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 Shounen Manga RAW novel - Chapter 41
41화 독자 코멘트
***
“마지막으로 묻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요.”
“예, 말씀하시죠.”
“협회에서 내주는 최초의 모험 의뢰는 거절할 수 없다고 들었습니다.”
“거절하셔도 됩니다. 협회를 적으로 돌릴 생각이라면.”
여인은 그러고선 씩 웃었는데, 어쩐지 하카를 떠올리게 하는 미소였다.
“그럼 제가 선택할 순 있는 겁니까? 그 여러 의뢰 목록들 중에서?”
“글쎄요······ 아마 그것까진 딱히 규정으로 정해져 있진 않을 거예요. 하지만······.”
여인은 그러고 잠시 침묵한 뒤, 이내 말을 이었다.
“그래도 그냥 받아들이시는 게 좋을 거예요. 그건 합격자 여러분께 드리는 모험가 협회의 선물이니까요. 특히나 최상위권 모험단에게 제공될 임무는 협회가 정말, 정말 최선을 다해 마련해 둔 것이랍니다. 모험단 능력에 맞춰 최대한의 보상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으로 말이죠. 당연지사 순위를 고려하여, 임무의 질적 차등을 둔 것이고요.”
“······그런가요.”
하지만 나는 약간의 찜찜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강제된 임무를 맡아야 한다는 것이었으니.
‘뭐······ 별 상관은 없겠지.’
원작에서 칼 자이드가 받았던 임무가 생각나질 않는 걸 보면, 아주 특별한 건 아니었을 것이다. 레오네가 받았던 것과 비슷한 수준이겠지.
“더 궁금한 점은?”
“없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만 할게요.”
그러고선 여인은 잠시간 침묵했다.
심지어 고요히 두 눈을 빛내며 분위기를 잡는 걸 보니, 이제까지와는 달리 몹시도 중요한 물음인 듯했다.
이윽고, 그녀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히로 씨, 당신은 어떤 모험가가 되고 싶으신가요?”
“······.”
순간 웃음이 튀어나올 뻔 했다.
질문이 웃겨서가 아니고, 그즈음 내가 예상하고 있던 질문의 내용과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다.
대충 협회에서 일해 볼 생각이 있냐고 묻는다거나, 협회 내 유력 인물과 만나볼 생각이 있느냐 정도의 물음일 줄 알았는데.
그렇지, 이런 걸 묻는 게 소년만화지.
그래도 실제로 들으니 약간 오글거리긴 했다.
“······그야 간단하죠.”
나는 씩 미소 지은 채 편하게 답했다.
어차피 내겐 답이 정해져 있는 물음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맨 끝까지 살아남는 녀석으로.”
*
베테랑 모험가와의 면담은 별다른 이슈 없이 잘 끝났다.
자격시험의 마지막 단계로 들어가 있긴 했으나, 별도로 모험단의 능력을 선보여야 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인성’ 테스트인척 실은 능력의 세기를 시험 봤던 기초 자질 테스트를 대신하여, 실제로 인성에 대해 검증하는 시간이었다고나 할까.
애초에 모험단 단위가 아닌 단장인 나만 불렀다는 것만으로도, 별 중요하지 않은 단계란 걸 뜻했다.
숙소로 돌아올 즈음, 때마침 기다리던 홀로그램 메시지가 도착했다.
띠링-.
[챕터16 정식 모험가 자격시험(2)이 종료되었습니다]
[작가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작가의 호감도가 30 줄었습니다]
[재등장 가능성이 100%로 올랐습니다]
[상태]
-이름 : 히로(수수께끼 주걱턱)
-특징 : 힘이 무척 세다, 허세가 있다. 말이 많다, 비밀스러움. 알고 보니 미소년?, 리더십.
-인지도 : 59,259
-작가 호감도 : 27
-재등장 가능성 : 100%
띠링-.
