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 Shounen Manga RAW novel - Chapter 38
38화 민트초코 맛 보물?
***
길잡이 뽑기.
간단하다. 말 그대로, 길잡이들이 아직 수용가능 인원이 남은 모험단에게 본인들을 파는 것이다.
모험단의 인원을 시험 도중 늘릴 수 있다는 규정 또한 사실 이 때문이 컸다.
“자격시험 4회 차! 면접 환영이요!”
“자격시험 5회 차! 웬만한 루트 다 꿰고 있고, 비밀 정보도 있습니다!
“자격시험 7회 차! 일단 얼굴 보고 얘기합시다!
해독가나 대적자 포지션은 이런 경우가 없다. 유독 길잡이 쪽에서만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데, 그에 대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모험가의 세 유형, 길잡이와 해독가, 그리고 대적자 포지션은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요소가 각기 다르다.
고유능력을 제외하고,
길잡이 능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히든 특성’이고,
해독가의 경우 ‘종족’이며,
대적자의 경우 그 모든 요소의 ‘조화’이다.
요컨대, 길잡이의 능력은 ‘길눈’이라는 히든 특성에 의해 몹시도 강하게 좌우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히든 특성이란 게 눈에 쉬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길잡이들이 제아무리 길눈이 좋다는 걸 어필해도, 이를 판별하기란 쉽지가 않다. 설사 목적지까지의 길을 정확히 맞힌다 하더라도, 이를 길눈으로 파악한 것인지, 아니면 정보를 미리 취득해 있던 상태였는지를 좀처럼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웃기게도, 제대로 된 길잡이를 알아보려면 제대로 된 길잡이가 필요했다.
더욱이 현재 이곳에서 펼쳐지는 길잡이 뽑기엔 한 가지 문제가 더 있었다.
바로, 이들 중에 모험가 협회에서 집어넣은 가짜들이 있다는 것.
“코코아, 저기 저 녀석. 길잡이 아니지? 아니면 길눈이 형편없거나.”
“누구?”
“저기 저 대머리. 험상궂게 생긴 녀석.”
나는 한 쪽 구석에서 죽어라 소리를 질러대고 있는, 누가 봐도 대적자 특성을 지녔을 것 같은 외모의 대머리를 가리켰다.
그는 본인이 이제껏 자격시험에서 세 차례나 떨어졌지만 보물을 찾는 데엔 실패한 적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었는데, 나는 그것이 거짓이라는 걸 단번에 간파했다.
“길잡이는커녕, 아는 길도 헤맬 놈이야. 맞지?”
내게도 미약하긴 하나, ‘길눈’ 특성이 존재했다. 아마 틀리지 않을 것이다. 분명 내 격이 오름에 따라 이 또한 같이 따라 올랐을······.
“아니. 아주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주걱턱보다는 한 다섯 배 정도 좋은 듯.”
“······진짜로?”
“응.”
“······희한하네. 그런 관상이 아닌데.”
이는 실제 내 감상이었다. 아직 능력이 일천해서인지, 그에게선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이 녀석과 비교했을 때 말이다.
나는 코코아를 다시 한 번 힐끔 쳐다봤다.
현재 내 눈엔, 이것이 ‘길눈’ 특성에 의한 작용인지 확신할 순 없지만, 코코아의 눈이 마치 별처럼 반짝거리는 것으로 보였다.
만약 빛의 밝기가 곧 능력의 수준을 뜻하는 거라면?
‘대박이긴 하네.’
거울이 없다는 게 다행이었다. 현재 내 눈은 썩은 동태의 그것과 다르지 않을 테니.
흠흠.
어쨌거나 처음부터 실력 있는 길잡이를 대동한 채 시험에 응한 모험단이라면 별 상관이 없지만, 그런 모험단은 소수에 불과했다.
즉, 대다수의 모험단에겐 이 ‘길잡이 뽑기’가 위기이자 기회의 판이었다.
