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96
96화 정글 속에 숨겨진 마왕성 (1)
선전포고를 받은 아르칸은 먼저 대마왕 바리스탄에게 보고했다.
“아버지께서 예상했다는 듯 바로 지원군을 보내시겠다는군.”
서신을 읽은 아르칸의 말에 오웬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여섯 마왕을 이기고, 그중 수인족 마왕 셋을 부하로 삼았다는 보고를 받으셨으니까요. 응당 대마왕 제니칼의 보복이 있을 거라 짐작하셨을 겁니다.”
“그래도 마왕성 랭킹이 89위가 됐던 것까진 모르셨던 모양이야.”
아르칸의 마왕성 랭킹이 수직 상승 했다는 말에 아버지는 아주 기뻐하며, 서신과 별개로 운영 지원금이라며 마석을 보내왔다.
돈은 많으니 필요 없을 거라는 말과 함께.
‘나야 오히려 좋지.’
“인근의 마왕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파벌 간의 전쟁이 됐으니 적극적으로 나서서 방어할 겁니다.”
심지어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아르칸을 돕겠다고 나선 마왕도 있을 정도였다.
‘정확히는 아버지의 눈에 띄고 싶은 거겠지만.’
어쨌거나 이번 레오녹스의 원정군을 상대하는 건 마왕들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다른 파벌 마왕과 마음 놓고 싸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을 세우면 마석이나 골드를 받아서 마왕성을 강화할 수가 있을 테니까.
한편 아르칸이 선전포고를 확인했다는 회신을 받은 레오녹스는 곧바로 원정에 나섰다.
이 기회에 전쟁에 끼겠다고 나선 대마왕 바리스탄 파벌의 마왕처럼, 공을 세우고 싶었던 제니칼 파벌의 마왕들도 레오녹스의 원정군에 합류했다.
덕분에 원정군의 규모는 점점 커졌고, 레오녹스의 야망은 곧바로 달성할 수 있어 보였다.
그러나.
접경 지역에 정찰병을 보내 적의 동향을 파악한 레오녹스의 안색이 구겨졌다.
기존에 파악된 병력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선전포고까지 했기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 이상이었다.
당연히 아르칸 마왕성을 치러 가니 통과시켜 달라는 말은 씨알도 안 먹힐 상황.
하지만 이 정도로 레오녹스는 꺾이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힘으로 뚫는 수밖에.’
레오녹스는 패기 있게 진군해서 바리스탄 파벌의 마왕과 전면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레오녹스의 원정군은 맹렬한 기세로 돌격해 방어선을 뚫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그걸 뚫으면 또 다른 마왕이나 바리스탄의 부하가 가로막는다는 거였다.
그것도 돌파는 가능했지만, 여간 피로한 게 아니었다.
며칠간 치열한 전투 후, 잠시 쉬는 동안 뒤를 돌아보니 생각보다 얼마 나아가지 못했다.
“레오녹스 님, 이러다가 다 나가떨어지겠습니다.”
“아르칸 마왕성에 도착하기 전에 다들 지칠 겁니다.”
부하들도 걱정했다.
실제로 파벌 간의 경계가 유지되는 건 비슷한 세력끼리 부딪쳐 봤자 소모전이 될 뿐이어서가 컸다.
하지만 레오녹스는 물러설 생각도, 물러설 수도 없었다.
이대로 회군했다가는 대마왕 제니칼이 자신에게 분풀이할 게 뻔했으니까.
무엇보다 레오녹스가 계속 진군하려는 데는 나름대로 근거가 있었다.
“약한 소리 하지 마라! 지금까지 상대한 적들을 보면 우리가 물러설 이유가 없다.”
“왜 그렇습니까?”
“못 느꼈느냐? 대부분이 우리를 필사적으로 막기는커녕 적당히 싸우다가 물러서고 있다.”
“아, 확실히. 별로 의욕 없어 보이긴 했지요.”
“간혹 눈에 뒤집혀서 공격하는 것들이 있긴 했지만, 그리 많지는 않았습니다.”
부하들의 대답에 레오녹스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그런지 알겠느냐?”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 마왕 아르칸이 싫어서 그러는 거 아닙니까?”
“옳지! 그거다! 그거! 망나니 마왕으로 유명한 아르칸 아니냐. 대마왕의 명령이니까 나와서 싸워 주긴 하다만, 의욕이 생기지 않으니 건성건성 싸우다 마는 거지.”
“이제야 이해가 갑니다.”
“괜히 제니칼 님의 심복이 되긴 게 아니시군요.”
“어쩌면 우리가 이 기회에 저 망나니를 혼쭐을 내 주길 바랄지도 모르지.”
