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 Shounen Manga RAW novel - Chapter 163
163화 안배
***
웨스트랜드 어느 해안에 떠 있는 기묘한 외형의 배 한 척.
[아폴호 스타십 호]-미들랜드 행.
“우와······!”
“와!”
“저걸 타고 간다고?”
우리를 미들랜드로 실어줄 녀석을 보자마자, 모두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심지어 이 모습을 알고 있던 나 역시도 비슷한 반응이 나올 정도였으니.
노스랜드의 기술력이 들어간 게 분명한 듯 보이는 배는, 배라기보다는 흡사 우주로켓에 가까운 외형을 띠고 있었다.
모험가협회 회장이 말했듯이, 미들랜드는 또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세계다.
그리고 미들랜드와 이곳을 연결하는 킹스로드라는 건, 실제로도 평범한 통로가 아닌 일종의 워프 홀에 가까웠다.
다시 말해, 킹스로드를 건넌다는 것 자체가 차원이동의 개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
하여 운송수단인 배가 이 같은 형태를 띠고 있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 아니 어떻게 이런 특성들이······ ‘변형’과 ‘견고’를 동시에 주입하는 게 가능한 일이라고? 게다가 구현된 이능들만······ 12개!?”
그리고 배를 보고 가장 격렬한 반응을 보인 건, 역시나 코미어였다.
무려 킹스로드를 건너기 위해 제작된 배다. 그것도 선대 모험왕들의 손길이 거쳐 간 배.
녀석의 두 눈이 돌아갈 수밖에.
“이건······ 이건 말도 안 돼!”
그러곤 싱글벙글 웃으며 배의 이모저모를 마치 뜯어보듯 공들여 살피는데, 마치 그 자리에서 해체라도 하려는 듯 보일 정도였다.
“어이, 코미어! 그만하고 타라니까?”
“잠깐······ 잠깐만!”
“······어휴.”
아니, 일단 승선을 해야 출발을 하든 뭘 하든 할 게 아닌가.
결국 끌어올리듯 녀석을 집어넣을 수밖에 없었다.
이어,
“와······.”
“너, 넓어!”
“이게 다 뭐야!”
배에 오르자마자, 다시 한 번 모두의 입에의 탄성이 울려 퍼졌다.
그도 그럴 게, 설계자인 코미어조차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마치 현실 영화 속 우주선의 내부를 그대로 옮겨다 놓은 것 같은 내부 전경이었으니.
게다가 배 안은 갖가지 공간으로 가득 차 있기도 했다.
기본적인 선실에서부터 레스토랑, 수영장, 대련장, 격납고 등등.
겉보기에 그리 커다란 크기가 아니었음에도, 들어 있는 건 여느 호화 여객선 못지않았다.
듣기로 무려 200개가 넘는 선실이 있다고.
더군다나 숨겨진 ‘비밀의 방’이라는 설정의 공간도 존재했으며, 심지어 아주 미미한 정도지만, ‘시간축이 비틀린 공간’까지 들어 있었다.
당연지사, 다들 환장할 수밖에.
그때였다.
“모두들 반갑다, 내가 이 배 아폴로 스타십의 선장이다.”
웬 중후한 음성에 돌아보니, 갑판 위에 묘한 분위기의 남자가 서 있었다.
‘아하, 저 녀석······.’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물론, 대단한 역할을 하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그저 안내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역할.
다만 저 남자가 기억에 남은 이유는, 그가 당하게 될 끔찍한 일 때문이었다.
미들랜드에서 넘어온 강력한 모험가라고 소개되고, 또 실제로도 그러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선장은 미들랜드에 도착한 바로 그 순간 죽는다.
끔찍하게도, 거인의 손에 붙들린 채 온몸이 으스러지면서.
물론 이는 작가의 의도가 다분히 연출된 장면이다.
미들랜드라는 곳이 어떠한 곳인지, 그곳에 사는 괴물들이 얼마만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드러내기 위하여.
한 마디로, 작가에게 걸린 불쌍한 희생양이라고나 할까.
‘왠지 벌써부터 안타깝네.’
예정된 본인의 운명을 아는지 모르는지,
“항해엔 일주일 정도가 걸릴 것이다. 물론, 순항할 경우에.”
선장은 한껏 무게를 잡은 채, 그러고 주의를 모았다.
“먼저 인원부터 체크하겠다. 자, 처음은······ 주걱턱 모험단. 단장 히로, 코코아, 치누아비, 하카, 도로시, 코미어, 그리고······ 칼 자이드. 그 외에 신수 둘. 맞나?”
