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 Shounen Manga RAW novel - Chapter 65
65화 역시 못지 않다니까
***
뭔가 이상하다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구구 이 녀석도 무지 귀여운 편이었으니까.
인간에게 좀 더 친숙하다는 어드벤티지를 제외한다면, 솔직히 미모 부문에서 네로에게 딱히 꿀릴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승패가 나뉜다고 해도 기껏해야 ‘취향’ 차이 정도랄까.
하여, 사실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 녀석이 저 고양이에게 그토록 겁을 집어먹고 있다는 게, 내 생각에 둘의 힘은 비등비등해야 맞으니까.
‘굴레라······.’
역시나 뭔가 있는 게 맞았다.
굴종의 굴레.
이게 뭔지는 나 또한 알지 못했다. 저기 동물농장주의 정신지배 쪽 고유능력일 수도 있을 것이고, 어느 아티팩트의 작용일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어떠한 저주의 일환일 수도 있고.
다만, 이 굴레를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 들었을 때 딱 떠오르는 게 하나 있었다.
바로 ‘진화병.’
물론 이것이 직접적으로 이 ‘굴종의 굴레’라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진화병’이 떠오른 이유는 이를 치료하는 방식이 저 굴레에서 벗어나는 법과 제법 흡사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진화병’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전개된 곳이 바로 저 사우스랜드 동물농장이기도 했고.
진화병.
신수에겐 기본적으로 파워업 요소인 ‘진화’라는 설정이 존재한다. 신수가 진화를 하게 되면 그 외형이 바뀜과 동시에, 가진 힘이 적게는 수배에서 많게는 수십, 수백 배까지 증가하게 된다.
진화는 신수를 강하게 만드는 요소이지만, 반대로 죽음으로 내모는 요소이기도 하다.
신수가 제때 진화를 하지 못하면 ‘진화병’이라는 걸 앓게 되는데, 이는 육체가 팽창해가는 내부 힘에 맞게 변형되지 못하고 끝내 무너져 내리는 것을 의미한다.
레오 일행의 신수가 앓고 있던 게 바로 이 병이었다.
웨스트랜드에서의 의뢰를 수행하던 중 우연찮게 어느 한 신수를 만나게 되고, 곧 녀석이 ‘진화병’을 앓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일행. 이어 얀의 인도에 따라, 녀석을 치료하러 바다건너 저 남쪽 대륙까지 내려가는 것. 이것이 바로 사우스랜드 에피소드의 시작 장면이다.
아마 우연이겠지만, 당시 진화병을 치료하게 위해 저 동물농장에서 제시한 해결책이 바로 이 ‘굴종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법과 흡사했다.
스스로 변화를 일궈내야 한다.
진화를 억제하고 있던 모종의 두려움에 스스로 맞서야 한다.
그리고 내가 지금 시도하려는 방법이 바로 그때 키리코가 신수에게 써먹었던 것이다.
나는 구구를 두 손 위에 올려둔 채, 똑바로 쳐다봤다.
“구구.”
“······.”
“얌마, 눈 피하지 말고.”
“······.”
“지금 저 녀석 발톱 갈고 있는 거 보이지? 네가 안 막아주면 나 그대로 골로 가는 거야.”
실제로 네로는 한쪽 발톱에다 다른 쪽 발톱을 갈고 있었다.
슥슥-.
캉-. 캉-.
벼려진 발톱에 달빛이 비쳐 묘한 광경을 연출했다. 뭐랄까, 검정 표범의 모습을 한 사신이 낫을 갈고 있는 느낌이랄까.
구구는 그쪽을 슬쩍 쳐다본 후, 곧바로 몸서리를 쳐댔다.
“미친······ 멍청한 짓 하지 마. 안 피하면 네가 골로 가고, 내가 막으면 그땐 내가 골로 가겠지.”
굉장히 일리 있는 추론이었다.
다만,
“구구, 왜 네가 못 막을 거라 생각해?”
