 문제가 있어 보이진 않았는데?”
“그게 아니라. 인공 마심장을 합성하려고.”
“합성 말인가?”
“일단 안으로 들어가지.”
“아, 그러지. 아직 정리는 덜 됐지만.”
브롬이 민망한 듯이 말하며 앞장섰다. 앞서가며 이것저것 치우기 시작했는데, 아르칸이 보기에는 이미 깨끗했다.
‘어디가 정리가 덜 됐는지 궁금할 정도인데.’
“너는 왜 따라왔어?”
브롬이 은근슬쩍 아르칸의 뒤에 숨어 따라온 길리암에게 핀잔을 줬다.
그 말에 길리암이 움찔하더니 양 손가락을 비비 꼬며 대꾸했다.
“궁금해서 따라서 온 거야. 인공 마심장을 합성한다니, 처음 들어 본단 말이야.”
“그러면 마음껏 구경해. 새로운 기술에 관심을 가지는 건 좋은 자세니까.”
뜻밖에도 브롬은 귀찮아하거나 경계하기는커녕 오히려 호감을 느끼는 듯했다.
그러나 잊지 않고 한마디 덧붙였다.
“다만, 아르칸이 허락해야겠지만.”
“아, 나도 괜찮아. 보고 조언해 줘도 좋고.”
아르칸은 흔쾌히 허락했다.
인공 마심장은 말 그대로 마력을 생성해 전신에 순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길리암은 마력의 전문가인 만큼 뭐라도 도움이 될지도 몰랐다.
“자, 그래서 인공 마심장을 합성한다고 했지. 다른 특성이라도 넣고 싶은 건가? 그런 거라면 말리고 싶군. 전에 살펴보니 거의 완벽하게 마심장을 재현해 뒀는데 괜히 건드렸다가는 자칫 잘못될 수도 있어.”
마심장 재현을 거의 완벽하게 했다고 드워프에게 인정받다니, 본앰브로스가 들으면 으쓱할 만한 소리였다.
“안심해. 그 제작자가 합성해도 괜찮다고 말했으니까. 방법도 어렵지 않다더군.”
아르칸은 그러면서 본앰브로스에게 들은 대로 설명했다.
별다른 특성을 넣는 건 아니고, 인공 마심장 세 개를 재생 마석으로 합성하는 거라고 말이다.
“재생 마석? 그 귀한 걸 가지고 있다고? 어디서 났나?”
드워프 왕국 지하 동굴에서 얻은 거라고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 아르칸은 용사도 모르게 몰래 빼돌렸었으니까.
“그건 비밀이지.”
“하긴, 그런 특급 정보를 남에게 쉽게 공유할 수는 없지.”
“치, 아깝네.”
납득하는 브롬과 달리 뒤에서 듣고 있던 길리암이 혀를 찼다.
“그나저나 인공 마심장이 세 개나 있었나? 두 개 있다고 들은 거 같은데.”
“하나는 받았지. 꺼낼 테니 어떻게 합성이 가능한지 확인해 줘.”
“아, 그럼 여기에.”
아르칸은 브롬이 가리키는 깨끗한 하얀 천 위에 인공 마심장 세 개와 재생 마석까지 꺼냈다.
잠깐 살펴보던 브롬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인공 마심장의 핵심 부품을 분리해서 모으면 되겠군. 그리 복잡하지 않은 작업이다.”
가능하다는 브롬의 말에 아르칸은 안도하면서도 놀랐다.
“그렇게 척 보면 딱 하고 알 수 있는 거야?”
“아, 이 틀을 보니 드워프가 만든 거라서 그래.”
아르칸은 문득 본앰브로스가 한 말을 떠올렸다.
‘드워프가 필요하다면서, 합쳐 준다고 했지.’
아무래도 드워프를 잡아다가 부려 먹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합성할 거면 지금 바로 합쳐 놓을 수 있는데.”
