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 Shounen Manga RAW novel - Chapter 15
15화 1vs5 포커
***
다음날 정오 무렵.
막 카지노 로비로 들어서려 할 때였다.
마침 근처에 있던 실내 스피커에서 갑작스레 톡톡 튀는 경쾌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카지노를 방문해주신 모든 내외 귀빈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어제 저녁, 주방에서 vip를 공격하며 소란을 피운 한 얼간이 녀석에 대한 처분이 결정되었습니다. 긴 회의 끝에 저희 카지노 측은 녀석에게 단 한 차례,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주기로 했습니다. 이는 바로 여왕님의 결정이셨죠. 가히 하해와 같은 은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들어가 보니, 2층 난간에서 웬 녀석이 마이크를 든 채 떠들고 있었다. 스피커에서 나온 목소리의 당사자인 듯했다.
‘그러고 보니 사회자가 있었지.’
만화책으로 볼 땐 몰랐는데, 지금 와서 보니 꽤나 희한한 일이었다. 카드게임 대결을 무슨 스포츠 경기 마냥 현장중계를 때리다니.
-자, 그럼 녀석에게 주어진 이 기회란 것이 무엇이냐? 뭐긴 뭐야, 게임을 통해 카지노 측에 끼친 손해를 배상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단순히 그것뿐이냐? 아닙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녀석은 단번에 인생역전의 찬스를 잡을 수도 있습니다. 주방에서 잡일이나 하던 녀석이 한순간에 카지노 vip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순간 나도 모르게 픽 웃음이 나왔다.
인생역전의 기회라느니, 한순간에 카지노 vip가 될 수도 있다느니.
교활하기 짝이 없는 설명이었다. 이건 말마따나 ‘기회’ 따위가 아니었으니까.
-그렇다면 녀석에게 주어진 기회가 무엇이냐! 아시는 분들은 아실 겁니다. 바로 골담 카지노의 명물! 그 이름하야, 죽음의 레이스!
“와아!”
“오오!”
“죽음의 레이스라니!”
사회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카지노 곳곳에서 환호성이 일었다. 아닌 말로, 죽음의 레이스는 이곳에서 굉장히 유명한 구경거리였던 것이다.
죽음의 레이스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바로 ‘공개 처형식’이었다.
카지노에 입힌 손해를 제 손으로 직접 갚게 한다는 명목 하에, 헤어 나올 수 없는 나락으로 대상을 빠뜨리는 것. 결코 이길 수 없는 게임을 진행함으로써, 참가자는 지옥과도 같은 빚을 떠안게 되고 평생을 카지노의 노예로 일해야 하는 처지가 되는 것이다.
작중 설정 상 이제껏 죽음의 레이스는 총 열세 차례 열렸으며, 그중 결승점을 통과한 이는 단 한 명뿐이었다.
-그럼 지금부터 죽음의 레이스에 대해 간략히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죽음의 레이스는 총 일곱 단계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각 단계마다 참가자가 치러야할 게임과 상대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각 단계의 통과조건은 간단합니다. 상대의 돈을 거덜 낼 것. 1단계를 통과하면 곧바로 2단계로 넘어가는 식입니다. 그렇게 마지막 7단계까지 통과하면 비로소 승리자가 되는 것이죠. 그때까지 딴 모든 돈을 챙겨가는 것과 동시에 말입니다.
설명이 나오진 않았지만, 상대를 거덜 내는 것만이 통과조건은 아니었다. 상대에게서 패배선언을 받으면, 참가자는 다음 단계로 진출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또한 참가자에게 결코 유리한 사항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참가자가 게임에 익숙해지고 흐름을 탔다 싶으면, 곧바로 패배를 선언하여 새로운 게임으로 넘겨버리는 것. 자본금을 늘리기는커녕 게임의 템포조차 마음대로 조절할 수가 없으니, 참가자의 입장에선 계속해서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것이다.
그야말로 악독하기 짝이 없는 룰이랄까.