[작가에 의해 캐릭터 최종평가가 산출되었습니다]
[히로는 다음 챕터의 예비 출연 대상입니다]
[작가호감도 하락에 따라 캐릭터 포인트가 3000p 하락됩니다]
[재등장률 상승에 따라 캐릭터 포인트가 1000p 지급됩니다]
[재등장률 100%를 달성하였음으로 추가 포인트 1000p가 지급됩니다]
“흐음.”
보상은 아예 없는 수준이었고, 오히려 작가의 호감도는 크게 깎여나갔다.
뭐, 예상했던 바이긴 했다. 실제로 이번 챕터에선 단 한 번도 얼굴을 내비치지 못했으니 독자들의 성원이 있을 리 만무했고, 작가가 야심차게 준비해둔 캐릭터를 등장도 전에 완파시켜 버렸으니 그의 호감도 또한 폭삭 깎여나갈 수밖에.
하지만 별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이 다음 챕터에서 어마어마한 보상이 밀려들 테니.
‘30밖에 안 까졌다라······ 27이 남았으니 그래도 조금은 호감이 남았다는 소린가?’
솔직히 훨씬 더 깎일 줄 알았다. 작가로서는 이보다 더 짜증나는 상황도 없었을 테니까.
이미 저 칼 자이드란 캐릭터는 반쯤 망가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깜짝 1위로 화려하게 등장하여, 앞으로 어마어마한 위업들을 홀로 뚝딱뚝딱 쌓아가야 하는데 그게 초장부터 막힌 셈이었으니.
제아무리 먼치킨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한들 무슨 소용인가. 녀석이 강함을 입증하면 입증할수록, 결국 높아지는 건 내 위상일 텐데.
어찌 보면 코코아와 정반대의 경우였다. 코코아는 등장하지도 못하고 있던 걸 내가 손수 꺼내준 셈이고, 저 칼 자이드는 이제 막 ‘응애’ 하고 나오려는데 내가 입을 탁 쳐서 닫아버린 셈이었으니.
이제 저 녀석은 가진 바 능력에 비해 활약할 여지가 몇 배로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미 능력이 줄어든 상태일지도 모른다. 작가가 은근슬쩍 하향시키지 않았을까.
“이걸 미안해해야 하나······.”
생각해 보면 참 희한한 일이었다.
처음엔 어떻게든 작가의 마음에 들기 위해 하카도 챙기고, 코코아도 챙겼던 나인데, 지금은 오롯이 나를 위해 작가가 준비해둔 등장인물을 망치고 있었으니.
흐음.
인사라도 한 번 해야 할 것 같았다.
나는 곧장 창문가로 가 슬쩍 하늘을 올려다봤다.
“살다보면 이런 일 저런 일 다 있는 거 아니겠어요? 적당히 좋게, 좋게 넘어갑시다. 혹시 또 모르잖아, 나 때문에 만화가 더 잘 될지도?”
뭐, 당장엔 씨알도 먹히지 않겠지만.
그때였다.
띠링-.
“응?”
홀로그램 메시지 하나가 전송되었다.
나는 순간 흠칫 놀라고 말았다.
‘에이, 설마······.’
지금 내가 한 말에 응답했다고?
슬쩍 확인해보니, 다행히 그건 아니었다.
다만,
※ 예고
[다음 챕터가 시작되기 전, 제1회 등장인물 인기투표 결과가 발표될 예정입니다]
[인기투표 순위에 따라 보상이 차등으로 지급될 예정입니다]
그에 못지않게 놀라운 소식이긴 했다.
‘인기투표? 아······ 그러고 보니.’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딱 이때쯤 제1회 인기투표 앙케트 페이지가 실렸었던 것 같다.
마침 딱 적당한 타이밍이었다, 이 모험가 자격시험 에피소드야 말로 초반 도입부의 끝을 의미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부터는 이제 본격적인 궤도에 들어가는 것이고.
