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 Shounen Manga RAW novel - Chapter 135
135화 에피소드를 앞당겨 보자
***
마녀들은 그 외모와 차림새에서 어느 정도 성격이 특정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쓰는 마법의 종류와 그 방식에 있어서 캐릭터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편이다.
이를테면 과격한 성정을 가진 마녀의 경우, 주로 화염계열의 마법을 사용한다.
태우고, 녹이고, 불사르고.
또 기본적으로 스케일이 커 부분이 아닌 전체를 단숨에 살라버리려는 경향이 강하며, 거세게 몰아치며 폭격하듯 마법을 내리꽂는 게 일반적이다.
그와 반대로 차분한 성정을 가진 마녀의 경우, 주로 활용하는 마법은 얼음계열이며 하나하나 조곤조곤 부러뜨리고, 박살내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즉, 어느 정도는 전형성이 존재한다고나 할까.
헌데 도로시의 마법은 달랐다.
일단 아직 주력 마법계열이 정해지진 않은 듯, 굉장히 다양한 마법들을 구사했다.
화염, 얼음, 대지, 바람, 번개 등등의 자연계 마법부터 시작해, 정신계열, 공간계열, 심지어는 소환술에다 저주 및 버프 계열까지도 빠짐없이 썼다.
마치 연습 삼아 이것저것을 써보려는 듯 보였는데, 그 범위가 상당해서 실제로 보는 내내 입이 쩍 벌어질 정도였다.
다만 그 모든 마법을 사용할 때 공통적으로 관측되는 경향성이 딱 하나 있었는데,
“크, 크아아악! 사, 살려줘!”
그건 바로 극단적이라는 것.
이 녀석은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마법의 활용에도 너무나 극단적이었다.
나는 조금 전 일어난 상황에 그만 말문이 턱 막히고 말았다.
“방금 그건······ 좀 너무 과하지 않냐?”
도망치려 하는 녀석들의 발을 좀 묶어 두라고 했더니, 코끼리도 절단내버릴 법한 거대한 얼음 칼을 휘두르질 않나, 하반신을 통째로 얼려버리질 않나.
그래서 그냥 발목을 자른다거나 몸을 얼릴 게 아니라, 그냥 공중에 매달아만 둬도 되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아, 공중?”
그러곤 저렇게 빌딩의 최고층까지 날려버린 것이었다.
“허······.”
그래 뭐, 스케일 하나는 크네.
‘무한한 마나’의 주인답다고나 할까.
다만,
“······적당히 좀 하라니까.”
이렇게 자제력 없이 요란을 떨어버리면,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잠시간 진정시킨 다음, 도로시를 제지했다.
“얘네 다 끝장내러 온 거 아니라고.”
“공주님이 그러셨지. 뭐든, 시작을 했으면 끝장을 봐야 한다고.”
“······하.”
이 녀석이 아주 몰상식한 녀석을 멘토로 삼고 있다는 건 진즉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엇나가 있었을 줄은 몰랐다.
‘이건 뭐 둘을 떼놓을 수도 없고.’
물론 뭐, 그렇다고 사악함이 느껴질 정도까진 아니었다.
실은 미들랜드에 있는 마녀들 중엔 그 같은 악랄한 성향을 보이는 녀석들이 제법 되는지라, 약간 걱정을 하긴 했던 것이다.
혹, 이 녀석의 캐릭터성에 악(惡)이 깃들어 있으면 어쩌나 하고. 그건 뭐······ 동료로 삼을 게 아니라, 당장 퇴치해야 할 빌런에 가까운 수준이었으니.
독자의 입장에서야 빌런이 될지도 모르는 성향의 캐릭터를 동료로 두는 게 흥미로울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당사자 입장에선 차라리 없느니만 못한 게 그런 녀석들이다. 얼마나 강한가를 떠나서 말이다.
일단은 조금······ 지켜볼 필요는 있을 듯했다.
어쨌거나 그즈음엔 모두 정리가 되어 있었다.
로비는 아직 의식이 있는 녀석들의 끙끙거리는 소리를 제외하곤, 어느새 고요해진 상태였다.
“응? 더 없나?”
도로시는 더 이상 달려드는 녀석이 없자, 입맛을 다시며 아쉬워했다.
“진정해. 네 힘은 이런 데서 폭발시키라고 있는 게 아니니까. 곧 강한 녀석들이 나타날 거야. 슬슬 떠날 준비나 해.”