-설명이 길었네요. 그럼 곧바로 시작하도록 할까요? 앗, 말과 동시에 저기 오늘의 도전자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어제의 그 건방지고 포악한 모습은 어디가고, 잔뜩 쫄아 있는 모습이 참으로 귀엽네요! 자, 소개하겠습니다, 악동 레오!
사회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곳곳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우우!”
“넌 끝이다 꼬맹아!”
“감히 카지노를 상대로 싸움을 걸다니!”
“죽어라!”
사실 따지고 보면, 굉장히 의아한 광경이었다. 아닌 말로, 구경꾼들이 카지노 측을 응원할 이유가 전혀 없었으니까. 그것도 도전자에게 욕설까지 퍼부으면서까지 말이다.
오히려 웬만하면 약자를 응원하는 게 일반적인 반응 아닌가?
헌데 희한하게도 만화 속 설정이 그랬다. 이곳에서 레오는 악당이었다.
나는 멀찍이서 뚜벅뚜벅 걸어 나오는 더벅머리 소년을 바라봤다.
‘표정 좋네.’
간만에 본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언제나 그렇듯, 천진난만한 얼굴이었다.
이어 곧바로 사회자가 ‘죽음의 레이스’의 첫 번째 단계와 그 상대를 소개했다.
-첫 번째 게임은 바로 1vs1 텍사스 홀덤입니다. 그리고 저 건방진 소년의 상대는 우리 골담카지노의 오랜 vip이신 쿠리노님입니다!
예상했던 대로 그 쿠리노였다.
녀석은 어제의 그 벙찐 표정은 어디가고, 다시금 자신만만하고 교활한 미소를 잔뜩 내비치고 있었다.
다만, 어째 사람들의 반응이 밋밋했다.
“쿠리노?”
“음······ 뭐, 잘하겠지.”
“그래, 어디 한 번 해보라고!”
나는 순간적으로 피식 나오는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만화책으로 볼 당시엔 이렇지 않았다. 분명 다들 입을 벌리며 환호하는 장면이 있었던 것 같은데.
반응이 이전 같지 않은 이유야 간단했다. 어제 있었던 나와의 결전이 그 원인이리라.
쿠리노 또한 사람들의 이질적인 반응에 약간이나마 당황한 기색이었다.
‘약간 경계심이 오르긴 했으려나.’
녀석이 방심을 줄이고 마음을 독하게 먹는다면 레오가 조금 더 힘들어지긴 할 것이다. 아주 마음 편히 상대할 만한 녀석은 아니었으니.
이윽고, 첫 번째 게임이 시작되었다.
나는 레오가 세팅된 테이블에 앉으며 심판에게 게임의 룰을 묻는 광경을 확인한 후, 조용히 로비를 벗어났다.
이제 시작이긴 하나, 아마도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다. 저 괴물이 6단계에 도달하기까지.
암만 불공정한 게임을 가져다놔도, 또 특수능력을 사용하는 ‘타짜’들을 대령하더라도······ 솔직히 별 의미가 없다.
저 녀석이야말로, 이 세계의 창조주로부터 가장 불균등한 애정을 받는 녀석이니까.
“이따 보자고.”
*
1vs5 포커.
룰은 간단하다.
여섯 명이서 게임을 진행하며, 기본 룰은 7포커의 그것과 같다.
다만, 한 팀으로 구성된 다섯 명은 패와 돈을 공유한다.
즉, 이들은 최대 35장의 카드를 조합해 족보를 완성시킬 수 있다.
“재미없지?”
나는 내게 말을 건 중년의 대머리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커티 존스. 골담시티 vip중 하나로, 현재 나와 함께 1vs5포커를 진행 중인 녀석이었다.
“얼마 만에 새로 들어온 vip인데, 이런 게임에 앉혀 놓으면 어쩌자는 거야. 할 것도 없을 텐데. 안 그래?”
“그래도 저 녀석······ 곧잘 버티는 것 같습니다만?”
“에잉, 보면 몰라? 기다려 보라고, 얼마 못가 무너질 테니.”
말마따나 레오의 얼굴은 꽤나 일그러져 있는 상태였다.
