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93
93화 아르칸의 검 (1)
오웬이 시술실에서 나오면서 자신의 양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오랜만에 강력한 마력이 느껴졌다.
“어떻게 된 겁니까? 분명 이식한다는 인공 마심장은 3성급이라고 들었습니다만.”
“저번에 본앰브로스 님이 왔다 갔잖아. 그때 인공 마심장을 합성할 수 있다고 알려 주더라고.”
“합성 말입니까? 그렇다는 건…… 그 귀한 걸 하나가 아니라 두 개나 사용했다고요?”
“정확히는 본앰브로스 님께 하나 더 받아서 세 개를 합쳤지.”
재생 마석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부담 가질까 봐.
“거기다가 재생 마석까지 들어갔지. 하핫.”
브롬이 눈치 없이 뒤에서 한마디 보태서 도루묵이 됐지만.
“재생 마석까지…… 돈으로도 못 구하는 아주 귀한 거 아닙니까?”
“괜찮아. 몇 개 더 있으니까.”
“거기다가 제 연구까지 더해졌죠.”
길리암도 웃으며 생색을 냈다.
오웬은 그래도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그렇군요. 두 분 모두 정말 감사합니다.”
“나도 공부가 많이 됐으니까. 무엇보다 나아서 다행이야. 기존 마심장의 상태가 정말 엉망이더군. 그 상태로 살아 있던 게 용할 정도야.”
브롬의 말에 아르칸이 놀라서 되물었다.
“그 정도였어?”
“그럼, 조금만 더 무리했으면 박살 날 정도였지.”
‘정말 큰일 날 뻔했네.’
아르칸은 문득 빙의되고 얼마 안 됐을 때를 떠올렸다.
게티아로 오웬의 마력을 흡수해, 오웬의 상태가 호전되었을 때 고블린이 쳐들어왔다. 그때 오웬이 자원했었다고 해도, 아픈 사람더러 나가서 싸우라고 하는 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에도 함께 마룡 크세트카흐의 미궁을 탐색하러도 갔었고, 대마왕성까지 그 먼 거리를 함께 이동했었다.
‘문제없던 게 천만다행이었네…….’
아르칸은 내심 안도하면서 오웬에게 물었다.
“그보다 어때? 전보다 더 강해졌다니, 정말 그렇게 느껴져?”
“네. 확실히 강해졌네요.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합성했더니 인공 마심장이 5.5성급이 됐거든.”
“5.5성급…….”
4.5성급만 되어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합성한 뒤 감정한 결과 무려 5.5성급이었다.
인공 마심장에 길리암의 마력 연구를 더했더니 효과가 좋아도 너무 좋았다.
본앰브로스가 합성 후에 4성급이 된다고 했는데, 무려 1.5성이 더 늘어난 거였다.
‘이거 알게 되면 본앰브로스가 난리 나겠지.’
“그 끔찍한 통증이 끝나고 다시 검을 쥘 수 있게 된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여겼는데. 더 강하게 만들어 주다니…….”
오웬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만큼 감격한 거였다.
오웬은 집사이기 이전에 대마왕 바리스탄의 검으로 유명했던, 전사.
다시 마음껏 전장에서 활약할 수 있게 됐는데 감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웬은 눈물이 흐르려는 걸 필사적으로 참으며 말했다.
“아르칸 님께,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군요.”
“네가 강해지면 나한테도 좋으니까. 마력도 더 많이 빌려 올 수 있고, 무엇보다…….”
거기까지 말한 아르칸은 마른침을 꿀꺽 삼킨 뒤, 말을 이어 갔다.
“……앞으로는 대마왕 바리스탄의 검이 아니라, 내 검으로서 살아 줬으면 하는데.”
지금 오웬이 집사로 있는 건 어디까지나 아버지의 명령.
거기다가 아르칸의 동향을 본가에 전하고 있었다.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 때문이라는 걸 아는 아르칸은 알고도 내버려 두고 있었다.
아르칸이 말하는 건 이제 아버지를 모시는 게 아니라, 확실히 자신의 사람이 되라는 의미였다.
“……응당 그래야겠지요.”
그렇게 말한 오웬은 무릎을 꿇더니 두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그 사이에 붉은 마력의 검이 만들어졌다.
그걸 본 브롬과 길리암이 감탄했다.
“호오, 대마왕 바리스탄의 검이라더니 정말 검을 만드는 건가.”
“아니, 마력 발산 장치도 없는데 저 정도로 선명한 형태를 만들 수 있다고? 대단하네.”
오웬이 그 검을 아르칸에게 공손히 내밀며 입을 열었다.
“앞으로 마왕 아르칸 님의 검으로써 살 것을 맹세합니다.”
“네 맹세를 받아들인다. 나의 충성스러운 검이여.”
아르칸도 진지하게 대답했다.
