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 Shounen Manga RAW novel - Chapter 189
189화 종잡을 수 없는 브리다
***
아리엔의 저택은 크고, 화려했으며, 무엇보다 없는 게 없었다.
온갖 휘황찬란한 가구들과 전시품들로 집안 곳곳이 치장되어 있었고, 마석과 마도구, 각종 기계장비도 여기저기 비치되어 있었으며, 방도 무려 이백 개가 넘을 정도였다.
유일하게 부족해 보이는 건, 그녀 외의 다른 살아 있는 존재였다.
그녀는 이 넓은 저택에 홀로 기거하고 있는 듯했다.
“이리로. 이곳에 좀 앉아 계시겠어요?”
아리엔이 안내한 곳은 저택의 응접실이었다.
응접실 또한 굉장히 넓고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으며, 한쪽 벽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밖의 전경을 한 눈에 내다볼 수 있는 구조였다.
“잠깐만 기다려줘요.”
그러고 그녀가 잠깐 응접실 밖으로 나간 사이, 타냐는 물어야 할 것들과 피해야 할 주제들에 대해 정리했다.
물어야 할 것은 최상층으로 향하는 숨겨진 계단의 위치, 남은 관문에 대한 것, 그리고 그녀 본인에 대한 신상에 관한 것 등등이었고, 피해야 할 주제는 대체로 에스트리아와 관련된 것이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이 가짜 에스트리아의 입단속이었지만.
“오공, 명심해. 너는 지금 엄마에게 굉장히 불만이 많은 딸인 거야. 너를 아빠에게만 맡겨두곤, 본 체 만 체 사라져 버렸으니까. 어려울 것 없어. 되도록 말을 삼가기만 하면 돼. 쌀쌀맞고 냉담한 태도를 유지하는 게 핵심이야. 알겠지? 물론 와중에 약간의 그리운 감정을 내비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것까지 굳이 생각할 필요는 없고. 그리고 너무 과격한 모습은 안 돼. 용들은 점잖다고 하니까.”
“우끼-!”
“그리고 그 빌어먹을 우끼니, 끼끼니 하는 것 좀 집어치워! 네가 무슨 원숭이니? 너 용이야, 아니 용인!”
그러자,
“아, 알았다고······ 근데 이거 다 습관인데, 당장 하루아침에 고치라니······ 끼끼-.”
오공이 볼멘소리를 하며 투덜거렸다.
“하, 또!”
“타, 타냐! 소리가 커요! 들리겠어요!”
타냐는 얀의 만류에 황급히 목소리를 낮추었다. 자신도 이러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저 원숭이에게 모든 게 다 달려 있다고 생각하니, 계속해서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
“그래요, 타냐. 마음 편히 먹어요. 어차피 이제와 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니. 오공, 웬만하면 그냥 입. 꾹. 닫기. 알겠죠?”
때마침,
“여기 과일과 차를 좀 내왔어요. 다들 괜찮죠?”
아리엔이 직접 다과상을 들고 응접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이어 테이블에다 각자의 찻잔과 차를 일일이 세팅하기 시작했는데, 그와 같은 모습은 기존에 생각하고 있던 그녀의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것이었다.
화려한 저택의 외관과는 다른 단출하면서도 수수한 차림에, 저렇듯 소탈하면서도 다소곳한 모습이라니.
모험왕의 딸인데다, 그녀가 돌아다녔다는 곳들이 모두 극지에 위험천만한 장소뿐이었는지라, 처음엔 괄괄한 여자대장부의 이미지를 떠올렸었던 것이다.
헌데 웬걸, 그녀는 외려 평범한 중년부인의 모습에 가까웠다.
그즈음,
“그나저나 놀랍네요. 그 모든 걸 풀어내고 결국 이곳까지 오다니.”
그녀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여기저기 돌아다닌 건 제가 맞지만, 그 루트 곳곳에다 난관을 설치해둔 건 제 아버지가 한 일이었거든요. 그것들을 모두 뚫고 오는 게 그리 쉽진 않았을 텐데······.”
“······저, 전대의 모험왕께서요?”
“네. 아, 혹시 모르셨나요? 오면서 다 눈치 챘을 거라 생각했는데. 장난기가 많으신 분이라 군데군데 본인의 흔적을 넣어두기도 하셨을 거고.”
“그, 그건······ 그, 그랬죠. 네······.”
전혀 몰랐다.
그리고 굉장히 놀랐다.
설마 전대 모험왕의 입김이 닿은 문제들이었을 줄이야.
그러나 이내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러고 보니······ 네, 확실히 그러네요.”
그럴 법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탑의 숨겨진 최상층과 관련이 있는 관문이지 않는가.
