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 Shounen Manga RAW novel - Chapter 28
28화 수수께끼 주걱턱의 놀이공원(1)
***
“그나저나 그 녀석······ 요즘 잘 안 보이지 않아?”
레오의 물음은 뜬금없는 것이었으나, 지루한 여정에 지쳐가고 있던 일행에게 새로운 활력소가 되기는 충분했다.
그들은 현재 모래와 바람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벌판을 이틀째 걷고 있는 중이었다.
“그 주걱턱 말이지?”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이상하게 주위를 맴도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레오는 침묵하고 있던 얀을 돌아보며 한 마디 했다.
“너 뭔가 알고 있는 거 아냐? 그 녀석에 대해?”
“그, 글쎄요······ 저, 저도 잘······.”
“너랑 그때 같이 왔었잖아. 나랑 싸우기 전에.”
“그, 그건······ 그 사람이 저희 단원을 사칭했던 바람에······.”
“사칭? 하긴. 그 녀석의 정체는 매번 나타날 때마다 달라졌으니까.”
그러자 키리코가 매번 주걱턱이 화제에 오를 때마다 반복했던 말을 또 한 번 꺼냈다.
“국제 평의회의 비밀요원이 틀림없다니까? 뭔가 냄새가 나.”
”그건 그냥 코에 문제가 좀 생긴 게 아닐까요? 그리고 당신은 그 비밀요원이 뭐하는 사람들인지도 모르지 않나요?”
“그것까진 알 필요 없지. 그걸 알면 내가 비밀요원이게? 중요한 건, 그 녀석의 정체가 매번 바뀐다는 거야. 국제평의회의 비밀요원들 외에 매번 자신의 정체를 바꿔야 하는 인간이 또 누가 있겠어? 그 녀석들은 베테랑 모험가들조차 속여먹는 인간들인데.”
“웃기지도 않는 짐작이네요. 누가 보면 베테랑 모험가라도 된 줄 알겠어요, 멍텅구리 키리코씨.”
그렇게 말하면서도 시아나는 키리코를 보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희한하게도, 그녀는 키리코를 놀려먹는 걸 꽤나 즐기는 기색이 있었다.
“어쨌거나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그가 적이냐 아니냐 하는 게 문제지.”
“적이면 뭐 어때, 재미있는 녀석이잖아. 그나저나 어디로 간 걸까?”
“혹시 또 모르지. 갑작스레 튀어나올지도.”
그즈음,
“저······.”
얀이 주저주저 하며 말을 꺼냈다.
“왠지······ 곧 만나게 될 것 같은데요?”
“뭐?”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어떻게 알아?”
“그, 그냥······ 이 벌판의 끝에 왠지 그가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얀의 발언은 제법 흥미로운 것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일부 베테랑 모험가들이 즐겨하는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오호라······ 너 무슨 길잡이처럼 말하네?”
“저, 전부터 길눈이 밝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는데······.”
때마침,
“어엇, 저기! 저 아래!”
약간 앞서서 걷고 있던 키리코가 갑작스레 탄성을 내질렀다.
말없이 손가락으로 앞만 가리킨 그의 눈은 어느새 경악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손가락 너머, 느닷없이 푹 꺼진 지형 뒤쪽으로 희한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저, 저게 뭐지?”
“성? 근데 웬 성이 갑자기 이런 곳에······.”
“아냐, 잠깐······ 성도 성인데, 저 뒤쪽엔 분명 놀이기구 같은 게······ 혹시 놀이공원?”
웬 커다란 놀이공원이 길 한 가운데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주위엔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그것 하나뿐이었다.
“뭘까?”
“뭐, 뭘까요?”
반응이 다른 건 레오 하나뿐이었다.
“와! 심심했는데 잘됐다! 구경이나 가볼까?”
“근데 저건······ 누가 봐도 대단히 수상쩍지 않나요?”
시아나가 조심스레 반문해봤지만, 이미 신난 레오의 발걸음을 늦출 순 없었다.