오웬을 권능으로 신하로 만들긴 했지만, 이제야 진정으로 자신의 심복이 된 느낌이었다.
오웬이 마력 검을 거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르칸은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한 가지 사실을 눈치챘다.
“어, 근데 뿔은 없는 채 그대로네?”
“뿔? 그게 있어야 하나?”
“뿔이 중요해?”
드워프인 브롬과 인간인 길리암은 이해가 안 가는 듯했다.
하긴, 아르칸도 처음 빙의가 되었을 때는 별로 신경 안 쓰긴 했었다.
“마력이 높을수록 뿔이 멋지게 나거든. 원래도 5성급이 넘으니까 나보다 뿔이 더 컸을 텐데.”
“저는 괜찮습니다.”
“그래?”
“네. 저도 그랬지만, 마력의 고수는 뿔을 숨길 때도 있으니까요. 실질적인 힘이 더 중요하지요.”
“그렇다면 다행이고.”
그사이 브롬과 길리암이 오웬의 뿔에 대해서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더니 결론을 내린 듯 말했다.
“음. 마족이나 마왕이 뿔이 생기는 건 마력이 뭉치는 것 때문이라던데, 오웬 님의 뿔이 자라지 않은 건 우리가 마력을 새는 곳 없이 순환시켜서 그런 거 같다.”
“한마디로 완벽하다는 거죠.”
아르칸도 그렇게 짐작하고는 있었다.
아르칸의 권능 스킬인 마력 뿔만 해도 순간적으로 모인 마력을 모아 두기 위한 거니까.
그래도 뿔이 안 생길 정도라는 건 정말 체내에 마력이 조금도 뭉치지 않는다는 소리.
“확실히 완벽하긴 하네.”
아르칸의 인정에 브롬과 길리암이 서로 마주 보며 씩 웃었다.
그때 길리암이 팔목 보호대를 내밀며 말했다.
“그리고 아르칸 님을 위해 이런 것도 하나 만들었어요.”
“인공 마심장을 합성하면서 남은 부품으로 만든 거다.”
브롬이 이어 말했다.
아무래도 브롬과의 합작인 듯했다.
받아서 보니 팔목 보호대에 여러 겹의 쇠막대기가 붙어 있었다.
“거기 제일 안쪽 끝부분을 아래로 누르면 공격 형태로 바뀐다.”
그 말대로 하니까 쇠막대가 좌우로 펼쳐졌다.
그 모습은 영락없이 작은 쇠뇌였다.
“거기에 마력을 불어 넣으면서 잡아당기면 기존 마탄보다 훨씬 강한 마력이 발산될 거예요. 화살도 넣을 필요 없고요.”
“이거 좋은데? 대체 언제 만든 거야?”
“기존에 있던 제품을 수정한 거다.”
“오리할콘으로 만들려면 좀 더 연구가 필요하거든요. 한참 더 기다려야 할 거예요.”
길리암의 말에 옆에서 설명하고 있던 브롬이 도리어 놀랐다.
“오리할콘? 그거 성검에 들어가는 거잖아. 그거로 뭔가 만들 계획이야?”
“네, 아주 굉장한 걸 만들 거예요.”
그렇게 길리암과 브롬 둘은 또 자기들만의 세계에 빠져 이야기하기 바빴다.
아르칸이 고맙다고 할 때도 못 들었을 정도였다.
‘그나저나 오웬의 심장병을 고치면서 무기를 얻다니, 역시 사람은 베풀고 살아야 해.’
그러면서 연신 손목 보호대의 쇠뇌를 확인했다.
마탄을 발사하는 장갑을 끼고 쇠뇌까지 쓰니까 낭비라고 볼 수도 있지만, 곧바로 재밌는 아이디어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이거 이러면 쓸 만하겠는데?’
그때 게티아가 갑자기 펄럭이며 날아오르더니, 아르칸 앞에서 페이지를 펼쳤다.
확인해 보니 마력이 올랐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권능 레벨이 4가 되었습니다.]드디어 권능 레벨이 오른 거였다.
오웬의 마력이 5성급이 되었다고 오른 모양.
아르칸의 밝은 표정을 본 오웬이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권능 레벨이 올랐다는군. 네 덕분이야.”
“제 덕분이라니요. 아르칸 님이 베푸신 덕분이죠. 정말 축하드립니다.”
오웬이 진심으로 기뻐하며 축하했다. 당장 자신의 치료를 위해 아르칸이 갖은 고생을 하고, 드워프를 데려왔을 뿐만 아니라, 귀한 인공 마심장 여러 개를 합치기까지 했다.
그런데 자신의 마력이 오른 덕분에 아르칸의 권능이 오른 셈이었기 때문이다.
[권능 스킬, 군주의 깃발이 해금되었습니다.] [군주의 깃발] [군주가 깃발을 내세우면 인근의 부하들의 전의를 비롯해 신체 능력과 마력이 상승합니다.]처음으로 대규모 전투에서 쓸 만한 스킬이 나왔다.
