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 Shounen Manga RAW novel - Chapter 160
160화 선별시험(3)
***
솔직히 말하자면, 칼 자이드의 갑작스런 등장에 나는 꽤나 놀란 상태였다.
여기서 난데없이 이 녀석이 튀어나올 줄이야.
태연한 척 하고는 있었지만, 조금쯤 당황한 게 사실이었다. 전혀 예상치도 못 했으니까.
하여,
“······오랜만이군.”
“그런가?”
“드디어 결판을 낼 수 있겠군. 이전엔 계속해서 방해꾼들이 등장했으니.”
“그전에 먼저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뭐지?”
“여긴 왜 온 거야?”
곧바로 이에 대해 물었던 것이다.
여기서 대체 뭐하고 있냐고.
“······무슨 뜻이지?”
“말 그대로야. 왜 굳이 여기로 왔지? 다른 쪽으로 갔어도 되지 않았나?”
그러자,
“나를 피하고 싶었나 보지?”
칼 자이드가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그게 좀 더 편하지 않았을까 해서. 물론 네 쪽에 말이지.”
“전혀. 세 갈래 길 중 어느 쪽을 택하든 내가 선별되는 데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니 이참에 네 놈까지 처리할 생각을 했던 것이지. 겸사 겸사라고나 할까.”
“허······ 굳이?”
웃긴 녀석이었다.
나야 볼 일이 있으면 언제든 찾아오면 될 일이 아닌가.
반면, 킹스로드를 넘을 기회는 한정되어 있는 것이고.
굳이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의아해 하는 얼굴이군. 그게 그렇게나 이상한 일인가?”
“아니 뭐······.”
“정말로 내가 이쪽으로 오리라곤 생각지 못했었나 보군.”
“······.”
사실 내가 이렇듯 당황한 데엔 이유가 하나 있었다.
간단하다. 앞으로의 전개가 또 한 번 비틀릴 것 같으니까.
일단 녀석이 내 앞에 나타난 이상, 둘 중 하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곳 제1로에서 자격을 획득할 수 있는 모험단은 단 하나 뿐이니.
하지만 원작대로라면 이 녀석은 레오와 함께 킹스로드를 넘어야 한다.
즉, 내가 이 녀석을 떨어뜨릴 경우, 원작의 내용에서 한참 벗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칼 자이드의 탈락. 이는 그리 자그마한 사건이 아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유일한 1인 모험단 ‘그 칼 자이드’인데.
물론, 이 녀석이 킹스로드를 건넌 뒤에도 이곳에서만큼 존재감을 떨치는 건 아니다. 당장으로선 ‘강하다는 것’만이 캐릭터의 존재 이유인 녀석이 아니던가. 보다 강한 강자들이 대거 속출하다보니, 그 비중이 점점 더 떨어질 수밖에.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현재의 칼 자이드는 손가락 안에 꼽히는 네임드 캐릭터였다.
이 녀석의 존재유무로 인해 발생하는 차이가 결코 작지 않을 거라는 것.
“알고는 있지? 이곳의 승자는 한 명 뿐이라는 거. 여기서 지는 녀석은 킹스로드를 건너지 못해.”
“흐음······ 그건 설마 내 걱정을 해주는 건가? 아무렴, 본인 걱정이겠지?”
“······.”
그래, 말마따나 아직 모르는 일이긴 했다. 원작에서 벗어나지 않는 전개가 될 수도.
이를테면, 내가 녀석에게 패배함으로써 킹스로드 행이 무산된다면 딱히 원작과 달라질 것도 없으리라.
다만······ 그건 좀 말이 안 되는 거니까.
나는 녀석을 다시금 찬찬히 훑어봤다.
‘허, 결단도 빠른 녀석이네.’
혹시나 싶어 힐끔 살펴봤으나, 칼 자이드의 손엔 이미 20층 깃발이 들려 있었다. 이젠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작가의 개입이 있었던 걸까?
‘아냐.’
그게 더 이상했다.
작가라면 칼 자이드를 아무런 위험부담 없이 킹스로드 너머로 보내려 했을 것이다. 그러려면 이 녀석이 제3로로 가는 게 맞지.
이건 이 녀석의 자의적 선택이다.
그렇게 봐야 했다.
그리고 나는 이 판단을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말이 길어졌군. 준비는 됐나?”
“······나야 뭐. 언제든.”
하지만 뭐, 곧 알게 될 것이다.
뒤지게 맞다보면, 결국 본심이 나오는 법이니.
그러고 막 자세를 잡으려 할 때였다.
순간,
팟-.
녀석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곧이어,
휙-.
녀석의 발끝이 내 관자놀이 옆에서 멈췄다.