“그게 모험의 맛이지! 가자, 가자!”
바로 그때였다.
-수수께끼 주걱턱의 놀이공원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어디선가 앳된 음성이 들려왔다.
“수수께끼 주걱턱?”
“주걱턱? 그 주걱턱!?”
이어 음성의 주인공을 찾아 고개를 돌리던 레오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어, 저기!”
레오가 가리킨 방향은 놀이공원의 정면 입구였다.
거기, 웬 피에로 가면을 쓴 꼬맹이가 한 손에 확성기를 쥔 채 가만 서 있었다.
레오의 지적에 화답하듯, 피에로 꼬맹이가 확성기를 들고 한 마디 했다.
-놀다가세요. 재미난 기구들이 참 많답니다.
레오는 다짜고짜 피에로 꼬맹이에게 다가가 물었다.
“여기가 주걱턱이 주인으로 있는 놀이공원이야?”
“네.”
“어디로 가면 주걱턱을 만날 수 있지?”
“주걱턱은 놀이공원 안에 있답니다. 들어가면 언제든 만날 수 있지요.”
“그래? 그럼 잠깐 구경 좀 해도 되지?”
그러고 들어가려던 레오를 피에로 꼬맹이가 제지했다.
“잠깐, 입장료는 백만 골드입니다.”
“뭐?”
듣는 순간 당혹감이 물씬 피어오르는 금액이었다.
“뭐가 그리 비싸!”
“그럼 50만 골드입니다.”
“······?”
“돈 아까워하실 필요 없어요. 이 안에서 그것에 수십 배나 되는 돈을 버실 수 있을 테니까요. 설마하니 50만 골드 정도에 벌벌 떠는 좀생이는 아니겠지요?”
“······아냐!”
레오는 선뜻 품에서 돈을 꺼내 피에로 꼬맹이에게 건넸다.
물론, 시아나의 돈이었다.
“다른 분들은요?”
“뭐······ 일단 한 번 가보자고.”
“흐음, 수상쩍긴 하지만 어쩔 수 없네요.”
키리코와 시아나 또한 레오에 이어 돈을 건넸다.
“저, 저는 돈이 없는데······.”
“여기 이 소년의 것까지요.”
“네, 고맙습니다. 네 분 입장 도와드릴게요.”
시아나에게서 얀의 돈까지 건네받은 피에로 꼬맹이는 얼른 품속으로 돈을 찔러 넣은 뒤, 정문의 입구를 열었다.
-손님 네 분 입장하십니다!
입구 너머로 펼쳐진 놀이공원은 그야말로 새로운 세상과도 같았다. 알록달록한 화단이 색색이 깔려 있는데다, 주변엔 온갖 놀이기구와 상점들이 즐비했고, 심지어 하하 호호 웃으며 몰려다니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좀 전까지 보던 황량한 벌판과는 몹시도 대조되는 풍경이었다.
“저기 봐! 롤러코스터야! 자이로드롭도 있어!”
“무슨 애도 아니고······.”
“우리 주걱턱 씨를 만나러 온 거 아니었나요?”
그러나 대놓고 신나하는 레오 외에도, 키리코와 시아나의 얼굴 또한 흥분으로 가득 차 있던 건 마찬가지였다.
“아, 아이스크림 가게도 있는 것 같은데요······ 저어기······.”
뿐만 아니라 얀까지.
그렇게 다들 새로이 펼쳐진 환경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였다.
“그나저나 손님들······ 운이 좋으시네요.”
어느새 따라 들어온 피에로 꼬맹이가 은근슬쩍 입을 열었다.
“마침 놀이공원에서 이벤트성 스포츠 경기를 진행 중에 있거든요. 한 번 참가해보시겠어요?”
“스포츠 경기?”
“네, 저희 놀이공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들만 모아 따로 경기양식으로 바꿔본 건데, 날이면 날마다 있는 게 아니에요. 종목도 다양한데다, 상금까지 있답니다.”
