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 Shounen Manga RAW novel - Chapter 34
34화 어드벤티움
***
[챕터13 – 흉내쟁이 곡예사가 종료되었습니다]
“흐음.”
레오 일행의 반응이야 별 게 없었다.
일단 나의 변한 외모에 좀 놀라고,
“주, 주걱턱이! 주걱턱이 줄어들었어!”
“그, 그게 네 본 모습이라고?”
“주걱턱 씨 당신······ 참······ 예쁘게도 생겼······ 어멋!”
이어, 내 이름에 약간 반응하는 정도?
“히로?”
“뭐야, 그 약해빠진 이름은?”
“근데 그게 뭐 어떻다는 거죠? 설마 알려주겠다는 게 그게 다인 가요?”
뭐, 당연한 소릴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 세계에서 모험왕을 꿈꾸지 않는 이는 없으니까. 물론 이를 입 밖으로 내뱉는 녀석은 현재로선 레오를 제외하고 없다시피 했지만.
즉, 기껏해야 본 모습(?)과 이름 하나 알려준 것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쩨쩨하니 뭐래니 분통을 터뜨리는 게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긴 했다.
다만 독자들과 작가는······ 글쎄, 어쨌거나 임팩트는 확실히 있었던 모양이다.
[수수께끼 주걱턱의 캐릭터 평가가 갱신되었습니다]
[이름이 ‘히로’로 변경되었습니다]
[특징에 ‘알고 보니 미소년?’이 추가되었습니다]
[수많은 독자들의 성원이 잇따랐습니다]
[인지도가 28,500 증가했습니다]
[작가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다섯 명의 독자로부터 팬아트를 받았습니다]
[작가 호감도가 5 상승했습니다]
[재등장 가능성이 50%로 올랐습니다]
[상태]
-이름 : 히로(수수께끼 주걱턱)
-특징 : 힘이 무척 세다, 허세가 있다. 말이 많다, 비밀스러움. 알고 보니 미소년?
-인지도 : 40,259
-작가 호감도 : 46
-재등장 가능성 : 50%
띠링-.
[챕터의 메인 빌런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습니다]
[‘히로’의 공식 캐릭터 일람에 주요기록으로 등재됩니다]
[캐릭터의 격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배경사용조건을 완수하여 ‘흉내쟁이 곡예사’가 캐릭터에 완전히 귀속됩니다]
[작가 특전 페이백 3000p가 지급됩니다]
‘오, 격 대폭 상승!’
정확한 수치의 확인은 불가능했지만, 어쨌거나 기분은 좋았다.
띠링-.
[작가에 의해 캐릭터 최종평가가 산출되었습니다]
[히로는 다음 챕터의 예비 출연 대상입니다]
[인지도 상승에 따라 캐릭터 포인트가 85,500p 지급됩니다]
[작가호감도 상승에 따라 캐릭터 포인트가 500p 지급됩니다]
[독자의 열렬한 성원(팬아트)을 이끌어냈음으로 캐릭터 포인트가 5,000p 지급됩니다]
[재등장률 상승에 따라 캐릭터 포인트가 500p 지급됩니다]
“크······.”
무려 3만에 육박하는 인지도 상승이었다. 그리고 그에 따른 8만이 넘는 포인트 보상. 절로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충만함이 일 정도였다.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근데 그 정도로 인상 깊었나?’
나는 아까의 일을 곰곰이 되뇌어봤다.
유령 다섯 마리 소환하고, 얀을 어퍼로 날려버린 후, 냅다 모험왕이 되겠다고 선언.
하긴 엑스트라인줄만 알았던 녀석이 조력자가 되었다가, 대뜸 빌런처럼 등장했다가, 종래엔 확 달라진 모습으로 레오의 라이벌을 자처하는 것이었으니. 내가 독자였어도 눈길이 좀 갔을 것 같긴 했다.
‘나 좀 멋졌던 듯?’
하지만 물론, 실제 호감도가 어떨지에 대해선 알 수 없었다. 이 인지도라는 게 꼭 긍정적인 반응만을 나타내는 건 아닐 테니.
‘아냐, 성원이라는 말이 붙었으니 긍정적인 쪽만 취합한 건가?’
흐음.
이내 나는 고개를 털었다.
굳이 생각해볼 게 뭐 있나. 어차피 조금 이따 직접 확인해 보면 될 일인데.
여기 캐릭터 상점엔 현재 내가 잘 하고 있는지 어떤지를 곧장 알려주는, 대단히 편리한 상품이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챕터 독자 코멘트 열람]
비단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군침만 흘리다 결국 돌아선 여러 자잘한 배경들과 챕터 관련 상품들, 그리고 혹시 모를 [삭제 유예권]까지.
