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 Shounen Manga RAW novel - Chapter 138
138화 혹시 이 회사 사장님?
***
첨단공학의 총본산이라는 이름값에 걸맞지 않게, 마도공학의 시초를 배출한 건 저 놀라운 문명의 노스랜드가 아니다.
시초가 된 자의 이름은 마치니 멘데르.
기계에다 마법을 처음으로 접목시킨 선구자는 사우스랜드 출신의 어느 한 기계 수리공이었다.
그저 지역 내 동물농장들의 낙후된 장비나 고치러 다니던 그가, 어떻게 마도공학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선 사실 명확히 소개된 바가 없다.
그에 대하여 원작 내 지문으로 표현된 바는, 고작해야 두 문장에 불과했으니.
-마도공학은 사우스랜드 출신 마치니 멘데르란 남자에 의해 창제되었다.
-그는 마녀들의 도시 데모라에서 탈출한 뒤, 노스랜드로 건너가 자신만의 깃발을 세웠다.
이 두 줄의 소개 문구는 레오가 마도공학자들과 전투를 벌이는, 노스랜드 편 마지막 에피소드 첫 장에 삽입되어 나오는데, 실제로 내가 사우스랜드에 마녀들의 도시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 바로 이 때문이었다.
또한 당시 커뮤니티에 ‘마녀라는 게 실존하는 종족이구나’, ‘그럼 언젠가 마녀들이 등장할 수도 있으려나?’, ‘근데 그럼 왜 사우스랜드 에피소드 때 나오지 않았지?’ 등등의 의견이 주르륵 올라오기도 했었고.
다만 이것 외의 멘데르에 대한 개인신상 정보는 딱히 드러난 적이 없어, 그에 대한 이야기가 오랫동안 회자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딱 한 번, 코미어가 레오에게 마도공학 전체의 경향성을 설명하기 위하여 멘데르의 성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존재한다.
코미어가 조롱 섞인 말투로 내뱉은 그의 성향은 다음과 같다.
-멘데르는 ‘마법’이란 것에 대하여 어마어마한 동경과 향수를 지녔다고 전해진다. 마치 동화 속 마법사를 꿈꾸기라도 하듯이. 그리고 그게 지금 대부분의 마도공학자란 녀석들의 목표가 되었지.
-하지만 그 검고 뭉툭한 손은 망치를 쥐어야 마땅한 것이었다. 어울리지도 않는 지팡이를 들려고 할 게 아니라. 결국 정신병자들 소굴이 되었지 않나.
즉, 그는 데모라를 탈출한 인간인 동시에, 그럼에도 그 누구보다 마법의 세계를 동경한 인간이었다는 것이다.
하여, 그는 늘 ‘기계로 실제 마법을 구현하는 것’에 전념했고, 그것이 그대로 마도공학계의 전체 기조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또한 이후 그를 계승한 이들의 절대적인 숙원으로까지 확립되었다고.
이게 현재 마도공학계 전반에 깔려 있는 의식이라는 것이었다.
바로 이와 같은 이유로,
“데모라 출신으로, 이 가짜들에게 진짜 마법이 뭔지 보여주란 말이야.”
나는 이들, 마도공학계의 우두머리라 불리는 녀석들에게 도로시를 들이밀었던 것이다. 그들이 이 ‘숙원과도 같은 존재’를 감히 함부로 대하지는 못할 거라는 생각에.
하지만 물론,
“뭐?”
“······데모라?”
“잠깐, 데모라라면······.”
“허······ 지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확신할 순 없었다.
내가 알고 있는 건 기본적으로 그저 ‘설정’에 불과한 것이었으니까. 그것도 마도공학자가 직접 말한 게 아닌, 코미어가 조롱하듯 내뱉은 말이었으니까.
하여, 실제로 이 간부 녀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존귀한 존재로 우러러보기는커녕, 외려 잡아놓고 연구를 해야겠다는 식으로 난리를 칠지도.
또한 저들도 저들이지만, 코코아와 도로시의 반응 또한 걱정이 됐다.
만약 녀석들이 적대적인 반응을 보일 경우, 이 두 녀석 또한 절대로 참지 않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도로시, 본때를 보여줘.”
“네!”
초장부터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
적대적인 반응을 볼 것도 없이, 그냥 곧장 뭉개버리겠단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냐, 아냐. 그런 거 아냐.”
