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 Shounen Manga RAW novel - Chapter 190
190화 지침은 내가 새로 내린다
***
“그나저나······ 크긴 크네.”
나는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하늘에 뜬 검정의 길고 거대한 ‘무언가’를 바라봤다.
저것이 바로······ 종잡을 수 없는 브리다.
혼란이 세상을 집어삼킬 무렵 등장한다는,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생명체.
만화책으로도 표현이 힘들던 녀석이 과연 실제로는 어떻게 구현될까 무척 궁금했었는데······ 적당히 잘 나온 느낌이었다.
확실히 거대하고, 적당히 멀며, 존재만으로도 왠지 모르게 세계가 뒤틀리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었으니.
물론, 요롱이를 봤을 때만큼의 충격은 없었다.
뭐랄까······ 요롱이가 전혀 대비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해머로 머리를 꽝 맞은 느낌이라면, 브리다는 해머 대신 손바닥으로 뺨따귀를 얻어맞은 정도랄까?
브리다 쪽은 그래도 원작에서도 봤고, 또 그전에 요롱이를 본 경험이 있기도 하니까.
뭐, 그렇다고 아무렇지도 않은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크고, 그럼에도 무지막지했으며, 또한 경이로웠으니.
더군다나 저 브리다는 엄밀히 따졌을 때, 요롱이보다도 커다란 녀석이다.
굳이 수치적으로 비교를 해보자면······ 대략 수천, 수만 배 정도?
간단하다. 요롱이가 상천세계란 하나의 세상만을 삼킨 존재라면, 브리다는 그 몸체를 모험의 탑 모든 층에다 걸치고 있는 녀석이니까.
즉, 저 홀로 그 수많은 세계들의 하늘을 모조리 뒤덮고 있다는 것.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브리다의 속성 때문이다.
녀석은 실체와 관념이 반씩 섞인 존재로, 브리다를 언어로 정의해 보자면 ‘모험의 탑 전체를 휘감고 있는 뱀’이다.
헌데 모험의 탑이라는 것 자체가 ‘관계로 얽힌 수많은 세계의 집합체’이고, 실제로는 형체가 없는 것이다 보니, 저렇듯 모든 하늘에 걸쳐져 있는 듯 보이는 것이다.
즉, 저 하늘에 떠 있는 것은 브리다의 실체이자, 실체가 아니기도 했다.
커뮤니티의 표현을 빌리자면, 설정놀음에 푹 빠진 작가의 혼이 실린 결과물이라고.
고로 사실 브리다의 속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녀석의 크기가 아니라 어떠한 세계도 제한 없이 넘나들 수 있는 그 ‘종잡을 수 없는 자유로움’에 있었다.
도깨비들이 은막 뒤에 숨겨놓은 세계든, 심해든, 혹은 숨겨진 최상층이든······ 브리다는 어떠한 제한 없이 원하는 세계를 들락거릴 수 있다.
심지어는, 세계 자체를 옮길 수도 있으니.
어쨌거나,
“······흐음.”
녀석의 등장으로 인해 판도가 많이 바뀌었다.
일단 그전까지만 해도 어딜 가냐는 둥, 무슨 생각이냐는 둥, 혼란을 일으킨다면서 한다는 게 걷기운동이냐는 둥······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씩씩거리던 칠왕들이 놀랍도록 잠잠해졌다.
주구장창 ‘힘을 겨뤄라’고 외치던 거인들도 입을 다물고, 저 히스테리 덩어리인 대마녀조차 더 이상 내게 시비를 걸어오지 않을 정도였으니.
사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녀석들도 마침내 내가 말했던 혼란의 정체를, 긴가민가했던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된 것이 아닌가.
브리다는 칠왕의 하나로 불리고는 있으나, 실제로 녀석을 다른 칠왕들과 동일하게 생각하는 이는 없다. 녀석은 그저 경의의 표시로 칠왕이라 칭해지는 것뿐, 모험의 탑에서 브리다가 가지는 의미와 역할은 그완 전혀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모험왕의 출현.
