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 Shounen Manga RAW novel - Chapter 206
206화 외전(작가)
***
“인터뷰? 또?”
“네, 그게 저 JN코믹스라고······.”
“못 들어본 곳인데. 신생?”
“네, 지금 2년 차 잡지사이긴 한데, 트렌디한 기사로 요즘 한창 주목받는······.”
“시간 없어요.”
그러곤 남자는 들으라는 듯, 크게 한 마디를 덧붙였다.
“······똑같은 말을 몇 번을 더 하라는 거야.”
“거기 대표가 N플랫폼 글로벌 유통 팀에 있었답니다. 저희 만화 차원에서도 나쁘지 않은 기회라고······.”
“어휴 됐고요, 그때 했던 것 있잖아요? 나 대형에서 인터뷰한 거. 그거 어디였더라.”
“······M코믹스요?”
“그래, 거기. 그거 내용 참조해서 대충 내라고 하세요.”
남자는 그러곤 등을 돌렸다.
물론, 한 마디 덧붙이는 건 빼먹지 않았다.
“바빠 죽겠는데 사람 오라 가라 하고는······.”
이어 남자가 사무실 밖으로 나가려던 그때였다.
“근데 저······ 작가님?”
PD가 다시금 조용히 남자를 불렀다.
“또 왜요.”
“M코믹스 인터뷰 하니까 떠오른 건데······ 그것 관련해서 메시지가 하나 와서요.”
“메시지? 누가 보낸 거?”
“그······ 작가님이 전에 한 번 언급하셨던 사람인데.”
“내가? 누구요?”
“상종도 하지 말라던 독자님이요.”
순간,
“······허.”
남자는 치밀어 오는 황당함에 말문이 막혔다.
“그 악플러? 나더러 어쩌라고요. 차단 안했어요? 아니, 또 뭐라고 왔는데?”
“이번 인터뷰 내용 보시고 궁금한 게 있으셨나 봐요. 캐릭터 활용 여부에 대해서 말을······.”
“또 타락기사 얘기? 하······ 됐고, 그냥 그놈이고 딴놈이고 죄다 차단 박으세요. 진짜 걔들은 지치지도 않나? 왜 본인들 인생을 살지를 않아? 짜증나게.”
그때였다.
“근데 답장 보냈는데.”
“······에?”
PD가 느닷없는 소리를 꺼냈다.
“작가님. 이분 나름 애정 가지고 쓴 소리 해주시는 분이거든요? 반응도 즉각적이고, 이야기 흐름도 잘 꿰고 있고.”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겁니까? 그래서 뭐 어쩌라는······.”
“또 작가님이 전개 개판 치실 때마다 짚어주신 것도 많고. 제가 전에 조언 드렸던 거, 이분 의견 참조해서 말씀드렸던 것도 있거든요?”
“아니, 저기······ 저기요, 김PD님. 당신 지금 말이······.”
“어때요, 직접 한 번 마주해 보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을 것 같은데······ 더 나은 작품이 될 수도 있잖아요?”
“······에?”
뭐지? 지금 이 사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남자는 황당함을 넘어 당혹스러울 지경이었다.
“그게 무슨······.”
그 순간,
“한 번 해보시겠어요?”
삑-.
남자의 시야가 까맣게 물들며, 이내 암흑이 찾아왔다.
*
껌뻑-.
남자는 번쩍 눈을 뜬 뒤, 두어 차례 깜박거렸다.
“······뭐였지.”
당황스러웠다.
기절? 기절했던 건가?
이런 적은 태어나 처음이었다. 갑자기 기절이라니.
그나저나,
“하······ 설마 그냥 내버려두고 간 건가?”
상당히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다.
갑작스레 전개를 개판을 쳤다느니, 악플러랑 만나서 뭘 어쩌라느니······ 그러고 희한한 소릴 해대더니, 이젠 기절한 사람을 버려두곤 그냥 냅다 가버려?
“······나 뭐 잘못한 거 있었나?”
하여간에 이해할 수 없는 담당PD의 행동이었다.