“그러면 꺼낸 김에 미리 해 두지.”
그때였다.
“잠깐만요!”
아르칸의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길리암이 다급하게 외쳤다.
“왜 그래?”
“이거 잠시만 살펴봐도 될까요?”
브롬이 쳐다보길래 아르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봐. 뭐가 이상해?”
“이상한 건 아닌데…….”
길리암은 곧바로 나서서 인공 마심장을 자세히 살펴보더니, 브롬에게 몇 가지 물었다.
브롬의 대답에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가 고개를 젓다가를 반복하더니 대뜸 말했다.
“역시나 이거 엉터리네요.”
“엉터리라고?”
브롬이 눈썹을 치켜떴다.
인공장기 이식의 전문가인 자신이 마심장을 거의 완벽히 재현했다고 했다.
그런데 이게 엉터리라면 자신의 전문성을 부정당한 거 거나 마찬가지였다.
놀란 건 아르칸도 마찬가지였다.
이 인공 마심장은 다른 이도 아니고, 대마왕 본앰브로스가 만든 거였기 때문이다.
그런 걸 앞에 두고 엉터리라니.
본앰브로스가 들었다면 화내며 단숨에 소멸시킬지도 몰랐다.
“대체 어디가 엉터리인가?”
브롬이 화를 꾹 참으며 물었다. 길리암은 그걸 눈치 못 챈 듯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확실히 마심장 재현은 잘해 놨긴 해. 하지만 이건 인공 마심장이잖아. 마심장이랑 같은 역할만 하면 되지 똑같이 만들 필요는 없는데, 똑같은 구조로 만들다 보니 효율이 엉망이야.”
“크음.”
브롬이 한 방 맞은 듯한 눈빛이 됐다.
아르칸도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 있는 소리야.”
“그래서 네가 더 효율 높게 만들 수 있다는 소린가?”
“물론이지. 처음부터 만드는 건 무리겠지만, 이걸 좀 수정하는 거 정도는 어렵지 않거든. 네 말대로 구조가 복잡한 건 아니니까.”
“어디 한번 해 봐.”
“이걸 여기다 바로 연결해 버리고, 이쪽은 아예 빼 버리기만 해도 훨씬 나을걸.”
“음, 확실히 그렇겠네. 근데 아예 빼 버리지는 말고 여기로 우회해서 붙이면 더 좋을 거 같은데?”
“오. 그런 수가 있었군. 너도 꽤 하는데?”
“아니, 이걸 고칠 생각을 했다는 게 중요하지. 기존 장기랑 비슷해야 한다는 선입관에 갇혀 있었거든. 내 다른 연구도 다시 고민해 봐야겠어.”
“원래 처음이 떠올리는 게 어려운 거지. 그보다 여기는 어때?”
“거기는 건들면 안 될 거 같은데, 대신 출력을 줄여 볼 수 있겠군.”
브롬과 길리암은 언제 티격태격했었냐는 듯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갈수록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탓에 아르칸은 뭐가 어떻게 바뀌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확실히 기존 인공 마심장보다는 나아질 것처럼 보였다.
‘조금이라도 좋아지면 그게 어디야.’
특히 마력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오웬이라면 그 작은 차이로도 전투력에 크게 차이를 낼 게 틀림없었다.
다음 날.
아르칸은 두 사람이 부른다기에 다시 브롬의 공방을 찾았다.
“음, 많이 지저분해졌는데.”
어제와 달리 내부에는 설계 도면과 부품들이 어질러져 있었다. 밤새도록 연구한 흔적인 듯했다.
“그, 금방 치울 거다. 저 여자랑 일하다 보니 어쩔 수가 없군.”
브롬은 창피해하면서 부스럭거리면서 물건들을 정리했다.
정작 길리암은 테이블에 기대서서 깔깔대며 웃었다.
“뭘 이 정도로 그래? 이 정도는 돼야 사람 사는 곳 같지. 생활감 있지 않아?”