레오녹스의 말에 부하들도 동의했다.
“그러면 어느 시점에 일부러 유도를 하겠군요.”
“그렇지. 그때까지 지치지 말고 힘내자!”
“알겠습니다!”
레오녹스의 독려에 부하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이런 레오녹스의 짐작은 반은 맞았지만, 반은 틀린 상황이었다.
***
한편 멀리서 레오녹스 원정대의 반응을 살피던 부대가 있었다.
바로 대마왕 바리스탄이 보낸 지원군이었다.
이들의 총책임자는 토피아스. 일전에 사막에서 버네르가의 둥지를 찾는 걸 지휘했던 바리스탄의 심복이었다.
그 실력은 전성기의 오웬에 버금간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만큼 바리스탄이 아들의 일을 신경 쓰는 걸 보여 줬다.
그 외에도 두 형이 돕겠다고 나서는 걸, 바리스탄과 아르칸이 막았다.
토피아스의 부하가 지도로 전황을 살펴보며 말했다.
“음, 적은 포기하지 않고 싸울 공격해 올 생각인가 봅니다.”
“예상대로다. 수인족들은 원래 쉽게 포기하지 않으니까.”
“단번에 쓸어버리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부하의 말대로, 이 지원대의 힘만으로는 어려울지 몰라도 몇몇 마왕들과 연합하면 충분히 해내고도 남았다.
곳곳에서 병력을 충당 가능한 이쪽과 달리, 레오녹스의 원정대는 갈수록 병력이 소진될 뿐이다.
반면에 지원대는 나눈 병력으로 원정군을 번갈아 가면서 상대하면서 체력 소모를 줄일 뿐만 아니라, 전선도 조금씩 뒤로 물리고 있었다.
“명령이니까. 정확히는 아르칸 님의 요청이라더군.”
“요청이요?”
“그래, 아무래도 우리 막내 도련님 야망이 보통이 아닌 거 같군.”
아르칸이 왜 저러는지 짐작한 토피아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야망이요?”
“원정대를 지치게 만든 다음, 마지막에 아르칸 님이 나서서 쓰러트리면 어떻게 되겠나?”
안 그래도 빠른 순위 상승으로 주목을 받는데, 상대 파벌의 간부를 해치운다?
망나니 마왕이라는 악명을 떨쳐 내고, 마계의 새로운 돌풍이 될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되기 힘들 텐데 말이죠.”
그 말대로 자신들이야 한발 물러나 있지만, 먹잇감이 지쳤을 때 사냥에 나서고 싶은 바리스탄 파벌의 마왕도 한둘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레오녹스가 도중에 마음을 달리 먹고 돌아가면 말짱 도루묵이었다.
“그거야 아르칸 님의 역량에 달렸지.”
토피아스는 그렇게 대꾸하면서 아르칸 마왕성이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아르칸이 레오녹스를 단칼에 벨 검을 갈고 있는 모습이 눈에 선한 듯했다.
그러나.
토피아스의 짐작과 달리 아르칸은 마왕성을 떠나 제니칼 파벌의 영역에 진입한 상태였다.
***
아르칸은 레오녹스 원정대와 바리스탄의 지원군이 부딪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출발했다.
아르칸이 할루시네이션을 쓴 덕분에 아르칸 원정대는 레오녹스 원정대와 달리 한 번의 전투도 없이 대마왕 제니칼 영역에 들어갈 수 있었다.
‘원정대라고 하기에는 초라하지만.’
원정대는 아르칸과 오웬, 볼가와 나미라 이렇게 넷이 전부였다.
볼가는 한동안 제니칼 영역을 헤집고 다녀서 지리에 익숙해 길잡이 역할을, 나미라는 권능으로 마수를 부릴 수 있어서 정찰병 역할을 했다.
참고로 아공간 주머니에 해츨링 피용과 용아병도 있긴 했다.
“그나저나 다들 너무 빠른 거 아니야?”
아르칸이 제일 뒤에 따라가면서 투덜댔다.
마력이 생긴 덕분에 신체가 강화되긴 했지만, 5.5성급 마력을 가진 오웬이나, 수인족 두 사람의 기민함에는 따라가기 힘들었다.
“피곤하시면 저택 안에서 쉬고 계시죠.”
“그럴 수는 없지. 신체 능력도 길러야 마력도 더 잘 쓸 수 있다면서. 이것도 훈련이야.”
오웬이 권유했지만, 아르칸은 이를 악물고 쫓아갔다.
그렇게 일주일 가까이 이동한 끝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끄응, 여긴 되게 덥네.”
아르칸이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여긴 제니칼 마왕성 동쪽 외곽 열대우림 구역, 시리디움 정글이었다.
