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 Shounen Manga RAW novel - Chapter 178
178화 구도자 키리코
***
이야······ 저 모습을 실제로 보게 되다니.
뭐랄까, 웃기고 신기한 걸 넘어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빡빡 민 대머리, 어디 고대 소림사에서 주워온 듯한 도복, 목과 팔에 찬 염주까지.
예전 키리코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아니 허리춤에 찬 두 자루 리볼버를 제외한다면, 녀석이라는 걸 알고 봐도 믿지 못할 지경이었다.
구도자 키리코.
과거 커뮤니티에서 굉장히 화제가 됐던 모습으로, ‘괴수 키리코’만큼이나 반응이 열렬했던 ‘뻘짓왕 키리코 시리즈’ 중 하나였다.
힘과 무력을 얻는데 일념을 다하겠다며, 수행자의 의지를 한껏 드러낸 외형.
헌데 황당한 것은, 실은 어느 누구도 키리코에게 저와 같은 모습을 요구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일단 복장부터가 이곳의 기풍과 전혀 달랐고, 또한 이곳에 머리를 밀어야 한다는 규율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심지어 스승 격인 잇신은 망측한 몰골이라며 혀를 차기까지 했을 정도이니.
다시 말해, 키리코는 그냥 지 기분에 따라 머리를 민 것뿐이었다.
본래도 제멋대로의 구석이 있는 녀석이지만, 이 ‘구도자 키리코’ 시기의 녀석은 뭐랄까······ 그냥 ‘또라이’의 전형이었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뻘짓왕’이라 불리는 것이고.
다만, 그렇다고 녀석이 이 이후 단순한 개그캐릭터로 전락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녀석은 구도자 기간을 거친 이후, 무시무시한 대적자로 성장한다. 매번 그렇듯이 또 한 번의 반전매력을 선보인다고나 할까.
뭐, 그래서 다들 열광하는 것이겠지만.
“······주걱턱?”
나는 나를 보며 입을 떡 벌리고 있는, 붉은 눈썹의 잘생긴 빛나리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여, 오랜만.”
당연한 말이지만, 키리코는 갑작스레 나타난 우릴 보고 상당히 놀란 듯 보였다.
“너······.”
녀석은 그러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할 말이 너무도 많다보니, 외려 턱 하고 막혀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이윽고,
“너······ 살아 있었구나.”
기나긴 침묵 끝에, 녀석이 첫 마디를 뗐다.
헌데, 다소 의미가 불분명한 어투였다. 어째 불만스러워 보인다고나 할까.
“뭐야, 불만이냐? 내가 살아 있어서?”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멀쩡해 보여서 조금 놀라긴 했다.”
“단순히 멀쩡해진 정도가 아니지. 엄청나게 파워업 했다고. 보면 몰라?”
그러곤 나는 우람한 근육이 한껏 드러나 보이는 포즈를 취했다.
헌데,
“흐음······ 그래?”
키리코는 그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
놀랍게도, 녀석은 나의 외형적 변화에 대해선 조금도 눈치 채지 못한 듯 보였다.
본인만큼의 충격적인 변신이 아니면 알아차리지도······ 아니, 취급조차 해주지 않는다는 걸까.
“그나저나 여긴 어떻게 온 거지? 혹시······ 뭘 알고 온 건가?”
그즈음 키리코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약간은 경계의 기색이 담겨 있는 눈빛이었다.
“그럼, 당연하지. 널 제외하고 뭘 모르고 여기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이 있나?”
“······그럼 너도?”
“나? 에이, 그럴 리가. 미안한데, 나는 너처럼 머리 밀 생각 없어.”
“그 뜻이 아니다. 내 말은 너도 수행을 하러 온 거냐는······.”
“내 쪽이 아냐.”
그러고 나는 슬쩍 옆으로 고개를 까닥했다.
그제야,
“······음?”
키리코가 내 옆에 있던 둘을 확인했다.