더군다나 칠왕들이 대거 얽혀 있는 문제이기도 한데다, 심지어 그 주걱턱조차 몇 번이나 길을 잘못 들었을 정도이니,
운 좋게 주걱턱이 건넨 함에서 편지를 획득했기에 망정이지, 자칫 발조차 디디지 못할 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솔직히 처음에 봤을 땐 그냥 침입자인 줄로만 알았어요. 고작해야 세 명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저희 모험단의 인원이 셋뿐인 건 아니에요. 당장에 셋만 온 건 맞지만······.”
“그렇군요. 어쩐지······.”
전대 모험왕의 편지에 대해선 일부러 말을 하지 않았다.
그걸 얻게 된 경위를 설명하기도 힘들 뿐더러, 혹 새로운 의심을 사게 될지도 모르니까.
하여, 현재 ‘주걱턱 쪽에서 뚫고 오고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관문’들을 마치 자신들이 직접 뚫고 왔다는 듯이 설명했던 것이다.
말썽쟁이 동굴에서 타미란 남자의 현 위치를 찾았고, 직접 그를 만나 아리엔이 쓴 일기장을 건네받은 뒤, 다시 거기에 적힌 관문들을 차례로 해결해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고.
마침 전대 모험왕의 편지에 이에 대한 정보가 모두 나와 있었기에, 그러한 ‘체’가 가능했던 것이다.
그 과정을 술술 읊어대자, 다행히 아리엔은 금방 의심을 거두었다.
“말썽쟁이 동굴은 도깨비가 없인 통과할 수 없고, 갑옷전당의 수호자들은 그들을 상대할 둘 이상의 대적자가 없으면 결코 넘어설 수 없는 관문이죠. 문제풀이를 맡을 도깨비 하나와 이곳까지 길을 안내할 길잡이 하나, 그리고 두 명의 대적자. 총 넷이 이곳까지 오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이기에 잠시 의심을 했던 점······ 이해해 주길 바라요.”
“물론이에요.”
“당연한 말씀을.”
이해해주길 바란다곤 하지만, 실제로 그녀가 사과할 만한 큰일은 있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저 자신들을 한눈에 알아보지 못했고, 말마따나 침입자로 착각하였으며, 이에 정중히 퇴거를 요청했을 뿐이다.
확실히 옛 용을 남편으로 둔 이답게, 굉장히 점잖은 면모의 여인이었다.
그즈음,
“에스트리아, 다른 것도 많이 있단다. 바나나가 그렇게 좋으니?”
아리엔이 대뜸 옆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한껏 자애로운 표정으로 가짜 에스트리아를 바라봤다.
“우끼-!”
“원한다면 말하도록 하거라, 더 갖다 줄 테니.”
“끼······ 조. 좋아!”
“······.”
순간 타냐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저 녀석은 틀렸다.
골이 텅텅 빈 원숭이 같으니라고.
다행히 아리엔이 대단히 포용적인 성격을 지닌 까닭에, 아직 저 원숭이의 행동을 십분 이해해주고 있는 듯 보였지만 그것도 얼마 가진 못할 것이다.
용들에게 교육받으며 자라온 아이가 저렇듯 ‘우끼’니, ‘끼끼’니 하며 반말을 찍 내뱉는 것도 그렇고, 난생 처음 본 엄마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저러고 바나나만 처먹어대고 있는데, 이를 수상히 여기지 않을 이가 어디 있겠는가.
빨리 화제를 돌려야 할 듯싶었다.
이에,
“저······ 그나저나 해후를 방해하고 싶진 않지만······.”
타냐가 은근한 음성으로 슬쩍 말을 꺼냈다.
제발 그녀가 기분 나빠하지 않기를 바라며.
다행히도,
“아, 그렇죠. 여러분께 저는 최종목적지가 아니라는 걸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제게 부탁한 역할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에스트리아를 챙길 시간은 이제 많으니까. 물론······ 저 아이가 허락해 준다면 말이지만요.”
그녀에게서 곧장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전대 모험왕의 부탁이요?”
“네. 아버지는 굉장히 오지랖이 넓으신 분이셨거든요. 엄청난 참견쟁이셨죠. 어딜 가나 본인의 영향력을 과시하고 싶어하고, 어디든 관여해야 하고······ 주책바가지였다고나 할까요. 그러니 이렇듯, 본인의 다음 대까지 관여하려 한 것일 테고요. 최상층으로 가는 길의 전부를 직접 설계하셨죠.”
“아······.”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여태 전대 모험왕의 입김이 작용해 있던 것도 놀라운데, 최상층으로 가는 길 전체에 그의 힘이 개입되어 있었다니.
“그럼 그게 어떤 것인지 물어도 될까요?”
“음······.”
그러자 그녀는 잠깐 고민하는 듯싶더니,
“그냥 가면서 얘기할까요? 어차피 관문의 시작점은 여기가 아니니까.”
