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 Shounen Manga RAW novel - Chapter 134
134화 잠입
***
막 빌딩 정문에 이르렀을 때였다.
문 앞에 있던 경비가 우릴 발견하곤,
“무슨 일이십······ 흐억!?”
깜짝 놀라며 ‘헉’ 소리를 냈다.
그는 심지어 들고 있던 출입일지를 떨어뜨리기까지 했다.
탁-.
호오.
기대한 반응이긴 했지만 이토록 정직하게, 또한 곧바로 튀어나올 줄은 몰랐다.
나는 아주 흡족한 마음으로 그에게 목례했다.
“모험가 협회에서 나왔습니다. 들어가도 될까요?”
“모, 모험가 협회요? 그······ 방문 약속이 되어 있으신지······.”
“아뇨, 점검 차 나오게 된 것이라. 특수물약 유통담당관이 신약 유통과 관련하여 왔다고 좀 전달해주시죠.”
나는 그러곤 준비해둔 모험가 협회 신분증을 내밀었다.
“예? 아, 예······ 그, 그나저나 옆의 분은······ 아니 옆의 분들은?”
“현장조사관과 제 부하직원입니다.”
“아, 예예······ 알겠습니다.”
그가 저토록 놀란 이유야 간단했다.
도로시의 엄청난 미모 때문에.
소년만화에서 과장된 반응은 대다수 엑스트라들의 기본 패시브 같은 것이지만, 특히나 ‘문지기’ 역할을 맡은 이들만큼 이것에 충실한 녀석도 없다.
즉 경비의 반응만 보더라도, 이 세계관 내에서 도로시의 미모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쉬이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스카우터 느낌이랄까.
솔직히 요즈음 익숙해진 것도 있고, 이 세계의 여성 캐릭터들이 대부분 미모가 출중하다보니 잘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도로시는 엄청나게 예쁜 게 맞았다.
그리고 이 세계에서 마녀의 미모는 강함에 정비례한다. 예쁘면 예쁠수록 강하다는 것이다.
저와 같은 반응은 그 자체로 도로시의 강함을 증명해주는 것이니, 어찌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으랴.
뿐만 아니라, 도로시의 미모는 그 자체로도 굉장한 위력의 무기나 다름이 없었다.
이를 증명하듯,
삐-.
“드, 들어가시죠!”
경비가 별다른 검문도 없이 황급히 문을 열어주었다.
“네, 수고하세요.”
이어 빌딩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웬 정장을 입은 남자 여럿이 우리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왔다.
그 중 하나가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혹시 유통담당관님?”
“네, 맞습니다.”
“그리고 이쪽은······.”
남자의 눈이 도로시를 향했다.
뭐, 당연한 흐름이었다.
“제 부하직원입니다.”
“어······ 예, 아름다우시네요. 솔직히 좀 당황했을 정도입니다.”
도로시는 이에 말없이 고개만 까딱했다.
“그럼 이쪽으로 가실까요?”
응?
순간, 나는 당황하여 코코아를 쳐다봤다.
어려 보였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저 멍청한 놈이 코코아에게만 말을 걸지 않았던 것이다.
저 프라이드 높은 꼬맹이가 자칫 문제라도 일으킨다면,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거늘.
하여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녀를 보는데,
“안 가시나요?”
“······으, 응?”
놀랍게도 코코아는 전혀 발끈하는 모습 없이 그를 따라 나섰다.
심지어는 내게 안 가냐고 되묻기까지.
“아······ 예, 가야죠.”
약간 당혹스러울 지경이었다.
이게 바로 ‘딱딱한 협회원 컨셉’의 힘이란 말인가.
어쨌거나 천만다행이었다.
우리가 안내된 곳은 빌딩 로비 내에 위치한 카페였다.
남자는 함께 온 이들을 뒤로 물러나게 한 뒤, 본인소개를 했다.
“저는 안내를 맡은 판매부 담당 세일즈입니다. 일단 앉으시죠.”
“······세일즈요?”
“예, 무슨 문제라도?”
“어······ 아뇨.”
사실 이름을 밝히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이 세계 내의 사람들 중 태반은 이름이 없거나, 보편적인 몇 가지 안에서 통일되기 마련이다. 역할이 없으니까.