“응?”
“코코아, 나서지 마.”
“······뭐? 왜?”
“그리고 도로시, 공격마법을 쓰라는 게 아냐. 그냥 간단한 거, 기초적인 거. 그 정도면 충분해.”
“······간단한 거?”
지금 당장의 내 목표는 하나였다.
현 상황을 아무런 피해 없이 넘기는 것.
비단 우리뿐 아니라, 저 녀석들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간단한 이유였다. 이들은 레오와 싸워야 하는 녀석들이니까.
즉 이놈들의 전력을 약화시키는 만큼, 내게 주어지는 시간 또한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즈음,
“흥, 마녀라고? 데모라? 웃기지도 않는군. 기껏 지어낸다는 말이 그깟······ 그건 그냥 허무맹랑한 전설에 불과하다고.”
지무스가 콧방귀를 뀌며 조소했다.
이에 나는 그저 어깨만 으쓱해 보였다.
“흐음, 근데 네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는데? 그 위치에 대한 암시를 알려 준 장본인이 바로 너 아닌가? 설마······ 그때 내게 공격당할 게 무서워서 대충 아무 말이나 늘어놨다는 건 아니겠지?”
지무스는 내 말에 눈을 가늘게 뜨더니, 이내 픽 웃었다.
“······아하, 그러고 보니 네가 내게 데모라의 위치를 물었었지. 설마 그걸 진지하게 들었단 말인가? 그 옷장에 대한 얘기를?”
“뭐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지 간에, 그게 내게 도움이 됐던 건 사실이야. 아니, 그래서 지금 진짜를 데려왔다니까? 확인해보면 될 거 아냐.”
녀석은 내 당당한 태도에 약간 당황해 하는 눈치였다.
나는 그 틈을 타, 재차 도로시를 슬쩍 앞으로 밀었다.
“도로시, 살짝만 보여줘.”
이어,
휘이잉-.
도로시가 간단한 마법 몇 가지를 펼쳤다.
가만 바람을 불어오게 하는 것에서부터, 불을 피우고, 얼음 결정을 만들어내고, 눈앞에 있던 소파를 공중에 띄우고, 개구리를 소환하는 것까지.
개굴-.
“이런 건 너무 기초인가? 이게 초급 마법학교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배우는 거거든. 물론 내가 써본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도로시가 손에 올려둔 개구리를 흔들어 보이며 물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변은,
“마, 말도 안 돼······.”
“저, 정말로 마법?”
“이게 무슨······.”
눈앞의 녀석들이 지은 표정으로 충분했다.
바람이 불고, 불이 붙는 것까진 피식대며 보던 녀석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눈앞에 일어나는 현상들이 진짜 마법이라는 걸 깨닫곤 안색이 새하얘졌던 것이다.
이어 벌어진 상황은 그야말로 놀랍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지, 진짜 마녀이십니까?”
“데모라 출신?”
“혹시 마치니 멘데르란 이름을 아십니까?”
어느새 녀석들의 태도가 극변해 있었다.
존칭에, 살가운 미소에, 두 손을 가득 모으기까지.
심지어는,
“차, 차라도 한잔 내올까요?”
내게 원한이 있는 저 지무스조차 저러고 있을 정도였으니.
솔직히······ 기대 이상이었다. 뭐 대단한 걸 보여준 것도 아니고, 아주 간단한 기초마법만을 펼친 것에 불과한데.
이들이 ‘마법’에 대해 품고 있는 동경은 내가 생각했던 ‘설정’ 이상이었던 모양이다.
어쨌거나,
“그건 그렇고, 지무스?”
“으, 응?”
“잠깐 대화 좀 할까?”
이렇게 되면 이야기가 또 달라질 수밖에 없다.
본래는 탈 없이 이곳을 빠져나가면 족하다 생각했으나······ 이제 이러고 그냥 헤어지는 건, 서로가 다 조금씩 아쉽지.
“······어떤?”
“아니 뭐, 우리 일정 좀 맞춰보게.”
“일정?”
“아까 말했잖아, 네 적이 이곳에 들어왔다고. 걔네 잡아야지? 내가 날을 좀 골라주게.”
“그건······.”
“어허, 내 말 잘 들으면 혹시 알아? 우리 초미녀 마녀선생님이 마나 교습이라도 해줄지?”
