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 Shounen Manga RAW novel - Chapter 31
31화 수수께끼 주걱턱의 놀이공원(4)
***
놀이공원 내 야외 공연장.
그 중심부, 특설된 원형의 포커 테이블에 총 다섯 명의 사람이 앉아 있었다.
나와 하카, 그리고 ‘병대’를 통해 고용한 기본 능력치의 인물 셋.
이 중 ‘병대’에서 차출한 인원들은 모두 나와 같은 플레이어이고, 하카가 딜러 역할을 맡았다.
하카를 굳이 딜러로 쓴 이유는 단순했다.
저 녀석의 실눈과 의미심장한 미소가 딜러라는 역할에 꽤나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손기술도 좋고 하니 뭐······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그리고 또 하나.
녀석을 성장시키기 위하여.
여기서 성장이라 함은 다름이 아니다. 캐릭터의 격을 높이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당연지사 자주 등장시켜주는 것이다.
물론 하카에게 이제껏 아무런 역할도 맡기지 않은 것은 아니다. 사실 나의 승리를 위해 누구보다 많은 일을 한 게 바로 이 녀석이었다.
고유능력 [일곱 그림자를 훔친 도둑]을 통해, 그림자로 과녁인 양 키리코의 주의를 끌기도 했고, 달리기 경주에선 레오의 발목을 잡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으니.
문제는 그 모든 활동이 독자들의 시선 밖에서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실 녀석에게 돌아가는 이득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녀석은 음지에서 묵묵히 일만 하고, 그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내가 받은 셈이니까.
물론 작가야 하카가 뭔 짓을 했는지 다 알겠지만, 내 생각에 그것은 현재로선 별 의미가 없다. 이 녀석은 부여된 역할이 진즉에 사라진 상태라, 당장은 작가의 호감도가 없다시피 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일단은 먼저 조금씩이라도 독자들의 관심을 얻어내는 게 중요했다. 그리하여 처음의 캐릭터성을 회복하고, 엮여 있는 설정들을 최대한 풀어간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비중 있는 캐릭터로 재차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하카를 슬쩍 돌아봤다.
그러니 기회가 올 때 잘 좀 해보라고.
“문제없지?”
“응? 저 말씀이신지?”
“그럼 너 말고 누가 있어.”
하카는 잠시간 주위에 있던 ‘병대’의 인원들을 둘러보다 이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아니 뭐, 어려울 건 없죠. 저도 한 때 카드게임을 즐겨할 때가 있었으니까요. 딜러로선 처음이긴 합니다만······ 근데 이번에 저는 딱히 뭘 할 필요 없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맞아, 없어.”
이건 사실이었다.
실제로 이번 경기에서 중요한 인물은 나와 치누아비 뿐이었다. 그 외의 인원들이 뭘 하려고 했다간 괜히 결과만 더 나빠질 수 있었다.
“그래도 뭐든 잘하라고. 패 섞는 거라도 좀 화려하게 해보던가.”
“흐음······ 필요하시다면 잠시간 상대의 움직임을 멈추게 하는 것 정도는 가능합니다. 이곳에도 그림자는 있으니. 아니면 의도와 다르게 움직이게 만든다던가.”
“오, 그래?”
사실 이 녀석의 고유능력에 대해선 나 역시 아는 바가 그리 많지 않았다.
능력이 다 공개되기도 전에, 어느새 캐릭터가 먼저 자취를 감춰버린 케이스였으니.
그나마 아는 것이라곤 일곱 개의 그림자를 조종할 수 있고, 그를 통해 대상의 움직임을 제약할 수 있다는 것 정도?
아마 이외에도 뭔가를 좀 더 할 수 있긴 할 것이다. 분명 이 녀석이 자신의 능력에 대해 언급할 당시, 이 정도는 기본이라는 식의 뉘앙스를 풍겼으니.
“음······ 아냐. 괜찮아. 그래도 혹시 필요할 것 같으면 신호를 보낼게.”