이어,
“잠깐, 그러고 보니 저 여자······.”
도로시를 본 키리코의 눈에 묘한 빛이 감돌았다.
“희한하군. 전엔 전혀 눈치 채지 못했었는데.”
“그야 그땐 네가 아는 게 없었을 테니. 됐고, 이제 안내나 해.”
“안내?”
“적이면 막고, 손님이면 길을 안내하라. 네가 받은 명령 아냐?”
이에,
“어, 어떻게······.”
놀란 키리코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됐고, 일단 가자고. 이 층의 주인에게.”
그러곤 나는 저 멀리 산맥의 중앙 부근, 높디높은 산봉우리에 우뚝 세워져 있는 거대한 건물을 가리켰다.
옛 중국의 사찰과 성(城)을 반쯤 섞어놓은 듯한 그것.
검은 용의 수호자 잇신이 기거하는 수호자의 신전이었다.
*
키리코가 잇신의 제자로 들어간 건, 지금으로부터 몇 개월 전의 일이었다.
내가 루덴코프를 설득하고 녀석에게서 첫 힘을 빌린 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을 무렵이니······ 대략 4개월 전쯤인 것 같다.
‘역시······ 이건 그대로네.’
거의 모든 전개가 원작에서 벗어나고 있던 그즈음, 딱 하나 바뀌지 않은 게 있었으니 바로 키리코의 행보였다.
탑의 강자들을 보며 스스로 성장의 필요성을 느끼곤, 자신만의 길을 찾아 떠나는 것.
도로시도 이와 비슷한 행동을 한 걸 보면, 애당초 대적자로 기획된 캐릭터들은 공통적으로 그와 같은 의식이 들어있는 모양이었다.
어떻게든 강해져야 한다는.
어쨌거나 나는 그즈음 줄줄이 전개되던 레오의 성장 파트에 대해선 눈곱만큼의 주의도 기울이지 않았으나, 그 사이 뜬금없이 들어가 있던 이 ‘키리코의 수행일지’ 만큼은 독자코멘트까지 사서 읽을 정도로 열심히 챙겼다.
그 이유엔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가장 핵심적인 건 두 가지였다.
첫째, 현재 진행 중인 이야기의 디테일을 놓치지 않기 위해.
[키리코의 수행일지] 챕터로 시작되는 이 ‘구도자 키리코’ 에피소드는 녀석의 외형에서 알 수 있다시피, 반쯤은 개그가 메인이 되는 파트다.-좌충우돌 키리코의 예측불허 수행기.
이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이렇게 ‘개그’를 주요 목적으로 내세운 에피소드의 경우, 내용전개 측면에서 굉장히 특수한 효과가 하나 발생한다.
바로 ‘개연성의 부재’가 굉장히 넓은 범위에서 허용된다는 것.
실제로 이 에피소드 속 키리코의 행동엔 어떠한 개연성도 담보되지 않는다.
그저 ‘우연’과 ‘개그’, ‘감정’ 정도가 작동할 뿐이지.
가령, 키리코는 ‘우연찮게’ 칠왕 중 하나인 잇신을 만난다.
그 과정엔 어떠한 떡밥도, 복선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길을 잃고 돌아다니던 중, 그의 영역에 들어가게 되었을 뿐이니.
그리고 그의 제자로 들어가는 과정 또한 별 게 없다.
“당신······ 강하군. 제자로 들어가고 싶다.”
그저 이 말 한 마디를 통해, 키리코는 그의 제자가 된다.
잇신의 능력 중 무엇을 배우고 싶다거나, 어떻게 하면 그렇게 강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 묻지도 않는다.
심지어는, 어째서 ‘스승과 제자’라는 관계를 요청했는지에 대한 이유조차 나오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요구한 것뿐이다. 그리고 받아들여졌고.
게다가 이 녀석이 잇신의 제자로 들어간 후, 일궈내는 능력의 진화 또한 황당하기 짝이 없다.