연재 도중도 아니고 다 끝난 마당에 이 무슨.
그러고 황당해하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을 때였다.
그 순간,
“뭐, 뭐야······.”
남자는 눈에 들어온 광경에 놀라 입을 벌렸다.
사무실 풍경이 이상했다.
일단 자리가 몇 개 없었다. 또 낡고 더러웠다.
사과 로고가 그려져 있어야 할 컴퓨터에 유리창이 떡 하니 존재하질 않나, 에어컨 대신 선풍기가 자리해 있질 않나.
좀 전까지 있던 곳이 아니었다. 완전히 다른 장소였다.
‘기, 기절한 상태에서 옮겨졌다고?’
그러고 의아해 하던 중,
“······응?”
약간 이상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
어째 사무실 풍경이 낯이 익은 느낌이었다. 그즈음 풍겨오는 냄새도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고.
이건 마치 예전 사무실에서 나던 것 같은······.
“설마······ 아냐, 말도 안 돼.”
그러나 당혹스러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남자의 눈에 희한한 것이 들어왔다.
거울에 비친 자신. 그리고 그 머리 위.
웬 기묘한 홀로그램 같은 것이 떠 있었다.
“뭐, 뭐야 이건 또?”
바로 그때였다.
띠링-.
웬 신호음이 들림과 동시에, 눈앞에 기다란 홀로그램 창이 생성되었다.
남자의 눈이 자연스레 그 속의 텍스트로 향했다.
※ 실패 시 사망
“뭔······.”
텍스트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아래를 보니,
-현재매출 : 0
-원작대비수익 : 0%
-챕터 적합도 : 0
-전개 만족도 : 0
-독자불쾌지수 : 0
-캐릭터 인기지수(검색)
-캐릭터 평가지표(검색)
의미를 알 수 없는 텍스트들이 빼곡히 들어 차 있었다.
“허······.”
남자는 순간 자신이 미쳤나 싶었다.
아니,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작가님?”
웬 앳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놀라 돌아본 그곳엔,
“······기, 김PD?”
바로 그 여자가 있었다. 자신에게 이상한 소릴 해대고 떠나버린 담당PD가.
헌데,
“여기서 뭐하시고 계세요? 아직 집에 안 가셨어요? 계약서는 다 작성하셨는데?”
묘하게 젊었다. 아니, 눈에 띄게 어렸다.
마치 10년 전,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이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남자는 온 몸에 힘이 풀리고 말았다.
풀썩-.
“자, 작가님?”
이어 놀란 눈으로 자신에게 달려온 그녀를 보며, 남자는 두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은 지금 과거로 넘어 왔다.
그리고 그 일을 행한 건 눈앞의 이 사람이 아닌······ 알 수 없는 ‘무언가’이다. 이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순간 속이 울렁거렸다.
“······웁.”
욕지기가 올라 참을 수가 없었다.
일단 여기서 나가고 싶었다. 이 공간에서.
그러고 PD를 밀치곤, 문밖으로 달려 나가려던 때였다.
갑작스레,
띠링-.
[모험왕 연재가 시작됩니다] [세이브원고 챕터1-모험의 서막이 로딩됩니다] [메인캐릭터 : 레오] [챕터 예상 지속시간 : 20분]웬 텍스트가 홀로그램 창에 표시되었다.
그러곤,
“이, 이건 또 뭐야?”
하나의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노을이 깔린, 웬 유럽 시골마을을 연상케 하는 전경을 담고 있는 영상이었다.
그리고 그 화면 아랫단엔 의미심장한 텍스트가 적혀 있었다.
모험왕 주인공의 이름이었다.
“······허.”
이젠 놀랄 힘도 없었다.
“작가님? 작가님? 왜 그러세요?”
“······아, 아뇨.”
PD의 눈에는 이 홀로그램이 보이지 않는 듯했다.
“저, 잠시······ 화장실 좀.”
“네? 네네. 정말 괜찮으세요?”
“······몰라요, 나도.”
이어 화장실로 간 남자는 마치 홀린 듯, 화면으로 눈을 돌렸다.