“시끄럽다. 어수선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보다 어떻게 됐어? 완성됐길래 부른 거 아니야?”
아르칸의 물음에 브롬과 길리암을 서로 마주 보면서 씩 웃었다.
그 자신감 넘치는 표정들을 본 아르칸은 성공했다는 걸 깨달았다.
“어디 보여 줘.”
“여기 있다.”
브롬이 합성한 인공 마심장을 보여 줬다. 얼핏 보면 기존 인공 마심장과 크게 차이는 없어 보였지만, 겉에 빼곡하게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로 좋아진 거야?”
그러자 자신만만하던 브롬과 길리암의 표정이 난처하게 변했다.
왜 그러지 싶었는데 이유가 황당했다.
“최소 10% 이상 향상되었을 거예요.”
“부끄럽게도 정확히는 모르겠다. 작동을 해 보진 못해서.”
어느 정도 급의 마심장이 됐는지 몰라서 창피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작동에는 이상 없지?”
“물론이에요.”
“내가 장담한다.”
“그거면 돼. 등급은 이거로 확인해 보면 되니까.”
아르칸은 웃으며 게티아를 꺼냈다.
‘4성급은 된다니까, 4.5성급만 되면 좋겠네. 조금만 더 욕심부리면 4.8성급?’
실제로는 4성급으로 분류되겠지만, 그 정도만 되어도 5성급 마족과 마왕을 상대로 충분히 선전할 수 있을 게 분명했다.
기대에 차 감정했던 아르칸의 눈이 커졌다.
‘아니, 이럴 수가??’
***
다음 날 오전.
오웬의 인공 마심장 시술이 이뤄졌다.
마왕성 안에서는 소문이 짝 퍼져 다들 시술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를 두고 이야기가 오갔다.
그중에서 오랫동안 마왕성에 있었던 하인들은 오웬의 무사를 바랐다.
이들은 아르칸이 망나니짓을 하면서 개판 치는 와중에도 오웬의 보살핌 속에 견뎠었다.
그 때문인지 고블린이 쳐들어왔을 때도 오웬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나가서 싸우려고 했을 정도였기에 더욱 간절했다.
‘별문제 없겠지?’
아르칸은 하인들의 분위기를 보고 그렇게 생각했지만.
막상 시술하는 데 도착하니 오웬도 제법 긴장한 얼굴이었다.
“몇 번이나 성공한 시술이니까, 걱정하지 마.”
아르칸이 안심시키려고 했지만, 억지 미소를 지으며 대꾸할 뿐이었다.
“아르칸 님의 말을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만, 나잇값 못 하고 긴장이 되네요.”
“아직 젊다는 증거 아닐까?”
“하핫. 농담도 잘하시네요.”
아르칸의 실없는 소리에 오웬이 웃더니 다소 긴장이 풀린 듯 시술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막상 정작 오웬이 시술받는다 생각하니 아르칸도 조금 초조해진 기분이었다.
‘브롬이 지인들을 치료하는 것을 봤을 때는 안 이랬는데.’
이 세계에서 가족이나 다를 바 없이 믿고 의지하는 오웬이 몸에 칼을 대고 장기를 교체하는 시술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된 거였다.
아르칸은 처음 느껴 보는 감정이었다.
‘차라리 조금 불편해지더라도 놔둘 걸 그랬나.’
그런 생각까지 들었지만, 이미 시술은 시작되었기에 마음속으로 무사하기만을 바랐다.
잠시 후.
브롬이 커튼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무사히 완료했습니다.”
“고생했어.”
아르칸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하는데, 커튼 머 너에게서 오웬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이럴 수가! 아르칸 님! 어떻게 된 겁니까? 전보다 더 강해진 느낌입니다.”
그 말에 아르칸이 언제 걱정했었냐는 듯 씩 웃었다.
대마왕 바리스탄의 검이 돌아온 거였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