키리코는 잇신의 제자로 있으면서 새로운 탄환 하나를 개발하게 되는데, 그 이름하야 ‘괴수탄’이다.
쉽게 말해, 이 탄환을 장착하고 자기 자신을 쏘면 괴수로 변한다.
예의 노스랜드에서 특수물약을 마시고 변했던, 바로 그 적색의 괴수로.
당연한 얘기지만 이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난데없이 변신 탄환이라니.
잇신의 제자로 들어갔다고 해서 키리코가 뭘 따로 배우는 게 아니다.
잇신의 고유능력을 익힐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녀석이 관리하는 검은 용의 능력을 습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니, 애당초 잇신조차도 변신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는 곧, 그의 제자가 되었다고 해서 괴수화 능력을 얻게 될 타당한 이유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나마 잇신과의 연결고리라곤······ 키리코의 괴수화된 모습이 용을 닮았다는 정도?
즉, 이 ‘구도자 키리코’ 파트에서 개연성이라는 건, 키리코가 스스로 머리를 깎고 대머리가 된 그 순간부터, 사실상 그 존재가치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이렇듯 ‘개연성의 부재’가 자연스레 허용되다 보니, 작가 측에서도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경향을 보이는데, 개연성 내에선 처리하기 쉽지 않은 ‘떡밥의 회수’나 ‘밸런싱 작업’, ‘인물 간 관계 설정’ 따위를 여기서 모조리 해결하려고 하는 게 바로 그것이다.
키리코가 잇신이라는 칠왕과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에서부터, 괴수화 능력을 부여해 간단히 힘을 끌어올리는 것, 또한 앞으로 이야기의 한 축이 될 ‘검은 용’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 등등이 모두 그에 따른 결과다.
한 마디로, 이 에피소드 내에서 얼렁뚱땅 처리되는 작업의 양이 어마어마하다는 것.
하여, 이 파트를 열심히 살피지 않으면 자칫 이야기의 디테일을 완전히 놓쳐버릴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둘째.
내가 이 에피소드를 주목하고 있었던 이유.
“저 기억나시죠?”
“······루덴코프와 함께 권좌의 홀에 들어섰던 자. 그리고 옛 용을 공격하겠다 선언했던 자로군.”
“맞습니다.”
“목적이 뭔가? 나를 찾아온 이유.”
“얘기가 빨라서 좋군요. 부탁이 있어서 왔습니다.”
“초면에 부탁이라. 당돌한 녀석이군. 뭐지?”
“별 건 아니고······ 혹, 여유가 있으시면 제자 하나 더 받으시죠?”
도로시를 이 판에 끼워 넣기 위하여.
내가 도로시를 검은 용의 수호자와 연관시키려 하는 까닭은 단순했다.
도로시가 용의 심장을 품고 있기 때문에.
도로시가 겪고 있는 몸의 ‘유리화(化)’는 성체가 되기 직전, 일부 검은 용의 새끼들이 일시적으로 겪는 현상과 동일했다.
거대한 힘을 견디다 못한 육체가 내지르는, 일종의 성장통이랄까.
이에 관해선 잇신이 전문가였다. 이 세상에서 그보다 용을 더 잘 아는 이는 전무했으니.
오직 그만이 도로시의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한 차원 높은 경지로 끌어올려줄 수 있는 존재였다.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뭐든 물어보시죠.”
“여긴 어떻게 알고 왔지?”
“검은 산맥에 오는 방법을 모르는 이도 있습니까?”
“······그게 그렇게 널리 퍼졌는지는 몰랐는데.”
“다 알지만 굳이 오지지 않는 것일 뿐이죠. 무서운 곳이니까.”
실제로 이곳 ‘검은 산맥’에 오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삼일 간 어느 누구도 마주치지 않은 채, 세 개의 층을 이동하기만 하면 된다.
어느 층에서 걷든, 어느 방향으로 걷든 그런 건 상관이 없다.