영상에선 익숙한 듯, 낯선 장면이 비춰지고 있었다.
어스름이 설핏 내려앉은 작고 고즈넉한 마을. 굴뚝마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알록달록한 건물들 사이로 천천히 저물어가는 석양······
잠시간 이를 지켜보던 남자는 이내, 이 영상의 정체를 확신할 수 있었다.
이건 모험왕이다.
자신의 그렸던 모험왕의 그림이 실사화 되어······ 아니, 현실이 되어 나타난 것이었다. 이 영상은 그걸 실시간으로 송출하고 있는 것이었고.
영상은 현재 메인 시점을 맡은 캐릭터의 시야를 비추고 있는 듯했다.
바로 레오.
“······.”
남자는 이어 홀로그램 좌측 편에 띄어져 있던 목록을 주목했다.
거기엔,
-세이브 원고 불러오기
-플롯 바꾸기
-메인 캐릭터 바꾸기
-캐릭터 만들기
-캐릭터 투입하기
⁝
한눈에 봐도 이 영상에 개입하기 위한 메뉴들이 존재했다.
아마도 이를 통해 ‘작품수정’이 가능한 게 아닐까.
그즈음 남자는 자신에게 적용된 이 일련의 시스템을 얼추 이해할 수 있었다.
어째서 이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는지는 모르겠으나, 이 현실화 된 만화를 보다 재미있고 매끄럽게 수정하는 게 자신에게 주어진 목표인 듯 했다.
어이가 없었다.
‘이 상황을 이해하려고 하고, 심지어 얼추 이해한 내가 이해가 안 가네.’
헌데 희한하게도, 그쯤 되니 슬슬 마음이 안정되어갔다.
상황을 이해하자마자 안정감이 들었다고나 할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게 실감이 나는 순간이었다.
그때였다.
띠링-.
[선행플롯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감지되었습니다] [캐릭터 : 악당3] [행위 : 대화시도] [현재 페널티 : 10초간 강제 침묵]웬 빨강색으로 된 텍스트들이 영상 중앙에 떠올랐다.
경고를 뜻하는 문구인 듯했다.
‘선행플롯을 바꿔?’
이어 영상을 보니,
“저건 또 뭐야?”
자신이 만든 게 분명한, 그러나 기억에는 없는 웬 캐릭터 하나가 예정엔 없던 희한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레오에게 대화를 걸려고 하질 않나, 다른 녀석들에게 차례를 넘기질 않나.
챕터1에서 저 따위 행동을 하는 캐릭터는 등장하지 않는다.
주인공에게 가야할 시선을 분산시켜버리니까.
남자는 다시 한 번, 그 요주의 캐릭터를 찬찬히 살폈다.
턱이 커다란 녀석이었다.
*
남자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분명한 실제임을 인정했다.
세상이 10년 전으로 돌아갔다는 것도, 알 수 없는 초현실적인 상황에 자신이 놓였다는 것도.
뭐,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 않는가. 눈에 보이는 현실이 그러한데.
하여,
“원작대비 10배 매출이라······.”
남자는 주어진 미션에 응하기로 결심했다. 한 번 달성해 보기로.
어차피 실패하면 사망이라는, 황당무계한 조건이 붙어 있으니 하지 않을 도리가 없기도 했고.
하나 다행인 점은, 이게 그리 어려울 것 같진 않다는 것이었다.
시스템이 약간 복잡하긴 했으나, 대충 파악은 끝났다. 그냥 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들면 되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반이 되는 내용이 바로 ‘모험왕’이지 않는가.
지난 10년 간 그려온 만화다. 자신이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지 않을까.
심지어,
“어디 보자······ 이야, 진짜 완결까지 다 있네?”
세이브 원고까지 존재했다.
즉, 그냥 불러오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필요한 부분만 수정하면 되는 것이고.
어려울 게 있나?
더욱이 작중의 시간과 현실의 시간이 똑같이 흐른다는 점 또한 호재였다.
작중에서 레오가 모험왕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2년 정도.