씩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면서라면······ 어디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탈 것을 부를 테니.”
그렇게 말하면서도, 아리엔은 이번엔 응접실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저 창밖의 외부를 말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쿠구궁-.
바깥에서 마치 천둥이 몰려오는 듯한 굉음이 들려왔다.
타냐는 아리엔을 따라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어,
······.
경악했다.
“저, 저게······.”
“무슨······.”
“대, 대체 뭐죠?”
다른 이들의 반응 또한 다르지 않았다.
창 밖에 펼쳐진 풍경은 놀라움과 신비를 넘어, 경이에 가까운 것이었으니.
‘무언가’가 하늘을 뒤덮어오고 있었다.
그것은 실로 거대한 존재였다.
생명이 깃든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 확인할 순 없었으나, 다만 그것은 움직이고 있었다.
태양은 순식간에 가려졌고, 마치 밤이 찾아온 듯 어둠이 내렸다.
그것에 공포와 위압감을 느끼지 못했던 이유는 간단했다.
두 눈으로 직접 보면서도 실감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바로 그때였다.
“요수계에······ 장난처럼 전해지던 이야기······.”
가짜 에스트리아가 바나나를 먹다 말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그러고 읊조렸다.
“상천세계의 요롱이를 보고 싶으면······ 샘 안으로 들어갈 게 아니라 모험의 탑으로 가면 된다고. 거기, 어릴 적 잃어버린 형제가 있으니······.”
상천세계? 요롱이?
녀석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오공이 저토록 얼어버린 이유에 대해선 짐작이 갔다.
저것이 녀석과 같은 요괴이기 때문에.
바로 그들의 왕이기 때문에.
때마침,
“브리다예요, 종잡을 수 없는 브리다. 전대의 칠왕 중 하나였던 녀석이죠.”
아리엔이 ‘그것’의 정체를 밝혔다.
“음, 아니지? 죽지도 않았고 사라지지도 않았으니 지금도 마찬가지인가? 혹시 현재 칠왕의 구성원이 바뀌었나요?”
아리엔이 그러고 물었으나, 타냐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그에 대답할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
칠왕, 종잡을 수 없는 브리다.
어떠한 제약도 없이 미들랜드 내의 모든 세계를 넘나든다는 정체불명의 생명체.
저 칠왕들 중에서도 가장 신비롭다는 존재를 두 눈으로 목격하게 되다니.
그즈음 귓가로 아리엔의 음성이 꿈결처럼 들려왔다.
“그럼······ 슬슬 타볼까요?”
*
검은 산맥.
어느 한 봉우리 밑.
검정 의복으로 차려 입은 아홉 명의 사람이 원형의 제단을 중심으로 빙 둘러 앉아 있었다.
내려앉은 적막이 한동안 계속되고 있을 무렵,
“혼란이 코앞에 다가왔다.”
그 중 가장 연장자처럼 보이는 노인이 나직이 입을 열었다.
그는 우두커니 허공을 바라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으나, 실제로 그것이 누구를 향한 말인지 모르는 이는 없었다.
이어,
“금의 일족은 준비를 마쳤다.”
노인이 다시금 단호한 음성으로 내뱉었다.
그러자,
“은의 일족 또한.”
“철의 일족 역시 마찬가지.”
주위에 있던 일곱 명의 사람이 차례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중앙에 앉아있던 거한만은 그 와중에도 침묵을 고수했다.
······.
“검은 용은 혼란을 먹고 사는 존재. 굶주림을 견디다 못한 어린 녀석들이 날뛰기 시작했다.”
“우리 쪽도 상황은 마찬가지. 시간이 더 지나면 옆의 동족을 공격하고 잡아먹을지도 몰라.”
“잇신, 너를 부른 이유를 알 거라고 생각한다.”
“문을 열어라.”
그러나,
“······.”
거한은 여전히 침묵했다.
그는 이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외려, 축소해서 말했을지도.
검은 용이 되었다 하더라도 이 늙은 용들은 그 옛날의 점잖음을 완전히 잊어버리지는 않았다.
어쩌면 이미 동족상잔은 진행 중일지도 모른다.
“열어야 할 때다.”
“문을 열어라.”
“문을.”
“문을 열어라.”
물론, 거한은 이에 동의했다.
검은 용들은 거주가 허락된 검은 산맥 내의 일부 지역을 벗어날 수 없지만, 예외적으로 외출이 허용되는 기간이 존재한다.
바로 새로운 모험왕의 출현을 앞두고, 혼란이 닥쳐왔을 때.
모험왕이 될 만한 이들의 자질을 시험한다는 명목 하에, 혼란을 돋우는 역할을 배정받기 때문이다.
이때 아주 소수의 용들에게 바깥세상으로의 외출이 허용된다.