“어, 맞아······.”
그때,
“잠깐! 동행하는 건 맞지만, 나는 주걱턱 모험단 소속이 아냐. 나는 회색사자 모험단이다.”
생뚱맞은 음성이 끼어들었다.
“뭐?”
“따로 구분해줬으면 좋겠군.”
칼 자이드의 쓸데없는 말에 선장의 미간이 한순간 꿈틀거렸다.
“주걱턱 모험단이 아니라고? 그럼 넌 뭐지? 왜 여기 있는 거지?”
“그야 미들랜드로 넘어가기 위해서지.”
“······뭐?”
하, 저 황당한 녀석 같으니라고.
“아냐, 쟤도 맞아. 신경 쓸 것 없어. 주걱턱 모험단 소속 맞아. 넘어가, 넘어가.”
“······.”
이어 한껏 미간을 찌푸린 선장이 나와 칼 자이드를 번갈아 쳐다보다, 이내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다행이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레오 모험단. 단장 레오, 키리코, 시아나, 얀, 타냐, 그로니얀, 그리고······ 오공. 맞나?”
“맞아.”
이에 레오가 얼른 동의하고 나섰다.
칼 자이드와 마찬가지로, 그로니얀이 엉뚱한 소릴 할까 염려했던 모양이다.
정작 당사자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우주선을 훑는 데 한창인 듯 보였지만.
그즈음,
“······오공?”
코미어가 다소 황당해 하는 표정으로 오공이라 불린 녀석을 돌아봤다.
그러자,
“키키킥······.”
희한하게 생긴 털복숭이 남자가 그를 보며 끽끽거리며 웃었다.
둔하기는. 아까부터 저 모습이었는데.
레오 모험단은 원작 때와 마찬가지로, 굳이 한 명을 더 충원하지 않았다.
그게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오공이 가진 한 가지 능력 때문이었다.
둔갑술.
놀랍게도, 오공은 도깨비들의 둔갑술을 쓸 줄 알았다.
더욱이 녀석 자체가 신수라 그런지, 인간과 동물의 종을 가리지 않고 변신이 가능했다. 물론, 그것이 도깨비만큼 완벽하진 않았지만.
즉, 녀석은 인간으로 둔갑한 뒤 신수가 아닌 모험가로서 배에 올라탔던 것이다.
“모른 척······ 키킥, 모른 척 해, 키키킥······.”
사실 원작에선 이에 대한 배경이 밝혀지지 않았었다.
어찌하여 오공이 이 같은 능력을 가졌는지, 도깨비와는 또 무슨 관계인지.
다만 그럼에도 당시 커뮤니티에선 이렇다 할 개연성 지적이 일지 않았는데, 이는 아무래도 오공이라는 캐릭터의 원형이 가지고 있는 ‘분신’과 ‘둔갑’의 이미지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 또한 별 문제 삼지 않았으니.
그리고 주인공의 신수씩이나 되는 녀석이 고작해야 불만 다룬다고 하면······ 뭔가 좀 아쉽긴 하니까.
헌데 놀랍게도, 이에 대한 배경이 실제로 존재했다.
문득 궁금증이 일어 오공에게 따로 물어보니, 녀석은 과거 요수계에 방문한 어느 도깨비에게서 이것을 배웠고, 이를 통해 주변의 요괴들을 놀려먹는 짓을 하다가 요천사자들에게 잡혀 ‘하천세계’에 투옥되었었다는 것이다.
“뭐? 그럼 너를 가르친 게······ 아무깨비? 아무깨비야?”
“우끼! 너, 너······! 어떻게 우리 스승님의 이름을!?”
하여간에 기가 막힌 설정이었다.
이런 식으로 죄다 연결고리를 만들어 놨었다니.
하긴 뭐······ 어떻게든 엮어 먹길 좋아하는 양반이니.
다만 아쉬운 건, 얼기설기 엮인 설정들이 끝내 드러나지 못한 채 묻혀버렸다는 것이겠지만.
‘그나저나 하카와 오공이 사형제라니······ 것도 오공 쪽이 사형······.’
음.
이에 대해선 딱히 아무 말 않고 있는 게 나을 듯했다.
그즈음,
“그럼 이제 출발을 해야 할 텐데······ 혹시 힘에 자신 있는 녀석이 있나?”
선장이 기다리던 말을 꺼냈다.
“힘?”
“왜죠?”