브리다는 이를 예고하고, 또한 상징하는 존재였다.
어쨌거나 칠왕들의 태도가 진지해졌다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었다. 녀석들이 진심을 다해 이 결전에 임할수록, 내 계획도 성공에 가까워지는 것이었으니.
다만 문제는 녀석들이 이제 내 말을 따르려 한다기보다는, 굳이 나를 신경 쓰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틀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유야 간단했다. 혼란을 주도하는 주체가 하루아침에 달라져 버렸으니까.
그전까지는 내가 온갖 주의를 다 끌고 있었으나 갑작스레 나타난 저 녀석들이,
“대, 대전에 참가하려면 지침을 따라주세요!”
“전대 모험왕의 딸 아리엔 님이 제정한 지침입니다!”
“아리엔 님은 칠왕 브리다를 통제하고 계십니다!”
“지침을 무시하고 브리다에게 무분별한 접촉을 시도하는 자는 최상층에 도전할 자격을 제한하겠습니다!”
아리엔을 앞장세우고선 국면을 주도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나는 저 하늘 높은 곳, 브리다의 몸통에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있던 레오 모험단 녀석들을 노려봤다.
“쯧······ 신난 것들 좀 보게.”
뭐, 당장엔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다.
무려 저 브리다를 이끌고, 모험왕의 딸과 함께 날아온 녀석들이지 않는가. 임팩트가 처지는 건 사실이니.
하지만 마냥 두고 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미 녀석들이 선포한 지침에, 어느새 칠왕들을 비롯한 탑의 모든 존재들이 순응하고 있는 상태였다.
전혀 따를 이유도, 행할 필요도 없는 지침을 말이다.
이는 아마 저 브리다란 존재의 격에 휘둘린 까닭이리라. 또한 막상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간이 다가오자, 머리와 몸이 다소 굳은 것도 있을 것이고.
녀석들이 내걸은 지침은 단순하면서도 명확했다.
-칠왕 브리다가 자격이 있는 이들을 탑의 최상층부로 인도할 것이다.
-브리다와 동행할 자격은 다음과 같다.
1. 앞으로 일주일 후, 검은 산맥 내 가장 높은 열 개의 봉우리 중 한 곳을 점령하는 모험단들에게 1차 자격이 주어진다.
2. 1차 자격을 획득한 이들 중, 두 모험단끼리 짝지어 대전을 펼친다.
3. 살아남은 이들 중 검은 산맥의 중앙 봉우리, 크누크 산 정상에서 최상층으로 갈 모험단 셋을 선정한다.
나는 이를 곰곰이 되뇌었다.
이어,
“······머리 좀 썼네.”
작가의 비상한(?) 전략에 감탄했다.
지금 이건 원작에서의 주요 에피소드 세 개를 한데 묶은 것이었다.
크누크 산 왕위 쟁탈전의 형식에, 격변의 대격투장 룰을 집어넣곤, 거기다 보상으로 브리다를 깔아두다니.
감탄을 넘어, 약간 질리는 느낌이 들 지경이었다.
정량적으로 따졌을 때, 이 하나의 에피소드에만 무려 10권 분량의 내용이 들어가는 셈이었으니.
애써 만든 설정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작가의 재활용 정신이 인상 깊다고나 할까.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를 더욱 놀라게 했던 건, 원작에서의 전개를 결국 그대로 재현해내려 하는 작가의 역량이었다.
칠왕들을 각기 분리하고, 녀석들이 각개격파 당할 수 있게끔 상대와 대진을 구성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내가 그토록 막고자 했던 ‘정돈된 형태’의 전개였던 것이다.
사실 원작에서의 칠왕들은 뭐랄까······ 처음의 그 존재감에 비해 다소 허무한 역할만을 다하곤 퇴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들 레오의 진짜 적수라기보다는, 그저 레오의 완성을 위해 준비된 캐릭터들에 가까웠다. 처음부터 조력자의 입장을 가지거나, 혹은 차례차례 격파당하며 각성의 계기만을 제공한 뒤 사라져주는······ 그런 스윗한 희생양이라고나 할까.