하지만,
‘하, 그래도 이런 식의 통보는 좀 아니지 않나?’
그럼에도 황당한 건 사실이었다.
아니 인기투표란 걸 할 거면 하기 전에 말을 해야지, 대뜸 결과를 발표할 거라고 툭 던지는 건 또 뭐냐고. 먼저 말해주면 뭐, 내가 똥폼이라도 잡을 줄 알았냐고.
“······아쉽게.”
곧이어,
‘순위는 어느 정도나 되려나.’
묘하게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솔직히 전혀 짐작이 가질 않았다. 애초에 나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캐릭터였으니. 게다가 뭐 하는 녀석인지 정체성도 애매모호하고, 의문점만 잔뜩 쌓여있지 않은가.
다만, 그럼에도 독자들이 열광할 만한 모습을 꽤나 보인 것도 사실이긴 했다.
아직 주요 등장인물의 수가 그리 많지 않은 현재, 어쩌면 높이 올라갈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는 어느 정도 선이 내게 최상의 결과일까에 대해 생각했다.
일단 높으면 높을수록 좋겠지만, 3등 안에 들어가는 건 솔직히 조금 부담스러웠다. 가뜩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 놈이 제 새끼까지 잡아먹으려 든다? 오우······ 내가 작가였어도 꼴도 보기 싫었을 것 같긴 했다.
‘아니지, 이건 너무 김칫국인가?’
일단 1, 2, 3위는 아마 레오, 키리코, 시아나 순일 것이다. 그리고 4위는 애매하지만 얀. 아직은 그래도 완전히 독자들의 호감도가 떨어질 수준은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이번 대적 과정에서 한 차례 각성하기도 했을 테니. 아마 그렇게 되지 싶었다.
‘이제 그 다음에 내가 나오면 딱 좋을 것 같긴 한데······.’
달리 더 올라올 만한 인물이 있나 하고 생각해봤으나 딱히 떠오르는 얼굴은 없었다.
문제는 나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었다. 좋아해주는 이도 있겠지만, 희한하고 못생긴 놈이 자꾸만 지면을 잡아먹는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분명 있을 테니까.
때마침,
‘아! 독자 코멘트!’
잊고 있던 게 떠올랐다.
그냥 눈으로 확인하면 될 일이었다. 나에 대한 반응이 어떤지.
나는 얼른 상점 창을 켰다.
[현재 보유 포인트 : 202,773p]
일단 한 번 웃어주고,
“흐흐.”
곧바로 [챕터] 카테고리를 열었다.
※ 터치 시 상세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다음 챕터 정보 탐색하기 – 1,500p
2. 챕터 진행구역으로 곧바로 이동 1회 – 2,000p
3. 현 챕터까지 드러난 주요등장인물 열람 – 5,000p
4. 지난 챕터 독자 코멘트 열람 – 8,000p
5. 해당 챕터의 메인 캐릭터 확인 – 12,000p
“웁스······.”
토 나오는 가격이었다.
나는 눈물을 머금고 [지난 챕터 독자 코멘트 열람]을 터치했다.
그러자,
[코멘트를 확인할 챕터를 터치해 주세요]
-최신순 / 등록순
-챕터16 정식 모험가 자격시험(2) – 8,000p
-챕터15 정식 모험가 자격시험(1) – 8,0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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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하기 짝이 없는 화면이 나왔다.
“뭐야······ 챕터당 결제야?”
절로 욕이 튀어나왔다.
“아니, 뭔 코멘트 하나 보겠다는데 8,000p를 달래.”
고민이 되었다. 가뜩이나 배경 가격이 만만찮게 올라 포인트를 아껴야 하는 상황인데.
당장 집어치울까 하다가도, 독자 피드백을 확인하는 것 또한 생존을 위해 유리한 면이 있는 게 사실이었기에, 결국 두어 편만 구매해 보기로 했다.
