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 Shounen Manga RAW novel - Chapter 196
196화 대혼란(5)
***
“······끙.”
나는 쉼 없이 차오르는 욕지기를 간신히 참아냈다.
몸 이곳저곳이 욱신거렸고, 심지어 뼈가 부러지거나 감각이 없어진 곳까지 있었다.
더욱이 코코아톰 또한 영 꼴이 말이 아니었다. ‘견고’의 이능이 둘러진 장갑이 성한 곳이 없었다.
부서지고, 깨지고, 잘리고.
코미어가 언급한 대로라면, 수백 톤의 폭탄을 터뜨려도 흠집하나 나지 않았어야 하는 녀석이 말이다.
“······괴물 같으니라고.”
나는 내 옆에 쓰러져 있는 회색 머리의 남자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녀석은 강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몇몇 순간은 진심으로 아찔했을 정도이니.
‘결국······ 또 노리고 말았네.’
나는 녀석의 터져나간 발목을 애써 외면했다.
약점을 공략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지금 쓰러져 있는 건 내가 됐을지도 모른다.
아니, 아마 틀림없이 그랬을 것이다.
“후······.”
이능장갑기병은 칼 자이드를 쓰러뜨리기 위해 준비한 히든카드였다.
시아나의 고유능력을 흉내 내는 순간, 내 본신의 힘만으로는 녀석을 이길 수가 없다. 하여, 미리 코코아에게 부탁해 이를 소환할 ‘요정의 소원’과 ‘코코아톰ver.2’의 조종권을 잠시 빌려왔던 것이다.
코코아톰은 더욱 발전된 코미어의 설계역량에 의해, 미들랜드 산 특수합금으로 장갑 전체가 전면 개조된 상태였다. 몇 개의 이능이 추가된 것뿐 아니라, 그 중 핵심인 ‘견고’와 ‘증폭’이 대폭 강화되기도 했고.
그래서 솔직히 가뿐할 줄 알았다. 제아무리 칼 자이드가 나를 넘어선 신체능력을 갖췄다 하더라도, 그래 봐야 한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뭐, 완벽한 오산이었다. 나도 거의 죽을 뻔 했으니.
약점을 노렸던 건,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었다.
솔직히 비겁하다 해도 할 말은 없었다. 내가 생각해도 좀······ 심하긴 했으니까.
물론, 칼 자이드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외려,
“핏물이 번져서 그런가······ 승자의 얼굴치곤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데? 설마 상대가 시시했기 때문인가? 큭, 크윽······.”
“그럴 리가. 거의 질 뻔 했는데. 이긴 게 믿기지 않아서 그렇지.”
“그럼 좀······ 웃어도 되는 거 아닌가?”
“웃기는······ 솔직히 인정할게. 나 비겁했다. 그냥으론 안 되니까 동료가 만들어 준 로봇 타고, 네 약점만 계속 노렸어. 어떻게든 이기려고.”
녀석은 이런 내 말에 진심으로 반박해 주었다.
“킥······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말인가?”
“······.”
“끄으······ 다른 건 모르겠지만, 그거 하난 정말이지 뼈아프군.”
“어떤?”
“동료.”
“······.”
“이번에 확실히 깨달았지. 모험왕이란 건 1인 모험단이니, 뭐니 하며 혼자서 멋 부리는 녀석 따위가 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
“······.”
“그만 가라······ 정신······ 잃을 같으니까.”
나는 그러고 기절한 말없이 쳐다봤다.
웃긴 녀석이었다.
혼자라니······ 내보낸 적도 없구먼.
‘뭣하면 다시 들어오던가.’
······.
이윽고,
“후······.”
나는 코코아톰ver.2를 돌아봤다.
솔직히 약간 좀 곤란한 상황이었다. 예상했던 것보다도 피해가 훨씬 더 컸기 때문이다.
당장 코미어에게 보낸다 해도 시일 내 수리가 가능한지 알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이건 본래 내 것도 아니지 않는가.
‘······쓰지 말 걸 그랬나.’
사실 칼 자이드를 상대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것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애당초 시아나의 능력이 아닌, 다른 고유능력을 택했더라면 전투 자체는 훨씬 더 쉬웠을 것이다. 딱히 코코아톰을 빌려올 필요도 없었을 것이고.
다만, 현재로선 이것이 최선이라 판단했기에 강행한 것이었다.