“이 배의 엔진이 좀 별나서 말이지. 예열에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또 뒤로 뿜는 화력이 어마어마해서 이곳 해안에 피해를 끼칠 수가 있거든. 그래서 누가 뒤에서 이 녀석을 바다로 좀 밀어줬으면 해서 말이야.”
물론 이는 원작에서도 등장하는 내용이었다.
일명, 배 밀기 테스트.
선장은 이어 씩 웃으며 덧붙이길,
“매번 신참들을 실어 나를 때마다 실시하는 나름의 시험이기도 하지. 과연 이번 신참들의 수명은 어느 정도일까를 책정해본다고나 할까? 배가 멀리 나가면 나갈수록 오래 버티는 경향이 있더군. 얼마 못 간 녀석들은 죄다 금방 죽어버리고 말았지. 물론 이게 다 정확하진 않지만······ 대개는 들어맞더라고.”
곧이어,
홱-.
홱-.
딱히 짠 것이 아니었음에도, 아주 자연스럽게 모두의 고개가 나를 향해 움직였다.
심지어는 레오 모험단 녀석들조차도.
이에,
“음······ 여론이 그렇다면야.”
나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사실 이미 준비가 된 상태였다. 물론, 내가 직접 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나는 곧장 갑판 밖으로 나간 뒤, 나직이 중얼거렸다.
“영감님 준비되셨습니까?”
곧이어,
-오냐, 이 요상한 배를 바다 쪽으로 밀기만 하면 된다는 거지?
듬직하면서도, 약간은 장난기 어린 음성이 귓가에 울렸다.
“예, 그런데······ 오랜만에 힘 좀 더 쓰시죠.”
-그럼?
“아예 그냥 들어서 던져주세요. 저 지평선까지.”
-허······ 그거 참······.
그러곤 잠시간 뜸들이던 그가,
-좋은 생각이로구나!
신이 난 듯 외쳤다.
나는 처음부터 이 일을 해줄 이로 바야르 칸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신수들과 함께 이곳에 도착한 어제 낮, 곧바로 부탁을 좀 했었던 것이다.
오랜만에 힘 자랑 좀 하시라고. 그리고 멋지게 배웅 해달라고.
게다가 이를 위해 따로 준비한 것도 있었다.
바로, 그가 온전히 제 힘을 낼 수 있도록 도울 신체.
실은 꼭 한 번 시험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과연 이게 가능할까 하고.
나는 곧바로 얀의 고유능력 [유령살수와 함께 춤을]을 발동시켰다.
“나와, 킹!”
이어 거대한 주걱턱 유령이 그 웅장한 위용을 드러냈다.
그레이트 킹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건 당장의 신체로는 소환이 불가했으니.
뭐, 그냥 킹이어도 충분하긴 할 것이다.
곧이어,
-되, 된다! 된다! 크하하핫! 네 놈 말이 맞구나, 이제 제대로 힘 좀 써볼 수 있겠어!
바야르 칸이 킹에게 빙의했다.
유령이 유령에게로 빙의한 것이다.
‘이야, 저게 되네.’
약간 긴가민가했는데, 참 기묘하고도 놀라운 일이었다.
곧이어,
-으······ 쌰!
들썩-.
바야르 칸의 권능이 더해진 킹이 무지막지한 거력을 내뿜어냈다.
배가 킹에 두 손에 의해 서서히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선체가 바다에서 뽑히듯 공중으로 떴다.
이어,
-꼭 살아 돌아와라, 이 주걱턱 자식아! 네가 염원하던 그 모든 것을 손에 쥐고서!
아폴로 스타십이 저 먼 지평선을 향해 날았다.
*
서로가 경쟁자라는 사실도, 또 그제까지의 감정적 부딪침도 모두 잊은 채, 모두들 새로운 모험에 대한 두근거림으로 젖어든 배 안.
너나할 것 없이 배 내부 탐방을 떠난 이때, 나는 어느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은 채 홀로 우두커니 앉아 있던 한 인물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원작대로라면, 앞으로의 일주일간의 항해에서 별다른 사건은 발생하지 않는다.
즉,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킹스로드를 건너 미들랜드에 도착하기 전까지,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최후의 휴식과도 같은 시간이라는 것.
그러나 다른 녀석들과는 달리, 나는 마냥 놀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내겐 꼭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었으니까.
그즈음,
“잠깐 얘기 좀 할까?”
나는 생각에 잠겨 있는 녀석을 향해 다가가 물었다.
“······응?”