심지어 길을 잃어도 무방하다.
키리코가 그런 식으로 이곳엘 들어왔으니까.
“그럼 여기 온 건······ 순전히 저 밖에 있는 여아 때문인가? 달리 목적이 있는 건 아니고?”
“그렇습니다.”
“······다짜고짜 찾아와선 제자를 들이라니. 황당한 녀석이로군. 심지어 그게 본인도 아니고.”
“들어주실 거라 믿습니다. 저 녀석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는 직접 보면 아실 테니까요. 제자란 말은 저 빛나리 녀석 때문에 일부로 쓴 것입니다. 실상은 치료를 부탁드리는 거죠.”
“······.”
그는 이에 별다른 반응을 내비치지 않았다.
대신,
“언제까지지?”
기한을 물어왔을 뿐이다.
“혼란이 시작되기 전입니다.”
“······빠듯하군.”
“정 시간이 부족하다 싶으시면······ 그냥 녀석이 아프지만 않게 해주십시오.”
“······.”
“그럼 허락해주신 걸로 알고 일어나겠습니다.”
나는 긴 말 하지 않고 곧바로 일어났다.
본래라면 이 잇신이라는 존재에게 이런 식으로 무작정 부탁하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
그럴 만한 대상이 아니니까. 칠왕이 아닌가.
다만, 한시적으로나마 ‘지금’은 가능하다. 저 ‘빡빡이 키리코’가 여기 존재하는 한, 이곳은 굳이 합리적인 이유와 설득이 필요한 공간이 아니니까.
그즈음,
“좋다. 하지만 공짜는 아냐.”
잇신이 나를 불러 세웠다.
“어떤 걸 드리면 됩니까?”
“네게 받지 않겠다. 대가는 저 여아에게 요구하도록 하지. 싫으면 관둬도 좋다.”
“······.”
조금은 묘한 발언이었다.
도로시에게 직접 대가를 받아내겠다라······.
물론 내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어, 나는 밖으로 나와 마당을 서성거리고 있던 도로시에게 다가갔다.
“끝났어?”
“대충.”
아닌 척 해도, 녀석의 안색은 제법 굳어 있었다.
물론 그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녀석의 입장에선······ 아무래도 만나자마자 다시 또 작별하는 것이나 다름없을 테니.
마지막 당부의 말 정도는 해줘야 할 듯했다.
“물론 너는 이제껏 잘 해왔지만, 그럼에도 이곳에서의 생활이 쉽진 않을 거다. 여러모로······ 힘든 점이 많을 거야.”
“······걱정 마. 고통엔 이제 익숙해졌어.”
“그럼 다행이고. 어쨌거나 너 스스로를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돼. 몸과 마음이 지칠수록, 스스로에 대한 의문이 거세게 밀어닥치는 법이니까. 아마 이곳에 있는 동안 너는 네가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묻게 될 거야. 모험가인지, 마녀인지, 용인지······ 혹은 또 다른 무엇인지.”
그러자,
“그럼······ 그럴 땐 어떻게 해?”
도로시가 약간 주저하는 기색으로 물었다.
이미 그와 같은 상황이 몇 번 있었던 모양이다.
이에,
“그야 간단하지. 코코아가 하는 대로만 하면 돼.”
나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공주님?”
“네가 존경하는 마법공주가 숱하게 컨셉을 바꿀 때에도, 절대로 잊지 않는 게 하나 있지. 혹시 뭔지 알아?”
“그게 뭔데?”
“혹시 봤나 모르겠네. 녀석의 목덜미에 쓰인 글씨.”
“······주걱턱 길잡이.”
“맞아. 마찬가지야. 너도 네가 무엇인지에 대해 의문이 들 때쯤이면······ 딱 하나만 떠올리면 돼. 주걱턱 모험단의 대적자. 그게 너야. 그 외엔 헷갈려도 상관없어.”
······.