이 녀석이 모르고 있는 게 하나 있었다.
“아니, 당연한 것을······ 나는 지금 고유능력은커녕, 진체조차 봉인된 상태라고. 저기에 맞서려 했다간 당장 몸과 몸통이 인수분해······.”
“뭐가 당연해. 그리고 진체니 뭐니 하는 그런 자잘한 것 따윈 신경 쓰지 말라고.”
“······자잘한 뭐?”
“야, 너도 쟤 못지않게 귀엽게 생겼어. 자신감을 가져.”
“아니, 그게 무슨······.”
“됐고, 나는 분명히 말했다. 나 죽게 두지 마라.”
이런 유형의 시련에서 실제로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느냐, 아니냐 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요구되는 것은 바로 저항의지, 그리고 자신을 옥죄어오는 두려움에 맞설 수 있는 용기다.
간단하다. 그냥 맞서기만 하면 된다. 그 의지를 표출해내기만 하면 된다. 그럼 예상컨대, 저 강철보다 단단한 발찌가 먼지마냥 흩어지게 될 것이다.
이어, 나는 네로 쪽을 향해 소리쳤다.
“됐어, 준비 끝!”
그러곤,
“으아아악! 이게 뭔 짓이야 이 미친 주걱턱!”
곧장 구구를 저 멀리 수풀 너머로 힘껏 던졌다.
부웅-.
딱히 대단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녀석에게 고민에 잠길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곧바로 판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밀어 넣는 것.
분명 녀석에겐 이 모든 게 굉장히 급작스럽긴 할 것이다. 어안이 벙벙해지고, 갑자기 이게 무슨 경우인가 싶고.
하지만 별 수 없지 않나. 본래 용기를 내야 하는 상황은 그렇게 시간 들여 천천히 와주는 게 아닌 법이니.
나는 그저 작게 되뇔 뿐이었다.
아무 생각하지 말고, 그냥 내게로 날아오기만 해. 그리고 그냥 막아서기만 해.
이후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즈음,
“전력을 다하겠다.”
네로가 내 앞에 섰다.
번쩍번쩍 하는 강철발톱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기분 탓인지, 어째 쉬는 시간 동안 더 파워업한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 너 캐릭터를 보니 약간 망설일 것 같은 느낌이긴 한데······ 괜히 어설프게 힘 빼지 말고 제대로 하라고. 여기서 나를 제거하는 게 니들한테도 딱 좋을 거 아냐. 괜히 후환 남기지 않을 수 있고, 또 원래 계획한 대로 저 비둘기도 챙길 수 있고.”
“······후회하지 마라. 네가 선택한 길이니까.”
“그래, 알았다고.”
녀석이 최선을 다하도록 굳이 못 박은 이유는, 혹시라도 저 ‘굴레 해제’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할까 싶어서였다.
대개 이러한 난관은 단순히 도전자의 의지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난관 그 자체의 허들 또한 필요조건에 포함된다.
즉,
1. 무형의 두려움
2. 실제로 목숨을 위협할 정도의 공격
이 두 가지가 필수적으로 갖춰진 상태여야만이 제대로 된 관문의 역할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하여, 네로에게도 별도로 당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까부터 녀석은 뭔가 탐탁찮아 하는 기색을 줄곧 내비치고 있었으니.
“후······.”
그즈음엔 나 또한 슬슬 긴장이 됐다.
이제 엎질러진 물이었다. 상황은 이미 내 손을 떠났다.
‘구구야, 겁먹지 말고 와라 제발. 이거 보는 눈들이 많다.’
만약 구구가 내 앞을 막아서 준다면? 나도 별 무리 없이 행동할 수 있다.
하지만 구구가 나서지 않는다면?
나는 오히려 꼼짝없이 네로의 공격을 그대로 맞아야 한다. 만약 이를 피한다거나 막는다면, 거짓을 말한 죄로 네로가 아닌 독자들에게 내 목숨이 끝장날 테니까.