이곳은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거대한 마수가 출현하는 곳.
심지어 날씨도 어찌나 험한지 수시로 소나기가 쏟아져 아주 습하고 더웠다.
그 때문에 대부분의 수인족도 살기 어려워해, 넓은 정글 속에 마왕이라고는 단 하나, 독두꺼비 수인족 마왕 엘로라가 전부였다.
“음, 재미없는 곳이네요. 대체 그 엘로라 마왕성은 어디에 있는 거죠?”
“정확히는 몰라. 볼가는 어딘가 짚이는 곳이 없어?”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아르칸이 이렇게 물어보는 건 소설 속에서 엘로라 마왕성이 언급된 건 볼가와 연관이 있어서였다.
지금 자신의 힘으로는 제니칼을 상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볼가는 더욱 강해지리라 결심한다.
그를 위해서 찾은 곳이 바로 이곳 시리디움 정글.
여기에 사는 수많은 마수를 해치우다 보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강해질 수 있을 거라 믿은 거였다.
그 결과 실제로 강해지긴 했다.
마수를 해치운 게 아니라, 우연히 들어간 엘로라 마왕성에서 강해진 거지만.
문제는 정말 우연히 들어간 거라서 정확한 입구를 모른다는 거였다.
“이거 자칫하면 한참 헤매야 할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이럴 상황에 대비해 데려온 게 나미라였다.
“나미라. 마수를 이용해 이곳에 마왕성 입구를 한번 찾아봐 줄래?”
“네! 열심히 찾겠습니다.”
나미라는 아르칸에게 기대받는다는 생각에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특히 3인방 중 나미라만 유일하게 원정대에 합류했다.
‘그래, 기왕 이렇게 된 김에 여기서 한 자리 차지해야지.’
특히 다른 수인족 마왕인 아그나르와 베리나에게 처지긴 싫었다.
“저 앞에서 마수를 끌어들일 테니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흥분해서 덤비면 안 되어서요.”
“그러지.”
아르칸이 대답하자 나미라가 저 앞으로 나와 준비한 마수의 먹이를 사방에 뿌렸다.
마수가 흥분해서 눈이 뒤집히면 권능이 먹히지 않다 보니, 먼저 길들일 필요가 있었다.
먹이의 냄새를 맡았는지 원숭이와 악어, 박쥐나 뱀 등 다양한 동물 모습을 한 마수들이 몰려들었다.
‘정말 큰데?’
커다란 마수를 보고 있자니 이쪽이 작아진 느낌이 들 정도였다.
문제는 먹이를 먹기도 전에 자기네들끼리 싸우기 바쁘다는 거였다.
“야, 너네 왜 이래. 진정 좀 해.”
놀란 나미라가 권능을 발휘했지만, 이미 잔뜩 흥분한 마수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많이 기다려야 해?”
“그게 아니…… 잠시만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나미라는 진땀을 흘리며 마수들 사이에 들어갔지만, 마수들은 진정할 기미가 안 보였다.
그사이에 몇몇 마수는 쓰러지고, 일부는 도망가 버렸다.
‘마지막에 하나만 남으면 진정하긴 하겠네…….’
하지만 그래서야 곤란했다.
“오웬, 어디 애들 진정 좀 시켜 봐. 겁 좀 주면 일단 멈추겠지”
“알겠습니다.”
오웬은 대답하자마자 검을 뽑아 들고 마력검을 형상화하며 살기를 내뿜었다.
그 매서운 기세에 마수들은 싸움을 멈추고 움찔하더니, 몸을 수그렸다.
옴짝달싹 못 하는 게 뱀 앞의 생쥐 꼴 같았다.
“어디 다시 권능을 써 봐.”
“아, 네…….”
아르칸의 말에 대답한 나미라는 다시 마력을 집중해 권능을 발휘했다.
자신의 의사가 닿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마치 죽은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어, 근데 안 움직이는데요.”
“오웬, 이제 된 거 같은데. 그만해도 되겠어.”
“알겠습니다.”
오웬이 마력검을 해제하고 검을 집어넣자마자 마수들은 그제야 나미라의 권능에 반응했다.
다만, 오웬이 두려운지 자꾸 멀리 떨어지려고 했다.
그걸 눈치챈 아르칸이 마수들에게 말했다.
“이 무서운 할아버지랑 헤어지고 싶으면, 조금이라도 빨리 마왕성을 찾는 게 좋을 거야. 두꺼비 수인족이 드나드는 곳 말이야.”
나미라가 그 의지를 전달하자 마수들은 언제 싸웠냐는 듯 자기네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는 듯하더니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기 저쪽이랍니다.”
숨겨진 마왕성을 찾아낸 거였다.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