사실 이들을 통해 도로시의 전력을 보려고 했던 건 아니다. 이들로는 택도 없다. 기껏해야 엑스트라들이 아닌가.
이번 특수물약 괴물소동 에피소드, 줄여서 ‘키메라 편’은 말 그대로 키메라들이 핵심 등장인물이다. 쉽게 말해, 키메라조차 아닌 녀석들은 그냥 다 엑스트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들 중엔 고유능력자도 없으니, 상대가 되지 않을 수 밖에.
나는 정말 그저 도로시의 실력만 좀 보려고 했던 것뿐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칫······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그러기엔 꽤 많이 태우고, 얼리고, 박살낸 것 같은데?”
꽤나 만족스러웠다.
나는 쑥대밭이 된 빌딩 내부를 돌아봤다.
과연 파괴를 일삼는 전투종족답다고나 할까.
도로시의 힘은 아직 한참은 더 발전되어야 할 미숙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이었다.
그즈음,
쿵-.
쿵-.
쿵쿵-!
갑작스레 바닥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이어 진동의 세기가 점차 커져가는 듯싶더니,
콰광!
기어이 한 쪽 바닥이 폭발했다.
굉음과 함께 돌멩이들이 사방으로 퍼졌다.
“이크!”
하마터면 날아오는 돌에 눈을 가격당할 뻔했다.
이어,
푸슉-.
바닥 아래에서 무언가가 불쑥 튀어나왔다.
양 발에 부스터마냥 제트엔진을 부착한 채 튀어 오른 것.
다름 아닌, 코코아였다.
코코아는 지상 위로 올라오자마자, 손에 쥐고 있던 것을 바닥에 내던졌다.
휙-.
사람이었다.
기절한 정장 차림의 남자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뭐야? 누구?”
“짐덩어리. 나 쫓아온 여기 직원.”
“아하.”
“정리는 다 된 거야?”
“이쪽이야 뭐. 시간만 끌면 되는 거였으니.”
물론, 생각했던 것보다 다소 과격하게 된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그때,
“제가 다 처리했어요, 공주님!”
도로시가 함박웃음을 띈 채 코코아에게 달려들었다.
“그래, 잘했어.”
“시키신 대로 했어요! 끝장을 봤죠!”
“그래? 근데 주걱턱이 적당히 하라고 한 거 아니었어?”
“공주님 말을 우선시 했죠!”
······.
황당하네.
“아냐, 다음부턴 주걱턱 말부터 듣도록 해. 단장은 주걱턱이니까.”
“네!”
“······.”
나이도 도로시가 위, 무력도 도로시가 위.
마법공주 컨셉질은 예전에 종결. 코코아가 마법을 쓸 줄 모른다는 것도 이미 다 밝혀진 상태.
근데 대체 뭘까. 저······ 희한한 관계도가 계속해서 유지되는 까닭은.
나는 이에 대해 잠시간 생각해보다, 고개를 흔들었다.
모른다. 상관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 대신,
“아래는 어땠어?”
나는 좀 더 건설적인 주제로 화제를 돌렸다.
이에 코코아는 잠시간 침묵하더니,
“고요했어.”
이내 나직이 한 단어를 내뱉었다.
아래의 분위기를 표현할 만한 적합한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고요하다라······ 돌아다니는 녀석은?”
“없었어.”
“살아 있는 녀석은?”
“그것들······ 다 살아 있는 것 같던데.”
“흐음.”
나는 그즈음 코코아의 기색을 슬쩍 살폈다.
약간 머뭇거리는 것 같은게, 혹 충격을 받았나 싶어서.
지금에서야 깨달은 것이지만, 이 녀석은 고작해야 열 살 정도에 불과했다. 물론 만화 속 캐릭터다보니 현실의 어린이들과 똑같지는 않겠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정신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나이인 건 마찬가지였다.
그런 녀석에게 대뜸 숭악한 키메라들을 촬영해오라 시켰으니.
약간 양심에 가책이 왔다고나 할까.
‘내가 내려갈 걸 그랬나.’
그러나 이내,
‘······아냐.’
나는 재차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곧 보게 될 것들이었다. 또한 앞으로 그 이상의 것들도 많이 봐야 했고.
또 무엇보다도, 이 녀석이 보통 녀석은 아니니까.
“그나저나 찍을 건 다 찍었어?”
“응, 보여줄까?”
이어 코코아가 주머니에서 영상기억 장치를 꺼내 내밀었다.