대충 훑어만 봐도 수많은 모험단들이 고민에 잠긴 게 보였다.
한 번 단원이 되면 취소는 불가능하다. 도움이 되는 동료를 맞이하느냐, 짐짝, 혹은 폭탄을 짊어지게 되느냐.
해당사항이 없는 입장에서, 이만한 구경거리도 없었다.
그때였다.
“자격시험은 이번이 처음! 하지만 누구보다 길을 잘 보지!”
······.
“귀중한 보물을 손에 쥐고 싶나! 그렇다면 나 코코아를 찾아······.”
“뭐하냐 너.”
그러자 코코아가 말을 멈추곤 나를 힐끔 쳐다봤다.
“그냥.”
“······허.”
“가만 생각해보니 주걱턱이 요새 나를 좀 막 대하는 것 같아.”
“뭐?”
“놀이공원에서 사회자로 막 부려먹고도 돈 한 푼 안주고. 칭찬해 주지도 않고.”
실로 황당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었다.
오히려 사회자 역할이 재미있다며 이대로 끝내지 말고 앞으로 100게임만 더 하자고 졸라대던 게 바로 저 녀석이었다. 게다가 언제는 내가 구해줘서 도와주겠다더니, 몰래 놀이공원 입장료나 삥땅치고 있었고.
“그리고 칭찬은 해줬잖아? 사회 잘 본다고.”
“그건 당연한 거고. 귀엽다고도 해야지.”
“······?”
“혹시나 싶어 말하는데, 나의 소중함을 까먹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저기서 소리치는 사람들 중에 나보다 눈이 좋은 사람은 없어. 심지어 폭발적인 귀여움까지 갖췄는데 말이야. 일단 알아 두라고.”
“······호오, 그래?”
대체로 황당한 소리들이었지만, 개중에 의미 있는 발언이 섞여 있긴 했다.
본인이 최고다.
이에,
“그럼 저 녀석이랑 비교해도? 쟤보다도 네가 눈이 좋아?”
나는 곧장 저 멀리 떨어져 있는 한 소년을 가리켰다.
얀.
그즈음 얀은 어째 허둥대는 꼴로 일행에게 뭔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 눈에 비치는 길들이 제법 많은 모양이었다.
실은 이곳 중앙 광장에 온 순간부터 레오 일행을 주목하고 있었다.
과연 어디로 가려나 하고.
이미 만화로 무수히 많이 본 에피소드이긴 하나, 레오 일행이 가는 길까지 정확히 알고 있진 않았다. 장면, 장면 생략된 컷도 많고, 어느 즈음부턴 배경이 의미가 없는 지하수로로 방향을 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어차피 뭐 따라 갈 수도 없었으니.
이곳에서 다른 모험단을 그대로 뒤쫓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되어 있으며, 적발될 시 협회 차원에서 강도 높은 제재를 받는다. 오롯이 단에 소속된 길잡이의 힘으로 보물을 찾아내야 하는 게 협회의 방침이었다.
우연찮게 길이 겹치는 경우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설사 같은 보물을 향해 간다하더라도, 길잡이마다 들어서는 길이 어느 순간부터 제각각 달라진다. 어떻게 그 같은 일이 가능한지에 대해선 따로 설명이 되어 있지 않았지만, 모험가 자격시험 내에 적용된 설정이 그랬다.
코코아는 나의 물음에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음······ 쟤는 약간 애매하긴 한데······.”
그때였다.
‘엇?’
얀을 비롯한 레오 일행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됐고, 길 대충 찾고 있었지? 어디로 가야 돼?”
“찾아뒀으니 듣고 싶으면 칭찬부터 해.”
“빨리 말이나 해, 이 귀여운 꼬맹아.”
그러자 코코아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저 녀석들이 가는 쪽으로.”
레오 일행이 움직인 방향을 가리켰다.
방향이 같은 걸 보아하니, 둘이 같은 보물을 본 모양이었다. 물론 가다보면 길이야 달라지겠지만.