“경고 대신이다. 다음에도 넋 놓고 있다간 그대로 머리통이 날아갈 거다.”
“오······ 안 그래도 되는데.”
“네 모든 걸 다해보도록. 원한다면, 지브란테에서의 그 로봇에 탑승해도 좋다.”
녀석은 그러곤 천천히 발끝을 내린 뒤, 뒤돌아 제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녀석의 신발이 살짝 닿은 뺨 주위를 찬찬히 어루만졌다.
경고라니.
뭐랄까······ 자신감을 표출하고 싶은 듯 보였는데, 좀 과하지 않았나 싶었다.
저럴수록 본인의 조급함만 드러내 보이는 꼴인데.
“흐음······.”
방금 움직임으로 판단컨대, 현재 녀석은 근소하지만 나보다 앞선 신체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실제로 움직임이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녀석이 마음먹고 때렸다면, 아마 맞고 날아갔을지도.
하지만 물론,
‘바보 같으니라고······ 날 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을 텐데.’
그렇다고 내가 녀석에게 무슨 압박감 따윌 느꼈다는 건 아니다.
녀석을 제압할 방법은 당장 떠오르는 것만도 수십 가지가 넘었다.
얀의 유령을 몇 마리 소환해 녀석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것만으로도 쉽사리 제압이 가능하지 않을까.
신체능력이 차이 난다고 해봐야 미세한 정도에 불과했으며, 이는 킹까지 가지 않더라도, 일반 유령들이나 대장을 소환하는 선에서 충분히 메울 수 있는 격차였던 것이다.
다만,
“너 성장담보대출 얼마나 받아놨냐?”
“······뭐?”
내겐 그럴 생각이 없었다.
“여유분이 얼마나 있냐고. 때 돼서 쓰려고 하면 늦어. 미리 어느 정도는 땡겨놔. 안 그러면 정말 죽을지도 모르니까.”
“네, 네놈이 어떻게 그걸······ 아······ 설마 미래를 본 것인가? 하지만 네놈 따위에게 그걸 쓸 일은······.”
“미래는 무슨. 과거지. 그리고 쓸 일 많을 거야. 어쩌면 죄다 쓰게 될지도?”
“뭣이?”
칼 자이드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처음부터 녀석을 상대할 방법은 정해져 있었다.
내게 메인시점이 걸린 이상, 어쩔 수 없다.
이어,
“다들 멀리 물러나 있어. 위험할 수 있으니까.”
나는 뒤에 있던 일행에게 주의를 준 뒤, 하나의 고유능력을 흉내 냈다.
[통제 불가 훼방꾼이 나타났다!]-어떠한 법칙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단, 물리법칙은 제외.
물리법칙을 제외한, 몸에 걸린 모든 종류의 구속을 없애는 능력.
실상 전투용이라고 보기엔 부적합한, 별다른 특징도 없는 능력에 가깝지만, 그 구속이 이 ‘세계를 뒤흔들 정도의 힘’을 봉인하고 있던 것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곧이어,
우우웅-.
내게 걸려 있던 ‘시간의 부하’가 풀리면서, 대기가 떨려오기 시작했다.
땅이 부서지고, 폭풍이 일었다.
중력이 뒤틀린 듯, 주위 돌들이 떠올랐다.
마치 공간이 울부짖기라도 하듯, 주변에 있던 모든 것들이 일그러졌다.
이곳은 요롱이라는, 만년 묵은 신수가 지닌 거대한 ‘힘’에 익숙해져 있던 상천세계와는 다르다.
‘세계를 뒤흔들 힘’이 처음으로 출현한 세계는 이와 같이 진통을 겪을 수밖에.
······.
이윽고, 힘을 모두 되찾은 나는 정면을 바라봤다.
거기,
“······.”
새파랗게 질린 칼 자이드가 있었다.
솔직히 이 힘은 지금의 칼 자이드에겐 무척이나 가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고작해야 내 1/100의 수준보다 약간 앞서 있던 녀석이 아니던가.
주저앉지 않은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었다.
지금의 나는, 저 녀석이 평생에 걸쳐 도달해야할 힘의 정점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니.
······.
딱히 힘 대결이나 육체의 충돌은 없었으나, 이미 전투는 끝나 있었다.
딱밤 몇 대만 쳐도 빈사상태가 될 텐데 뭐. 더 해봐야 괴롭히는 것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나는 침묵에 잠긴 칼 자이드를 조용히 바라봤다.
어쩌면······ 저 녀석은 이대로 영영 무너져 내릴지도 모른다.
저 프라이드 높은 녀석이 과연 이 상황을 견딜 수가 있을까.