헌데 이름이 있고, 심지어 그게 개그코드가 들어간 ‘세일즈’라니.
이 녀석······ 등장인물인가?
나는 남자를 슬쩍 살펴봤으나, 딱히 떠오르는 건 없었다. 그저 작가의 장난기가 약간 들어간 것에 불과한 모양이었다.
“깜짝 놀랐습니다. 갑작스레 유통담당관님이 방문하셔서······ 혹시 담당 지역이?”
“웨스트랜드입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어쩐 일로······.”
이 자가 우리를 내부가 아닌 로비에 머물게 한 이유야 쉬이 짐작이 가능했다.
아직 우리를 믿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현재 우리의 정체를 확인 중에 있는 게 아닐까.
이는 곧,
“그전에 잠깐······ 코코아 조사관?”
“네.”
“조사 시작하시죠?”
“알겠습니다.”
서둘러야 한다는 얘기였다.
때마침 코코아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뒤, 로비를 지나 성큼성큼 내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에,
“아, 아니!”
“자, 잠깐······.”
세일즈를 비롯한 안내단 모두가 당황해하며 나를 바라봤다.
“아, 저 분은 모험가 협회의 현장조사관이십니다. 따로 실태조사를 다니실 테니, 협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혀, 현장조사관이요? 어째서 조사관이 이곳엘······.”
도로시의 미모에 놀란 경비원이 누락하여 전달했던 모양인지, 이들은 처음 듣는다는 듯 놀라 입을 벌렸다.
현장조사관은 모험가 협회의 권위를 상징하는 직위로서, 현장을 살핀 뒤 외부사건을 직접 협회의 일로 이관시키는 작업을 하는 이들이다.
이들의 행사를 거부할 경우 모험가 협회와 척을 지겠단 뜻으로 해석되기에, 대부분 이들에게 설설 긴다는 설정이다.
그래서 실은 코코아에게 이 역할을 맡기는 게 약간 꺼림칙하기도 했었다. 지금보다 더 기고만장해지면 어쩌나 싶어서.
하지만 뭐, 별 수 없었으니.
“조사관이 온 이유에 대해선 곧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원하신다면 그녀 곁에 사람을 붙이셔도 무방합니다. 다만 조사구역은 자의로 정하실 테니, 이에 대해선 따로 제재하지 않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그런······ 일단 알겠습니다.”
세일즈는 함께 온 남자 둘을 코코아에게 붙인 뒤, 다시금 자리에 착석했다.
나는 그런 그를 보며 씩 웃었다.
코코아가 망설이지 않고 곧장 행동한 게 주효했다. 녀석이 조금이라도 멈칫거렸다면 의심을 피하기 어려웠으리라.
하지만 물론, 아직 안심하긴 일렀다.
나는 코코아에게 쏠린 시선을 돌릴 겸, 곧바로 말문을 열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요? 별 건 아니고······ 이번에 웨스트랜드로 넘어온 특수물약들 있지 않습니까.”
“이번이라면······ 아, 한 달 전에 들어간 것 말입니까?”
“예예.”
“무슨 문제라도?”
“검수 중에 보니, 리스트에 없던 종류가 하나 섞여 들어왔더군요.”
“······리스트에 없는 게요? 어떤?”
그즈음 나는 세일즈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으나, 딱히 수상한 점은 찾지 못했다. 그는 정말로 궁금해 하는 듯 보였다.
“처음 보는 종류의 물약이었습니다. 하여 찬찬히 살펴보니······.”
“보니?”
“모르겠더군요. 희한하게도 아무런 능력도 생기질 않았거든요. 시험 삼아 이를 음용했던 이들 전원이요.”
그러자 그가 한 차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건······ 글쎄요, 중화제 같은 게 섞여 들어갔던 게 아닐까요? 간혹 독성이 염려되는 물약의 경우 패키지로 동봉할 때가 있긴 합니다만.”
“설마 특수물약 유통담당관이 그것도 구분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아, 그런 뜻으로 말한 건······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헌데 놀라운 일은 그 다음에 발생했습니다.”
“······놀라운 일이요?”
