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in Banjiha Demon Castle RAW novel - Chapter 97
97화 정글 속에 숨겨진 마왕성 (2)
“마왕성 입구가 맞는 거 같습니다.”
마수가 가리키는 동굴 안을 확인한 오웬이 말했다.
확인이 필요한 건 그냥 봐서는 마왕성 입구인지 알 수 없어서였다.
통로는 사람 하나 드나들 정도로 작은 데다 푹신푹신한 이끼와 수풀로 가려져 있었다.
거기다가 지키는 경비병도 하나 없어 더욱 마왕성인지 알기 어려웠다.
눈으로 찾아서는 절대로 못 찾았을 게 분명했다.
‘나미라를 데려오길 잘했네.’
아르칸이 나미라와 마수들을 칭찬했다.
“나미라, 수고했어. 너희도 안내하느라 고생 많았다.”
칭찬에 나미라는 뿌듯해하고, 마수들은 은근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이제 바라던 대로 마왕성 입구를 찾았으니 풀어 줄 거라 기대하는 듯했다.
그래야 저 무시무시한 노인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아르칸은 그냥 풀어 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우리가 여기 나갈 때까지 도와줘야지.”
나미라가 아르칸의 말을 전달하자 마수들이 시무룩해졌다.
그걸 본 아르칸이 웃으며 말했다.
“도와주면 후회는 안 할 거야. 선택의 여지는 없겠지만.”
아르칸은 마수를 앞세워 엘로라 마왕성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고 보니 마왕성을 정식으로 공략하는 건 이번이 처음인가.’
지금까지 마왕성 바깥에서 주로 싸우고, 아예 피용의 드래곤 브레스로 날린 적은 있었지만.
계층을 차례차례 공략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곳은 좀 특이한 곳이란 말이지.’
아르칸은 소설 속 기억을 떠올랐다.
안 그래도 단역인 볼가의 이야기 속에서 이 엘로라 마왕성 이야기 비중은 더욱 작았다.
나온 건 대략적인 마왕성의 위치와 마지막에 얻을 수 있는 보상뿐. 심지어 공략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그래도 이 멤버로는 무난히 성공할 수 있겠지.’
당장 혼자서 공략한 볼가까지 있으니까 거기에 걸 생각이었다.
1계층에 들어서니 자욱한 안개가 끼어 있었는데, 길 바로 앞에는 온통 물이었다.
“음, 재미없게 수영해야 하나.”
이곳을 공략했을 볼가가 투덜대길래 정말 물속으로 들어가야 고민했다.
다행히 나미라가 물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말했다.
“마수들이 이 물속에 몬스터가 잔뜩 있다고 합니다.”
“그럼 해치우라고 해.”
“자기들 힘만으로는 무리라고 하는데요?”
“그래?”
아르칸은 용아병들을 소환했다.
“마수들을 도와 이곳의 몬스터들을 다 해치우도록.”
“알겠습니다.”
대답한 용아병들은 금방 물속으로 들어가서 몬스터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마수들이 나설 필요도 없을 정도였다.
마수들은 편하다고 좋아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겁을 먹었지만.
“완료했습니다.”
“수고했다.”
용아병들이 보고하는 걸 본 마수들이 아르칸을 존경 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다.
저 무서운 노인도 저자의 말을 듣는 거 같은데, 저 기괴하고 강력한 존재들도 부리는 게 멋져 보였기 때문이다.
몬스터를 쓰러트린 덕분인지 안개도 다소 걷혔다.
아르칸이 수면 위를 가리켜 말했다.
“저기로 가면 되겠네.”
안개가 걷히자 물 위로 드문드문 돌이 튀어나와 있었다. 아무래도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듯했다.
2계층으로 내려가자 대형 식물원처럼 거대한 식물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모두 침입자를 해치우라고 배치된 식물 몬스터들이었다.
“재밌군. 이렇게 큰 식물 몬스터는 처음 봐.”
“저도 처음 봅니다.”
제니칼 영역을 헤매고 다닌 볼가나, 오랜 세월 바리스탄의 검으로 활약하면서 마계를 종횡무진 했던 오웬이 저렇게 말할 정도라면 특이한 개체인 건 확실했다.
마수와 대화한 나미라가 경고했다.
“이것들은 식인 식물이거나 독성이 있으니 조심하라고 합니다.”
“그래? 오웬, 전부 베어 버려.”
“알겠습니다.”
오웬이 대답하더니 마력검을 펼쳐서 휘둘렀다.
그러자 사람 키를 넘는 수많은 식물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그걸 본 볼가 혀를 내둘렀다.
“재밌군. 단칼에 저 많은 몬스터들을 해치우다니.”
“흠,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웬이 분한 듯 대꾸했다.
그 말대로 식물 몬스터들을 베어 낸 곳 아래는 꿈틀거리고 있었다. 뿌리까지 베어 낸 게 아닌 탓이었다.
식물 몬스터들은 도리어 위협을 느꼈는지 발광하고, 몇몇은 아예 독안개를 내뿜기 시작했다.