“그러시죠.”
때마침,
“자, 타짜 등장이요.”
멀리서 치누아비가 씩 웃으며 다가왔다.
“다하고 온 거야?”
“그럼요, 좋은 말씀 많이 듣고 왔습니다.”
녀석이 잠깐 짬을 내 하고 온 것은 중요한 승부를 앞둔 도깨비들이 가끔 하는 의식으로, ‘상위의 존재’에게 조언을 청하는 일종의 기도와도 같은 행위였다.
이 의식엔 일반적인 기도와 다른 점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질문을 던진 그 즉시 ‘신’에게서 답변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좋은 말씀? 웃기지도 않아.”
“설마 어르신······ 저희들의 신에 대해서도 아시는 건 아니겠지요?”
“몰라.”
“후훗, 거짓말도 잘하셔라.”
다만 문제는, 저 의식이란 게 사실 시간만 잡아먹지 쓸데없는 짓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유야 간단하다. 저 녀석이 받드는 ‘신’이라는 게 사실 그리 진지한 녀석이 아니기 때문에. 외려 답을 바라고 질문하는 이들을 골리는데 열을 올리면 올렸지.
“이제 상대만 오면 다 모이는 건가요?”
치누아비가 내 옆자리에 착석하며 물었다.
그리고 그 순간,
“후후.”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안심이 되어서였을까?
실은 이 녀석이 내 옆에 앉기 전까지 꽤나 긴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
“앉았군.”
“어······ 예. 왜 그러시죠? 갑자기 웃으시는······.”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 녀석이 테이블에 앉았음에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이는 도깨비의 등장을 작가가 용인했다는 소리였다.
처음 레오와 맞닥뜨렸을 때, 그리고 아까 레오를 유인했을 때의 치누아비는 나로 둔갑한 상태였다. 그즈음엔 레오 일행은 물론이고, 독자들 또한 이 녀석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을 것이다. 새로운 등장인물인지, 혹은 나의 기기묘묘한 능력의 일부인지.
게다가 녀석이 행한 일에 대한 모든 의문이 내게로 쏠리는 구조였기에, 이제까지는 작가로서도 크게 문제 삼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입만 다문다면, 굳이 도깨비의 존재를 따로 고려하지 않고서도 전개를 꾸려갈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이번만큼은 다르다.
이번 게임에서 치누아비는 다른 누구로도 둔갑하지 않은 채, 고유능력까지 발휘하며 활약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는 곧 이 녀석이, 나아가 도깨비라는 종족이, 이 만화에 본격적으로 데뷔한다는 뜻이었다.
당연지사 작가로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행여나 도깨비의 존재로 인해, 앞으로의 전개가 모조리 꼬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하여, 혹시라도 작가가 치누아비의 합류를 막아버리진 않을까 염려했던 것이다.
‘별 상관없다······ 이건가?’
물론, 작가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좀 더 유연한 녀석이었을지도 모른다. 항시 새로운 전개를 염두에 두고, 보다 재미있는 방향이 어떤 것일지를 생각할 수 있는. 그래서 치누아비의 등장을 막지 않았던 것일지도.
하지만 솔직히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했다.
짐작컨대, 그는 ‘어차피 별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 그러거나 말거나 일단 나라는 캐릭터가 삭제되기만 하면, 이후의 전개야 별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테니.
‘뭐, 두고 보면 알게 되겠지.’
잠시 후,
“죄송해요, 좀 늦었네요. 유독 걱정이 많은 일행이 있어서 좀 달래주느라.”
시아나가 결전의 테이블에 도착했다.
“괜찮습니다. 도망을 가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만족합니다.”
“후훗, 재미있는 말이네요.”
“그나저나 여왕, 같이 게임하는 건 처음이죠? 영광입니다.”
“주걱턱 씨, 이번엔 상대를 잘못 만났어요. 언제까지 그렇게 자신만만할 수 있을까? 내가 누군지 잘 알 텐데요.”
