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 Shounen Manga RAW novel - Chapter 103
103화 라미레스 쟁탈전(4)
***
“······어떻게 된 일이지?”
지무스는 현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눈앞에 더벅머리 꼬맹이가 서 있었다.
“응? 뭐가?”
“······.”
그것도 아무렇지 않은 듯한 상태로.
“어떻게······ 서 있는 거지?”
녀석이 궁극스펠 중 하나인 ‘헬 파이어’를 가슴에 정통으로 맞고 수십 미터를 날아간 게, 불과 1분 전의 일이었다.
즉, 이건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자신의 질문에 꼬맹이는 그저 어깨를 으쓱해 보일 뿐이었다.
“그게 질문인가? 음······ 그건 그냥 다리에 힘을 주고 균형만 잘 잡으면 돼. 너 지금 잘 하고 있네.”
“······.”
지무스는 지팡이에 남은 에너지의 양을 살폈다.
13%.
방금 헬 파이어로 무려 에너지 총량의 반 이상을 소모했다. 마법엔 문제가 없었다.
더욱이 비껴 맞지도 않았다. 가슴 정중앙에 그대로 꽂아 넣었다.
“······황당하군.”
물론, 단단한 녀석이긴 했다.
번개로는 아예 타격을 입히지 못했고, 열 속성에도 엄청난 저항이 있었으니.
헬 파이어로 녹이려 했으나, 구멍을 뚫는 것에도 실패했다. 태우지도 못했고.
분명 궁극스펠이라는 이름값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였다.
상성이 좋지 못했다. 그건 인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한들, 절대 멀쩡할 순 없다.
어떻게 아직 정신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걸 유지하는 것만도 고작일 것이다.
지무스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애써 버티는군. 다리가 후들거릴 텐데.”
“응 아닌데? 멀쩡한데?”
그러곤 녀석이 양쪽 다리를 번갈아 들어올렸다.
유치한 데다 어리석기까지 한 녀석이었다. 괜한 자존심을 세우려 무리를 하다니.
“어쨌거나 네 놈, 운이 나쁘구나. 차라리 기절한 채였다면 이 이상 손을 쓰지 않았을 텐데. 너는 정신을 잃지 않았기에 목숨을 잃게 되는 것이다. 버티기도 힘들 텐데 이제 그만 끝내주도록 하지.”
“뭐래, 나는 쌩쌩하구먼. 네가 지금 힘든 거 아냐?”
“······입이 살아있는 걸 보니, 정말로 힘이 좀 남았나보군.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다.”
지무스는 이어 ‘애시드 스톰’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화기와는 다른, 산성(酸性)의 폭풍을 불러일으키는 마법이었다.
발동에 필요한 에너지의 양은 무려 10%.
마법을 날리고 나면 남는 에너지는 3%밖에 되지 않았다.
항시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여 최소 5%의 에너지는 남겨두라는 게 마공학자들의 불문율과도 같았지만, 지무스는 과감히 결정을 내렸다.
놈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적이었으니.
“막아 보도록. 내가 전력을 다하게 만든 점은 칭찬해 주도록 하지.”
이어,
“애시드 스톰!”
콰콰쾅-!
산성의 비와 바람이 한데 섞인, 무시무시한 폭풍우가 건방진 더벅머리 애송이를 덮쳤다.
······.
지무스는 녀석이 가만 폭풍우에 휩싸이는 걸 확인한 뒤, 이내 부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뭣들 하는 거야! 지금 내 에너지 떨어진 거 안 보여!?”
지팡이의 에너지가 다 떨어지는 순간, 마공학자는 보통의 사람들과 하등 다를 바가 없어진다. 지금이 가장 위험한 때인 것이다.
곧이어, 그제까지 더벅머리의 동료들을 에워싸고 있던 부하들이 허겁지겁 모여들었다.
“딴 놈들은 놔둬도 상관 없다. 어차피 별 볼일 없는 것들이니.”
“옙.”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됐다. 한 녀석은 구체를 집어오고, 다른 둘은 지팡이를 내밀도록.”
그러고 지무스가 부하들의 에너지를 흡수하려 할 때였다.
느닷없이,
“뭐야, 이걸로 끝? 더 있는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더니.”
어디선가 낭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놀랍게도, 음성의 진원지는 다름 아닌 조금 전 폭풍우가 지나간 자리였다.
“······뭐, 뭐야?”
그 녀석이었다. 더벅머리 애송이.
지무스는 두 눈을 의심했다. 시야에 확보된 놈의 상태가 굉장히 멀쩡해 보였던 것이다.
“아, 아니 이게 무슨······ 어찌 내 마법을 견디고······.”