그러자,
“마, 마나 교습!”
지무스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아주 만족스런 반응이었다.
“일단 전투 병력들 다 소집해놔. 곧장 이동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움직일 수 있는 패가 하나 더 생겼다.
*
레오는 옆에 앉은 중년의 남자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본인을 [바이오위저드 코퍼레이션]의 사장이라 소개한 이 남자는 정말이지, ‘수상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었다.
“암만 봐도 이상한데······.”
“무엇이 말입니까?”
“뭐긴, 당신 말이지.”
“흐음, 어째서 그렇지요?”
그는 당최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한 차례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외려 그러한 모습이 더욱더 그를 수상쩍게 보이게 하는 했다.
“아무 말 없이 따라왔잖아.”
“임의동행을 요청한 건 모험가님들 아니십니까?”
“그야 그렇지만······.”
“저희 같은 일반인에게 당신들은 하늘 위의 존재죠. 거역했다간 어떤 꼴이 날지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허나 그렇게 말하는 남자의 표정은 무척이나 평온했다.
전혀 두려움에 질린 이의 얼굴이 아니었다.
“분명 꿍꿍이가 있을 것 같단 말이지. 안 그래, 키리코?”
“몰라. 있겠지 뭐. 근데 그렇다한들 뭘 할 수 있겠어.”
“흠······ 그런가?”
실제로 남자는 레오와 키리코 사이에 앉은 채, 거의 결박되어 있다시피 한 상태였다.
물론 현재 그가 범죄자의 신분은 아닌지라, 따로 별도의 도구를 활용해 속박을 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바로 옆구리에 총구가 겨눠진 상태라면야.
외려 그가 전혀 불만을 표출하지 않았다는 게 더 희한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레오는 다시금 옆에 앉은 중년의 남자를 빤히 쳐다봤다.
“그나저나 대체 뭐야?”
“저거라면······ 어떤 것 말씀이신지.”
“어떤 거긴. 저 차에 실려 있는 거 말이야.”
그러곤 뒤에 따라오는 거대한 탑차를 가리켰다.
얀과 타냐, 시아나가 탄 그 거대한 차 안엔 빌딩의 지하에서 찾아낸 ‘녀석들’ 중 하나가 담겨 있었다. 시험관 통째로.
이에 남자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가서 설명하겠다고. 괜히 입 아프게 같은 내용을 몇 번이나 반복하고 싶지는 않군요.”
그는 그러곤 입을 꾹 다물었는데, 희한한 고집이었다.
거기선 되고, 여기선 안될 게 뭐람?
“놔 둬.”
키리코는 그런 그를 보며 한 마디만을 했을 뿐이다.
차 안은 한동안 침묵만이 계속되었다.
이윽고,
“어? 저기!”
“다 왔네.”
그들을 태운 차가 막 모험가 협회 건물 앞까지 다다랐을 무렵이었다.
갑작스레 남자가 입을 열었다.
“노스랜드 대륙의 면적이 다른 세 대륙에 비해 좁은 건 사실이나, 그렇다고 몇 배나 차이 날 정도는 아니죠. 다만, 이에 비해 모험가 협회 지부의 숫자는 굉장히 차이가 납니다. 웨스트랜드는 말할 것도 없고, 낙후되었다 표현해도 좋을 만한 이스트랜드나 사우스랜드와 비교하더라도 거의 스무 배나 차이가 나죠. 이곳에 있는 모험가 협회는 기껏해야 두 개에 불과하니.”
“······응? 갑자기?”
“물론, 이곳엔 첨단통신기술이 완비되어 있어 굳이 지부가 여러 곳에 존재해야 될 필요가 없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그 정도로도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니까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이곳에선 모험가들의 영향력이 미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그러곤 그는 슬쩍 미소를 지었다.
“당신들은 이곳에서 그다지 쓸모가 없다는 것이지요.”
이에 키리코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너 건방져.”
“모험가들보다는 기계의 왕이나 마도공학계 간부들의 영향력이 이곳에선 훨씬 더 큽니다. 그리고 저희 회사 같은 경우, 물론 그들과는 조금 결이 다르긴 합니다만······ 양측 모두와 돈독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죠. 요청 시, 그들이 제공하는 경호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고요. 헌데 제가 왜 당신들을 순순히 따라가고 있을까요? 마땅한 신변보호도 요청하지 않고요.”