지난 날 포인트가 부족해 구매하지 못했던 상품들을 마침내 살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상점 뒤졌다. 오늘 다 턴다. 쫌만 기다려라.”
이어, 나는 다시금 캐릭터 평가에 대해 고찰했다.
독자의 반응? 괜찮았다. 좋았다.
하지만 이번 평가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역시나 작가의 태도였다.
무반응.
희한한 일이었다.
나는 분명 작가의 주의를 끌었다.
그 또한 순순히 인정하지 않았는가.
[작가의 시선을 끌었습니다]라고.
헌데 ‘작가 호감도’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상승하지도, 하락하지도 않았다. 매번 티날 정도로 자신의 기분을 표출하던 양반이 말이다.
따로 5가 오른 것은 팬아트 때문에 오른 것이지, 작가의 순수한 의지라 볼 수 없었다.
‘침묵이라······.’
물론 그의 생각을 제대로 파악할 순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상황을 긍정했다. 당장 작가가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치진 않았으니까.
실제로 내가 링 위에서 한 발언은 그에게 던진 포고와도 같았다. 애당초 내 말의 진의를 알아들을 수 있는 이는 작가뿐이고, 이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이도 그뿐이기 때문이다.
하여, 나는 엄청난 고난과 시련이 닥칠 것까지 각오했었다. 소년만화에서 ‘라이벌’이라는 요소가 지니는 상징적인 의미와 그 역할의 비중을 생각해볼 때, 작가 입장에선 솔직한 말로 ‘이 새끼가 진짜 돌았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본래부터 이 만화엔 그 같은 라이벌적 요소가 약했다. 여러 모험단이 나오고 비중 있는 캐릭터들 또한 많이 등장하지만, 딱히 라이벌이라고 칭할 만한 녀석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곧, 나라는 캐릭터 하나 때문에 이 이야기 전체가 완전히 요동칠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아, 설마 황당해서 넋이 나간 상태인 건가?’
이건 확실히 그럴듯한 추론이었다.
하지만 나도 할 말이 없진 않았다. 애당초 이 라이벌이란 요소는 연재 내내 수많은 독자들이 줄기차게 바라던 것이기도 했다. 라이벌 캐릭터나 모험단이 있으면 훨씬 더 재미있을 것 같다고.
즉, 이야기의 재미 측면을 따졌을 때 나는 작가에게도 이득이 되는 존재라는 것이다. 뭐, 새로운 전개를 뽑는데 머리가 좀 아플 수 있긴 하겠지만.
작가가 이를 의식하고 있다면, 나에 대해서 좀 더 열린 사고를 가질 수 있는 것 아닌가?
‘아니지, 잠깐.’
어쩌면 작가는 이미 나라는 캐릭터를 활용할 새로운 전개구상에 들어갔는지도 모른다. 이 침묵이 바로 그것의 증거일지도.
‘음······ 아냐. 그건 너무 나갔지.’
그냥 작가가 아직 나의 선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그냥 이름과 포부를 밝힌 것 정도에 불과하고, 감히 라이벌이 되겠단 뜻으로 까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일지도.
“뭐, 곧 알게 되겠지.”
어쨌거나 그의 호감도가 당장 떨어지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긍정회로를 돌려도 무방할 듯싶었다.
“그럼 이제 슬슬······.”
나는 홀로그램 창 하단에 뜬 ‘캐릭터 상점’ 문구로 눈을 돌렸다.
고대하던 쇼핑 타임이었다.
상점에 들어가자마자 내 입에서 자연스레 탄성이 흘러나왔다.
[현재 보유 포인트 : 97,573p]
“크······.”
이제 시작이라고, 고작해야 이 정도에 감탄해서야 되겠냐고 중얼거리면서도, 절로 콧노래가 나오는 수치였다.
“가보자, 가보자.”
나는 가장 먼저 ‘챕터’ 항목부터 들어갔다. 딱히 구매 우선순위를 둔 건 아니었고, 그냥 습관성이었다. 그간 늘 ‘챕터 이동권’부터 버릇처럼 사곤 했었던 것이다.
이어 상품을 구매하려는 순간,
“······엥?”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눈을 비비고 있었다.
“뭔데 이게.”
[챕터 진행구역으로 곧바로 이동 1회 – 2000p]
가격이 이상했다.
분명 전에 봤을 때까지만 해도 150포인트였다.
한 번 비비고 다시 봤다.
2000p였다.
“장난하나.”
세일을 그만할 순 있다. 챕터도 두 자리 수에 들어갔고, 포인트도 슬슬 모일 시기니까.
