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 Shounen Manga RAW novel - Chapter 1
1화 프롤로그
***
[M코믹스 칼럼] – ‘모험왕’ 작가와의 인터뷰 中.
Q. 우선 완결을 축하드린다. 소감은?
A. 시원섭섭하다. 다른 말은 필요치 않은 것 같다.
Q. 캐릭터가 특히 많기로 유명했던 작품이다. 가장 애정이 가는 캐릭터는?
A. 아무래도 주인공. 가장 오랜 시간 지켜봐왔고 또 응원했던 캐릭터이니. 그 외엔 작품 내에서의 비중이 곧 애정의 척도라고 보면 될 것.
Q. 사라진 캐릭터 중 특히 아쉬움이 남는 경우는 없는지? 독자들의 항의도 많이 받았다고.
A. 딱히 없다. 몇몇 캐릭터들의 경우, 가진 능력이 아쉽다고 생각될 땐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한들 이미 나온 것들만으로도 충분히 이야기를 꾸려갈 수 있었으니. 캐릭터가 사라진 데엔 별 이유가 없다. 그들에게 살아남을 만큼의 힘이 없었기 때문에. 그들을 사랑했던 소수의 독자들에겐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Q. 그렇다면 캐릭터가 살아남기 위한 요건은?
A. 캐릭터는 등장과 동시에 독자의 흥미와 관심을 끌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그 즉시 효용가치를 잃는다. 설사 끌었다한들 잊히는 순간 끝이다. 처음부터 중요한 역할을 맡고 탄생한 메인 캐릭터들을 제외하면, 캐릭터들의 속성은 기본적으로 일회성이다. 등장은 작가가 시키지만 그 다음부턴 오롯이 캐릭터의 몫이다. 캐릭터 스스로 살아 숨 쉬려 노력하지 않는 한, 그들은 빛을 볼 수 없다.
Q. 캐릭터 인기투표가 작품 전개에 영향을 끼쳤는지.
A.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겠다. 독자들의 니즈를 파악하지 못하면 상업 작가로서는 실격인 셈이니. 다만······.
⁝
나는 거기까지 읽고서 페이지를 종료했다. 도저히 참고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뻔뻔스러운 표현이었다.
첫 화부터 독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캐릭터는 빛을 볼 수 없다니.
캐릭터 스스로 살아 숨 쉬려 노력하지 않으면 결국 없어질 거라니.
작가 본인이 그 말을 한다는 게 웃겼다. 어이가 없어서.
작가가 그리지 않았으니 캐릭터가 사라진 거다. 애정을 두지 않아 잊힌 것일 뿐이다.
단순 캐릭터가 뭘 어떻게 한단 말인가.
실제로 나는 응원하던 캐릭터가 죽었을 때 하차할 생각까지 했었다. 그 때문에 몇 달 보지 않은 기간도 있었고.
[타락기사 루카스].
내가 모험왕에서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
타락기사는 분명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었다. 악역으로 등장한 캐릭터가 불과 15화만에 인기투표 Top10에 들 정도였으니.
그러나 타락기사는 스토리가 절정으로 치닫기도 전에 죽어 없어졌다.
개연성 때문에?
글쎄, 당시 이것 때문에도 말이 많았다. 굳이 그 타이밍에 죽지 않았어도 이야기 흐름엔 크게 지장이 없었을 거란 의견이 다수였으니.
커뮤니티엔 타락기사의 인기가 주인공을 넘으려 드니, 작가가 이를 경계하여 죽인 거라는 말이 떠돌 정도였다. 그저 주인공 뽕맛을 위한 소모품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라고.
본인 작품이니 본인이 알아서 한다지만, 말 하는 게 웃기지 않는가. 어차피 자기 멋대로 움직이고 휘두르고 죽일 걸, 캐릭터가 노력해야한다느니 어쩌니.
생각하니 또 열이 받았다.
나는 곧장 SNS에 로그인했다. 그러곤 작가 공식 계정에다 메시지를 보냈다.
-칼럼에 실린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근데 한 가지 의문이 들어서요. 캐릭터가 스스로 잘해야 한다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알아서 잘하던 타락기사를 주인공 뽕 채운다고 냅다 죽여 버린 게 작가님 아니신가요?
어차피 답장 따윈 오지 않는다. 작가 본인에게도 전달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작가가 이를 확인하는 사람이었다면, 그간 보냈던 수십 번의 메시지에 한 번쯤은 답장을 보냈겠지. 설사 그게 DM 좀 그만 보내라는 내용의 욕설이라 할지라도.
어쨌거나 메시지를 보내고 나니 약간은 마음이 후련했다.
“후······.”
나는 책상 위에 가지런히 나열되어 있던 ‘모험왕’ 단행본들을 천천히 돌아봤다.
총 60권, 햇수로만 10년.
중학생 때부터 모아온 나의 보물.
······.
아쉬워서 그랬다. 아쉬워서.
이러니저러니 해도 내가 가장 좋아했던, 그리고 좋아하는 만화니까.
마지막 권은 일주일 전에 사두고서 아직도 보지 않고 있었다. 이제 정말 끝이라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
하지만 당장 작가 후기에 인터뷰까지 쏟아지는 마당에 이를 부인하는 것도 웃긴 일이긴 했다.
그래, 생각난 김에 읽자.
그러고 마지막 권을 집어 들었을 때였다.
위이잉-.
휴대폰이 울렸다.
SNS에 메시지가 하나 와 있었다.
-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발신자를 확인한 나는 놀라 입을 떡 벌렸다.
모험왕 작가의 계정이었다.
그가 내게 답장을 보냈다. 10년 만에.
-캐릭터는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칠 수 있습니다. 타락기사는 이를 소홀히 했던 것일 뿐이고요.
놀라움도 잠시, 다시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 그걸 안 해서 타락기사가 죽은 거라고?
‘무슨 말 같지도 않은······.’
그러나 나는 그 이상 생각을 이어갈 수 없었다.
그의 마지막 메시지를 확인한 순간, 갑작스레 정신을 잃고 말았기 때문이다.
-한 번 해보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