“아무래도 곤란하지, 그건.”
이대로라면 칠왕들이 혼란의 주축이 되지 못하고, 원작에서와 동일하게 그저 레오의 완성을 돕는 ‘제물’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번에도 그렇게 둘 순 없었다.
게다가 생각해보면 황당한 일이 아닌가.
새로운 모험왕이 등장하게 될 이 대혼란의 격변기에, 전대의 모험왕이 설정해놓은 룰에 따라 질서를 지켜 싸우라니.
심지어 이를 따르지 않을 시, 자격을 제한하겠다는 엄포까지.
나의 앞날을 위해서라도,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저 고분고분하고 멍청한 칠왕들을 일깨워줄 필요가 있었다.
그즈음 나는 저 하늘 위를 고요히 노려봤다.
“······조금만 기다려봐. 곧 갈 테니까.”
*
다음 날.
“······온다.”
저 멀리 눈부시게 새하얀 매를 타고 한 인간이 접근해 오고 있었다.
일행은 모두 침을 꿀꺽 삼켰다.
미리 예측하고 대비까지 해두긴 했지만,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당장엔 레오와 키리코가 없는 상황이었으니.
물론 저 녀석과 당장 무력충돌이 일진 않을 것이다.
다만······ 어쨌거나 녀석과 ‘적’으로서 부딪치는 건 실로 오래간만이었으니.
주걱턱.
사실 레오 모험단에게 있어, 그 누구보다 어려운 상대가 바로 저 녀석, 주걱턱이었다.
이유야 간단하다. 저 녀석에게 만큼은 단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으니까.
이윽고,
“멈춰, 구구.”
녀석을 태운 새하얀 매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이에,
“내가 맡을게.”
타냐가 앞으로 나섰다.
타냐는 처음부터 강하게 나가기로 했다.
“무슨 일이지? 분명 지침에 따르지 않은 접근은 허용치 않겠다고 공표했을 텐데.”
그러자,
“참나, 뻔뻔하기는.”
기도 차지 않는다는 듯, 주걱턱이 콧방귀를 뀌었다.
역시나 자신들이 아리엔을 데리고 오게 된 경위에 대해 짐작하고 있는 듯했다.
“뭐가 뻔뻔하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돌아가도록 해. 옛정을 생각해서 한 번만 봐줄 테니까.”
“봐준다라······ 황당하네.”
그러곤 주걱턱은 나직이 웃었다.
이어,
“아리엔은 어디에 있지?”
예측했던 그대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다짜고짜 아리엔부터 찾는 것.
“네가 알 것 없어. 그녀는 1차 자격을 갖춘 인원이 선정되기전까지는 나타나지 않을 거야.”
“흐음, 그래? 근데······ 물론 감추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그래도 당장 부르는 게 좋을 걸? 좋은 말로 할 때?”
“웃기네. 그럴 수 없다면?”
“그야 뭐······ 실력행사라도 해야겠지.”
이에 타냐는 ‘헹’하고 비웃었다.
“설마 브리다를 자극할 생각은 아니겠지? 무분별한 접촉 시 도전자격을 제한할 거라는 건 거짓말이 아냐. 당연히······ 너도 예외는 아니고.”
“그건 네가 걱정할 게 아냐. 방법이야 많으니.”
“······어디 해보시지.”
그때,
“아니, 그나저나 어이가 없네? 이거 나만 웃긴가?”
갑작스레 주걱턱이 황당하다는 듯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전대 모험왕의 딸이 당대 모험왕의 선별에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도 웃긴데, 그보다도 너희가 그걸 전달해주고 있는 상황이 더 웃겨.”
그러곤 짤막하게 덧붙이는 것이었다.
“거기, 원래 내 자리 아닌가?”
“······.”
타냐는 이에 반박할 수 없었다.
사실 맞는 말이었으니까.
하여,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어쨌거나 이만하면 사정 많이 봐준 거야. 이제 돌아가. 그리고 지침을 따라. 그러지 않으면 당장 아리엔 님에게 말해서 자격을 제한시켜 버릴 테니까.”