곧이어,
“······끝까지 부려먹으려고.”
도로시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에,
“바로 들켰네.”
정곡을 찔린 나는 그 자리에서 그만 크게 웃고 말았다.
“어쨌거나 곧 다시 만나게 될 거야. 그리고 그때는 모험단 전체가 함께일 거고. 그 전까지 여기서 건강하게 잘 있도록 해.”
“······응.”
이어, 나는 옆에 있던 키리코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녀석은 당최 생각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멀뚱멀뚱 서 있었다.
“키리코, 이 녀석 잘 좀 부탁해. 친하게 지내면 더 좋고.”
“······수행자에게 친구 따윈 필요하지 않아.”
“그래, 그래. 어쨌거나 싸우지만 말라고.”
“······.”
나는 그러곤 나란히 선 둘을 말없이 응시했다.
키리코의 외면이 용의 모습으로 변한다면, 도로시는 내면에 용을 품고 있다.
어쩌면 서로 잘 어울리는 한 쌍이 되었을지도.
······.
저 얼간이가 머리만 밀지 않았었더라도 말이다.
이윽고,
“그럼 도로시······ 잘 지내고 있어.”
나는 마지막 인사를 남긴 채, 그곳을 벗어났다.
*
“이제 다음은 어디로 가죠?”
에스트리아는 꽤나 흥분한 기색이었다.
“······.”
이 녀석, 엄마 찾으러 가자고 할 땐 딱히 내키지 않아 하던 얼굴이더니······.
한 번 이동할 때마다 새로운 칠왕을 만나다 보니, 제법 기대가 됐던 모양이다.
다만,
“우리 뭐 해야 하는지 잊었어?”
들뜨는 건 금물이다.
나는 녀석에게 우리의 본래 목적을 상기시켜 주었다.
“아하······ 제 어머니를 찾겠다고 하셨죠. 그런데 어디에 계신지는 모른다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엄마 찾기’ 얘기가 나오자, 다시 또 탐탁찮아 하는 반응이었다.
딱히 반기지 않는 느낌이랄까.
물론 뭐,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실제로 에스트리아는 여태 단 한 번도 그녀의 어머니를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어색하다거나, 혹은 원망하는 마음이 있을 수밖에.
“대략적인 위치는 알아. 들은 게 있거든. 다만, 그곳까지 가는 방법을 모를 뿐이지.”
“······그게 그거 아닌가요?”
“약간 다르긴 한데······ 아, 그냥 대충 넘어가.”
“그럼 가는 길을 알아내는 방법은요?”
“그야 어려울 것 있나. 알아낼 수 있는 녀석에게 가서 부탁하면 되지.”
“아하, 길잡이요?”
“아니, 조금 달라. 너희 엄마에게 가려면 길을 찾는 게 아니라, 문제를 풀어야 하거든.”
좀 더 정확히는 그것이 혼합되어 있는 형태지만, 당장은 문제만 풀어도 됐다.
루덴코프의 부하들을 이끌고 이곳저곳을 습격하던 시절, 이미 어느 정도 길은 다 찾아놨기 때문이다.
“······문제요?”
“보면 알아, 보면.”
“그럼 그 부탁하겠단 사람은 누구죠?”
“이야, 너 오늘따라 궁금한 거 많다?”
“미리 생각해둔 이가 있는 거죠? 혹시······ 그도 칠왕인가요?”
그러곤 에스트리아가 두 눈을 반짝거렸다.
어느새 녀석에겐 칠왕이 쉬운 이름이 된 듯했다.
하긴 뭐. 자기네 아버지부터가 옛 용이니.
“참나, 칠왕은 무슨. 있어, 너만큼 점잖은 녀석. 장난기가 좀 있긴 하지만.”
그러고 녀석을 떠올리자마자, 어째 나도 모르게 입가에 슬그머니 미소가 떠올랐다.
다들 오랜만이겠네.
“너 도깨비 본 적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