“마법은 무슨. 마력이라곤 쥐뿔도 없는 것들이. 진짜 마녀들이 들으면 콧방귀도 뀌지 않을 소리네. 너희 이거 그냥 죄다 마석에서 뽑아낸 에너지잖아, 기계 써서. 들고 다니는 것도 지팡이 모양의 에너지 핵이고. 하여간 이래서 노스랜드 놈들은 사짜들이 많다니까.”
“······뭐, 뭣? 그, 그걸 어떻게······.”
정신이 없었다.
‘대체 우리에 대해 어떻게 아는 거지?’
아니, 그보다······ 어떻게 살아 있는 거지?
지무스는 침을 꿀꺽 삼켰다.
뭔가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
“그나저나, 다했으면 이제 내 차례인가?”
“······.”
“그거 지금 에너지 주고받고 있는 중이지? 가만 두면 또 귀찮게 굴겠네?”
순간,
파바밧-.
놈의 몸 주위로 푸른 스파크가 맹렬히 튀어 올랐다.
그리고 지팡이에 의해 측정된 에너지 수치는,
‘저, 전혀 줄지 않았······ 아니, 오히려 늘었어?’
처음 녀석을 맞닥뜨렸을 때의 힘, 그 이상이었다.
그즈음 지무스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단 하나였다.
괴물.
저 녀석은 괴물이다. 저 괴물과 대적한다면 곧바로 타 죽고 말 것이다.
순간, 지무스의 입에서 벼락처럼 고함이 터져 나왔다.
“비, 빌어먹을! 다들 도망쳐!”
*
나는 지무스의 부하들이 놓고 간 구체를 얀에게 내밀었다.
“이, 이걸 왜 저희에게······?”
“난 이미 하나 있거든.”
“하지만······.”
얀은 내 대답에도 의심스런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참나, 이건 그냥 참가 자격증일 뿐이야. 하나든, 두 개든 어차피 똑같다고.”
“하, 하지만 경쟁자를 줄일 수 있지 않습니까?”
“훗, 그러니까 네 말은······.”
나는 입가에 한껏 비웃음을 띤 채, 슬쩍 녀석을 쳐다봤다.
“너희가 내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인가?”
그러자,
“지, 지지 않을 거예요!”
얀이 주먹을 꽉 쥔 채 당차게 외쳤다.
호오.
시아나나 레오가 아닌 얀의 입에서 저 말이 나오게 될 줄이야.
내색하진 않았지만, 감개가 무량했다.
주인공 일행 모두가 나를 뛰어넘어야 할 산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다는 것. 더군다나 저 소심쟁이 얀이 말이다. 라이벌의 입장에서 이보다 더 뿌듯한 순간이 있을까.
물론,
“호오, 고작 그 따위 실력으로?”
겉으론 전혀 표현하지 않았지만.
“수, 수련할 겁니다. 주걱턱 씨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아니,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로!”
“잘됐네. 이 자격증에 어울리게끔 실력을 키워보던가. 어차피 실력이 떨어지면 금방 빼앗기고 말겠지.”
“······.”
“열심히 해보라고. 재능만 있는 꼬맹이들.”
이어, 나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뒤에서 얀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했다.
이윽고, 더는 레오 일행이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었을 즈음 나는 멈춰 섰다.
“후······.”
어쨌든 늦지 않아 다행이었다.
하마터면 타이밍을 놓칠 뻔 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얀이 위험 속에서 각성해 ‘킹’을 등장시켰을 테니.
그땐 레오로 변신해 등장해봤자 임팩트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미 얀에게로 시선이 집중된 다음일 테니까.
얀이 이번에 킹을 등장시키지 못한 것에 대해선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뭐······.
‘곧 알아서 각성하겠지.’
지무스가 퇴각하고 레오가 쓰러진 이상, 주변의 하이에나 같은 놈들이 계속해서 레오 일행을 노릴 수밖에 없다. 조금 늦긴 했지만 원작과 같이 쟁탈전 양상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는 것.
거기서 구체를 지키려면 얀은 필연적으로 ‘킹’을 등장시켜야 할 것이다.
나는 다음으로 방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했다.
일단 나라는 변수가 끼어들었음에도, 전개 자체는 원작과 동일하게 유지되었다.
지무스의 패퇴, 레오 일행의 자격 획득.
이 같은 상황을 만드는 데 ‘페널티 거부권’ 하나면 싸게 먹혔다.
만약 지무스를 제압하려했다거나, 공격이라도 했다면 분명 하나로 끝나지 않았겠지.
어쨌거나 중요한 건, 일단 ‘도깨비로 인식되기’의 스타트를 끊었다는 것.