그냥 모른 척 하기로 했다.
“끝까지 그렇게 나오시겠다?”
“두 번 말하지 않겠어.”
“좋아. 어디 한 번 해보자고.”
주걱턱은 그러곤 냅다 사방을 향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가히 천둥소리와도 같은 굉장한 음량이었다.
-이 지침은 불공정하다! 여기, 선별을 돕는답시고 브리다에 기생하는 모험단 녀석들이 있다! 이 녀석들은 심지어 따로 최상층으로 보내주겠단 약속까지 받아냈다고! 이 녀석들이 터를 잡아놓은 크누크 산이 최종 결전지가 된 게 바로 그 증거다!
-이미 주인이 정해진 자리를 놓고 싸우는 바보 천치들이 어디 있냐고! 엉!? 이게 말이 돼!? 심지어 첫날에 출현했따던 전대 모험왕의 딸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도 않아! 이게 진짜 선별전이 맞을까? 아니야, 이건 그냥 사기극이라고! 어이, 칠왕들! 가만히 있을 거야? 엉!? 참고만 있을 거냐고! 그러니 여태 올라가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지!
주걱턱은 그러고 한참을 떠들어댔다.
황당한 비방과 말도 안 되는 거짓을 한 가득 섞은 채로.
솔직히 제풀에 지쳐 그만두지 않을까 싶다가도, 저 주걱턱이 과연 아무 생각 없이 저러고 있는 걸까 궁금하기도 했다.
하여,
“······이봐, 적당히 해.”
타냐는 슬쩍 녀석을 제지해 봤다.
“왜, 듣기 싫어?”
“선별을 약속받았다는 건 사실이 아냐. 우리 또한 공정하게······.”
“공정은 개뿔. 사실이 뭐건 간에, 지금 눈으로 확인되는 건 한 가지야. 같은 도전자인 너희들이 브리다 위에 올라타 있다는 것.”
“······우리는 아리엔 님을 돕고 있을 뿐이야.”
“돕기는 개뿔. 그리고 지금 내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리엔을 불러. 그녀에게 나의 자격을 제한시키라고 말하라니까?”
“······.”
물론 그렇겐 할 수 없었다.
그녀와 주걱턱이 만났다가 무슨 사달이 일어날 줄 알고.
만약 녀석에게서 ‘진짜 에스트리아’에 대한 사실을 전달받기라도 한다면······ 도리어 자격제한을 당하게 되는 건 자신들일지도 모른다. 괘씸죄로.
아무래도 그냥 무시로 일관하는 게 나을 듯 싶었다.
그렇게 마음먹은 뒤, 타나갸 돌아서려던 바로 그때였다.
“어쩐지······ 뭔가 이상하다고 했지. 저 빌어먹을 주걱턱 녀석은 재수가 없긴 해도, 틀린 말을 하지는 않거든. 엉? 이거 해명을 들어야겠는데? 엉!?”
“건방지게 듣도 보도 못한 애송이들이 선별을 주관한다라······ 너희들의 자격부터 내 심사를 해봐야겠다만?”
“혹시 전대 모험왕의 딸을 내가 직접 만나볼 수 있나?”
어디선가 갑작스런 음성들이 들려왔다.
이에 주위로 고개를 돌린 타냐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어느 틈에 칠왕 셋이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던 것이다.
채무불이행자 루덴코프, 대마녀 카밀라, 그리고 거인왕 자움달.
주걱턱과 함께 온 ‘문제아’들이었다.
순간, 타냐는 자신도 모르게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
끄덕-.
차분히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는 시아나가 있었다.
‘후······ 침착하자.’
당연지사, 이 또한 미리 예측한 상황이었다.
주걱턱이 저 칠왕들을 이끌고 다녔다는 건 모르는 이가 없지 않는가. 저들과 합작하여 무슨 일을 벌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다행히도, 이에 대한 대비책은 이미 갖춰둔 다음이었다.