‘일단 이 녀석도 얀 정도 급이라는 건가?’
나는 약간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코코아를 바라봤다.
나와 함께 다닌 지는 꽤나 오래됐지만, 이 녀석이 독자들 앞에 모습을 내비친 건 사실 최근의 일이었다. 골담시티에서도, 데스톰브에서도 코코아가 레오의 시점에 걸린 적은 없었다. 놀이공원 때가 바야흐로 첫 등장이었다는 것이다.
헌데도 무려 저 ‘얀’과 동급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이는 분명,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히 놀라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데 혹시······ 다른 길 없어? 지금 보이는 것보다 더 굉장한 보물이 기다리고 있는 길.”
나는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하카를 보며 하나 확신하게 된 게 있었다.
나의 격이 상승할수록, 나와 함께 있는 이들의 격과 능력 또한 함께 업그레이드된다는 것.
당연지사, 이는 코코아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실제로 나는 아까 이를 확인하기까지 했었다. 길눈은 아니지만, 이 녀석의 실제 힘을 한 번 시험해봤던 것이다.
놀랍게도, 코코아는 물에 젖은 바이킹을 반쯤 들어올리기까지 했다.
본래도 저 녀석은 체구에 맞지 않는 괴상하리만치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게 몇 배는 더 강해져 있었던 것이다.
길눈 또한 이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코코아는 내 말을 듣곤,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잠시 후,
“뭐 하나 보이는 것 같긴 한데······.”
녀석이 슬며시 입을 열었다.
“정말?”
“근데 너무 어렴풋해. 아닌 거 같아.”
“아냐, 좀 더 자세히 봐봐. 확실해? 보이긴 해?”
“보이기는 하는데······.”
“그럼, 됐어. 안내해.”
사실 이는 굉장히 모험적인 시도였다.
이유야 간단하다. 이게 만약 잘못된 길이라면? 그냥 말짱 꽝인 것이고, 설사 길이 잘못되지 않았더라도, 레오 일행과 길이 엇갈리게 된다는 것 자체로 마이너스였다. 이는 곧, 이 중요한 챕터에 내가 얼굴을 내비치지 못한다는 것과 같은 소리니까.
다만, 그럼에도 해볼 만한 투자이긴 했다.
원작에서 얀이 찾는 보물은 값어치 상 2~3등에 준하는 것이다.
즉, 그 위에 하나가 더 남아 있다는 것.
만약 코코아의 눈에 들어온 보물이 그것이라면?
설사 이번 챕터에 등장하지 못하더라도, 그리하여 약간의 페널티를 먹게 되더라도 상관없었다. 녀석들보다 높은 순위에 등극할 수만 있다면, 오히려 레오의 시야에서 내내 맴도는 것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독자들의 궁금증을 한껏 자극할 수 있을 테니.
하여,
“난 몰라. 이상한 데로 가도 후회하지 마.”
“괜찮아. 후회 안 해. 귀엽네. 가자.”
나는 코코아를 믿고 길을 나서게 되었던 것이다.
*
보물을 찾아 길을 나선지 어언 두 시간 째.
후회하고 있었다.
이건······ 이건 암만 봐도 아니니까.
“눈이······ 부시네?”
갈라진 손 틈 사이로 태양 빛이 강하게 내리쬈다.
당황스럽게도, 현재 우리는 지상까지 올라온 상태였다.
나는 남몰래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언제가 돌아서야할 타이밍이었을까.
우두커니 멈춘 채 10분가량을 제자리에 서 있었을 때?
이미 지났던 길을 두 번이나 다시 찾아왔을 때?
‘어? 길 잃은 것 같은데······’라는 코코아의 혼잣말이 세 번째 들려왔을 때?
이번 에피소드가 진행되는 도중, 원작에서 ‘고대 어드벤티움의 터’가 아닌 장소가 나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말인즉슨, 그냥 이 모험가 자격시험은 이곳 지하에서 치러지는 게 맞다는 뜻이었다. 이렇게 대뜸 지상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
그 무렵,
“코코아, 다른 길은 없는지요? 너무 북적댑니다만.”