지금껏 진행된 판수는 총 18회.
그 중 레오가 먹은 건 단 한 판. 딴 돈은 고작해야 300만 골드.
그러나 이번 판까지 레오가 빨린 돈은 무려,
“레이즈. 2배로.”
“레이즈. 다시 2배로.”
“레이즈, 받고 2배로.”
“도전자의 차례입니다. 베팅하시겠습니까?”
“······죽을게.”
50억.
이대로 가다간 얼마 버티지 못하고 돈이 바닥날 상황이었다.
‘흠, 역시 역부족인가?’
앞선 다섯 단계를 황당하리만치 수월하게 격파한 레오였지만, 이번만큼은 힘들 수밖에 없었다.
일단 확률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35장의 카드로 패를 조합한다? 최소 포커이고, 심심찮게 스트레이트 플러시가 나올 수밖에 없다. 진다는 걸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물론, 레오의 강운이라면 어찌어찌 게임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곳은 만화 속 세상이고, 녀석은 주인공이니까, 어쩌면 수만 분의 1의 확률을 뚫고 스트레이트 플러시를 수차례 꺼내놓을 수 있을지도.
하지만 그럼에도 절대 이길 수 없는 이유가 존재한다. 레오가 혹 강한 패라도 잡을 것 같으면, 그냥 다 같이 죽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포커는 많은 판을 이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단 한 판을 이기더라도 돈을 따는 게 중요한 게임이다. 어쩌다 한 번 레오에게 좋은 패가 들어갔다? 35장을 조합해서도 이길 수 없을 만큼의 강력한 패가? 그럼 다 같이 폴드. 승부해주지 않는 이상, 레오가 돈을 딸 길이 아예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니 작가로서도 저와 같은 꼼수를 준비해둘 수밖에.
때마침,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노크소리와 함께, 일단의 무리가 룸 안으로 들어왔다.
정장을 입은 사내 하나, 메이드 복을 입은 여성 둘, 그리고······ 웨이터 옷을 입은 키리코.
그들은 웬 카트를 대동한 채였는데, 그 위엔 케이크를 비롯한 디저트와 차, 커피, 와인 등이 놓여 있었다.
“혹, 입이 심심하실까봐······.”
메이드가 입을 열자, vip 몇몇이 반색하며 이를 받았다.
“오! 마침 잘 됐네. 너무 심심해서 껌이라도 씹을까 생각 중이었는데.”
“흐흐······ 그래, 차 마시는 재미라도 챙겨야지 이거야 원 싱거워서······.”
그즈음 들어온 이들을 보고 당황해 하는 레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딱 봐도 아는 얼굴을 발견한 표정이라, 외려 내가 더 당황스러울 지경이었다.
‘저렇게 티를 내는데도 아무도 의식을 하지 않다니.’
확실히 이런 식의 무리한 전개는 작품의 디테일을 무너뜨릴 수밖에 없다. 작가도 이를 모르진 않겠지.
어쨌거나,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지금부터 증명해야 한다. 이 챕터에서의 나의 가치를.
나는 두어 번 깊게 심호흡 한 후, 나직이 단어 하나를 내뱉었다.
“잠깐.”
이에 일순간 모두의 동작이 멈췄다.
“이거······ 어디서 가져온 것들이지?”
내가 묻자, 메이드 중 하나가 쭈뼛거리며 입을 열었다.
“주방에서······.”
“주방이라······ 헌데 저 녀석, 주방에서 잠깐 일했다고 하지 않았나? vip와의 시비도 그때 휘말린 거고.”
“그, 그거랑 이 음식들과는 전혀 관계없는······.”
“음식은 누가 올려 보낸 거지? 이 중에 요청한 사람이 있었나?”
그러자 슬슬 주변의 분위기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그러네.”
“뭐야, 지금 의심해야 하는 상황인거야?”
“먹어 말아?”
그즈음 나와 시선이 마주친 키리코의 눈이 확 커졌다. 나를 의식한 게 틀림없었다.
좋아, 나쁘지 않은 전개였다.