독자들은 지금까지도 꽤 혼란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지무스의 입장에서 본다면, 정말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기가 힘들 수밖에 없을 테니.
아마 커뮤니티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들 있지 않을까.
레오가 정말로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았던 건지, 혹은 도깨비들 중 하나가 나선 것인지.
아주 눈치가 빠른 독자라면 어쩌면 이 상황에서 내 존재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은 내가 했다는 걸 눈치 채지 못하지 않을까.
하지만 물론, 이는 별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곧 다 밝혀지게 될 테니까.
그리고 단번에 알게 되는 것보다도, 몇 차례의 놀람이 쌓이다 한꺼번에 터지는 게 좀 더 임팩트 있지 않겠는가.
“그건 그렇고······.”
나는 가지고 있던 송수신기를 살폈다.
코코아에게서도, 하카에게서도 딱히 연락 온 것은 없었다.
“없다라······.”
아마 셋 중 하나일 것이다.
만났으나 특이사항이 없다는 것.
혹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는 것.
아니면······ 연락을 하지 못하게 된 긴박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
물론 그들을 보낸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지금, 뭔가 상황이 발생했다는 생각은 다소 지나친 경향이 있긴 했다. 거의 가자마자 만났고, 만나자마자 제압당한 꼴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같은 생각을 가벼이 넘길 수 없었다.
이유야 간단하다. 현재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에.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빨랐다. 전개가.
내용이 크게 달라졌다거나 하는 느낌은 아닌데, 뭐랄까······ 속도감이 달라졌다. 사건이 빠르게, 빠르게 진행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 같이 느껴지게 된 원인은 별 게 없다. 주요 인물들의 전투를 제외하곤, 다른 녀석들의 사건이 죄다 생략되었기 때문에.
본래 레오와 지무스의 대결은 꽤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일어날 일이었다.
카포네가 승자독식의 쟁탈전을 제안하고(물론 현재와 완전히 똑같은 방식은 아니었지만), 많은 잔챙이들이 조잡한 전투로 제법 분량을 잡아먹은 이후, 그제야 비로소 대어들의 싸움이 일어나는 구성이었던 것이다.
물론,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수도 있다. 원작엔 없던 등장인물들이 생겼으니, 어중이떠중이들에게 허투루 분량을 뺄 순 없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의아한 구석이 없잖아 있었다.
분명히 내가 카포네 역할도 대신하고, 코미어의 출진도 막고 있는 상황인데, 그렇게까지 서두를 필요가 있을까.
더군다나 이미 이 ‘라미레스 쟁탈전’ 에피소드의 분량이 전체적으로 대폭 줄어든 상태였다. 본래 원작은 총 열 개가량의 챕터로 구성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현재는 고작 네 개의 챕터가 진행된 게 전부였던 것이다.
물론, 내가 중간에 끊어먹은 게 크긴 했지만······.
어쨌든 이번 북부에서의 전투 또한 원작에선 세 개 챕터에 걸쳐 진행되었으나 혹시 또 모를 일이었다. 두 개······ 아니, 하나로 곧장 끝나버릴지도.
당최 알 수가 없었다. 굳이 이렇게까지 사건을 줄이고, 속도감을 높이는 이유를.
하나 짐작되는 이유라면······ 설마 내게 갈 보상횟수를 줄이기 위해서?
그러나 이내 나는 고개를 저었다.
‘에이, 암만 그래도 그렇게까지 할 리가.’
그때였다.
띠링-.
-챕터의 메인캐릭터가 바뀌었습니다.
-현재 챕터의 메인 캐릭터는 ‘칼 자이드’입니다.
이를 확인한 순간,
“허······.”
황당함에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이게 말이 돼?
정말 황당하리만치 빨랐다.
원작에서 칼 자이드가 메인시점을 부여받는 건, 레오와 지무스의 전투가 끝나고도 한참이 지난 뒤의 일이다.
또 다시 전개가 앞당겨졌다.
생각이 이에 미친 순간,
“에이씨······.”
나는 어느새 남쪽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머뭇거릴 새가 없었다.
칼 자이드, 이 녀석은 바뀐 전개속도만큼이나 엄청나게 빠른 인간이었으니까.
“쉴 시간은 달라고!”
*
“쯧.”
칼 자이드는 몸통의 반이 날아간 고철덩어리를 보며 혀를 찼다.
사이보그 겔롭이라고 했던가?
저건 정체가 대체 뭘까.
“칼 자이드······ 강하······ 치직······ 강하군.”
“놀랍군. 아직 말을 하는 걸 보니. 널 없애려면 역시 완전히 분해해야 하나?”