듣다 보니 궁금했다.
“왜 그런 건데?”
“바보 아냐? 그야 당연히 시장 때문이지. 특수물약은 전 세계 모든 대륙으로 팔려나가는 상품인데, 어떻게 감히 모험가 협회를 거역하겠어?”
그러나 남자는 키리코의 말에 그저 웃을 뿐이었다.
“협회의 유통망을 거치지 않으면 물약을 판매할 수 없으리라 보는 건가요?”
“유통망도 유통망이지만, 애초에 특수물약 같은 건 협회의 허락 없이는 시중에 나올 수가 없는 상품이야. 그건 뭐랄까······ 위험하니까.”
이에 남자가 놀랍다는 듯 탄성을 내뱉었다.
“호오, 제법 예리하시네요. 맞습니다. 특수물약은 사용자에게 온갖 기상천외한 능력을 심어주는 거니까요. 총이나 칼 따위는 이와 비교할 수조차 없죠. 바로 당신들의 그 잘난 고유능력을 본 따 만든 것이니까.”
“하지만 고유능력과 같은 선상에 놓을 순 없어.”
“뭐, 그건 맞습니다. 사실 비교도 할 수 없는 게 사실이죠. 고작 특수물약 몇 방울을 삼키다고 해서, 모험가란 존재만큼 위험해지란······ 쉽지 않죠.”
“······.”
“어쨌거나 우리는 이를 판매하고 유통하기 위해 엄청난 로비를 감행해야 했답니다. 물론 지금은 저희의 주 고객이 바로 당신들 모험가가 되었지만, 이전에는 아니었거든요. 외려 극도의 경계를 받았었죠.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그러고 그는 그때를 회상하려는 듯, 지그시 눈을 감았다 떴다.
“혹시 특수물약이 무엇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 아십니까?”
이 또한 갑작스런 물음이었다.
“글쎄······ 그냥 능력자들이 부러워서?”
“부럽다라······ 아닙니다. 당신은 참 단순하시군요.”
“뭐!?”
발끈해 소리치긴 했지만, 사실 딱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그게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키리코가 대답했다.
“이곳의 기술자들이 이것저것 만들던 중간에 물약 같은 게 하나 나왔고, 이게 딱 보니 수요가 있겠다 싶어 상품으로 개발한 거 아냐?”
남자는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그 또한 틀렸습니다. 특수물약은 모두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개발된 것이고, 그 목적에 돈이 들어가 있진 않습니다.”
“그럼?”
“키워드는 간단합니다.”
남자는 그러고 잠시간 침묵하더니, 이내 단어 하나를 씹어내듯 내뱉었다.
“복수.”
때마침,
끼이익-.
차가 멈춰 섰다.
“아참, 중요한 걸 말씀드리지 않았네요. 제가 이곳까지 순순히 따라온 이유엔 별 게 없습니다. 그냥 모험가 협회에게 전할 말이 있어서였습니다. 어차피 다 들킨 마당에 할 말은 해야 하지 않겠어요?”
“······할 말? 들켜?”
“일단 내리시죠. 들어가서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참나.”
이어 차에서 내린 뒤, 곧바로 협회 건물 안으로 막 들어갈 즈음이었다.
······어?
그즈음 레오는 뭔가 정체 모를 ‘위화감’을 느꼈다.
뭐지?
뭔가가 이상했다.
이에 급히 주위를 둘러본 레오는,
‘잔상?’
옆에 있던 남자의 존재감이 어느샌가 흐릿해져 있는 걸 발견했다.
이는 깜짝 놀랄 일이었다. 전혀 의식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순간,
파지직-.
레오는 자신의 고유능력을 끌어올렸다.
그러곤 전기장을 뿜어내 주위를 감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없어?’
전혀 느껴지는 게 없었다.
녀석은 분명 고유능력자가 아니었다. 능력자들이 뿜어내는 특유의 기파가 없었던 것이다.
또 설사 특수물약으로 얻은 특수능력을 썼다 하더라도, 자신의 감지를 피할 순 없다. 아니, 감지를 피하지 못하는 것뿐 아니라 그냥 능력 자체가 소멸되기 마련이었다.
[재앙을 멸하는 번개]는 그보다 떨어지는 능력의 존재를 허용치 않으니.