타냐는 마음을 가라앉힌 뒤, 다시금 자신만만한 얼굴의 주걱턱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멍청하긴, 칠왕들이 몰려와서 생떼를 부린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 것 같아?”
“글쎄? 적어도 너희가 말한 그 자격제한이라는 게 뻥인지 아닌지 정돈 확인할 수 있겠지. 아리엔을 불러. 아니면······ 무사하지 못할 테니까.”
“소란이라도 피우려고? 우리에게 대비책이 없을 줄 알아?”
“호오, 준비한 게 있나보지?”
이건 시아나가 찾아낸 해답이었다.
브리다는 혼란과 함께 등장하는 존재. 그와 대비를 이루는 또 하나의 칠왕을 보초로 세워둔다면······ 어쩌면 ‘의도된 혼란’ 외의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으리라고.
아리엔은 자신들의 부탁을 받아 ‘그’에게 정식으로 협조요청을 보냈고, 그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실은 준비하고 있었다고.
때마침,
“모두 돌아가라. 이 이상의 소란은 용납하지 않을 테니.”
‘그’가 적절한 타이밍에 나타나줬다.
이미 칠왕들의 접근을 눈치 채고 있었던 모양이다.
균형을 맞추는 자.
그가 바로 자신들이 찾아낸 해답이었다.
타냐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주걱턱과 칠왕들을 돌아봤다.
칠왕들은 하나같이 다 얼굴이 굳어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저들 중 ‘균형을 맞추는 자’에게서 꺼림칙함을 느끼지 않을 리는 없을 테니.
그러나 단 한 사람,
“하여간에 한 치도 예상을 벗어나질 않아요. 꼼수는······.”
가장 꺼림칙한 녀석의 표정만은 변함이 없었다.
그때였다.
“······응?”
주걱턱이 갑작스레 ‘균형을 맞추는 자’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전혀 거리낄 것 없다는 듯 여유로운 태도였다.
이에,
“멈춰라. 그 이상 온다면 힘을 쓰겠다.”
균형을 맞추는 자가 곧바로 제지에 나섰다.
그는 가만 한쪽 손을 들어 올렸는데, 그것만으로도 다른 칠왕들은 경직된 채 몸을 들썩였다.
저 간단한 동작에 대하여 좋지 못한 경험이 있는 모양이었다.
헌데,
“뭐 어쩔 건데?”
희한하게도 주걱턱만은 달랐다.
녀석은 멈춰 서기는커녕, 움찔거리지도 않았다.
심지어는,
“준비한 게 이 녀석이 전부야?”
이죽거리며 아무런 제지 없이 ‘균형을 맞추는 자’를 마주보기까지 했다.
그의 제지엔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네놈······ 정체가 뭐지?”
그러고 ‘균형을 맞추는 자’와 타냐의 얼굴이 급속도로 굳어갈 무렵,
“뭐, 뭐야 저 녀석······.”
“어떻게 그의 힘을 거스르는 거지?”
“저, 저 녀석 말이 진짜였어! 진짜였다고! 거봐, 거 보라고! 빌어먹을! 빌어먹을, 저 굉장한 녀석!”
옆에서 경악에 찬 목소리들이 튀어나왔다.
놀랍게도, 저 칠왕들이 호들갑을 떨어대고 있었다.
역시나 이건 쉬이 넘길만한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심지어는,
“······뭐, 뭐냐 넌?”
‘균형을 맞추는 자’마저 무척이나 당황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나? 주걱턱.”
눈으로 봐도 믿기지 않는 광경이 펼쳐졌다.
주걱턱이 씩 웃으며 대뜸 ‘균형을 맞추는 자’의 팔을 덥석 잡더니,
“으, 으헉!?”
냅다 꺾어버렸다.
그러곤,
퍼-억.
그의 관자놀이를 갈겨버렸다.
······.
얼마나 지났을까.
마치 영원 같은 찰나가 흐른 뒤, 경악으로 점철된 침묵 속에서 한 줄기 음성이 들려왔다.
주걱턱의 목소리였다.
“지금부터 지침은 내가 새로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