‘그나저나 좋은 일이 이렇게 연달아 생기다니, 앞으로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두려울 정도네.’
그때였다.
“아르칸 님! 아르칸 님!”
트릴이 호들갑을 떨면서 아르칸을 불렀다.
“무슨 일이냐? 설마 벌써 본앰브로스 님이 돌아온 건 아니겠지?”
“아닙니다. 대마왕 제니칼이 서신을 보내왔습니다.”
“서신을?”
아르칸이 고개를 갸웃했다.
제니칼은 서신을 보내거나 할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의아해하고 있는데 트릴의 뒤에 수인족 마왕 삼인방이 달려왔다.
“너희는 왜?”
“제니칼 님이 서신을 보냈다고 해서요.”
“안심하고 편하게 지낸다고 하더니, 걱정되나 보네.”
아르칸의 말에 셋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일단 무슨 내용인지부터 볼까.”
빠르게 서신을 읽은 아르칸은 실소했다.
제니칼 성격상 서신을 안 보내긴 하지만, 내용은 확실히 제니칼이 보낼 만한 서신이긴 했다.
“뭐라고 합니까?”
“수인족 마왕들의 신병을 넘겨달라는군. 그렇지 않으면 박살 내 버리겠다나.”
“대마왕 제니칼로서는 나름대로 예우를 갖춘 거군요.”
“그렇지.”
만약 아르칸이 바리스탄의 자식이 아니었으면 서신 따위 보내지 않고 그대로 부하들을 보내 짓밟아 버렸을 게 분명했다.
“어떡하실 생각입니까?”
“글쎄, 그냥 달라는 게 아니라 몸값까지 준다는데.”
“대마왕 제니칼이 그렇게 후한 제안을 다 했습니까?”
오웬이 듣고 놀랐다.
옆에서 귀를 쫑긋 세우며 대화를 듣고 있던 수인족 삼인방의 안색이 시커메졌다.
그냥 넘기라는 거면 아르칸이 화내면서 못 넘긴다고 버틸 수 있겠지만.
몸값을 준다는데,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너무 안심하고 있었나…….”
“하긴, 나라도 넘기겠다. 안 그래?”
“츠츳. 정말 끝장이로군.”
수인족 마왕들이 좌절하는 걸 보던 아르칸이 웃으며 말했다.
“왜 그리 죽상이야? 표정 좀 풀어.”
“이제 끌려가서 어떤 짓을 당할지 모르는데 어떻게 표정을 풀어요?”
“맞아. 얌전히 죽여 주기만 해도 다행이야. 안 그래?”
“츠츳. 차라리 지금 죽는 게 나을지도…….”
그때 이번에는 데시무스가 달려와서 보고했다.
“오크 로드 나크룸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대마왕 제니칼이 보낸 수인족 마왕들이라며 통과를 원한다고 합니다.”
“벌써? 서신은 정말 형식적으로 보냈나 본데.”
게다가 사신으로 마왕들을 보냈다는 건, 여차하면 무력을 쓸 작정이라는 의미나 다름없었다.
“아르칸 님, 어떡할까요?”
“음, 그보다 어떤 마왕들이 왔는지는 알고 있어?”
“93위인 마왕 아크테아, 97위인 마왕 란카리, 98위 아루나를 보냈다고 합니다.”
“마왕성 랭커를 셋이나 보내?”
그만큼 진심이라는 듯했다.
‘하지만 아직 내가 랭킹 89위인 걸 모르고 보냈나 보군.’
만약 알았다면 아르칸을 압박하기 위해 좀 더 많은 마왕을 보내거나, 상위 랭커를 보냈을 테니까.
아르칸은 잠깐 고민하다가 데시무스에게 말했다.
“이쪽으로 보내라고 그래.”
그 말에 수인족 마왕들이 절망했다.
“이제 진짜 마지막이네.”
“역시 우리를 팔아넘기는 거 아니야?”
“츠츳, 넘길 거면 지금 죽여라!”
“너무 흥분하지 마. 일단 이야기나 들어 봐야지. 말이 안 통하면 실력 행사를 해야겠지만.”
아르칸은 오웬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현재 89위인 아르칸 마왕성의 전력도 전력이지만,
바리스탄의 검이라 불리었던 오웬의 전성기 전투력은 90위권 마왕에 준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오웬을 어떻게든 치료하려고 그렇게 애를 썼지.’
심지어 현재는 그보다 더 높은 5.5성. 80위권 마왕과도 싸워 볼 만했다.
90위권 마왕 둘은 상대하고도 남을 상황.
아르칸의 시선을 받은 오웬도 그 의도를 깨닫고 입꼬리를 올렸다.
“그렇게 되면 오랜만에 실력 발휘를 해 볼 수 있겠군요.”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