대충 살펴보니, 나올 건 다 나와 있었다.
“오케이, 잘했어.”
“근데 아래 뭐가 있는지 알고 있었던 거야?”
“대충은?”
“그것들 뭐라고 불러?”
“키메라.”
“흠, 이름 예쁘네.”
“······?”
이어 한 마디를 덧붙이기까지.
“주걱턱도 혹시 그것들 만들 줄 알아?”
“······.”
당혹스러웠다. 이런 걸 관심 있어 할 줄이야.
충격을 받은 게 아니라, 흥미로워 하는 것이었다.
역시나 이 녀석의 정신은 애가 아니라, 지극히 노쇠한 마귀에 가까울지도.
“몰라, 관심 꺼. 아참, 아래에서 혹시 주머니 쓸 일 있었어?”
“응. 꽤나 단단한 철문이 하나 있더라고. 그거 열쇠 빼느라고.”
“혹시······ 소원함 열어둔 채로 주머니 뒤진 거 아니지?”
“아냐.”
“······.”
표정만 봐선 도통 진실인지 거짓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누차 말하지만, 함부로 쓰지 않도록 조심해야 돼. 세상에 죽기 전 소원보다 귀한 게 어디 있겠냐고. 무한한 것도 아니고, 또 제약도 있으니까······.”
“알았다니까. 전부터 자꾸 그러네. 본인이나 잘 하시지 멍청이 주걱턱.”
“그래, 공주님 말씀 들어 멍청이 주걱턱.”
“······됐고, 이제 가자. 여기 주인 들이닥치기 전에. 아직 만나기엔 이르거든.”
그러고 막 우리가 빌딩을 빠져나가려 할 때였다.
“자, 잠깐!”
뒤쪽에서 웬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세일즈 녀석이 다 죽어가는 모습으로 우릴 쳐다보고 있었다.
“다, 당신······ 정체가 뭐지?”
호오.
제법 튼튼한 녀석이었다. 분명 도로시가 소환한 폭풍에 휘말려 저기 5층 가량까지 떴다가 추락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내 정체?”
음.
딱히 생각나는 게 없었다. 당장은 주걱턱 모험단이라는 걸 밝힐 수 없으니.
하여, 잠시간 고민하던 나는 그냥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다.
“퇴출된 비리 모험 협회원.”
“······뭐?”
“아참, 여기 사장에게 전해. 당신 지하실에 있는 장난감 몽땅 다 들켰으니까, 혹시나 계획하고 있는 일 있으면 미루지 말고 빨리 빨리 시작하라고.”
“아, 아니 그게 무슨······.”
“꼭 전해.”
이어, 우리는 곧장 빌딩을 나섰다.
*
-현재 챕터의 메인 캐릭터는 ‘치누아비’입니다.
녀석들······ 잘하고 있으려나.
나는 홀로그램 창에 나온 문구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묘한 기분이었다. 기대감이 들면서도, 묘하게 위태로운 느낌.
마치, 아직 절정에 치닫지 않은 공포영화를 관람하는 기분이었다.
내가 굳이 특수물약 회사에 몰래 잠입하지 않고 정문으로 들어가 소동을 일으켰던 건, 오직 하나의 목적 때문이었다.
노스랜드의 에피소드를 최대한 앞당기기 위하여.
굳이 빌딩을 쑥대밭으로 만들고(물론 내가 직접 하지는 않았지만), 세일즈를 통해 나의 전언을 남겨뒀던 것도 다 그 때문이었다. 저기 첫 번째 에피소드의 빌런으로 하여금 조급함을 느끼게 만들어, 곧장 계획에 돌입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이렇게 에피소드를 빨리 당기려 한 데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작가에게 대비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서.
간단한 사실이었다.
시간을 끌면, 작가 또한 플롯을 만들고 점검할 여유가 생긴다. 이는 나로선 피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선행플롯은 내 최대의 적과도 같으니.
그리고 둘째, 사우스랜드에 남겨놓은 녀석들에게 혹 위험한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본디 챕터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또 볼륨이 커지면 커질수록, 챕터 내의 갈등의 크기도 커질 수밖에 없다. 그냥 넘어갈 만한 일도 계속해서 MSG를 붓고 또 붓고 하면, 결국 사건이 터지고 대적자가 나타날 수밖에 없으니.
즉, 메인 캐릭터에게 위기가 닥친다는 것이다.