“그걸 음용한 이들 중 하나가 놀랍게도······ 특수능력 세 개를 동시에 쓰더군요. 처음 보는 광경이었죠.”
바로 그 순간,
“······예?”
세일즈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곧바로 다시 의아해 하는 표정으로 바뀌긴 했지만, 그전에 보였던 건 분명 ‘경계’의 그것이었다.
‘됐다.’
그리고 이는 내가 줄곧 기다리던 변화였다.
실은 좀 염려가 됐던 것이다. 원작에서의 시간대보다 한 2개월가량 앞서다보니, 혹 이에 대한 내용이 진행 중이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다행히도, 이 녀석은 ‘물약’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 이는 계획을 계속 진행해도 된다는 뜻이었다.
본래 원작에서 진행되는 노스랜드 에피소드는 크게 세 가지로,
1. 기계공학 측 세력과 엮인 코미어의 과거 풀기
2. 레오와 마도공학 간부들 간의 대결
3. 특수물약 제조회사의 괴물소동
일어나는 순서는 3→1→2 이다.
이 에피소드들은 각기 별개의 사건으로 진행되나, 사건이 끝날 때쯤 다음 에피소드로의 연결지점들이 생겨나는 구조다.
내 계획은 간단했다.
나는 두 번째로 진행될 ‘코미어의 과거풀기’에 필요한 역할을 확보하기 위해, 첫 번째 에피소드인 ‘특수물약 괴물소동’의 마지막 부분에 변화를 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지금 모험가 협회원으로 위장해 들어온 건, 이를 위한 첫걸음이었다.
“이 특수물약들 간 ‘호환’을 돕는 물약에 대해 아는 바가 있으십니까?”
“······.”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모르는 척을 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대신에 그가 택한 건,
“죄송하지만, 그에 대한 건 제가 답변을 드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듯합니다.”
회피였다.
생각보다 빠른 인정에, 강경한 대응이었다.
“하지만 말씀을 해주시는 게 나으실 텐데요. 조사관이 뭔가를 발견하기 전에 알려주신다면 보다 융통성 있는 조치가······.”
“죄송하지만, 이에 대한 건 현장조사관님의 조사가 끝나면 그때 다시 이야기 하도록 하시죠.”
“······.”
그가 꽤나 단호해 보였기에, 나는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그럼 번외로 다른 얘기를 좀 해도 될까요?”
“해보시죠.”
“혹시 이 약초의 성분을 추출해서 특수물약으로 만들 수 있습니까?”
그러곤 나는 품속에서 풀 한 무더기를 내놓았다.
이를 본 도로시의 눈이 이채를 띄었다.
“이건······.”
또한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세일즈 역시도 이를 보곤 관심을 표했다.
나는 기대감 어린 시선으로 그의 표정을 살폈다.
사실 이 풀은 에피소드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으로, 도로시가 하늘마녀에게서 얻어다 준 약초였다.
바로, 나를 미소년으로 되돌아가게 해주는 약초.
하늘마녀에게서 온전히 힘을 넘겨받은 도로시와는 달리, 나는 여전히 그녀의 저주에 묶여 있는 상태였다. 약초가 다 떨어지면 계속해서 주걱턱의 외형으로만 살아야 할 텐데, 이건 좀 아쉬웠던 것이다.
당장 동이 날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현재 가지고 있는 약초의 수량이 넉넉한 것도 아니었기에, 한 번 물어나 보자하며 던져본 것이었다.
헌데,
“흐음······.”
이 녀석의 반응이 희한했다.
세일즈가 고개를 한 차례 갸웃거리더니, 이어 나를 향해 미묘한 시선을 던졌다.
나는 궁금한 마음에 물었다.
“왜 그러시죠?”
“이 풀······ 파이난 아닙니까? 물론 색 자체가 일반적인 것에 비해 훨씬 더 짙고, 향 또한 두 세배 진하게 나긴 하지만······ 맞는 것 같은데요?”
“어······ 그런가요?”
물론, 당연히 몰랐다.
“이미 이 약초의 성분으로 된 제품이 시중에 널리 판매되고 있는 걸로 아는데요. 물론 질적인 부분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순 있겠지만.”
“그랬던가요?”