처음 보는 신대륙의 강자도 아니고, 다름 아닌 내가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괴물’이 되어 나타났다는 걸······ 과연 저 자존심 세고 콧대 높은 인간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어떻게든 나를 무시하려고 기를 쓰던 녀석이 말이다.
“시작하자마 이런 말을 하긴 뭐 하지만······ 끝내볼까.”
“······.”
하지만 솔직히 나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쓰고 싶지 않아도 쓸 수밖에.
이 힘은 사실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쓸 수 있을지 모르는 것이었다.
이유야 간단한데, 내겐 또 한 번의 ‘파워밸런스 조정’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킹스로드를 건너 막 미들랜드에 도착하게 될 즈음, 또 한 번 난도질을 당할 예정이라는 것.
물론 이를 염두에 두고, ‘깎이고 깎여도 넘칠 정도의 힘’을 쌓아둔 것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이번이 아니면 이 절대적인 힘을 보여줄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상대도 상대거니와, 이제 킹스로드를 넘기 전까지는 별다른 사건도 존재하지 않으니.
결국 메인시점이 온 이번에 몽땅 쏟아낼 수밖에.
그때였다.
“그게······.”
갑작스레 칼 자이드가 입을 뗐다.
“그게 원래 네 힘인가?”
나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말했잖아. 너 죽을지도 모른다고.”
“······그렇군.”
녀석은 그러곤 한동안 말이 없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잠시 후,
“역시 강했어······ 네놈은.”
녀석의 입에서 나온 건 꽤나 뜬금없는 소리였다.
“응?”
“그래, 그렇지. 도전자는 나였다는 말이지······ 좋다.”
그러곤,
“······붙어보자.”
녀석이 천천히 한 발, 한 발 앞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뭐?”
나는 당황한 채 녀석을 바라봤다.
제정신인가? 저렇게 후들거리는 다리로?
이어,
팟-.
녀석이 내게 달려들었다.
형편없는 속도였다.
내가 강해져서 그렇게 느낀 게 아니라, 기존에 비해서도 훨씬 더 느릿한 속도였다.
두려움과 불안이 녀석의 발을 묶어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다소 의아한 심정으로 녀석의 발을 손가락으로 쳐냈다.
이어,
탕-.
“크으······.”
발목이 부서졌는지, 녀석이 침음을 삼키며 뒤로 물러났다.
녀석의 얼굴엔 혼란과 절망의 기색이 역력했다.
그럼에도,
“······제대로 해라. 건방지게 손가락이라니.”
금방 다시 자세를 잡곤, 내게 재차 다가오는 것이었다. 절뚝거리는 다리로.
“허······.”
처음부터 이 녀석이 태연한 척을 하고 있다는 걸 잘 알았다.
위기를 느끼고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내게 싸움을 걸어왔다는 것을.
그래서 뭔가 이상하다고는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칼 자이드가 원래 이런 캐릭터였나 싶어서.
그런데 지금 확실해졌다.
이상하다, 이 녀석.
대체 어째서 이런 행동을 하는 걸까.
이어,
“타핫!”
녀석이 노호성을 내뱉으며 또 다시 달려들었다.
다리를 다쳤음에도, 이전에 비해 약간이나마 빨라진 공격이었다.
하지만,
탕-.
결과는 마찬가지.
나는 이번엔 녀석의 손목을 부숴버렸다. 손가락 튕기기로.
“크, 크으윽······.”
“아까 말했잖아, 대출 좀 미리 당겨놓으라고.”
“······하나만 묻자.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강해질 수 있었던 거지!?”
억울했던 걸까.
녀석이 악을 지르듯 소리쳤다.
물론, 숨길 마음은 없었다. 이를 궁금해 하는 건 비단 이 녀석뿐만이 아닐 테니까. 독자들의 알권리도 충족해 줘야지.
“그냥······ 좋은 데를 좀 다녀왔거든. 약간 정신과 시간의 방 같은 느낌이랄까? 혹시 알아? 그 만화 봤냐?”
“······뭐?”
“아냐, 그런 게 있어. 시간을 보다 늘려 쓸 수 있는 곳. 여기서의 하루가 그곳에서의 100일과 같지. 너라면 이게 뭘 뜻하는지 알 수 있을 거야.”
“······.”
잠시 후,
“혹시 너······ 거기서 내 능력을 쓴 건가?”
뭔가를 깨달은 듯, 녀석이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맞아.”
나는 흔쾌히 인정하곤 녀석의 반응을 기다렸다.
솔직히 녀석이 화를 낼 거라고 생각했다.
녀석의 입장에서 이는 본인의 능력을 무단도용한, 아주 파렴치한 짓이었으니까.