이유야 간단했다. 일대일 링을 설치하지 않으면 자칫 다른 이에게 전투가 방해받을 염려도 있는데다, 뭣보다도 레오에게 이 대전을 보여선 안됐기 때문이다.
레오는 이 만화의 주인공이다.
녀석에겐 다른 캐릭터들과의 갭을 줄인다는 명목 하에, ‘주인공 보정’이라는 특수한 성장시스템이 적용된다.
이건 주인공이 주인공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종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개연성의 범위 내에서 존재하는 가장 사기적인 시스템이다. 심지어 아무런 사건이 없어도, 어느새 녀석은 강해져 있곤 하니까.
그리고 이것이 가장 활발히 작동되는 구간은 당연지사 레오에게 직접적인 변화가 생겼을 때다.
가령 옛 용에게서 맹약훈련을 받는다든가, 혹은 본인이나 동료에게 엄청난 위기가 닥쳤을 때 등등.
즉, 결말 전까지 레오에게 아직 ‘최종각성’이 예정되어 있는 이상, 녀석이 직접 보고 겪는 힘의 크기는 작을수록 좋다는 것이다. 그것이 크면 클수록, 그것과의 갭을 메우기 위한 보정작용으로 녀석이 갖게 될 힘 또한 덩달아 커지게 될 테니.
고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각성 후의 레오를 어떻게든 감당해 보려면, 뭐든 최대한 숨기는 수밖에.
그 무렵,
‘잠깐······ 그러고 보니 얼마나 됐지?’
시간이 제법 흘렀다는 걸 퍼뜩 깨달았다.
이러고 여유부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밖은 이미 검은 용들에 의한 습격이 시작되었을 텐데.
나는 마지막으로 주위를 돌아봤다.
다시 보니, 결과가 아주 나쁜 것만도 아니었다.
일단 이겼다는 것. 이게 중요했다. 칼 자이드라는 커다란 산 하나를 해결한 셈이었으니.
또한 코코아톰이 엉망이 된 건 사실이나, 현재 내 몸 상태가 그리 나쁘진 않았다. 딱 드러나 보일 만큼 부상을 입었고, 절반가량의 힘과 체력을 소진한 정도?
시간을 벌기엔 딱 적당했다. 회복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건 아니나, 당장 레오가 싸움을 걸어오긴 애매한 느낌이긴 했으니. 설마하니 주인공이 부상자를 상대로 막무가내로 싸움을 걸어오진 않을 것 아닌가.
“다음으로······.”
이 공간을 해제하기 전에 우선 코코아톰부터 귀환시켜야 했다.
나는 품속에서 녀석과의 임시계약이 새겨진 마나석을 꺼낸 뒤,
“수고했다.”
콰직-.
부숴버렸다.
곧이어,
위이잉-.
코코아톰ver.2가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아마 코코아에게로 돌아갔을 것이다. 저 이능장갑기병의 정식 계약자는 코코아니까.
‘험하게 썼다고 뭐라 하려나······.’
사실 장갑기병과 코코아를 묶어두는 ‘영혼계약’에 대해선 나도 제대로 아는 바가 없었다. 그냥 그런 이능이 존재하고, 계약으로 묶인 병기와 주인은 보다 큰 힘을 낼 수 있다는 정도?
전에 한 번 이 개념을 흘리듯 말했을 뿐인데, 용케 다 구현해놓은 코미어가 그저 대단할 뿐이었다.
이어 마지막으로 나는 칼 자이드 쪽을 한 차례 힐끔거린 후, 일대일 링을 해제했다.
스스슷-.
나는 약간 긴장한 채, 주위를 둘러봤다.
혹시라도 레오가 곧장 달려들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헌데,
“······없네?”
없었다.
레오뿐만이 아니었다. 막사 안엔 아무도 없었다.
대신,
쾅-!
피해-!
도망치지 마라! 도망치지 마!
콰쾅!
어마어마한 폭발음과 비명만이 끊임없이 막사 밖에서 들려오고 있을 뿐이었다.
바깥 상황이야 보지 않아도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아비규환.
이미 검은 용들과 마녀들 사이에 한바탕 전투가 벌어진 모양이었다.
물론 그것을 전투라 표현해야 할지, 학살이라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또 하나.
‘······근데 진짜 궁금하긴 하네.’