때마침,
“이, 이 빌어먹을 주걱턱 자식아!”
저기 구구가 날아오고 있었다.
뭐라 형용하기 힘든, 아주 필사적인 모습이었다.
‘좋아.’
그와 동시에 나는 가슴을 열었다.
“와라!”
순간,
팟-.
네로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제, 제기랄! 정말로 죽는다고! 이, 이 빌어먹을 놈아!!!”
구구가 벼락처럼 내게로 날아들었다.
이어,
······.
상황이 종료되었다.
“휘유······.”
나는 눈앞에 보이는 자그마한 털복숭이를 가만 쓰다듬어 주었다.
“잘했다.”
저항은 이뤄졌다. 굴레는 풀렸다.
구구의 발찌는 어느새 끊어져 있었다.
“······빌어먹을 놈. 어차피 죽을 생각도 없었으면서······.”
구구는 그 말을 끝으로 기절했다.
심적인 두려움과 조금 전 충격이 몸에 부담이 되었던 모양이다.
“무슨 소리야. 네가 내 앞까지 날아오지 않았으면 진짜로 막지 않았을 텐데. 그렇지?”
“······.”
나는 그제까지 쥐고 있던 네로의 발을 가만 놔주었다.
네로는 말없이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났다.
조금 전 상황이야 별 게 없다.
나는 정말 무방비로 가슴을 열었다. 다만, 계속해서 긴장은 유지한 상태였다. 내 앞을 막아선 구구에게 네로의 공격이 닿아선 안 될 테니까.
그리고 때마침 내 앞을 막아선 구구의 몸에 네로의 발톱이 파고들려 하는 순간, 번개처럼 녀석의 발을 낚아챘던 것이다.
정말이지 찰나였다.
구구나 나, 둘 중 하나라도 늦었다면 어느 쪽도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잘했다. 정말 잘했다.
나는 기절한 구구를 잠시 옆에다 내려놨다. 추울까봐 낙엽도 좀 덮어주었다.
이윽고,
“······그 녀석을 믿었나?”
이를 지켜보던 네로가 가만 입을 열었다.
“어어, 그럼.”
“······같이 다닌 지 얼마 안 된 걸로 알고 있는데. 분명 난마 마시장에서 녀석을 샀다고.”
“그게 뭔 상관이야. 누구랑 시간 따져가며 친해지는 거 아니잖아. 이미 동료라고.”
“······.”
잠시 후, 네로가 등을 돌렸다.
“가겠다.”
“그래. 약속이었으니까.”
“앞으로는 쫓지 않도록 하지.”
“그래, 그래. 잘 가고.”
“······.”
녀석은 무언가 할 말이 남은 듯 잠시간 머뭇거리다, 이내 뚜벅뚜벅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저 녀석 또한 나름 오늘의 만남이 꽤나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하긴, 나 또한 그랬으니.
‘아쉬워 할 것 없다고. 어차피 또 보게 될 거니까.’
나는 녀석의 가는 뒷모습을 지켜보다, 퍼뜩 정신을 차렸다.
“어! 잠깐······ 이거 너무 늦은 거 아냐?”
어느샌가 왕녀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서둘러 돌아가야 했다. 괜히 무슨 일이라도 터졌다간, 단순히 피곤해지는 걸로 끝나지 않을 테니까.
또 늦을 경우 먼저 가라고는 했지만, 솔직히 더듬더듬 길눈을 밝혀가며 그녀의 뒤를 쫓고 싶진 않았다.
하여, 서둘러 돌아섰을 때였다.
바로 옆 어딘가에서 웬 빛이 은은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근원지는 바로,
“······구구?”
낙엽 속에 파묻혀 있던 흰 비둘기였다.
나는 그 광경을 가만 바라봤다.
왕녀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으나, 그럼에도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녀석의 몸에서 은은히 흘러나오는 그 뿌윰한 빛이 너무도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확실히 이 작가······ 이런 이펙트 하나는 끝내주게 쓰는구나.