헌데,
“······그랬군, 그랬어. 네 녀석······ 내 능력을 훔쳐 쓴 거였어.”
녀석의 반응은 내 생각과 완전히 달랐다.
“그렇다는 건······ 나도 그만큼 강해질 수 있다는 거군.”
그러곤,
“꼭······ 반드시······ 네놈을 따라잡고야 말겠다.”
녀석의 눈이 다시금 타오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바로 그 순간,
아······!
나는 아주 희한한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어째서 이 녀석이 이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지에 대해.
어째서 이 녀석이 난데없이 이곳에 등장했는지에 대해.
‘······라이벌.’
이 녀석은 나를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었다.
끊임없이 신경 쓰고. 견제하고, 우위를 입증하려고 하고.
원작에선 레오에게조차 그 같은 감정을 지니지 않았던 녀석이기에, 전혀 짐작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허······.”
물론,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을 것이다.
계속해서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성향이나 가치관 따위가 바뀌었던 거겠지.
바로 나라는 존재를 중심으로.
재미있네.
진심이었다. 진심으로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도 캐릭터가 바뀔 수 있는 거구나.
또한 놀랍게도, 혹여나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원인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이 녀석의 높은 프라이드가 그완 정반대의 상황을 이끌어 내고 있었다. 스스로를 내게 뒤처지는 인간이라 생각하는 걸 방비하며, 되레 전의를 불태우게끔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이는 본래부터 녀석이 도전자의 입장을 취하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처음부터 나를 따라잡아야 할,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왠지 웃음이 날 것만 같았다.
하긴, 이 녀석이 2등이었지. 모험가 자격시험 때.
“나를 따라 잡는다라······그게 쉽겠니?”
“네놈이 했는데, 내가 못할 것도 없겠지.”
“······참나.”
나는 이를 건전한 작용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어쩌면······ 이 녀석의 존재로 인해 내가 더 빛나게 될 것이라고도.
그즈음 나는 조금쯤 새로운 눈으로 녀석을 바라보게 되었다.
어째 좀 더 정이 가기 시작했다고나 할까.
하지만 물론,
“헛소리는 그만하고······ 이나 악물어.”
그렇다고 져줄 건 아니지만.
이어,
“라이벌은 무슨······ 천 년은 일러, 이 자식아.”
“······뭣?”
나는 뭣 모르고 눈을 빛내는 녀석에게, 라이벌의 길이란 ‘그리도 멀고도 험한 것’이라는 걸 몸소 체험시켜 주었다.
“끄, 끄아아악!”
*
10분 뒤.
내가 막 쓰러진 칼 자이드에게서 20층 깃발을 회수했을 때였다.
-네, 바로 지금! 제1로에서 본인들의 자격을 증명한 모험단이 탄생했습니다. 그 이름하야, 주걱턱 모험단! 다른 길의 참여자들은 좀 더 분발해주시고, 주걱턱 모험단원 분들께선 이제 길에서 벗어나셔도 좋습니다!
“응?”
어디선가 스피커 음성이 튀어나왔다.
자세히 둘러보니, 모험가 협회의 딱지가 붙은 스피커나 카메라 따위가 군데군데 숨겨져 있었다.
협회에선 이미 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주걱턱!”
“혀, 형님!”
“대체 뭐야!?”
일행들이 놀란 표정으로 달려왔다.
녀석들은 나와 쓰러진 칼 자이드를 번갈아 보며 입을 떡 벌렸는데, 대충 표정들을 보아하니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닌 듯했다.
어째 바야르 칸 때와 마찬가지로 ‘토킹 타임’을 좀 가져야 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다만,
“나중에. 나중에 다 설명해줄게. 지금은 좀 바쁘니까.”
그게 지금 당장은 아니었다.
이에 치누아비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바쁘다고요? 다 끝난 거 아닙니까?”
“그러게? 이제 내려가면 끝인 거 아냐?”
그때,
“어느 길로 가게?”
코코아만이 다른 걸 물었다.
역시나 내 의도를 알아챈 건 녀석뿐인 듯했다.
“곧바로 이동할 테니 다들 준비해. 가면서 말해줄 테니까.”
“응? 또 따로 갈 곳이 있습니까?”
치누아비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이에,
“아, 별 건 아니고······.”
나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킹스로드, 그거 배 타고 건너는 거라며? 선실 좀 넉넉하게 쓰려고.”
칼 자이드가 탈락한 이상, 킹스로드를 건널 모험단은 둘이면 충분했다.
주걱턱 모험단과 레오 모험단.
딱히 의미도 없는 녀석들에게 분량을 내어줄 생각 따윈 없으니까.
이어, 나는 곧바로 제3로를 향해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