그야말로 빅 매치, 도로시와 대마녀의 승부도 한창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이는 원작에서조차 등장한 적이 없는 내용이기에, 솔직히 걱정스럽기도 하고 기대도 많이 됐다. 도로시를 응원하고, 또 이길 거라 믿어 의심치 않긴 하지만······ 상대가 바로 저 대마녀이니.
‘응원도······ 가면 안 되겠지?’
소년만화의 암묵적인 규칙상, 저와 같은 일대일 승부에는 절대로 끼어들면 안 된다. 소리쳐 응원하는 것도, 멀리서 지켜보는 것도 안 된다.
허용되는 건 단 하나, 그저 믿고 기다리는 것 뿐.
그리고 설사 그게 가능했다 하더라도, 사실 당장 내게 도로시를 도우러 갈 시간은 없었다.
“그나저나······ 이건 또 어딜 간 거야.”
곧바로 또 레오를 찾아 나서야 했으니까.
당연한 말이지만, 레오와의 싸움은 피해야 하는 게 맞다. 아직은 때가 아니니.
하지만 레오를 시야에서 놓치는 것 또한 문제였다. 이 녀석이 혹시 또 엄한데서 다른 강자와 시비라도 붙는다면, 또 그걸 막느라 죽어라 고생해야 할 테니까.
“그냥 검은 용이나 때려잡고 있으면 좋겠는데······.”
그러고 녀석을 찾기 위해 길눈을 발동시키려 할 때였다.
난데없이,
띠링-.
[챕터74 ‘히로와 칼 자이드’가 종료되었습니다] [히로의 캐릭터 평가가 갱신되었습니다]웬 홀로그램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뭐야, 챕터 종료?’
물론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니었다. 브리다가 모험의 탑 상공에 모습을 드리운 직후부터, 챕터는 시시각각 바뀌고 있는 중이었으니.
아니, 이는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즈음엔 한 챕터에 함께 두기엔 덩치가 큰 사건들이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챕터74’가 시작되기 전, ‘챕터 73’의 제목은 [검은 용의 출현]이었다.
다만 내가 당황스러웠던 부분은,
띠링-.
[모험왕 연재가 재개되었습니다] [챕터75 – 숙원을 손에 넣은 자] [진행 중인 챕터의 권역에 속해 있습니다] [히로는 이번 챕터의 캐릭터 평가 대상입니다]캐릭터 평가가 채 이어지기도 전에, 곧바로 새로운 챕터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희한한 내용의 챕터가.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챕터가 급작스럽게 바뀔 순 있다. 나와 칼 자이드의 싸움이란 커다란 사건 하나가 끝났으니.
문제는 다음으로 나와야 할 게, 도로시와 대마녀의 싸움을 비추는 챕터여야 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번 챕터의 제목을 다시금 쳐다봤다.
“숙원을 손에 넣은 자?”
아주 기묘하면서도 의미심장한 제목이었다.
손에 넣었다는 표현은 과거형이질 않는가. 그렇다는 건, 뭔가 숙원이라 표현될 만한 걸 누군가가 얻었다거나, 적어도 이 챕터 내에서 얻게 될 거라는 뜻이었다.
숙원이라 표현될 만한 게 달리 있겠는가.
‘설마······ 이 챕터에서 모험왕이 결정된다고?’
아냐. 그럴 리가.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기엔 아직 너무 일렀다.
뭘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마치 알 수 없는 안개가 내 시야를 흐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즈음 나는 곧바로 메인시점을 확인해봤다.
-현재 챕터의 메인캐릭터는 ‘레오’입니다.
그러곤 또 한 번 당황했다.
“······대체 뭐냐고.”
레오가 메인일 이유가 없었다. 아니, 메인이어선 안됐다.
이제 막 검은 용들이 탑을 습격해온 시점이 아니던가. 도로시와 대마녀가 한 판 붙은 시점이 아니던가.
챕터의 제목은 그렇다 치더라도, 메인시점 만큼은 도로시나 대마녀에게 있어야했다. 설혹 나중에 바뀐다 하더라도, 지금은 일단 둘 중 하나에게 줘야했다.
헌데 지금 레오가 어디서 뭘 하고 있길래······.
그때였다.
“아냐, 설마······.”
섬뜩한 직감이 머릿속을 스쳤다.
설마, 설마······.
그 순간,
팟-.
나는 의식도 못하는 사이 어느새 달리고 있었다.
찾아야 했다. 큰일이 벌어지기 전에.