“길고 짧은 건 대보면 알겠죠. 그럼 바로 시작하실까요?”
*
30분 후.
이제 테이블에 앉은 이들 중, 칩이 남은 이는 나와 치누아비, 그리고 시아나 뿐이었다.
놀라웠던 건, 아직 그 누구도 고유능력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아나와 치누아비는 그런 것 없이도 강했다.
나는 뭐······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행운 물약]을 무려 세 병 째 비우며 애써 태연한 척 하고 있었던 거고.
때마침,
“그럼 이제 선수들만 남은 건가요?”
시아나가 씩 웃으며 말을 꺼냈다.
“후훗, 지루해 혼났다구요.”
치누아비 또한 기다렸다는 듯 말을 받았다. 왠지 둘은 이 상황이 오기만을 바라고 있었던 듯했다.
“실은 처음엔 그쪽도 병풍인 줄 알았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 잘 하시네요?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주걱턱 씨보다도 나은 듯?”
“골담시티의 여왕님이라고 들었지요. 단 한 번도 진적이 없는 무패의 승부사라고. 허황된 소문이 아니더군요. 안심했습니다.”
나는 뭐······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럼 슬슬 시작해볼까요? 딜러, 패 돌려주세요.”
그리고 그와 동시에,
뿅-.
난데없이 허공 한복판에 ‘그것’이 나타났다.
시아나의 고유능력, ‘공평을 싫어하는 확률 조정자’가.
자그마한 요정처럼 생긴 녀석은 테이블 위를 한 바퀴 빙 돌고는, 시아나의 어깨 위에 앉았다. 그러곤 그녀의 귀에다 대고 속닥거리기 시작했는데, 소리가 작아 자세한 내용까진 들리지 않았다.
“제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친구예요. 설마 비겁하다 말하지는 않으시겠죠? 그쪽도 둘이니까?”
“그럼요, 얼마든지.”
외려 나는 그녀가 능력을 쓰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이제는 독자들도 다 눈을 빛낸 채 기다리고 있을 게 아닌가. 과연 내가 시아나의 능력 또한 흉내 낼 수 있을지 어떨지.
이제 그 기대감을 충족시켜줄 때였다.
뿅-.
이 [공평을 싫어하는 확률 조정자]는 다른 것들과는 능력의 작동원리가 달랐다. 신체 내부에 있는 ‘동력원’을 자극해야 하는 대부분의 것들과는 달리, 이건 그냥 생각만으로도 가능했다. 시아나를 흉내 대상으로 지정한 뒤, ‘이기고 싶다’는 마음만 먹으면, 이렇게 예쁘장한 요정 같은 녀석이 뿅 하고 나타나······.
“응?”
나는 한순간 눈을 의심했다.
“오······ 과연 어르신의 요정답군요.”
“······귀엽네요.”
허공에 떠 있는 건 자그마한 주걱턱이었다.
턱이 무슨 날개만 했다.
“······.”
나는 재빨리 고개를 털어 정신을 바로 잡았다.
생김새야 뭐가 중요할까. 중요한 건 그 능력이다.
바로 그때, 녀석이 뾰로롱 내게로 날아왔다.
그러곤,
-네가 나를 불렀니? 미안한데, 못생긴 녀석은 좋아하지 않아.
“뭐? 아니······.”
-알아서 해. 널 도울 생각은 없으니까.
황당한 소리를 지껄였다.
“아니······.”
나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이 녀석이 내 말을 듣지 않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당연지사, 듣게 만드는 법 또한 몰랐다. 시아나의 확률 조정자가 그녀에게 이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본 적이 없었으니까.
변수였다.
그즈음,
“슬슬 베팅을 시작해도 될까요?”
치누아비가 슬쩍 말을 꺼냈다. 녀석은 따로 무엇을 하지는 않았는데, 일단은 지켜만 볼 생각인 듯했다.