이미 녀석의 왼쪽 반신은 아예 없다시피 했다. 머리부터 몸통까지 완전히 날아간 지 오래였고, 기껏해야 허벅지 부근의 뼈대만 삐쭉 나온 형태로 존재할 뿐이었다.
움직이고 말을 한다는 게 신기한 수준이었다.
“전투력 측정이······ 치직······ 잘못되었나 보군. 이렇게까지 강한 녀석이 웨스트랜드에 있다는 건 말이······ 치직······ 되지 않는 수준······.”
“웃기는 고철이군. 그럼 노스랜드엔 있다는 거냐?”
“치직······ 평균적인 능력치는······ 노스랜드의 전사들이······ 치직······ 훨씬 높은 편······.”
“미안하지만, 이곳이나 저곳이나 나를 이길 수 있는 녀석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주제에서······ 치직······ 벗어난 내용······.”
“멍청한 고철 같으니. 의미파악을 못한 건 네놈 쪽이야. 어쨌거나 끝내주도록 하마.”
칼 자이드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녀석의 왼쪽 팔’이었던 고철을 꽉 눌러 쥐었다.
끼이익-.
압착된 고철이 금세 날카로이 벼려졌다.
“머리통과 가슴, 두 곳으로 나뉘어 있는 핵이 네 요체겠지. 사이보그란 게 과연 핵이 부서지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지가 궁금하군.”
그쯤 되니 녀석 또한 다급해진 모양이었다.
“전투 준비가 미흡······ 치직······ 다시 오겠다. 일단 긴급탈출을······ 치직······.”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으냐.”
그러고 칼 자이드가 쇄도하려는 순간,
피슉-.
갑작스레 녀석에게서 흰 연기가 폭사되듯 흩뿌려졌다.
연막탄이었다.
이어 곧바로,
피융-.
뭔가가 발사되는 소리가 들렸다.
“허······.”
상당히 잽싼 녀석이었다.
공격하는 것보다도 빠른 도망이라니. 필사적이라 이건가.
“······놓친 건가.”
사실 쫓아가려면 쫓아갈 순 있었다. 녀석의 상태는 온전치 못했으니까.
다만,
“운이 좋군.”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어차피 언제든 처리할 수 있는 녀석이 아닌가.
물론, 아무런 위험부담이 없는 건 아니었다. 실제로 녀석이 뿜어낸 화력은 보통이 아니었고, 잠깐이지만 위험한 적도 있었으니.
게다가 본인 입으로 자꾸만 ‘준비’가 덜 됐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게 어떤 것인지는 대충 짐작할 수가 있었다.
보다 강한 화력의 무기, 장비, 여유분의 부품을 대기시켜둔 채 전투를 치르는 것.
파손된 부위를 계속해서 신형부품으로 갈아 끼우며 전투를 지속한다면, 분명 까다롭긴 할 것이다.
다만,
“흥, 제깟 놈이.”
그렇다하더라도 세상엔 넘을 수 없는 격차라는 게 있는 법이다.
이어, 칼 자이드가 뒤돌아 구체를 챙기려 할 때였다.
“응?”
뭔가가 이상했다.
뿌연 연기 사이로 흐릿하게나마 웬 실루엣 하나가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뭐야······ 탈출한다고 하지 않았나?”
굉장히 익숙한 것이었다.
그 사이보그였다.
그 녀석이 그대로 거기 있었다. 헌데,
“내가? 그랬나? 아닌데?”
“······?”
뭔가가 바뀌었다.
칼 자이드는 두 눈을 부릅뜬 채 정면을 응시했다.
곧이어 연기가 걷히면서, 녀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네 놈······ 정체가 뭐냐.”
인간의 형상을 띄고는 있으나, 어떠한 감정도 깃들지 않은 공허한 두 눈동자의 괴물. 가슴 중앙에 박힌 원형의 에너지 구로 차가운 신체를 달구는, 살갗 아래 비릿한 쇠 냄새를 풍기는 기계인간.
사이보그 겔롭이 자신을 보며 웃고 있었다.
마치 처음과 같은 상태로, 어떠한 파손의 흔적도 없이.
그리고 그것은 아까의 이 녀석에게선 볼 수 없었던, 아주 음흉하고도 희한하기 짝이 없는 웃음이었다.
마치 기억속의 누군가와 무척이나 닮아있는.
“대체 넌 뭐······.”
그러나 칼 자이드는 눈앞의 적에 대한 의문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없었다.
그즈음 녀석의 왼팔이 시퍼런 빛을 발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곧이어,
“괜찮겠어? 전투는 이제부터 시작인데.”
고출력 에너지 포가 시야를 가리며 뿜어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