곧이어,
“이야······.”
팟-.
빛이 산산이 흩어지면서, 새하얀 실루엣 하나가 천천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새의 형상을 띄고 있었다. 크기는 사람의 반만 했으며, 날개와 꼬리 깃이 멋들어지게 뻗어 있었다.
“여어. 키 좀 컸네. 때깔도 좋아지고. 무슨 좋은 일 있었나봐?”
거기, 흑요석처럼 까맣게 빛나는 눈을 가진 눈처럼 새하얀 매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역시······ 못지않다니까.
*
다행히 왕녀는 무사했다.
심지어 그제까지도 출발하지 않은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가려고 했는데, 웬 빛이 뿜어져 나오길래. 뭔가 싶어서 좀 더 기다려봤지.”
“잘했어.”
“잘 해결된 거야? 근데 구구는? 설마······ 뺏긴 건 아니지?”
“아냐, 아냐. 기분 좋은 일이 있어서 잠깐 좀 날다가 오겠다더군.”
“······기분 좋은 일?”
“곧 알게 될 거야. 잘 처리됐으니 신경 쓸 거 없어.”
왕녀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나저나 별 일 없었고?”
“딱히.”
“접근해온 녀석은?”
“전혀.”
이건 좀 의외였다.
큰일이 생기길 바란 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귀찮은 일 정돈 꽤나 발생하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아직은 초반이라 이건가?’
물론 이것이 마냥 좋은 상황이라 생각되지는 않았다. 이는 이곳보다 더욱 매복과 습격이 용이한 장소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었으니.
어쨌거나 경계를 늦출 순 없을 것이다.
이어, 내가 막 자리를 펴고 앉으려 할 때였다.
“어어? 뭐해?”
“엉? 뭐를.”
“앉을 시간이 어디 있어?”
나는 약간 당황하고 말았다.
“어······ 나 방금 왔는데?”
“그래서?”
“어······ 뭐 좀 먹고······ 해야 하지 않나?”
“쉴 시간이 어디 있어.”
왕녀는 씩씩하게도 말했다.
그러곤,
“저기 안 보여?”
저 멀리 검게 물든 허공 한 편을 가리켰다. 조금 전 다녀온 숲이 있는 방향이었다.
“뭐? 숲?”
“아니, 그 뒤쪽.”
“뒤?”
“저기. 자세히 봐.”
왕녀가 가리킨 건 그보다 한참 뒤의, 우리가 점심 무렵 건넜던 초원 한복판이었다.
놀랍게도 거기 검고 커다란, 마치 괴물 같은 무언가가 있었다. 심지어 그것은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기까지 했다.
“먼지야. 흙먼지.”
“흙먼지?”
“모르겠어? 어느새 후발대가 저기까지 쫓아온 거라고. 저 정도 규모면······ 천명도 훌쩍 넘을 걸?”
“아······.”
깜박하고 있었다.
한껏 얕보고 있던 후발대 녀석들 모두가 말을 다루는 면에 있어선 나보다 몇 수 위의 능력자들이라는 걸.
“근데······ 저 많은 인원들이 저렇게나 사이좋게 달린다고?”
“모종의 약속이 이뤄졌을지도 모르지. 선발대가 먼저 자리를 잡고 있는 와중에, 우리끼리 먼저 피 보진 말자고. 아니면······.”
“아니면?”
“이미 저들을 통솔하는 녀석이 나온 것일지도.”
“······.”
하긴, 단순 힘으로만 개인의 역량을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 꼭 선발대 안이 아니더라도, ‘괴물’은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는 법이니까.
어쨌거나,
‘따라잡힐지도 모르겠는데······?’
그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기 시작했다.
게다가 마침,
“노인네가 그러더군. 본선 2차 관문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목적지가 산이다? 그럼 아마도 ‘점령전’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그렇다면 먼저 자리를 잡고, 진지를 구축하는 게 관건이라고.”