“심지어 덥군요.”
사람과 더위에 지친 치누아비와 하카가 한 마디씩 했다.
“칭얼대지 마.”
“코코아.”
“부르지도 마. 나 집중 하는 중.”
“······.”
그러고 한참을 더 걸었을 무렵,
“응?”
“어?”
마침내 코코아의 걸음이 멈췄다.
기쁨에 겨워 축 처진 고개를 든 것도 잠시, 나는 정면에 보이는 ‘어떤 것’을 보곤 한순간 말을 잃었다.
[어드벤티움 아이스크림 전문점 – 죽고 싶을 만큼 맛있다!]
“가는 길에 이거나 좀 먹고 갈까?”
“······허.”
어이가 없었다.
헌데 그 와중에도,
“역시 코코아.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지요. 잘 생각했습니다. 쉬었다 가면 길도 더 잘 찾을 수 있겠지요.”
“좋은 말씀입니다.”
둘은 좋다고 들어가고 있었다.
“······.”
그래 뭐, 덥긴 했으니.
결국 나 또한 따라 들어가게 되었다.
잠깐 쉬며 방향을 재점검하려던 내 계획은, 가게에 들어간 지 1분도 되지 않아 깨지고 말았다.
“무례하군요.”
치누아비는 진지하게 화를 냈다.
“코코아, 그건 좀 선을 넘는 것 같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하카 또한 반응이 살벌했다.
하지만 코코아 또한 물러서지 않았다.
“먹을 거야. 먹어야 돼.”
“······.”
실로 황당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코코아는 지금 네 가지 맛 중 세 가지를 ‘민트초코’로 채우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녹차’였고. 단 하나의 맛도 양보해주려 하지 않았다.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었다. 코코아가 나이가 어리긴 하지만, 그리고 돈 욕심이 조금 있긴 하지만, 이제껏 땡깡을 피우며 식탐을 부린 적은 없었던 것이다. 분명 저렇듯 고집을 부리는 녀석이 아닌······.
어?
순간, 머릿속에 ‘어떠한 생각’ 하나가 벼락처럼 떠올랐다.
아, 이거 ‘길’이구나.
모험왕의 세계에서 길잡이가 인도하는 길이란, 단순히 ‘지리적인 것’에 한정되는 게 아니다. 그 외에도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모든 종류의 절차와 그 방법’에까지 이른다.
즉, 지금 코코아가 부리는 고집이 보물을 획득하기 위해 필요한 필수행위일지도 모른다는 뜻이었다. 정말이지 황당하기 짝이 없어 보이긴 했지만.
그렇다면 믿는 수밖에 없지 않나.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민트초코 3개 주세요. 나머지 하나는 녹차로.”
치누아비와 하카의 놀라 벌어진 입은 신경 쓰지 않았다.
“드시고 가시나요?”
코코아 쪽을 돌아보자, 녀석이 가만 고개를 끄덕였다.
“예.”
이어 아이스크림을 받아 자리로 온 뒤, 볼멘 표정으로 앉아있는 두 얼간이들을 달래며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먹어 봐. 의외로 맛있을지도.”
코코아는 아이스크림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난 할 거 다했어. 이 다음은 모르겠어. 안 보여. 잘못 돼도 나는 몰라. 주걱턱이 책임진다고 했어.”
“······알았다고.”
나 또한 초조했지만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길이 열리기를.
하지만 아이스크림이 치누아비와 하카의 입에 다 비워져 갈 때까지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틀렸나 보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모험의 결말이 매번 성공적인 것은 아니니까.
그렇게 마지막 한 입이 치누아비의 입 속으로 사라지려 할 때였다.
“저기······.”
느닷없이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혹시 아이스크림이 부족한가?”