녀석은 멍하니 고개를 들어 내 얼굴을 확인하곤,
“주걱턱······?”
굉장히 놀란 듯, 경직된 표정을 지었다.
하긴, 현재 이 녀석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던 건 아마도 나였을 테니.
난데없이 당사자가 눈앞에 떡 하고 나타나니 당황할 수밖에.
그리고 사실 이는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현재 내 머릿속은 이 녀석에 대한 생각으로 굉장히 복잡한 상태였던 것이다.
“따라와.”
나는 그렇게 레오를 데리곤, 미리 봐둔 ‘대련장’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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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무슨 일인데?”
나는 그러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레오를 말없이 바라봤다.
‘이게 주인공 버프라는 건가······.’
솔직히 당혹스러울 지경이었다.
레오는 언뜻 보기에도, 며칠 전에 비해 확 드러날 만큼 강해져 있었다.
딱히 아무런 사건도, 별다른 각성기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지난 며칠간 틈틈이 녀석을 관찰한 결과, 나는 레오가 가진 하나의 주요특징에 대해 알아낼 수 있었다.
바로, 이 녀석은 별다른 사건이나 각성 없이도 꾸준히 강해진다는 것.
특히 주변 인물들의 힘의 증가에 굉장히 민감한 편이며, 자기도 모르는 새 끊임없이 주변인을 따라 파워 밸런스를 조정하기까지 한다.
고로, 이 녀석은 지금 이 순간 단순히 ‘자신의 약함을 고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성장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를 ‘주인공 버프’라고 명명했다.
그게 아니라면 달리 설명할 방도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성장이라는 게 아주 드라마틱하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분명 한계점이라는 게 존재했다.
암만 주인공이라 해도, 단순히 스스로에 대한 분노, 자격지심, 위기의식만으로 ‘각성’에 이르기엔, 아무래도 좀 개연성이 모자라긴 하니까.
짐작하건대, 이 때문에 아마 작가 또한 골머리를 앓고 있을 것이다.
레오를 훨씬 더 성장시켜야 하는데, 당장 이를 위한 사건이 없으니까.
작가의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간에, 전개가 이토록 빠르게 앞당겨진 현 시점에서 가장 준비가 안 된 캐릭터가 바로 이 녀석, 레오다.
이유야 간단하다. 각성과 성장에 필요한 에피소드를 모두 소화하지 못한 채, 곧바로 미들랜드로 넘어가게 되었으니.
이대로라면 녀석은 미들랜드에서 제대로 활약할 수가 없다. 그러기엔 너무나도 약하니까.
게다가 라이벌인 나와의 격차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벌어진 상태인 데다, 심지어 여기 있는 모두의 파워가 한순간에 떨어지는, 대규모 파워밸런스 조정 시기까지 남아있지 않는가.
즉, 눈에 보이는 각성 없이 틈틈이 성장시키는 정도로는 필요한 만큼을 메울 수 없다는 것.
내가 녀석을 찾아온 게 바로 이 때문이었다.
이 녀석의 ‘각성기제’가 되어주기 위하여.
“무슨 일이냐니까?”
레오는 그제까지도 두 눈 가득 의혹을 품은 채,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일단은 경계부터 좀 풀어야 할 것 같았다.
“너······ 내게 궁금한 것 없냐?”
“뭐?”
“내게 궁금한 거 없냐고.”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그냥. 얘기나 좀 나눠 보자고. 어쨌거나 킹스로드로 건너가게 된 두 모험단의 단장들인데. 이전보다는 좀 더 교류가 있어야 하지 않겠어? 서로 간에 몰랐던 부분도 좀 알아가고.”
그러나,
“······무슨 꿍꿍이야?”
레오의 반응은 내 생각만큼 긍정적이지 않았다.
하긴, 갑자기 얘기나 좀 하자고 하면 뭔 일인가 의심이 드는 게 당연하겠지.
하여, 나는 간 보는 건 때려 치기로 했다. 그리 시간이 넉넉한 상황은 아니었으니.
“오케이, 곧장 본론으로 가지 뭐.”
“본론?”
“넌 너무 약하다.”
“······뭐?”
“강해질 필요가 있어. 이대로라면 넌 얼마 가지 않아 죽고 말 거니까.”
이에,
“······.”
레오가 말없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녀석의 두 눈엔 어느새 경계의 기색은 어디가고, 자괴감과 분노만이 가득했다.
짜식, 성급하기는.