“예, 리무브라고, 몸에 남은 물약의 기운을 없애주는 일종의 중화제죠.”
“아하.”
놀랍게도 이미 비슷한 게 존재했던 모양이다.
‘뭐야, 그럼 딱히 전전긍긍 할 게 아니었네?’
기대도 안 했는데 굉장한 수확이었다.
하긴, 기껏해야 5,000p를 주고 산 배경이지 않는가. 제약을 해소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 데모라의 하늘마녀를 무찌르는 것뿐이라면······ 사실 좀 말이 안 되는 거긴 하니까.
그즈음,
“이를 유통담당자께서 모르실만한 건 아닌 것 같은데······.”
녀석의 눈이 묘한 빛을 뿜어냈다.
그건 분명 ‘경계’보다도 한 차원 더 나아간 것이었다.
의심, 혹은······ 적의.
“하하, 사실 제가 풀의 형태로 본 건 처음이라······.”
“풀의 형태로 보는 게 처음이라······ 유통담당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면 그럴 수가 없을 텐데요. 검수과정 안에 직접 원재료를 살피는 게 들어있지 않나요? 그렇게 들었던 것 같은데.”
“하하······ 실은 이 직무에 배속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라.”
열심히 부인을 하긴 했지만, 이미 거의 다 들킨 듯했다.
슬슬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그때였다.
“저기······ 세일즈님?”
녀석의 곁으로 부하 중 하나로 보이는 이가 다가와 귓속말을 속삭였다.
그리고 이내,
“흐음, 이상하네요.”
나를 보던 세일즈의 눈에 완연한 적의가 차올랐다.
“웨스트랜드 본사에서 유통담당관을 파견한 일이 없다고 하는데요?”
“하하, 그럴 리가요. 다시 한 번 확인해 보시죠.”
“글쎄요,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리무브에 어떤 약초가 쓰이는지도 모르고, 본인이 수행하는 역할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유통담당관이라······ 그런데 우리가 비밀리에 개발 중인 제품에 대해선 아는 게 좀 있는 듯 하고······.”
올 게 온 모양이었다.
때마침,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은데?”
녀석의 말투가 바뀌었다.
흐음.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제 두 번째 단계에 돌입할 시간이었다.
“설명은 무슨. 이미 대충 다 안 것 같은데 뭘.”
“······허.”
이어, 나는 황당해하는 녀석에게서 도로시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준비됐어?”
“지금이야?”
“보면 모르냐? 들켰잖아 지금.”
“그렇구나.”
태평한 반응이었다.
하긴 고작해야 이 정도 수준에서 겁먹을 리는 없겠지. 무려, 첫 대적자가 하늘마녀였던 녀석이니.
나는 그즈음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정장 차림의 무리를 돌아봤다.
몸에서 요상한 빛들이 흘러나오는 걸 보니, 이미 각자가 특수물약 두어 개씩은 들이킨 상태인 듯했다.
“그때 말했던 거 알지? 적당히 요란하게.”
“적당히는 어느 정도로?”
“그냥 모조리 눕히되······ 이곳을 무너뜨리지는 않는 선에서?”
“흠, 공주님이 일을 마칠 때까지?”
“맞아.”
이어, 도로시가 지팡이를 빼들었다.
사실 그녀의 마법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느 정도이려나?’
나는 어느새 관람객 모드가 되어 편하게 자세를 잡았다.
그럼 어디, 미래의 대마녀 실력 좀 볼까?
*
지하 B-13층.
“저기······ 조사관님?”
“왜 그러시죠?”
“실례가 안 된다면······ 지금 어디로 가고 계신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남자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복도를 별 긴장감 없이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던, 눈앞의 작달만한 조사관에게 물었다.
암만 봐도 열 살 전후로 밖엔 보이지 않는 이 어린 조사관은 또래의 아이들이 흔히들 지니고 있는 ‘겁’이라는 걸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듯했다.
“현장조사관에게 내부인의 질문은 허용되지 않아요. 잠자코 보고 있거나, 그게 싫으면 떠나셔도 무관합니다.”
“아······ 네, 죄송합니다.”
역시나 능력자는 능력자인가.
타고난 자들은 어린 나이 때부터 두각을 나타낸다고들 하더니, 과연 범상치 않아 보이는 아이였다.