헌데 기이하게도,
‘······왜 없지?’
남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옆을 돌아보니, 키리코 또한 마찬가지로 당황한 기색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하하, 찾아봐야 소용없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그곳에 없었으니까요.
어디선가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놀랍게도, 건물 내 스피커에서였다.
-자, 그럼 이 건물 내에 있는 모든 모험가들에게······ 아니, 통 크게 가죠. 전 세계에 있는 모든 모험가님들에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아, 이 내용은 곧 여러 채널을 통해 퍼져나갈 테니 굳이 옆 사람에게 따로 전달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하.
그리고 이어서 들려온 내용은 굉장히 자극적이고, 또한 황당한 것이었다.
-선택받았다는 미명 하에 책임 없이 힘을 남발한 인간들, 뭐라도 된 것 마냥 패악을 일삼고 다니는 쓰레기들······ 즉, 모험가들을 이 순간부로 [바이어위저드 코퍼레이션]이 싸그리 청소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이곳, 모험가 협회 노스랜드 메탈시티 지부가 되겠습니다.
“허······.”
너무나도 황당한 이야기여서 그런 걸까, 딱히 나오는 말이 없었다.
하여, 그러고 멍하니 듣고만 있을 즈음이었다.
난데없이,
콰콰광-.
바깥쪽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려왔다.
뭔가가 폭발한 듯 검은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뭐지?”
자세히 다시 보니, 연기의 진원지에서 낯익은 무언가가 보였다.
“······탑차?”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탑차가 폭발한 것이었다. 시험관을 통째로 운반한 커다란 자동차가.
잠깐, 그럼 동료들은?
얀은? 타냐는? 시아나는?
허나, 레오는 동료들에 대한 생각을 계속 이어가지 못했다. 그즈음 검은 연기가 걷히면서 모습을 드러낸 무언가에게, 단숨에 시선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뭐, 뭐야?”
그것은 시험관에 들어 있던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나 처음과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녀석’은 아까에 비해 수십 배는 거대해진 채, 빌딩을 노려보고 있었다.
사자의 몸통에, 독수리의 날개, 그리고 인간의 얼굴을 가진 괴물.
그즈음 그 끔찍한 몰골을 가진 그 괴물이 살포시 앞발을 들어올렸다.
“어, 어엇!?”
그러고 막 레오가 ‘녀석’의 의도를 눈치 챈 순간,
“머, 멈춰! 이 빌어먹을 괴물이!”
녀석의 앞발이 건물을 가격했다.
콰과광-!
*
한 시간 후.
“후······.”
다시 돌아온 회사 앞에서 [바이오위저드 코퍼레이션]의 대표, 바이어는 잠시간 호흡을 골랐다.
대형 키메라 중에서도 난폭한 녀석을 협회 정문에다 던져놨으니, 그래도 약간의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서두르긴 해야 했다. 어서 빨리 키메라들을 전투태세로 바꿔놓지 않으면, 벌어둔 시간이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으니.
그 레오 모험단이라는 녀석들······ 특히 단장인 더벅머리 소년과 빨강머리 총잡이는 결코 무시할 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늦으면 늦을수록, 꽤나 귀찮은 일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어, 바이어가 황급히 빌딩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였다.
갑작스레,
“응?”
어디선가 기묘한 시선이 느껴졌다.
찐득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불길한 눈길.
바이어는 잽싸게 주위를 훑었다.
그러나 보이는 건 없었다.
‘착각인가?’
바로 그때였다.
“혹시 이 회사 사장님?”
휙-.
놀란 바이어가 잽싸게 뒤로 고개를 돌렸다.
‘분명 아무것도 없었는데······.’
그러나 놀랐다는 티를 낼 순 없었다. 이 녀석의 정체를 알지 못했으니.
바이어는 태연을 가장한 채 무심히 물었다.
“······누구신지?”
“아, 비즈니스 협력차 제안을 드릴 게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잠깐 대화 좀 할 수 있을까요?”
정중한 물음이었으나, 바이어로선 경계를 늦출 수가 없었다. 그 말을 한 이가 비즈니스와는 굉장히 거리가 멀어 보이는 외형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우람한 주걱턱을 가진 그가 자신을 보며 씩 웃었다.
“아마도······ 하시려는 일에 도움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