왕녀 또한 같은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아니, 그걸 이제야 말하면 어떡해?”
“그야······ 들은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어쨌든 쉴 시간이 없다는 거 알겠지?”
왕녀는 그러곤 씩 웃으며 바닥 한 편을 가리켰다.
거기엔,
“짊어져야지? 사막은 달리지 않으려 할 테니까.”
말 한 마리가 느긋하게 퍼질러 누워 있었다.
“······하.”
어느새 다시 현실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나는 녀석을 발로 툭툭 찼다.
“일어나 이 게으름뱅이야.”
그러곤 곧바로 녀석을 짊어졌다.
히이잉-!
놀란 녀석이 몸부림쳤지만, 손아귀에 힘을 꽉 줘 진정시켰다.
“내가 방금 산쾡이 몇 마리 손봐주고 왔거든? 궁둥짝에 노린내 나기 싫으면 조용히 가자.”
히이잉-!
이어, 우리는 사막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
뚱뚱이는 심각한 얼굴로 바닥을 훑고 있던 홀쭉이에게 한 마디 했다.
“역시 왕녀 쪽을 노리는 게 낫지 않았을까?”
“······.”
“물론 이제와 이런 말을 하는 게 조금 그렇긴 하지만······.”
“조련사들을 따라가 보기로 한 결정은 함께 내렸던 것 같은데.”
“그렇긴 하지만······ 주걱턱 녀석이 혼자 나타났을 때 내가 말을 꺼내긴 했었잖아? 왕녀는 혼자 있지 않겠냐고······.”
뚱뚱이의 말에 홀쭉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할 말이 없긴 할 것이다. 그는 계속해서 주걱턱을 관찰하기를 고집했었으니.
그 무렵, 뚱뚱이는 한 가지 걱정에 휩싸여 있었다.
혹, 홀쭉이가 목표 설정을 다르게 해버린 게 아닐까.
왕녀가 아닌, 어쩌면 주걱턱을 노리려 하는 게 아닐까.
언제부턴가 그는 묘하게도 그 주걱턱에게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그 건드려선 안 될 괴물을.
자신의 조언 따윈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뚱뚱이는 다시 한 번 이 사실을 언급하는 것에 대해 고심했다. 그럼 그나마 의식이라도 할 테니.
그때였다.
“목표물을 착각한 게 아냐. 그저 최대난관이 될 방해물의 정보를 얻고자 했던 것뿐이지. 우리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왕녀 암살이다.”
홀쭉이가 그 마음을 짐작이라도 했다는 듯 나직이 말했다.
그러곤,
“녀석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은 끝났다.”
황당한 소리를 했다.
“못 잡아. 놈은 괴물이야. 현재 무슨 수를 써도 이 녀석을 감당할 수 없다. 힘도 힘이지만, 역시나 녀석의 고유능력을 당해낼 도리가 없어. 녀석이 보호한다면 왕녀에겐 손끝 하나도 댈 수 없다.”
어이가 없었다. 그걸 이제 와서 인정한다고?
다만 홀쭉이의 눈에 들은 것은 체념의 빛이 아니었다.
“······그래서 어쩌자고?”
“이제까지의 계획은 모두 폐기한다. 대신······ 최후의 수단을 쓸 수밖에.”
“······최후의 수단?”
“왕궁과 1황자, 4황자 쪽에 붙여둔 정보원을 통해 확인했다. 또다시 기벽이 도진 모양이야. 그는 지금 이 길 위에 있어.”
“그? 그라면······ 아니, 자네 지금 설마······.”
이어 나온 홀쭉이의 말은 뚱뚱이를 경악케 하는 것이었다.
“칸을 이용한다.”
전사의 길에 몰래 참가한 현 두골제국의 황제를 주걱턱과 충돌시키는 것. 그것이 홀쭉이의 계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