하지만 이건 아니지 않나. 대뜸 가격을 올려? 것도 열 배나?
무슨 조짐이라도 있었다면 모를까, 그런 것도 아니었다.
둘러본 다른 상품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최소 세 배에서, 최대 열 배씩 값이 뛰어 있었다.
“······.”
나는 그즈음 내가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인정했다.
나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검토? 웃기는 소리.
작가 이 놈은 나를 싫어하는 게 맞다. 아주 그냥 꼴 보기도 싫어하는 게 틀림없었다.
“하다하다 별 짓을 다하는구먼.”
좀생이 같으니라고.
그제까지 좋았던 기분이 죄 가라앉아버렸다.
상점 창도 꺼버렸다. 당장은 보고만 있어도 열불이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여기 있었네.”
누군가가 슬쩍 곁으로 다가왔다.
코코아였다.
“어,”
“지금은 주걱턱이네?”
“어, 한 시간 지나서.”
“한 시간?”
“그런 게 있어.”
대충 대답했음에도, 코코아는 그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딱히 관심이 있어 물었던 건 아닌 듯했다.
대신,
“난 지금 모습이 더 좋아. 아까 그 비리비리한 건 별로······ 괜히 계집애 같기만 하고.”
대뜸 자신의 취향을 설파했다.
“······보는 눈 한 번 특이하네.”
나는 그러고 잠시 침묵한 뒤, 이내 한 마디를 덧붙였다.
“이건 가짜 모습이야. 아까 그게 진짜고.”
이번엔 이유를 물을 줄 알았다.
헌데,
“진짜 가짜가 어디 있어. 주걱턱은 주걱턱인 걸.”
코코아는 그러고 툭 내뱉듯 말했다. 이번에도 딱히 궁금해 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희한한 일이었다. 그러곤 내 옆에 털썩 앉은 채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는 꼬맹이를 보자, 어째선지 그제까지의 화가 슬쩍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히로라고. 주걱턱이 아니라.”
코코아는 들은 척도 안했다.
“주걱턱. 주걱턱.”
“참나.”
“주걱턱이면서 아닌 척 하네.”
“······그래, 네 맘대로 해.”
그냥 그러고 말았다.
뭐, 나쁘지 않은 기분이어서.
그즈음,
“근데 이제 우리 뭐해?”
코코아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
“뭐하냐고? 그냥 뭐······ 아!”
그러고 보니 이렇게 미적거릴 때가 아니었다.
“말 잘 꺼냈다. 우리 바빠.”
“갈 데 있어?”
“갈 데도 있고, 약간 촉박하기도 하고.”
“왜?”
“뭐랄까······ 버스 타고 갈랬는데 요금이 많이 올랐어. 얼토당토않을 정도로. 기사를 잡아 족칠 수도 없고 참. 여튼, 그래서 그냥 걸어가려고.”
“난 좋아.”
“좋기는. 나중에 딴 소리하지 말고 주머니 안에 이것저것 잘 챙겨 둬.”
그러자 코코아가 또 한 번 문득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
“근데 놀이공원은?”
“놀이공원?”
“챙길까?”
“······뭐?”
당혹스러웠다.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챙기긴. 그냥 둬. 알아서 하겠지.”
“누가?”
“몰라도 돼. 있어.”
그러자 코코아가 고개를 숙인 채 작게 중얼거렸다.
“재미있었는데.”
“······.”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이 녀석이 아쉬워하는 모습이, 희한하게도 마음이 쓰였다.
이럴 땐 뭐라고 해야 되지?
잠시 후, 나는 간신히 알맞은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다음에······ 다음에 또 놀자.”
“정말?”
“어.”
나는 그러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코코아에게 한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어차피 재미있는 일이야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당장 다음 목적지만 하더라도, 이 녀석 입장에선 흥미진진한 일들이 가득할 테니.
“일단 출발하자, 다 어디 있어?”
*
2주일 후.
거대도시, 어드벤티움.
[모험왕 연재가 재개되었습니다]
[챕터15 – 정식 모험가 자격시험(1)]
[진행 중인 챕터의 권역에 속해 있습니다]
[히로는 이번 챕터의 캐릭터 평가 대상입니다]
딱 맞춰 도착했다.
“와, 많다!”
코코아가 탄성을 내질렀다.
“어르신, 잘못하다 치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잘 좀 피해봐.”
사방을 둘러봐도 사람이 그득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인파였다.
어드벤티움. 일명 모험가의 도시로 불리는 곳.
이곳이 이렇게 불리는 까닭은 두 가지였다.
첫째, 모험가 협회의 중앙지부가 있는 곳이기 때문에.
둘째, 정식 모험가 자격시험이 치러지는 곳이기 때문에.