지금 이 여덟 일족의 수장들은 그 문을 열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었다.
“규칙은 변함없이.”
“단 하나의 일족만이.”
“혼란을 거머쥔다.”
“전투를 치를 용은 일족당 오십 마리.”
“일족 내의 선별은 끝났다.”
“남은 건 단 하나의 일족을 결정짓는 것뿐.”
잠시 후,
“준비가 끝났다라······.”
그제까지 침묵을 지키던 거한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에게서 나온 말은 나머지 여덟을 경악에 빠뜨리는 것이었다.
“규칙을 바꾸겠다.”
이에,
“뭐, 뭣?”
“뭣이?”
“그게 무슨······.”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게냐!”
나머지 사람들이 황당하다는 듯 반문했다.
그러나 거한은 그에 아랑곳없이, 제 할 말만 했다.
“이번엔 단 하나의 일족만이 혼란을 거머쥐지 않는다. 모든 일족에게 공통적으로 기회가 갈 것이다.”
“······뭣?”
“일족 당 다섯. 대신, 모인 40마리의 용들 중에서 일족에 상관없이 하나의 우두머리를 뽑는다. 선별된 용들은 우두머리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그것이 죽음이라 할지라도.”
곧이어,
······.
침묵이 자리했다.
나머지들이 반문을 멈춘 이유는 간단했다.
그것이 그들에게 있어, 그리 나쁜 소식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에.
본래의 규칙은 여덟 개의 일족에서 각기 오십 마리 씩을 내세운 뒤, 일주일간의 혈투를 통해 그 중 단 하나의 승자만을 뽑아내는 것이다.
승리를 거머쥔 일족은 명예와 자유 두 가지를 모두 맛볼 수 있지만, 그 또한 상처는 남는다.
승자가 된 일족 중에서도 그 기회를 맛볼 수 있는 용은 기껏해야 대여섯 마리 정도. 살아남는 게 그뿐이기 때문이다.
헌데, 남자는 지금 그 기회를 모든 일족에게로 확장시키겠다 말했다.
이는 곧, 외출을 맛볼 수 있는 용이 그 여덟 배인 40여 마리가 된다는 뜻이었다.
그러자,
“허나······.”
“그것은 검은 용에겐 축복일지언정, 바깥의 세상에겐 재앙과도 같은 것.”
“감당할 수 있겠는가, 수호신이여.”
되레 검은 용의 일족들이 거한의 결정에 우려를 표했다.
검은 용의 수호자는 검은 용을 수호하는 이가 아니다.
외려, 그들에게서 세계를 지키는 자이지.
그들은 거한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검은 용은 모험왕이 될 자를 시험해야 하는 본분을 가지고 있다. 이를 제대로 시행하려면 일족 내에서도 가장 강력한 녀석들 다섯을 골라야 할 것이다. 이번에 혼란을 일으키려 하는 자들은······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니.”
거한은 무심히 다음 말을 내뱉을 뿐이었다.
“문이 열리는 건 닷새 후다. 이틀 후 이 시간까지 일족들은 다섯 전사들을 내놓도록. 그리고 이후 우두머리를 뽑는 선별전을 거행하겠다.”
회동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어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뿔뿔이 흩어지려 할 즈음, 거한이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리고······ 수호자 일족의 이름으로 두 마리의 용이 추가적으로 선별전에 참가할 것이다. 그리 알도록.”
*
3일 후.
미들랜드 전역을 포함한 모든 탑, 모든 세계의 하늘이 검정으로 뒤덮였을 무렵, 우리는 마침내 검은 산맥 끄트머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즈음엔 어느 층의 어느 세계를 가든, 이미 같은 이야기가 마치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고 있었다.
모험의 탑, 최상층으로 가는 관문이 열렸다.
세계를 거머쥐고 싶은 자.
세상의 모든 것과 그 너머를 보고 싶은 자.
모험왕에 도전하려는 자.
검은 산맥으로 오라.
여기 그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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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늘에 드리운 거대한 어둠을 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브리다.”
저것이 이 시점에 곧바로 모습을 드러낸 건, 솔직히 꽤나 의외였다.
실은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정확히는, 치러야 할 에피소드가.
브리다는 혼란의 종점을 의미한다.
이는 원작에서뿐 아니라, 내 계획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헌데 혼란이 시작되는 지점에, 그 종착역이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명확했다.
작가가 이후에 일어날 모든 전개를 하나의 에피소드로 묶었다는 것.
바로, 이곳에서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것이었다.
최상층으로 오르거나, 혹은 영원히 이 이야기에서 퇴장하게 되거나.
각오를 다질 시간이었다.
나는 나직이, 그리고 단호히 한 마디를 내뱉었다.
“결말까지······ 이제 한 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