“오, 그래?”
“어떠세요? 게임도 즐기고, 돈도 벌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인데.”
레오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할래!”
또한,
“어떤 종목이지?”
“우리가 다 참가할 수도 있나요?”
키리코와 시아나 역시도 열성적으로 끼어들었다.
이에 피에로 꼬맹이는 기다리라는 듯 손을 들어 제지하더니,
“여러 종목이 있으니 한 분씩 참가하는 건 어떨까요? 일단 거기 빨강머리 총잡이 분?”
키리코에게 다가가 은근한 제안을 건넸다.
“특히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경기가 하나 있거든요? ‘저무는 석양을 향해 쏴라!’ 라고, 총싸움의 일종인데 지나가는 과녁을 많이 맞히기만 하면 되는 게임이에요. 어때요? 한 번 참가해보시는 건. 잘 하실 것 같은데.”
“총싸움?”
“네. 심지어 상금이 어마어마하답니다. 현 챔피언을 이길 시, 무려 1억 골드를 그 자리에서 드려요.”
“1, 1억? 상금이 1억?”
놀라는 키리코에게 피에로 꼬맹이가 속삭이듯 덧붙였다.
“네, 그런데 참가비는 그것의 백 분의 일밖에 안 해요. 단돈 백만 골드.”
“응? 참가비가 백만 골드나 돼?”
키리코가 되묻자, 꼬맹이가 짐짓 놀란 체를 했다.
“어머, 왜 그러시죠? 백만 골드로 무려 1억을 벌 수 있는데요? 설마 자신이 없으신가요? 그런데 총은 왜 들고 다니죠? 역시 겉멋일 뿐인 건가? 그 잘난 빨강머리마냥?”
“······참나, 누가 안한다고 했어? 그까짓 과녁 맞히기야 일도 아니라고.”
이어 키리코가 돈을 건네주자,
“잘됐네요!”
누가 뭐라 할 새도 없이, 피에로 꼬맹이가 확성기를 들고 소리쳤다.
-챔피언! 당신에게 도전하겠다는 건방진 상대가 나타났어요!
그리고 그와 동시에,
“뭐? 챔피언에게 도전을?”
“누구야 그 건방진 녀석이!?”
“저기 저 녀석이야!”
놀이공원 곳곳에 퍼져 있던 사람들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실로 당혹스런 상황이었다.
“뭐, 뭐야 이 녀석들은?”
“다 한 패거리인가?”
“내가 여기 수상쩍다고 그랬죠!”
그렇게 갑작스레 몰려든 구경꾼들 때문에 세 사람이 주춤거리고 있을 무렵,
“어, 어······ 저, 저기!”
얀이 어느 한 지점을 가리켰다.
바로 거기, 눈이 보일락 말락 할 정도로 카우보이모자를 내려쓴 주걱턱이 한 마리 회전목마 위에 올라타 있었다.
구경꾼들 또한 그를 의식하곤 소리치기 시작했다.
“우와!
“챔피언이다!”
“총싸움 챔피언 카우보이 주걱턱이야!”
참으로 희한하면서도 기묘한 상황이었다.
“주걱턱 씨가 현 챔피언인가 본데요?”
“이번엔 또 뭔 꿍꿍이인지 참······ 희한한 짓거리를 벌이는군.”
돌아가는 꼴을 보니, 녀석과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할 듯싶었다.
요 며칠 안 보인다 했더니, 엉뚱한 짓을 계획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일단 불러볼까? 이봐! 주걱턱!”
그러고 레오가 몇 차례 그를 불렀으나, 희한하게도 녀석은 안 들리는 척 귀만 후비적거릴 뿐이었다.
때마침 피에로 꼬맹이가 슬쩍 끼어들었다.
“챔피언을 부르려면 먼저 도전하겠다고 외치셔야 해요. 이곳의 규칙이라.”
“도전?”