오웬이 마력검을 몇 번 휘둘러서 독안개를 차단하면서 뿌리가 붙은 지면을 공격했다.
그럴 때마다 여러 식물 몬스터가 박살 났지만, 이대로는 한참이 걸릴 것 같았다.
“이거 안 되겠네.”
“죄송합니다.”
“아니야, 나도 예상 못 했는걸.”
아르칸은 문득 볼가가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갔는지 상상해 봤다.
‘1계층에서 물에 뛰어들었던 것처럼 무식하게 돌파했으려나.’
하지만 이대로라면 볼가도 중독되어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아, 하긴. 여기서는 독에 걸리든 말든 무시하고 통과했겠네.’
볼가는 죽어도 상관없었다. 부활하면 되니까.
하지만 아르칸은 그럴 수 없었다.
다행히 아르칸에게는 독에 면역인 부하가 있었다.
아르칸은 여전히 소환해 둔 용아병들에게 말했다.
“여기도 너희가 좀 도와줘야겠다.”
“맡겨 주십시오.”
믿음직스러운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아르칸은 식물 몬스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맞다. 저것들 살펴보고 사막에 놔둬도 살 만한 녀석 있으면 좀 챙겨 놔.”
“……감사합니다.”
아르칸의 의도를 깨달은 용아병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용아병을 만든 창조주인 고룡 버네르가의 염원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사막을 녹화하는 것.
그를 위해서 여러 나무와 식물을 둥지 안에 많이도 모아 뒀다.
아르칸은 버네르가의 염원을 잊지 않고 이런 식물 몬스터도 사막을 녹화하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해서 모아 두라고 한 거였다.
용아병으로서는 감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1계층에서보다 더욱 힘차게 싸운 용아병들의 활약에 2계층 정리도 금방 이뤄졌다.
“돌아오는 길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정리했습니다.”
그 말대로 용아병들은 아르칸이 지나갈 수 있도록 중앙에 길을 만들었다.
식물 몬스터가 하나라도 남지 않도록 땅까지 완전히 뒤집어 놓은 거였다.
용아병들은 그러고 난 뒤 식물 몬스터를 챙기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 길을 따라가면서 아르칸이 말했다.
“아마 다음 계층부터는 경비병이 있을 거 같으니 주의해.”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1, 2계층은 이곳으로 겁 없이 들어온 마수나 모험가를 잡기 위해 함정과 몬스터를 채웠다고 할지라도, 3계층부터는 슬슬 거주 시설이 나올 차례였기 때문이다.
아르칸은 3계층으로 내려가기 전에 할루시네이션으로 모두에게 투명화 마법을 걸었다.
예상했던 대로 3계층에는 두꺼비 수인족이 잔뜩 있었다.
아직 침입자의 존재를 눈치 못 챈 건지 아주 평화로워 보였다.
반면에 두꺼비 수인족들을 본 아르칸의 일행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음, 저렇게 큰 두꺼비 수인족들은 처음 보는군요.”
“재밌군. 어떻게 저렇게 클 수 있지?”
“모두 거인과 혼혈인가 봐요.”
“놀라는 건 그쯤하고 4계층으로 내려가는 입구부터 찾자.”
아르칸의 말에 다들 정신을 차리고 4계층 입구를 찾기 시작했다.
한편 두꺼비 수인족을 살피던 오웬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저것들 크기만 한 게 아니라 강하군요. 상대할 때 조심하십시오.”
그 말에 볼가와 나미라가 긴장했다.
그토록 강한 오웬이 강하다고 인정한 거였기 때문이다.
다들 더욱 조심스럽게 4계층으로 내려가는 곳을 찾았다.
‘소설에서 볼가도 상대하기 힘들었을 텐데, 냅다 도망치다가 4계층으로 내려갔으려나.’
2계층에서 부활 특성을 한 번 썼을 테니 필사적으로 도망쳤을 게 분명했다.
그걸 생각하면 근성도 근성이지만, 어마어마한 운이 따랐을 거였다.
‘아마 소설 속 볼가는 우리가 이렇게 몰래 잠입한 줄 알면 억울해하겠지.’
잠시 후.
찾은 출입구로 4계층으로 내려가자 저 앞쪽에 통제실과 가운데에 사람 하나가 딱 들어갈 만한 작은 샘이 보였다.
황금빛을 발하고 있는 샘물을 보여 아르칸은 자신이 찾았던 것임을 확신했다.
‘저게 성장의 샘물이로군.’
아르칸이 이 먼 곳까지 온 목적이 바로 이 성장의 샘물 때문이었다.
소설 속 볼가는, 이곳에서 저 샘에 뛰어 들어갔다가 나왔더니 강해졌다고 했다.
혼자서 마왕성에 쳐들어가서 해치우고 스스로 마왕이 됐을 정도.
그래서 붙은 이름이 성장의 샘물.
위의 두꺼비 수인족들이 죄다 크고 강한 것도 저 성장의 샘물 덕분이었다.
다만, 샘물의 효과는 어디까지나 성장을 촉진시켜 주는 것뿐으로 한계를 넘기진 못했다.