사실 궁금하기도 했고.
내가 구매한 챕터는 두 개였다.
1. 중간부터 메인시점으로 활동했던 [챕터15 모험가 자격시험(1)]과
2. 메인 빌런 역할을 수행했던 [챕터13 흉내쟁이 곡예사]였다.
나는 먼저 챕터15부터 열어봤다.
[챕터15 모험가 자격시험(1) – 독자 코멘트]
arbans – 주걱턱 시점!
마느 – 단독시점이라니 준주인공아니냐굿!
qudcks53 – 주걱턱 모험단 가자~~~!
캬오캬오 – 바이킹ㅋㅋㅋㅋㅌ
van1298 – 바이킹은 못참제ㅋㅋㅋ
베럴 – 아 만화니까 쌉가능ㅋㅋㅋㅋㅋ
kirper03 – 시험 문제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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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반응이 꽤 나쁘지 않았다.
대체로 내게 호의적이었고, 내 정체에 대해 그리 신경 쓰는 기색도 별로 없었다.
‘이미지가 괜찮은가 본데?’
주인공의 대척점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응원해주는 코멘트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읽으면서 점차 신이 날 정도였다. 옆에서 잘한다, 잘한다 해주는 것 같다고나 할까.
나아갈 방향성을 잡기 위해 본 목적이 컸으나, 어느새 그냥 재미로 보게 되는 느낌이었다.
다음은 흉내쟁이 곡예사 챕터.
개인적으로 반응이 가장 궁금했던 챕터였다.
빌런이긴 하나 처음으로 내가 메인에 등장한 챕터인데다, 공을 많이 들이기도 했고, 또 마지막엔 라이벌 선언까지 했으니.
독자들이 과연 내 선언의 속뜻을 알아봤을지도 궁금했다.
[챕터13 흉내쟁이 곡예사 – 독자 코멘트]
상처자국 – 석양 먼데 ㅋㅋㅋ 먼데 웃김 ㅋㅋㅋ
kirper03 – 놀이공원이 두개지요
굴려야제맛 – 주걱턱 요정 으윽
skfro560 – 주걱턱 요정 어후 ;;;;
지갑전사 – 미소년에 주걱턱을 달아주세요
차카타파 – 주걱턱이 포인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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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보니 당황스러웠다.
‘아니, 뭔 죄다 주걱턱 얘기야?’
혼란스러웠다. 이게 좋은가?
챕터의 볼륨이 커서인지 코멘트도 많고 내용도 많았다.
헌데 놀랍게도, 이번 역시도 대부분 내게 호의적이었다. 약간 친근감 있게 나를 봐주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계속해서 주인공과 그 일행을 야비하게 이겨먹는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물론 내 행동에 대한 의문과 좋지 못한 반응도 꽤나 있었다. 하지만 그게 나에 대한 직접적인 반감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대개의 욕은 고스란히 작가에게로 향했다.
xxxx – 작가가 빡대가리인 듯
xxxx – 개연성 다 박살나네. 하차합니다.
xxxx – 작가가 병x인지, 등장인물이 병x인지. 작가인 듯.
레오가 멍청한 행동을 해도 욕은 작가에게.
내가 개연성에 어긋나는, 이해되지 않는 수많은 행동들을 해도 모든 욕은 다 작가에게.
살짝 미안함이 들 정도였다. 나를 충분히 싫어할 만하다고나 할까?
그러나 이내,
‘아니지, 그러니 평소 행실을 똑바로 했어야지.’
나는 고개를 저었다.
자업자득이다, 이 양반아.
어쨌거나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너무 좋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래서 괜히 더 걱정이 될 만큼.
특히나 몇몇 코멘트는,
Deeo – 엄마 난 커서 주걱턱이 될꺼에요!!!
Gauul – 주걱턱펀치! 모험왕펀치! 히로펀치!
q2qer – 장하다 김주걱턱, 주인공일행을 무찔러버리렴
취향을 의심케 하고,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 정도였으니.