“그와 승부를 내고 싶다고, 함께 게임하지 않겠냐고 물어야 해요.”
“참나······ 별 귀찮은 짓거릴 다.”
그러면서도 키리코는 순순히 피에로 꼬맹이의 말을 따랐다.
“이봐, 주걱턱! 네가 무슨 총싸움 챔피언이라며? 한 판 붙자 이 자식아!”
그러자,
“감히 내게 시합을 신청한 애송이가 누구지?”
카우보이 주걱턱이 기다렸다는 듯 회전목마에서 내렸다.
이어 천천히 다가온 녀석의 입가엔 진한 미소가 가득했다.
“좋아, 승부를 받아들이지.”
*
-지금부터 수수께끼 주걱턱 놀이공원의 인기 게임, ‘저무는 석양을 향해 쏴라!’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게임의 룰은 간단했다.
지나가는 과녁을 맞히기만 하면 된다.
단, 총과 총알은 제공되지 않는다.
-건방진 도전자의 기록을 먼저 측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빨강머리 애송이 앞으로!
피에로 꼬맹이의 소개와 동시에, 구경꾼들이 야유를 보내기 시작했다.
“우우!”
“건방진 애송이 녀석!”
“챔피언에게 당하고 말 거다!”
이에 레오 또한 질세라 응원을 시작했다.
“키리코! 본때를 보여주라고!”
“멍텅구리 키리코 씨! 이 정도는 할 수 있겠죠?”
“자, 잘하세요!”
시아나와 얀 또한 레오를 따라 소리쳤다.
키리코는 별 문제없다는 듯 태연스레 사격장으로 들어섰다.
“보고만 있으라고.”
꿍꿍이가 뭔가 했더니 고작해야 구경꾼들의 야유에, 총알을 지급하지 않는 정도라니.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애당초 자신에게 총알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격장 뒤편으로 붉은 태양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좋군.”
어렸을 적 밥만 먹고 사격연습에 매진했을 때가 떠오르는 풍경이었다.
절로 온 신경이 곤두서는 듯했다. 이 상태에선 타깃을 놓치고 싶어도 놓칠 수가 없다.
곧이어 저 멀리 거뭇한 무언가가 불쑥 솟았다. 인간의 그림자처럼 생긴 것이었는데, 바로 저게 과녁인 모양이었다.
키리코는 리볼버를 빼든 채, 약실을 회전시켰다.
기본적으로 장착되어 있는 마력탄의 유형은 ‘폭발’이다. 다만 이는 사격 후 다량의 흙먼지를 일으킬 염려가 있었으므로, 곧장 ‘관통’으로 바꿨다.
그러곤 멀리 보이는 과녁을 향해 곧장 마력탄을 갈겼다.
저와 같은 크기의 과녁은 눈을 감고도 맞힐 수가 있다. 더군다나 저렇게까지 느린 것이라면······.
그때였다.
“응?”
맞고 쓰러진다 싶던 과녁이 순식간에 수십 개로 늘어났다. 크기도 확연히 줄어든 데다, 심지어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기까지 했다.
“오호라······ 그래, 이래야 재밌지.”
키리코는 과녁이 올라오는 족족 쉬지 않고 마력탄을 쏴댔다. 과녁의 움직임이 빨라지긴 했지만 ‘속사’를 쓸 정도는 아니었다.
이윽고,
“끝인가?”
과녁의 출현이 멎었다.
백발백중이었다. 따로 유도탄을 쓸 필요조차 없었다.
키리코는 리볼버를 허리춤에 집어넣은 뒤, 자리로 돌아왔다.
-자, 빨강머리 애송이가 총을 집어넣고 자리로 돌아왔군요! 그의 점수 집계됐나요? 됐나요? 네! 집계가 되었다고 하네요! 자, 저 애송이의 점수는······!
키리코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점수표를 확인했다.
그러곤,
“엥?”
황당함에 입을 벌렸다.