그래서 강해져도 대마왕급이 되지 못한 두꺼비 수인들은 성장의 샘물이 외부인에게 들키지 않도록 정글 밖으로 나오지 않고 지낸 거였다.
“저건 뭘까요? 신비로운 힘이 느껴지는군요.”
오웬이 성장의 샘물을 바라보며 말했다.
볼가와 나미라도 아무래도 관심이 가는 듯 쳐다봤다.
“어디 한번 감정해 보지.”
바로 성장의 생물이라고 알려 줄 수 없었던 아르칸은 게티아를 보내 감정하려고 했다.
그때였다.
댕댕댕댕댕댕댕!
마왕성 안에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거지? 다른 침입자가 나타났나?”
당황하는데 게티아가 마도서를 펼쳐 알려 줬다.
“마법이 풀렸다고? 어떻게?”
게티아의 가름끈이 아래를 가리켰다. 바닥에 질척한 점액이 잔뜩 있었다.
“설마 여기에 감지된 건가.”
그사이에 순식간에 거대한 두꺼비 수인족들이 둘러쌌다.
“케륵. 침입자다!”
“어떻게 여기까지 들어왔지?”
“어서 마왕님께 알려!”
“오웬!”
아르칸의 부름에 오웬이 즉시 마력검으로 제일 앞의 두꺼비 수인족을 벴다.
그사이 아르칸은 용아병들을 모두 불러냈다.
이렇게 된 이상 싸울 수밖에 없었다.
“케륵. 이 자식들이. 잡아라!”
한편 두꺼비 수인족들은 난데없는 공격에 멈칫했다가 이내 화내며 일제히 달려들었다.
커다란 입을 벌리며 잡아먹으려고 들기도 했고, 기다란 혓바닥을 내밀어 붙잡으려고 하거나 아예 돌격해 오는 녀석들도 있었다.
오웬이 단숨에 두 녀석을 해치웠지만, 볼가와 나미라는 한 녀석도 겨우 상대했다.
그런 와중에 몰려오는 녀석들은 더욱 많았다.
“크윽, 재밌군. 오웬 님 말대로 강하다!”
“여기가 마왕성 랭킹 밖의 마왕성이라니.”
“…….”
볼가와 나미라는 물론이거니와 용아병까지 밀리는 걸 본 오웬이 위기감을 느꼈는지 아르칸에게 말했다.
“아르칸 님! 이대로는 위험합니다. 후퇴해야 합니다. 제가 길을 뚫겠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성장의 샘물을 코앞에 두고 돌아갈 수는 없었다.
“볼가, 저기 들어가면 강해진다니까, 들어갔다 나와!”
“정말입니까? 하지만 적이 이렇게 많은데.”
신나게 싸우던 볼가는 이미 두꺼비 수인들에게 포위당한 상황이었다.
“오웬, 나는 괜찮으니까 볼가를 도와줘.”
“알겠습니다.”
오웬이 볼가 쪽으로 마력검을 휘두르는 사이, 아르칸도 전투에 나섰다.
마력탄과 마력 석궁을 날려서 견제했지만, 제대로 된 타격을 입히긴 힘들어 보였다.
‘역시 이거로는 부족한데. 이거 나도 성장의 샘물에 들어가면 좀 강해지려나?’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드디어 몸을 뺀 볼가가 성장의 샘물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자 두꺼비 수인족들이 기겁했다.
“케륵. 신성한 물에 털 짐승이 들어가려 한다!”
“절대로 못 들어가게 막아야 한다!”
“젠장! 재미없게 방해하기냐!”
커다란 체구의 두꺼비 수인족이 기를 쓰고 막자, 볼가는 결국 긴 혀에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그때 재빨리 작은 체구로 두꺼비 수인족들의 틈을 파고든 그림자가 있었다.
“야호! 나는 성공!”
수인족 나미라였다.
나미라는 성장의 샘물에 몸을 푹 담갔다. 그러자 황금빛이 사방에 발산했다.
“이럴 수가.”
“신성한 물에 털이…….”
두꺼비 수인족들이 탄식을 흘렸다.
그런데 정작 샘물 밖으로 나온 나미라는 별로 커진 것 같지 않았다.
달라진 건 전신의 털이 약간 길어진 정도?
볼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특별히 효과가 있는 거 같지는 않은데요?”
“아니. 뒤를 보게.”
오웬이 그러면서 나미라의 뒤를 가리켰다. 거기에는 풍성한 털의 여우 꼬리들이 있었다.
그걸 본 아르칸이 중얼거렸다.
“무슨 수인족인지 몰랐더만, 여우였나?”
나미라는 수인족 중에서는 전체적으로 털이 많을 뿐 마인족에 가까운 편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인간으로 변신도 할 수 있다는 여우 수인족이었던 모양.
그것도 꼬리를 보니 모두 아홉 개나 됐다.
구미호의 힘을 각성한 나미라가 혀로 입술을 핥았다.
“후후훗. 너희 이제 모두 각오하렴.”
반지하 마왕성에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