10년도 필요 없다는 얘기였다.
다시 처음부터 10년을 그려야했다면, 아마 자살했을지도.
“가만······ 그러고 보니, 이거 만화에 집중할 게 아니라 주식투자를 시작해야 하나?”
딱히 어려워 보이지 않자, 그런 생각까지도 들 정도였다.
이런 초현실적인 상황에서도 돈을 떠올리다니.
남자는 픽 웃었다.
물론, 딱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지점이 있긴 했다.
바로 수정을 원하는 대로 할 수 없다는 것.
플롯을 변경하거나 캐릭터를 추가하는 식의 작품수정을 하려면, 그 행위에 대한 권한을 시스템 내에서 구매해야 했다.
구매는 시스템 내에서 통용되는 ‘포인트’라는 화폐를 통해 이뤄졌는데, 이는 챕터가 끝날 때마다 정산되는 매출과 독자들의 인기도를 통해 획득이 가능했다.
즉, 독자들의 반응이 있어야 포인트가 벌리고, 그를 기반으로 작품의 수정도 가능하다는 것.
하지만 그럼에도 남자는 걱정하지 않았다.
지난 10년간의 연재를 통해 독자들이 무엇에 열광하는 지는 이미 통달한 상태였다.
대충 엇나가는 전개만 막아도 목표 달성은 충분했다.
“좋아, 한 번 가보자고.”
*
“이 녀석······ 뭐지?”
위화감이 느껴진 건, 챕터2가 끝나고 챕터3이 준비 중에 있을 때였다.
예정된 챕터의 권역을 비추는 화면에서 묘한 게 포착되었던 것이다.
사건이 일어나는 주요장소마다 웬 녀석이 존재했다.
마담 로즈메리따의 가게에도, 마피아들의 건물에도 녀석이 있었다.
남자는 그의 정체를 곧바로 알아차렸다.
그놈이었다. 그 첫 번째 챕터에서 희한한 행동을 보였던, 그 주걱턱.
심지어 녀석은 마피아의 건물을 찾아 들어가 행패를 부린 뒤, 키리코와 접선하기까지 했다.
“······뭐지 이 녀석.”
남자는 이 요주의 주걱턱을 주시하기로 마음먹었다.
*
처음이었다.
녀석이 마음에 드는 행동을 한 건.
“······.”
남자는 화면 속에 비친, 주걱턱을 가만 응시했다.
1대 5포커.
골담시티 챕터 내 등장하는 게임들 중 가장 불공정한 것으로, 절대로 레오가 이길 수 없도록 만든 게임이었다.
거기까진 의도한 대로였다. 레오에게도 시련이 부과되어야 했으니까.
문제는 그것의 극복방법에 있었다.
남자는 당시 이 에피소드를 연재하며 먹었던 수많은 욕들에 대해 기억하고 있었다.
개연성이 있네 마네, 캐릭터 설정이 어쩌고 저쩌고.
하여, 자신 또한 전개를 달리 할 생각은 있었다.
다만, 게임을 너무 어렵게 만든 탓에 챕터가 진행될 때까지도 뭘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던 것뿐이지.
헌데,
“······인정할 수밖에 없네.”
속임수 물약을 활용해 레오가 이길 수 있도록 판을 짜다니.
주걱턱이 저와 같이 행동해 줌으로써 한결 시름을 덜었다.
아마 독자들의 반응도 꽤나 괜찮지 않을까. 적어도 원작에서 보단 나을 게 분명했다.
“주걱턱이라······.”
그즈음엔 어느 정도 확신이 들었다. 녀석 또한 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걸.
물론 자신과 같은 미션을 받은 건지에 대해선 불분명했지만.
이어,
“······인정할 건 인정해야겠지.”
남자는 처음으로 녀석에 대한 작가호감도에 후한 점수를 줬다.
100점.
다만, 경계를 늦출 순 없었다.
이 녀석은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었으니까.
남자는 이곳에 오기 전, PD가 했던 말을 기억했다.