나는 그 전에, 이곳의 에피소드를 진행시켜 현 챕터를 끝낼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는 지금이 적기이기도 했다.
직접 확인한 건 아니지만, 현재 챕터에 대한 독자들의 불만은 극에 달해 있을 것이다.
이유야 간단하다. 내가 없으니까.
주걱턱 모험단의 일원이 챕터의 메인이 되었는데, 정작 내가 없다?
긴장감과 더불어 기대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단조롭기 짝이 없는 사우스랜드 배경인데.
더군다나 만약 현재 나의 위치가 치누아비나 다른 누군가의 입을 통해 드러났다면?
더더욱 불만의 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나와 레오가 동시에 노스랜드로 갔다는데, 그 이야기 안보여주고 뭐하냐고.
그러니 지금이야말로, 대충 빠르게 에피소드를 전환시킬 수 있는 기회라는 소리였다. 여기서 계속해서 챕터가 늘어진다면, 결국 사건과 갈등이 붙어 끝내고 싶어도 끝내지 못할 테니.
물론, 나 없이 녀석들만으로 챕터를 꾸려간다는 게 뭔가······ 감개가 무량하기는 했다. 이런 일은 사실 웬만해선 생기지 않으니까.
다만, 그만큼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었다. 기회와 위기는 항시 같이 존재하는 법이니.
뭐랄까, 물가에 애 내놓은 심정이랄까.
일단 메인시점 데뷔는 했으니, 이만하면 됐다.
감당키 힘든 사건이 터지기 전에, 적당한 선에서 끝내야 했다.
고로, 서둘러야 된다는 것.
“자, 휴식 끝.”
나는 여태 아이스크림을 할짝거리고 있던 둘에게 말했다.
“응? 또 어디 가?”
“아직 좀 남았는데······.”
“대충 입에 털어 넣고 일어나자고.”
“어디 가는데?”
“모험가 협회. 노스랜드 지부.”
“응? 거긴 왜?”
물론, 이곳으로 가는 곳 역시도 에피소드를 돌리기 위한 일환이었다.
에피소드가 시작되려면 기본적으로 두 가지가 준비되어야 한다.
하나는 사건.
그리고 또 하나는 에피소드의 주인공.
사건은 이미 준비되어 있으니, 다음은 주인공의 차례였다.
그리고 이미 이번 에피소드의 메인을 담당할 녀석 또한 이곳에 있다.
다만, 아직 ‘공식적으로’ 초빙되지 않았을 뿐이지.
실제로 본 원작에서 노스랜드 에피소드는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모험 임무 의뢰서】
-의뢰 대상 : 레오 모험단(A급)
-난이도 : A급
-내용 : 노스랜드 내 제약회사 바이오위저드 코퍼레이션을 조사한 후, 문제의 약물과 관계자를 확보하여 모험가 협회로 데려올 것.
-상세 내용 : 지난 달, 웨스트랜드로 유통된 바이오위저드 코퍼레이션의 제품에서 의문의 특수물약이 발견됨. 음용 결과, 여러 능력들의 공존을 돕는 호환성 물약으로 추정됨.
특수물약은 부작용이 존재하는 주요관리대상 품목으로, 위험성 때문에 동시에 세 가지 이상 물약의 투여가 금지됨.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개발된 물약인 듯 보이나, 관련실험요구사항 및 보고서 제출 사항 없음.
이에 본 협회는 유통담당관을 파견하여 사안에 대해 엄중 조사하려 했으나, 회사의 거부로 인해 무위로 돌아감.
빠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시, 금지약물의 개발로 인한 혼란과 피해 우려.
즉, 본래는 사우스랜드에서의 일을 마친 레오 일행이 모험가 협회의 의뢰를 받곤 곧장 노스랜드로 넘어가는 것이다.
이어 바이오위저드 코퍼레이션을 방문하면서, 바야흐로 첫 번째 에피소드가 시작되는 것.
내가 유통담당관 행세를 하며 회사에 잠입했던 것도 다 이를 참조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선 이미 설정이 다 짜인 상태일 테니까.
어쨌거나 지금부터 해야 할 건, 원작과 같은 상황을 그대로 연출하는 것이었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잠시 후.
우리는 어느 한 대형 빌딩 앞에 멈춰 섰다.
모험가 협회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고작해야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10분 거리밖에 되지 않았다.
들어가기 전, 나는 도로시에게 물었다.
“도로시, 너 아까 보니까 현혹마법도 쓸 줄 아는 것 같던데.”