이후 경기는 완전히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시아나의 압도적 우위였다. 매판 포커나 스트레이트 플러시를 띄우는데, 한 마디로 그냥 속수무책이었다.
나의 주걱턱 요정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고, 치누아비 또한 맥을 추리지 못했다.
그나마 치누아비는 중간 중간 무엇을 해보려는 듯 보이긴 했으나, 딱히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는 못했다. 한 번씩 시아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심각한 표정을 짓게 하는 데까진 성공했지만, 그게 고작이었다. 확률조정자의 등장 이후, 내리 열다섯 판을 그녀 혼자서 독식했던 것이다.
위기였다.
이제 나와 치누아비에게 남은 칩은 둘이 합쳐 시아나의 5분의 1 정도. 얼마 안 가 게임이 끝나고 말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 말인즉슨,
“후훗, 위험하네요! 우리 이러다 지겠는걸요?”
마침내 저 관종 도깨비가 가장 좋아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뜻이다.
그 무렵 치누아비의 복슬복슬한 머리카락 사이에서 뿔 하나가 봉긋이 솟았다.
고유능력의 발동을 알리는 도깨비 뿔.
바야흐로, ‘모험왕’에서 도깨비가 본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아직 포기하지 않았단 말이에요? 이쯤 되면 서로의 격차를 알아차릴 법도 한······ 응? 뿔?”
“여러 번 속였다고 생각했는데도 결국 죽지 않고 베팅을 이어가시더라구요. 그건 역시 교란시킬 대상을 잘못 선정했다는 것이겠지요?”
곧이어 치누아비의 뿔이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하더니, 순간 하나의 빛이 폭사하듯 뿜어져 나왔다.
빛은 어느 한 대상을 향해 있었다.
바로 시아나의 확률 조정자.
빛을 맞은 녀석은 언뜻 멀쩡해 보였다. 일순 당황해 하던 시아나도 녀석의 속닥거림을 들은 이후, 금세 평온을 되찾았다. 아마 ‘아무 이상 없어’란 말을 했던 게 아닐까.
하지만 그녀로선 조금 더 신중한 판단을 내렸어야 했다. 도깨비들의 고유능력은 대개, 외관상의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니까.
이윽고,
“······어?”
시아나가 얼굴이 몹시도 구겨졌다.
스페이드 A, K, Q 다음에 온 카드가 스페이드 J가 아닌, 생뚱맞게 클로버 7이었던 것. 이는 확률조정자가 있는 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뭔 짓을 하긴 했군요?”
“흐음, 글쎄요?”
이어 마지막 히든 패까지 받아든 시아나의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렸다. 기다리던 패가 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죽어요.”
확률 조정자의 등장 이후 첫 패배.
시아나는 애써 태연함을 유지하려 했지만, 그녀의 포커페이스는 완벽하지 않았다.
사실 그도 그럴 게, 이제까지의 그녀는 굳이 표정연기 따위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의 강자였기 때문이다.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조마조마한 마음이 없잖아 있었는데.
녀석의 말은 진실이었다. 도깨비의 ‘장난’은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설마하니 ‘능력 그 자체’라 볼 수 있는 확률 조정자에게까지 통용될 줄이야.
[규칙을 가지고 노는 장난꾸러기]
치누아비의 고유능력인 이것은 수식어와는 다르게 규칙 자체를 바꾸진 못한다. 단지 어떠한 규칙, 혹은 법칙에 얽매어 있는 대상을 혼동에 빠뜨려, 본래의 규칙을 잊어먹게 만들 뿐이다.
저 확률 조정자의 표정으로 보건대, 본인은 본인의 잘못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저 칭찬이 고프다는 표정으로 시아나를 바라보고 있었으니.
짐작을 해보자면, 아마 도깨비 빔을 맞곤 시아나와의 거래 규칙에 혼동이 왔던 게 아닐까. 그녀의 우정을 얻기 위해선 그녀가 원하는 패가 나올 확률을 15%정도로 고정해야 한다는 식으로.