-어때요, 직접 한 번 마주해 보는 것도? 더 나은 작품이 될 수도 있잖아요?
어쩌면 바로 그 녀석일지도 모른다.
모험왕의 내용을 줄줄이 꾀고 있는, 그 악플러 녀석.
“······.”
남자는 이어, [캐릭터 평가시트] 2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주걱턱의 사진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 녀석은 아마 곧 1페이지로 올라오게 될 것이다. 이것의 순서야말로 독자들의 주목도를 의미하는 것이었으니.
“일단은 지켜보자.”
*
“작가님, 요새 반응 좋던데요?”
“예? 아, 네. 고맙습니다.”
“특히 그 주걱턱 캐릭터! 마지막 장면 좋았어요.”
“······마지막이요?”
“링에서 얀을 쓰러뜨린 후에 한 모험왕 선언이요! 혹시······ 레오와 라이벌 구도를 잡으신 건가요?”
역시나 그거였군.
“······네, 뭐.”
“기대되네요. 앞으로의 전개가.”
“······감사합니다.”
기대된다라.
그 말이 부담스럽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다.
그건 자신이 한 게 아니었으니까.
남자는 그때의 알 수 없는 몸의 떨림을 기억했다. 선언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외모에 급격한 변화를 주는 연출까지 곁들이다니.
한순간, 녀석을 진정으로 이야기의 주역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제법 컸단 말이지.’
하지만 그래서 더욱 견제가 필요했다.
이미 녀석의 분량이 커지면서 엇나간 전개가 수도 없이 많았다. 이대로라면 세이브원고를 몽땅 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만은 막아야 했다.
“아참, 그거 아시죠? 곧 캐릭터 인기투표 할 거라는 거.”
“인기투표요?”
“네, 모험가 자격시험 에피소드에 맞춰서 해달라고 하셨잖아요.”
“아······ 예. 그렇죠.”
그때,
“누가 1위할 것 같으세요?”
PD가 웃으며 물었다.
의도를 알 수 없는 묘한 웃음이었다.
“그야 당연히 레오······.”
그리고 그 순간,
“흐응, 그렇게 생각하시는구나.”
PD의 미소가 한층 짙어졌다.
이를 본 남자는 그녀의 생각이 자신과 다르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 정도라고?
다만,
“확실히 기대가 되네요.”
남자는 긴장하지 않았다.
말마따나, 곧 모험가 자격시험 에피소드였다.
이곳에선 감히 그 녀석이 활개 치지 못할 것이다. 자신이 준비한 것도 조금 있고, 또······ 절대 이기지 못할 대적자도 존재하니까.
‘어디 한 번 해보라지.’
이어 남자가 PD를 보며 씩 웃었다.
“그럼 우리 내기나 할까요?”
“내기요?”
“네, 누가 1위할지요. 저는 레오에 걸겠습니다.”
“흐음, 그럼 저는······ 주걱턱으로. 아니, 히로라고 해야 하나요?”
“······마음대로요.”
“네, 재미있겠네요. 그럼 오늘도 파이팅 하세요!”
그러고 돌아가려는 PD에게,
“1위를 하는 캐릭터에겐 선물을 줄 겁니다.”
남자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와, 정말요? 어떤 거죠?”
물론, 누가 1위를 하느냐에 따라 그 내용물은 달라지겠지만.
레오가 1위를 하게 된다면 그에 걸맞은 힘이 주어질 것이다. 키리코나 다른 녀석 또한 마찬가지고.
다만, 주걱턱 녀석이 1위를 하게 된다면······.
‘어디, 재미있게 한 번 놀아보라고.’
녀석에게 주어지는 건 동쪽으로의 해외여행이 될 것이다.
챕터 하나 주어지지 않는 암흑의 세계로.
“보다보면 알게 될 겁니다.”
남자는 돌아섰다.
그러곤 그때를 상상하며 씩 미소지었다.
‘만에 하나, 그러한 일이 일어난 이후에도 녀석이 살아남게 된다면······.’
그땐······ 그땐 제대로 인정해주마.
네놈에게도 주인공의 자질이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