“응.”
“대상 조작도 가능해?”
단순히 정신을 혼동시키고 움직임을 멈추게 하는 게 단순 현혹이라면, 대상의 움직임을 디테일하게 조종할 수 있는 게 고급현혹이었다.
“음······ 아마도? 이론은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상대에 따라 다를 것 같아.”
“유효기간은?”
“걸기만 하면······ 내가 원하는 만큼?”
마음만 먹으면 영원히도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완전 사기네.’
아주 마음에 들었다.
사실 내가 [서기관의 족쇄]를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긴 했으나, 이는 최대한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
실은 얼마 전,
-[서기관의 족쇄]의 해당자 ‘밀수총책1’, ‘밀수총책2’의 캐릭터가 삭제되었습니다.
-캐릭터 격이 4 감소합니다.
황당한 메시지를 받았던 것이다.
이 능력엔 페널티가 존재했다. 그것도 격의 감소라는 어마어마한 페널티가.
솔직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본 주인인 피르미노에겐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으니.
‘그런데 어째서 이들만······.’
사실 이전에도 글씨를 새겨둔 녀석들이 몇 있었던 것이다.
대표적으로 이 능력의 본 주인인 피르미노가 있지 않나.
그러나 이내,
“아······.”
나는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사실 굉장히 간단한 것이었다. 다른 녀석들은 챕터에 출연한 적이 없었다.
밀수총책들은 내가 따로 보진 못했지만, 챕터에 얼굴을 들이밀었었던 모양이다. 하기사 지브란테 전체가 챕터 권역인데다, 수시로 메인 캐릭터가 바뀌었었으니. 나오지 않는 게 더 이상하지. 또 내게 글씨가 새겨진 녀석들이니, 단순한 배경으로 취급받지도 못했을 거고.
하여, 그 캐릭터들이 삭제되자마자 곧바로 페널티 빡.
“······쩝.”
고로, [서기관의 족쇄]는 이젠 정말 최후의 수단으로나 사용해야 하는 능력이 되었던 것이다.
나는 얼른 씁쓸함을 털어버린 채, 도로시에게 주문했다.
“지금부터 눈에 보이는 녀석들을 죄다 걸면 되는 거야.”
“알았어.”
이어, 곧장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데스크에 앉아 있던 세 명의 안내자가 보였다.
도로시는 그들이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어쩐 일로 오신······.”
피융-.
세 명에게 현혹마법을 걸었다.
셋이 동시에 축 늘어졌다.
실로 순식간이었다.
“와우. 빠른데?”
“이 정도야 뭘.”
우리는 현혹에 걸린 그들에게 총책임자의 위치를 물었다.
이어,
“건물 최상층에 있습니다.”
곧장 그곳으로 올라갔다.
모험가 협회의 지부장들은 대개 은퇴한 모험가들이 맡는다는 설정이다.
하여,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설정이 뒷받침되어 있다.
헌데,
피융-.
별반 다를 바 없이, 그대로 현혹에 걸렸다.
저항의 기미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쉽네.”
“······.”
약간 당혹스러울 지경이었다.
도로시가 강한 건지, 저 녀석이 약한 건지.
뭐 어쨌거나, 빨라서 좋았다.
곧이어, 나는 녀석으로 하여금 하나의 전보를 치도록 만들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__모험의뢰 제안요청
노스랜드 메탈시티 지부입니다.
지금 이곳에서 심상찮은 일이 벌어지려 하고 있습니다.
지하에서 금기물약을 개발 중이라는 내부 제보에 따라, 바이오위저드 코퍼레이션에 자체적으로 현장조사관을 파견했으나, 회사 측의 거부로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실력 있는 모험단을 파견하여 이에 대한 정밀조사를 의뢰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마침 현재 노스랜드에 들어와 있는 모험단들 중 적합한 이들이 있어, 공문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빠른 시일 내 검토 및 회답 바랍니다.
의뢰 신청 대상 : 레오 모험단(A급)
됐다. 이제 남은 기다리는 일 뿐.
만약 이 전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작가 또한 새로이 챕터를 파고 개입해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즈음 코코아가 물었다.
“끝이야?”
“에휴, 끝이겠냐.”
본래 계획을 비틀고, 음모를 꾸미는 녀석들은 바쁠 수밖에 없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계속해서 뭔가를 해야만 했으니.
다음은 마도공학 쪽 녀석들을 건드릴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