“······숨겨둔 한 수는 있었군요.”
단 세 판 만에 시아나는 본인의 친구를 거둬들였다. 더 이상 녀석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인정한 것이리라.
하지만 이제 다시 원점일 뿐이었다. 확률조정자가 있든 없든 간에 그녀는 강하니까.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이제는 내 차례였다.
치누아비에게 더 부탁할 생각은 없었다. 녀석은 할 일을 마쳤다. 일찍이 내가 녀석에게 부탁했던 건 시아나의 확률조정자를 맡아 달라는 것뿐이었으니까.
시아나는 내가 이겨야 했다. 그게 그림이 맞으니.
문제는, 현재의 나는 확률조정자가 없는 시아나조차 이기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설득을 해야 했다. 저 주인 말도 안 듣는 황당한 주걱턱 요정을.
‘야.’
나의 부름에, 저 멀리서 딴청을 피우던 녀석이 살포시 눈을 치켜떴다.
-설마 나 부른 거니?
‘나 원래 잘 생겼어.’
-외모만큼이나 웃기는 소리를 잘도 하는구나?
‘제대로 봐봐. 당장은 주걱턱처럼 보이겠지만 실제론 아니라니까?’
-보기 싫어.
‘아니, 근데 잠깐만. 너도 주걱턱이면서 왜 내가 못생겼다는 거야?’
-저질. 숙녀에게 실례되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네.
허······ 심지어 여자였다고?
굉장히 당혹스러웠지만,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아아, 미안. 방금 말은 장난이었어. 그러지 말고 자세히 봐봐. 너라면 내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을 거 아냐?’
내가 믿고 있던 건 [마녀의 저주를 받은 소년] 배경 속 모습이었다.
물론 이 녀석이 그 모습을 볼 수 있는지 없는지는 알지 못했다. 다만 시아나의 확률조정자가 가끔씩 그녀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설정이 존재했기에, 나 또한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곧이어 미심쩍어 하던 요정이 내게로 다가왔다. 어깨에 앉을 줄 알고 어깨를 내줬으나, 녀석이 택한 곳은 한참 떨어진 허공 위였다.
-참나, 뭔 모습이 숨겨져 있다는······ 어머나!
‘봤니? 봤어? 어때, 괜찮지?
잠시간 침묵하던 녀석이 이내 슬쩍 입을 열었다.
-흠흠. 미안한데, 너 그 정도 아니야.
그래도 어느 정도 호감은 산 듯했다.
‘어쨌거나 친해질 정돈 될 거 아냐. 부탁 좀 들어주라고.’
‘흠······ 대신 대가가 필요해.
‘대가? 뭔데. 말만해.’
우정을 약속해달라고 할 줄 알았다. 시아나의 경우가 그랬으니까.
-그 얼굴로 변하면 나한테 예쁘다고 말해. 하루에 백번 씩.
······.
순간 당황했지만, 금방 정신을 다잡았다.
어차피 뭐, 다신 안 보면 되니까.
‘확인. 그럼 이제 내 요구사항 말해도 되지?’
-내가 바본 줄 아니? 다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쫄지 말고 돈이나 걸어. 무조건 이기게 해줄 테니.
나는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가보자고”
*
10분 뒤.
-네! 길고 길었던 포커게임이 끝이 났네요. 역시나 최후의 승자는 도신(賭神) 주걱턱! 어디 쬐끄마한 도박판에서 잠깐 놀았던 실력으로 챔피언에게 도전 하나요!
나는 이겼다.
시아나는 별 말 없이 테이블을 떴고, 나는 한동안 그 모습을 지켜보다 돌아섰다.
때 이른 최초의 패배는 저 승부의 화신을 보다 강하게 만들 것이다.
어쨌거나 이제······ 마지막 결전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