“그래서 약간의 도움을 베풀기로 결심했다. 네가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질 수 있도록 말이야. 항해기간은 일주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지. 내가 붙는 이상, 너는 네가 노력하는 만큼 강해질 수 있을 거야. 어쩌면······ 지금의 너는 상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그러자,
“······뭐?”
레오가 놀라 두 눈을 치켜떴다.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싶겠지.
이어,
“네가 왜······ 나를?”
익히 예상했던 질문을 던져왔다.
“우린······ 적······ 까진 아니더라도 경쟁자인데?”
“하, 네까짓 게 나와 경쟁이 된다고 생각하냐?”
그러자 녀석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분했던 모양이다.
“아직······ 아직은 아니지만······.”
“하지만······ 그래, 맞아. 네겐 잠재력이 있다.”
“······잠재력?”
순간, 레오의 두 눈이 혼란으로 물들었다.
“간단해. 이유야 어떻든 약한 녀석은 미들랜드로 가지 못해. 즉, 지금 나와 함께 킹스로드로 건너가는 녀석이, 다름 아닌 너라는 게 그것의 증명이지.”
“뭐? 하지만 이건 동료들과의 힘이······.”
“또 네 고유능력. 그건 감히 자격이 없는 자가 쓸 만한 것이 아냐. 그건 그야말로······ 왕의 자질을 갖춘 녀석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이니까. 물론 아직 네 녀석은 그 힘의 반의반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지만.”
“내······ 내 능력이?”
나는 녀석이 묻거나 말거나, 그저 무심히 내 말만 전했다.
“내가 널 도우려 하는 이유는 간단해. 언젠가 네 도움이 필요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야. 지금의 약한 네가 아닌, 미래의 성장한 네 힘이.”
이에 레오가 당황하여 되물었다.
“······네가 내 힘을?”
“미들랜드에 괴물이 산다는 건 거짓이 아냐. 저 칠왕이라는 녀석들은······ 물론 본 적은 없지만, 하나같이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강자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냐. 더 큰 문제는 그러한 녀석들조차 수십, 수백 년 째 정상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게 저 모험의 탑이라는 거지.”
“그, 그런······.”
“모험의 탑은 그 누구도 혼자의 힘으론 이겨낼 수 없는 곳이다. 다른 이와 연대하고, 끌어주고, 신뢰해야만 통과할 수 있는 난관이 존재하는 곳이고. 그리고 이를 위해선······ 아무래도 함께 출발하는 녀석을 믿어보는 편이 좀 더 수월하겠지.”
“연대······.”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 게 단순히 작가에게 잘 보이기 위함은 아니었다.
나는 진심이었다.
주인공과 연대하는 것. 그 각성의 계기가 되어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라이벌’에게 부여된 숙명과도 같은 역할이 아니겠는가.
이를 천명했던 예전부터, 나는 오늘과 같은 시간을 생각해오고 있었다.
내가 레오의 성장을 이끌어줄 수 있기를.
그리고 또 하나.
무엇보다도, 나는 이 녀석의 굉장한 팬이었으니까. 이 정돈 해주고 싶었다. 진심으로.
하여,
“고로, 앞으로 일주일간 네 번개를 좀 더 갈고 닦아주도록 할 생각이다.”
“······일주일.”
내 손으로 직접 ‘뇌신’의 기틀을 다져주기로 했던 것이다.
“쉽지는 않을 거야. 나는 그리 호락호락한 인간이 아니니까.”
그 순간,
“그 정도는······ 알고 있어.”
레오의 눈이 무시무시하게 빛났다. 마치 번개가 번쩍인 것 마냥.
“······좋아. 바로 시작할 테니 준비해.”
물론 이게 정말로 올바른 선택인지는 나도 잘 알지 못했다.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이 맞는 것인지.
장차 최대의 적이 될 존재를 내 스스로 만들어 내려고 하는 건 아닌지.
과연 이 모든 행동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다만 한편으론, 나는 이것이 일종의 ‘안배’로 작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 이야기의 끝을 내가 원하는 형태로 그려내기 위해 꼭 필요한 발판으로서.
“아, 한 가지 잊고 말 안한 게 있는데······.”
“응?”
“너 내게 일격을 먹이기전까지 여기서 못나갈 줄 알아. 물론, 나는 나갔다 올 거지만.”
“······알았어.”
이어,
“그럼 이제······ 덤벼봐, 애송아.”
나는 곧바로 고유능력 [통제 불가 훼방꾼이 나타났다!]를 발동시켰다.
우우웅-.
그렇게 ‘뇌신’ 키우기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