이쯤 되니 되레 인기투표가 걱정이 되었다.
내가 본인의 캐릭터들을 넘어선다? 그건 작가의 입장에서 선을 넘는 행위니까.
만약 인기투표가 시상식 챕터 다음에 진행되었다면, 정말로 위험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 챕터는 그야말로 나를 위한 무대일 테니까.
‘······별 문제는 없겠지.’
대충 다 살피고 난 후의 느낀 점은 단순했다.
잘 하고 있네.
이대로만 쭉 가면 될 듯싶었다.
이어, 코멘트 탐색을 끝내고 다음 카테고리로 넘어가려 할 즈음이었다.
하단에 있던 문구 하나가 문득 눈에 들어왔다.
[첨부된 팬아트가 존재합니다]
‘아, 이게 여기 있었네?’
보아하니, 해당 챕터의 독자 코멘트를 구매해야 팬아트를 볼 수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두근대는 마음으로 팬아트 목록을 열었다.
“······오우.”
희한하게 생긴 주걱턱들이 한가득 있었다.
내 얼굴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어째 좀 더 잘 생긴 것 같기도 하고?
그림으로 그려진 내 모습을 보자 기분이 요상했다.
응원을 받는 느낌이 보다 직접적으로 와 닿는다고나 할까.
흉내쟁이 곡예사 챕터의 팬아트들을 볼 땐 다소 의아함까지 들었다.
굳이 미소년으로 변신까지 해가면서 임팩트를 줬는데, 아랑곳없이 주걱턱 일색이었던 것이다. 다섯 개의 팬아트 중에 네 개가 주걱턱이었고, 하나가 반 미소년, 반 주걱턱이었다.
‘희한하네. 어떻게든 빨리 변하려고 했는데······ 조금은 두고 봐야하나?’
실은 최대한 빨리 이 배경의 원인이 된 ‘마녀’를 찾아볼 생각이었던 것이다. 어느 정도 짐작 가는 곳도 있고, 또 언제까지 이 외형으로 살 순 없으니까.
헌데 일단은 추이를 좀 지켜봐야 할 듯했다. 반응들이 그리 나쁘지 않아 보였으니.
그때였다.
“주걱턱!”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코코아였다.
“응?”
“합격자 시상식 한대!”
“······그래?”
챕터가 시작되기까지 좀 남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이른 호출이었다.
슬슬 시작인가.
나는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
수천이 넘던 응시자는 다 어디가고, 회장에 모인 이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장내엔 적막이 흘렀으나, 그리 불편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이제 다 끝났다는 생각 때문인지 다들 표정이 편안해 보였다.
때마침,
“아! 주걱턱 모험단!”
면담을 진행했던 베테랑 모험가가 나를 알아보곤 다가왔다.
“순위권 시상자들은 앞쪽으로 자리해 주시면 됩니다.”
“아, 예.”
가보니, 레오 일행이 먼저 와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아주 웃음꽃이 만발한 게, 아직 본인들이 1등이 아니란 사실을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훗, 나중에 놀라지나 마라.’
한껏 비웃음을 머금은 채, 막 자리에 앉으려 할 즈음이었다.
띠링-.
[인기투표 최종결과가 집계되었습니다]
– 결과를 확인하시려면 터치해 주시기 바랍니다.
올게 왔다.
나는 긴장된 마음으로 이를 확인했다.
이어,
“······야단났네.”
지극히 난감하면서도 어째선지 그리 싫지만은 않은, 아주······ 아주 묘한 기분에 휩싸이게 되었다.
1위 – 히로(수수께끼 주걱턱)
2위 – 레오
3위 – 키리코
4위 – 시아나
5위 – 정체불명의 뿔난 소년
6위 – 얀
7위 – 피에로 꼬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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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위 – 연필 그림자가 되었던 의문의 사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