게다가 아직까지 선행플롯의 제지가 없었다. 이는 작가 역시도 상황을 두고 보고 있다는 증거였다.
이어, 나는 곧바로 승부수를 던졌다.
“음식과 차는 게임이 끝난 후 먹는 게 좋겠는데. 어차피 그리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을 것 같으니까.”
심장이 두근두근 거렸다.
선행플롯이 과연 나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을까?
솔직한 심정으로, 내 생각엔 반반이었다.
현재의 내 행위는 작가가 짜둔 전개에 완전히 반하는 것이었다. 갑작스레 툭 튀어나온 녀석이 난관의 해결책을 저지하려 드는 것. 본래라면 이미 오래 전에 차단됐어야 하나, 별다른 제지는 없었다.
짐작되는 이유라면, 현재 작가가 독자들의 불만 어린 피드백을 확인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미 1vs5 포커가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주방장을 비롯한 주방의 인원들이 게임을 뒤집기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장면이 작중에 연출된 다음이었다. 또한 음식을 운반할 이들을 선별하는 컷, 레오에게 구함을 받은 메이드와 키리코가 자원하는 컷 등등이 등장한 뒤라, 이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 또한 여러 차례 나온 상황이었다.
현재 내가 선행플롯의 제지를 받지 않은 이유? 이는 독자들의 불만을 확인한 작가가 현 전개에 관하여 갈등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물론, 이후로도 제지가 들어오지 않을지에 대해선 확신할 수 없었다. 작가 또한 나의 행동으로 말미암을 결과를 예상치 못하고 있을 테니.
그래도 어쨌거나,
“그래, 끝내고 먹자고. 승리를 만끽하며 마시는 와인이 더 달콤하지 않겠어?”
당장은 아니었다.
나의 제지에 의해 카트가 뒤로 밀려났다.
‘후······.’
주사위는 던져졌다.
작가의 해결책을 물렸으니, 이제부터 상황은 내가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아마 이번 챕터를 끝으로 나는 삭제되고 말 것이다.
게임이 다시 시작되었다.
나는 준비해둔 특수물약을 조용히 머금었다.
[네게만 들려주는, 속삭임 물약]
황당하리만치 비싼 가격에 비해, 이 물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특수능력은 단순했다. 하나의 대상에게 비밀리에 말을 전달하는 것.
나는 곧바로 레오를 향해 능력을 시전했다.
-듣기만 해. 네 맞은편에 앉은 주걱턱이다.
순간 레오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너는 날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난 너를 알아. 그리고 네 동료인 키리코도 알지. 도와주러 왔다.
그러자,
“뭐? 아니 그게 무슨······.”
레오 녀석이 불쑥 입을 놀리는 게 아닌가.
-입 다물어! 이 멍청한 녀석아. 너 때문에 들킨다고!
그제야 당황한 레오가 알겠다는 듯 얼른 고개를 끄덕거렸다.
물론 그 또한 모두의 주의를 끈 상태에서 한 멍청한 행동이었지만, 그것까지 짚고 넘어갈 여유는 없었다.
-나를 신뢰하란 소리는 하지 않아. 어차피 믿을 수 없을 테니까. 너는 그저 좋은 패가 왔다 싶으면, 쫄지 말고 베팅을 시작하면 돼. 그럼 내가 이기게 해주지. 알았으면 고개만 까닥해. 좀 전처럼 대놓고는 말고.
그러자 고뇌하는 듯 보이던 레오가 잠시 후, 아주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나는 곧바로 두 번째 특수물약을 들이켰다.
[힝, 속았지! 속임수 물약]
지금부터는 기다려야 했다. 레오가 좋은 패를 손에 쥘 때까지.
이윽고, 세 판이 연달아 레오의 패배로 끝나고 다시금 패가 돌았을 즈음이었다.
“······레이즈.”
레오의 신호였다.
나는 곧장 레오의 패를 확인했다.
현재 아래에 깔려 있는 건 3장. 스페이드K, 스페이드Q. 스페이드J.