-12점! 꼴랑 12점입니다! 모두들 저 빨강머리 애송이가 허공에다 대고 무작정 총질한 것 보셨나요? 쯧쯧, 과녁이 뭔지는 제대로 확인 하고 사격에 나섰어야죠! 그나마 탄이 튀어 본 과녁에 스치기라도 했나보네요!
“뭐, 뭐야!? 나는 다 맞혔어! 점수가 잘못된 거 아냐?”
그러나 피에로 꼬맹이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다음은 챔피언! 카우보이 주걱턱의 차례입니다!
“와아!”
“챔피언! 챔피언!”
“본때를 보여주라고!”
곧이어 카우보이 주걱턱이 사격장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왔다.
“참나, 얼마나 잘 쏘는지 한 번 보겠어.”
그러고 키리코가 불만과 황당함이 반반 섞인 눈으로 그를 지켜보고 있을 때였다.
난데없이 주걱턱이 자신을 향해 휙 고개를 돌렸다.
그러곤,
“작열하는 여섯 탄환에서 가장 파괴력이 센 탄이 뭔지 알아?”
“······뭐?”
“‘폭발’도, 네가 날린 ‘관통’도 아냐. 그 둘을 조합한 것이지.”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었다.
“잠깐, 네가 어떻게 내 고유능력을······”
“그게 어떻게 네 고유능력이야.”
그리고 이어진 주걱턱의 말과 행동에, 키리코는 놀라 기절할 뻔했다.
“내 고유능력인데.”
그러곤 녀석이 허리춤에서 리볼버 두 자루를 슥 뽑았다. 자신의 것과 똑같이 생긴 녀석들이었다.
“뭐, 뭐······.”
이어 주걱턱이 쥔 두 자루의 총이 청색의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분명 두 개의 탄을 결합할 때 나오는 빛이었다. 저건······ 자신조차도 발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기술이었다.
“하나 조언해주자면, 게임을 시작하기 전엔 게임 명을 자세히 살펴보는 게 좋아. 특히나 그게 기회가 한 번 뿐인 게임이라면 말이지.”
그러곤 녀석이 전방을 향해 두 리볼버를 들어올렸다.
헌데 두 자루의 총구가 겨눈 건, 그즈음 불쑥 불쑥 솟아오르고 있던 거뭇한 과녁들이 아니었다.
다름 아닌, 저 멀리서 붉은 빛을 흩뿌리고 있던 거대한 태양이었다.
“아니 저, 저······.”
곧이어,
탕-! 탕!
녀석의 리볼버에서 뿜어져 나온 두 마력탄이 청색의 빛 무리를 흩뿌리며 쏘아져 나갔다.
이어, 멀리 날아가던 마력탄이 보이지 않는 무언가와 갑작스레 부딪혔다.
와장창-.
허공 어딘가에 ‘진짜 과녁’이 숨겨져 있었던 모양이다.
“······.”
키리코는 우쭐대며 자리로 돌아온 주걱턱을 말없이 노려봤다.
-자, 점수가 나왔습니다! 챔피언 카우보이 주걱턱의 점수는 무려······ 100점! 역시나 이변은 없었네요! 저기 말을 잃은 빨강머리 애송이를 좀 보세요! 꼴좋네요!
속임수였다. 정당하지 않은 게임이었다.
하지만 그즈음 키리코에게 있어 승패는 하등 중요한 사항이 아니었다.
당장 머릿속엔 하나의 생각만이 주구장창 맴돌고 있었다.
놈이 내 고유능력을 훔쳤다.
“너······ 정체가 뭐지?”
벌써 여러 번 물은 질문이었다. 하지만 이전과는 그 무게가 달랐다.
키리코는 처음으로 이 주걱턱의 정체를 진심을 다해 파헤치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였다.
다만, 주걱턱은 한 마디만을 남긴 채 유유히 돌아설 뿐이었다.
“너희들 중 하나라도 나를 이긴다면, 그때 다 알려주도록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