더군다나 바로 그 모험가 협회의 현장조사관이지 않는가. 아이 취급은 실례일 수밖에.
‘그나저나 여긴 대체 어디야.’
이곳에서 일한지도 햇수로 5년이 훌쩍 넘은 남자였지만, 이런 곳은 처음이었다.
B3층이 끝인 줄 알았던 건물의 지하는 무려 아래로 10층이나 더 뚫려 있었고, 생전 처음 보는 공간들이 계속해서 나타났다.
더군다나
“우욱······.”
이 고약하기 짝이 없는 냄새라니······.
이제까지 알던 그 빌딩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솔직히 뒤에서 후배가 뒤따라오고 있지만 않았어도, 냅다 이 자리를 떴을 것이다. 어차피 현장조사관이야 내부인의 감시가 있든 말든, 별 상관없이 행동하는 이들이었으니.
그러고 놀람 반, 꺼림칙함 반으로 어린 조사관을 따라가고 있을 때였다.
갑작스레.
쿵-.
땅바닥에서 웬 진동이 느껴졌다.
뭐지? 지진?
곧이어,
삐빅-.
무전기에서 신호가 울렸다.
-전 대원······ 로비로······ 삑.
-전 대원······ 로비······ 침입자, 삑.
당혹스러운 내용이었다.
느닷없이 침입자?
남자는 그 순간, 머릿속으로 극심한 혼란이 밀려오는 걸 느꼈다.
‘설마······.’
만약 침입자가 새로 들어온 것이라면, 지금 당장 로비로 달려가는 게 맞다.
하지만 만약······ 이 현장조사관과 함께 온 그들이 바로 침입자라면?
‘감시······ 해야 되는 거 아냐?’
남자는 고심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와중에도 어린 조사관의 걸음을 계속해서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때,
“저, 선배님······ 어찌 할까요?”
뒤따라 걸어오던 후배가 말을 걸어왔다.
녀석 또한 같은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어둠에 가려 보이진 않았지만, 녀석의 표정은 쉬이 짐작이 가능했다.
혼란, 그리고 두려움.
잠시간 고민하던 남자는 이내,
“너는 지금 곧장 로비로 올라가. 나는······ 저 조사관을 따라갈 테니.”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이윽고,
“후······.”
돌아서 올라가는 녀석을 바라보며 남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같이 갈 걸 그랬나.
‘아냐. 이게 맞아.’
남자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러곤 다시금 보이지 않는 어둠 저 편으로 시선을 던졌다.
이제 다시, 이 어둠을 헤치고 저 수수께끼의 조사관을 쫓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5분? 10분?
아니 어쩌면 1분일지도 모르고, 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마침내 조사관이 제자리에 멈춰 섰다.
‘응?’
자세히 보니, 그 앞엔 웬 거대한 철문이 떡 하니 버티고 있었다.
“······여기인가?”
질문인가?
“예? 아, 죄송하지만 저도 이곳은 처음인지라······.”
“뭐래. 혼잣말한 건데.”
“······.”
곧이어 조사관이 허리춤을 뒤적뒤적 거리더니, 한숨을 푹 내쉬곤 뭔가를 꺼내들었다.
이어 그것을 철문 옆에 있던 출입통제시스템에다 슬쩍 갖다 댔다.
그러자,
철커덩-.
잠금이 해제되는 소리가 났다.
놀라웠다. 암만 현장조사관이라지만, 세계 최대 제약회사가 극비장소에 달아둔 잠금장치를 저토록 쉽게 해제하다니.
남자는 연신 감탄한 채, 조사관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
털썩-.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이, 이게 무슨.”
남자는 자신의 입으로 무슨 말이 나오는지조차 의식하지 못했다.
실제로 입을 벌리고 있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으니까.
지옥이 있다면 이와 같을까. 인간, 동물, 나무, 기계 등등. 온갖 것들이 한데 합쳐진, 흉측하기 짝이 없는 괴물들이 줄줄이 늘어선 커다란 시험관 속에서 절여지고 있었다.
“괴, 괴물······.”
키메라.
금기의 유전복합생명체가 이곳 바이오위저드의 지하에서 개발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