돌아보니, 웬 거적때기를 뒤집어 쓴 아주 수상쩍게 생긴 노인이었다.
나는 놀라 코코아를 쳐다봤다.
코코아가 동그랗게 뜬 눈으로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부족합니다.”
“민트초코를 많이 좋아하는 듯 보이더군.”
“딱히 그렇다기보다는 그냥 있으니까 먹는 거지요. 덥기도 하고. 사실 다른 맛을 더······.”
나는 치누아비의 정수리를 탁 쳤다.
“악!”
“네, 좋아합니다. 제일이요. 다음은 녹차.”
“그런가? 그래, 더 먹고 싶다면 따라오게. 물론 공짜일세.”
그즈음, 나와 눈이 마주친 코코아가 엄지를 척 치켜들었다.
*
아이스크림을 주겠다는 노인은 웬 오두막 속에 우리를 데려다주곤 휑하니 가버렸다. 지하 냉장고에 가득 들어 있으니, 알아서 꺼내먹으라는 말만 남긴 채.
“어때?”
“······놀랍네요. 모험가 협회에서 근무하는 도깨비가 있다고는 들었는데, 이런 걸 제작하고 있었을 줄이야.”
지하로 내려가는 문에 새겨진 건 도깨비의 글자였다.
나 또한 만화에서 본 적이 있어 뭔지는 알았지만, 해석은 불가능했다.
작가 녀석, 은근슬쩍 도깨비들의 대한 떡밥을 곳곳에 숨겨두고 있었던 모양이다. 제때 보여주지 못했을 뿐이지.
“해독할 수 있어?”
“저야 뭐. 도깨비니까요. 제가 아니었다면 아마 이걸 풀 수 있는 이는 없었을 겁니다. 그 도박판에서 만났던 여자를 포함해서 말이지요. 이건 쉽고 어렵고를 떠나, 도깨비가 아니면 풀 수 없는 문제거든요. 저희들의 신과 관련된 것이라.”
물론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이걸 이 녀석 하나만이 풀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굳이 이 얘기를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괜히 자존심만 건드릴 수 있으니.
“그나저나 모험가 자격시험이라······ 난이도가 상당하군요. 들었던 것보다도 훨씬 더. 모험가 녀석들이 뻗댄 이유가 다 있었어······.”
치누아비의 중얼거림을 들은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내 모험이 성공했다는 걸.
원작을 읽을 당시엔 의아해 했지만, 레오 일행이 여기까지 오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도 이제 이해가 갔다. 어차피 왔다하더라도 풀지 못했을 테니까.
레오 일행은 본인들의 능력 하, 가장 값진 보물을 취한 것이었다.
“가장 귀한 것이라······.”
물론, 나 또한 그렇게 될 것이고.
“그럼 해독에 들어갈까요? 시간은 좀 걸릴 겁니다. 신들의 장난에, 수수께끼에, 술법들이 여러 갈래로 꼬여 있는 터라······.”
“아니, 기다려.”
그러나 당장은 아니었다.
“나와 봐.”
“······예?”
“내가 한 번 해보게.”
“······.”
치누아비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무슨······ 이건 도깨비만 풀 수 있다니까요?”
“알았으니까 나와 보라고. 내가 못하면 그때 네가 해.”
“······.”
딱히 가능하리라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내 고유능력의 한계를 알고 싶었던 게 컸다. 그리고 뭐······ 기회가 되면 꼭 한번쯤 만나고 싶은 녀석들이라 생각한 적이 있었으니.
나는 두어 차례 심호흡을 반복한 채, 지하실 문 앞에 자리했다.
이어 치누아비를 흉내 대상으로 삼았다.
도깨비들의 고유능력은 인간의 것과 다르게, 이를 하사한 이들이 존재한다.
고로, 도깨비들의 능력을 흉내 내려면 가장 먼저 그들의 신을 만나야 했다.
이윽고, 나는 천천히 눈을 감은 채 도깨비들의 의식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