제발······ 아니길.
*
검은 산맥 내 어느 모처.
“······저예요, 들어가도 될까요?”
“물론이지. 매번 허락 맡지 않아도 된단다.”
“······네, 그럼.”
곧이어,
끼이익-.
문이 열리면서, 피부에 비늘이 돋아난 소녀가 주춤주춤 들어왔다.
소녀는 어딘지 모르게 불안해 보였다.
아리엔은 우물쭈물 거리며 들어온 소녀, 에스트리아를 찬찬히 응시했다.
“찾아와줘서 기쁘구나. 무슨 일이 있는 거니?”
“네? 아, 그게 저······.”
용건이 있어 온 게 분명한 듯 보이는 에스트리아는, 어쩐지 선뜻 입을 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일단 앉으렴.”
“네······.”
그러고 아리엔은 아이의 입이 열리길 말없이 기다려주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저······ 죄송해요. 잠도 안 오고, 진정이 안 돼서요. 이런 적이 없었는데······ 주위에 지금 같이 있을 사람도 없고 해서······.”
“······.”
에스트리아가 우물쭈물 말을 꺼냈다.
그러곤,
“저······ 불편하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고개 숙여 사과했다.
“아니, 아니란다. 나는 외려 네가 찾아와주어 고마울 따름이야. 따뜻한 우유라도 마시겠니?”
“네? 아, 네······ 좋아요.”
아리엔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간 뒤, 다과를 준비하기 위해 부엌으로 걸어갔다.
이어 그곳에서,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
아리엔은 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아이가 찾아왔다는 것······ 그것은 얼마 전부터 치밀어 오르던 불안감이 현실이 되었다는 걸 의미했다.
용에게 가족이라는 건, 믿음을 잃어버린 종족에게 단 하나 주어진 안식과도 같은 대상이다.
그것이 위태로워졌을 때, 견뎌낼 수 있는 용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는 그와 관계를 맺은 상대 또한 마찬가지이고.
아리엔은 그 옛날 아버지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언젠가 커다란 슬픔이 닥칠 수도 있을 게다. 길을 준비하는 자들은 가장 큰 혼란을 가져오는 이와 다르지 않으니. 미안하구나, 나를 용서해라.
그즈음 아리엔은 고개를 돌려, 에스트리아가 있는 방을 쳐다봤다.
저 아이는 아직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그것이 되어야 했다.
저 아이가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기대어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존재가.
그 순간,
“······에스트리아!”
아리엔은 따뜻한 우유를 준비한다는 것도 잊은 채,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네? 왜······.”
거기 방 안에서 에스트리아는 자신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두 눈에 투명한 눈물방울이 고여 있다는 것도 의식하지 못한 채.
아리엔은 그런 에스트리아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그러곤,
“다 지나갈 거란다.”
“······네?”
두 눈을 꼭 감은 채, 꽉 안아주었다.
“다 지나갈 거란다. 엄마가 옆에서 함께 할게.”
*
“······.”
최악이다.
상상했던 것 중 가장 최악의 상황이었다.
물론, 이를 가정하지 못했던 건 아니다.
어쩌면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었다.
다만, 그것이 그리 진지한 고민은 아니었다. 이와 같은 장면은······ 아무래도 소년만화에 그리 어울리는 것이 아니었으니.
나는 마치 붙박이처럼 땅에 우뚝 서 있던 레오를 지나, 그 뒤편을 응시했다.
이 상황은 작가의 의도가 개입된 것일까.
아니면 캐릭터의 행동을 통제하지 못해 일어난 사달일까.
혹은, 뒤틀린 미래가 초래한 비극적인 숙명인 걸까.
저 멀리, 비대한 체구의 대머리가 만면에 환한 웃음을 띠운 채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었다.
녀석의 오른쪽 손엔 무언가가 들려 있었는데, 공만 한 크기의 그것에서는 붉은 색 액체가 쉴 새 없이 방울져 떨어졌다.
그건 한 남자의 머리였다.
나는 다시금 그것의 이목구비를 확인했다.
낯설긴 하나, 아는 얼굴이었다. 원작에서 본 적이 있었으니까.
레오에게 맹약훈련을 시행할 때, 아마 저와 같은 모습이었을 것이다.
나는 기어이 침음을 삼켰다.
“······빌어먹을.”
루덴코프의 손에 들린 건, 옛 용의 잘린 머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