레오가 노리고 있는 패는 명확해 보였다. 로얄 스트레이트 플러시. 이 게임에서 쥘 수 있는 가장 높은 패로, 스페이드 A, K, Q, J, 10을 모으는 것이다.
이를 깨달은 즉시, 나는 내게 온 패 중 하나에 속임수를 걸었다. 이것이 승부를 가를 결정적인 한 방이 되길 바라며.
그즈음,
“레이즈?”
“겁도 없이.”
“슬슬 마무리 할 시점인가?”
vip들도 간만에 레이즈를 부른 레오에 발맞춰 베팅을 올렸다.
모두의 베팅이 끝나자, 딜러가 또 한 장의 카드를 돌렸다.
이번에 레오에게 간 패는 스페이드10.
이제 슬슬 레오의 패가 눈에 들어왔는지 다들 경계를 올리는 기색이었다.
“저 녀석 혹시?”
“일단 우리는 스트레이트 플러시 정도는 나왔어.”
“그 정도로는 안 돼. 만약 녀석이 로얄을 띄운다면 지게 될 거야.”
“그냥 죽을까?”
바로 그때,
“녀석은 완성시키지 못해.”
나는 녀석들에게 내 패를 보여줬다.
“여기 에이스가 있으니까.”
스페이드 A처럼 보이게 만든 속임수 패였다.
걸려들려나? 여기서 누군가가 의심이라도 품는다면 말짱 꽝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오, 그렇다면 문제없네.”
“로얄만 아니면 돼. 그 외엔 우리가 다 이길 수 있으니까.”
“슬슬 끝내자고. 저기 저 카트 위의 딸기 케이크가 아까부터 무지하게 먹고 싶었다니까?”
걸려든 듯했다.
그러곤 몰아치듯 이어지는 레이즈.
‘후······.’
물론 내가 이 녀석들을 속인 것과는 별개로, 레오가 실제로 로얄을 띄울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다만,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못 띄운다면······ 뭐, 주인공 딱지 떼야지.
이윽고, 딜러가 마지막 히든 패를 돌렸다.
“도전자, 베팅하시겠습니까?”
그리고 그즈음 레오의 얼굴에 떠오른 건 분명한 승리자의 미소였다.
“올인.”
*
별도로 마련된 룸 안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 아래 구경꾼들의 환호성이 들려오는 듯했다.
죽음의 레이스 최종 7단계 진출.
이는 카지노 역사에 남을 만한 일이었다.
“이익!”
“너 이 자식······!”
나는 나를 보며 눈을 부라리는 이들을 향해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미안. 착각했어. 스페이드인 줄 알았는데······.”
그러곤 손에 쥔 카드 한 장을 슬쩍 들어주었다.
“클로버였네?”
그러자 반응들이 가관이었다.
욕설을 내뱉는 녀석에서부터, 손에 잡히는 것들을 모조리 내던지는 녀석까지.
물론 가뿐히 다 피해주었다.
“빌어먹을!”
“저 녀석이 우릴 속였어!”
하지만 뭐, 화가 난들 어쩌겠는가. 이미 게임은 끝이 났고, 레오는 여길 뜬지 오랜데.
그즈음,
“어차피 다음 단계로 간다한들 결과는 정해져 있어. 상대는 바로 그 여왕이니까.”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던 한 녀석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하긴.”
“여왕에겐 그 누구도 이기지 못하니까.”
맞는 말이었다. 그녀는 이곳에서 유일하게 100%의 승률을 자랑하는 무적의 갬블러였으니.
뭐, 어쨌거나 이 이후로는 나완 상관없는 일이다. 나는 이번 챕터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했으니까.
나는 그즈음 전광판에 모습을 내비친 레오를 슬쩍 바라봤다.
녀석은 카지노 꼭대기 층에 마련된 황금 테이블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여왕과의 최종 결전이 치러질 승부의 장소로.
“이제 좀 즐기며 볼 수 있겠네.”
나는 근처에 있던 의자에 앉은 채, 다리를 쭉 뻗었다.
이제 남은 건 기다리는 일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