이곳이 바로 검은 그림자에 이은 두 번째 거대 에피소드, ‘모험가 자격시험’이 펼쳐질 도시였다.
“이 많은 이들이 다 모험가를 꿈꾸는 이들이라니······ 두근두근 대네요.”
“하지만 실제 합격하는 이들은 소수라죠.”
“그게 바로······ 우리?”
셋은 벌써부터 꽤나 신난 모습들이었다.
이에 대해선 나도 약간 놀랐는데, 코코아야 그렇다 치더라도 다른 둘 또한 이 모험가 시험이란 것에 이토록 눈을 빛낼 줄은 몰랐던 것이다. 문제풀이에 환장하는 도깨비라 그런가.
“후훗, 모험가라는 작자들이 어찌 그렇게 뻗대고 다니는 걸까 궁금했었는데······ 이제야 확인할 수 있겠네요. 정말로 대단한 자들인지, 뭣도 아니면서 콧대만 높은 자들인지.”
“합격률이 대단히 낮다고는 하지만······ 치누아비 님이라면 분명 문제 없으실 겁니다.”
“후후, 별말씀을. 하카 님만 할까요.”
기묘한 일이었다.
다른 때는 다 괜찮은데, 유독 저 둘이 대화하는 것만 보면 그냥 짜증이 났다.
“놀고 자빠졌네. 자, 다들 주목.”
나는 손뼉을 치며 모두의 주의를 모았다.
일행의 목표의식이 뚜렷한 것 자체는 나무랄 데가 없었지만, 사실 그냥 합격하는 걸로는 부족했다. 이번 에피소드에서 달성해야할 목표는 고작해야 그 정도가 아니었으니.
소년만화에서 라이벌 역할을 맡은 캐릭터에게 요구되는 필수조건이 하나 있다.
바로 ‘잘난 놈’일 것.
웃기게도, 이 주인공이란 놈들은 지들보다 뒤떨어지는 놈은 라이벌로 쳐주지도 않는다. 훨씬 앞서가고, 잘나가는 녀석이어야만 간신히 그 자격을 획득할 수 있다.
내가 이 라이벌이란 지위를 확정지으려면, 이번 에피소드의 활약이 무척이나 중요했다. 이 모험가 시험엔 순위라는 게 있어, 누가 제일 잘났고, 누가 제일 형편없는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다.
고로,
“합격? 고작 그 정도가 아니야. 이번 모험가 자격시험에서 우리는 최고의 성적을 달성한다.”
이것이 내 목표였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나만 잘해선 곤란했다.
“자, 모험가 시험에 대해 본인이 아는 게 많다. 손.”
그러나 자신감 있게 나서는 녀석이 없었다. 역시나 뭣 모르고 떠들 때부터 알아봤다.
“그러고선 합격이니 뭐니 하고 있네. 시험은 이미 시작됐어. 시험관을 찾는 것부터가 예선이거든.”
모험가 시험은 따로 분야를 나눠놓고 진행되지 않는다. 길잡이를 지향하는 이든, 해독가 혹은 대적자를 지향하는 이든, 모두 같은 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작은 길을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어느 모험이나 그렇듯이.
“시험관. 찾아볼래?”
나는 그러곤 코코아를 슥 돌아봤다.
물론 나는 시험관이 누구인지, 또 어디에 있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굳이 코코아에게 차례를 넘긴 이유는 단순히 이 녀석의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함이 아니라, 치누아비와 하카에게 보여주기 위함도 있었다. 모험가 시험에선 동료의 능력을 아는 것 또한 대단히 중요한 사항이었기 때문이다.
“시험관?”
“어. 힌트는 안 줄 거야.”
심지어 일부러 꽤 떨어진 곳으로 온 상태였다. 이 많은 인파 사이에서 찾는 게 그리 만만치는 않을······
“뒤에 있네.”
“뭐?”
“뒤에 저 홀쭉이.”
“······.”
돌아보니, 웬 왜소한 체구의 말라깽이 하나가 어느 상점가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시험관은커녕, 그 근처에도 가지 못한 녀석이었다. 내가 만화에서 봤던 시험관은 꽤나 체격이 좋았었으니까.
그리고 그냥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얼굴이었다.
“아닌데?”
“아니긴.”
그러곤 곧바로 다가가는 것이었다.
“시험관 맞지?”
황당했다.
“아니, 야 너 지금 무슨······.”
바로 그때,
“일행은 총 네 분이십니까?”
우리를 의식도 못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던 녀석이 난데없이 희한한 소리를 내뱉었다.
“응.”
“따라오시죠.”
“······.”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렇게 우리는 말라깽이의 뒤를 따라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