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 Shounen Manga RAW novel - Chapter 72
72화 연장챕터
***
처음 2차 관문의 결과를 들었을 때, 네르구이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떨어졌다고? 마적단 녀석들이? 죄다?”
“예, 그것이······.”
막 동이 틀 무렵, 어디선가 들이닥친 일단의 무리에 의해 점령지를 빼앗기고 말았다고 했다. 관문이 종료되기 직전에 일어난 일이었다고.
늦은 밤의 습격이야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끝까지 소속을 결정짓지 못한 이들의 대이동이 시작되는 때이기도 하니까.
공격이 시험 종료 한 시간을 남겨놓고 온 것이든, 1분을 남겨놓고 온 것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어쨌거나 막지 못했다는 것. 깃발을 뽑히고 말았다는 것이다.
네르구이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설마······ 주걱턱 그 녀석이?”
자신이 봉우리 점령자로 내세운 게 누구던가. 중부지방의 마적을 모조리 정리하고 홀로 대두령의 자리에 올랐다는 이였다.
그의 실력을 알아보고 접선을 시작했던 게 어언 2년 전. 그때부터 그를 자신의 세력으로 포섭하기 위해 들인 황금만 해도 헤아리기 힘들 정도의 양이었다.
분명 결코 쉽게 당할 위인이 아닌······.
“아, 아닙니다. 봉우리를 점령한 건······ 대, 대장군입니다.”
“뭐?”
“몽, 몽 대장군입니다.”
“······.”
네르구이는 느닷없이 들려온 이름에 잠시간 말문을 잃고 말았다.
대장군 몽?
물론 그가 거기 있다는 사실은 진즉에 알고 있었다. 그는 언제나 칸과 함께 움직이니까.
하지만 그가 어째서 그런 짓을 한 건지, 또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에 대해선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하여,
“4황자입니다! 폐하, 잠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끼이익-.
자신을 보자마자 씩 능글맞은 웃음을 내비치는, 이 화려한 궁궐의 주인을 찾아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폐하, 강녕하셨는지요.”
“왔느냐, 아들아. 오랜만이로구나.”
“······대신들이 먼저 다녀갔나 보군요. 말투가 희한해지신 걸 보니.”
“허허, 그야 두 말 하면 잔소리 아니겠느냐. 생전 찾아오지도 않는 아들 녀석 보다 늦게 얼굴을 비춘다? 그건 신하된 도리가 아닌 거지, 암.”
“여행은 즐거우셨습니까.”
“아아, 덕분에 마지막까지 즐길 수 있었느니라.”
“······.”
네르구이는 한 차례 길게 호흡한 뒤, 다시금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제가 올 걸 알고 계셨던 모양입니다. 문을 지키고 있던 호위가 막아서지 않더군요.”
“내가 바보가 아니고, 네가 바보가 아닌데,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
“······.”
어렵다. 역시나 어렵다.
네르구이는 감정과 의문에 이끌려 섣불리 이곳을 찾은 좀 전의 자신을 책망했다.
“다 알고 계시니 무얼 뺄까요. 단도직입적으로 여쭤도 되겠습니까?”
“뭐든 해보거라.”
“대체 무슨 속셈이십니까?”
예절을 중시하는 이들이라면 듣는 즉시 불쾌함을 보일, 다소 신경질적인 투로 질문을 던졌음에도 칸은 그 뜻을 알 수 없는 미소만 지었다.
“뭐가 말이지?”
“대장군으로 하여금 세 번째 봉우리를 점령케 한 것 말입니다.”
그러자 칸이 의문에 찬 시선을 던졌다.
“당연한 걸 묻는구나.”
그리고 이어진 대답은, 과연 정말로 당연한 것이었다.
“그야 그게 재미있을 것 같아서지.”
“······.”
네르구이는 다시금 스스로를 정돈했다. 이 사람과 대화를 하려면 불필요한 감정은 제거해야했다. 괜히 말렸다간 자신만 바보가 되고 말 테니.
“그럼 어떻게 하신 겁니까?”
“뭘?”
“대충 듣기로 대장군은 폐하의 하위 소속이었다고 하던데······ 설마 규칙을 바꾸신 겁니까? 어찌 함께 탈락되지 않고······.”
“······.”
“하지만 전사의 길 규정에 손을 대는 건 제아무리 폐하라 해도······.”
그즈음 네르구이는 멈칫하곤 말을 중단했다.
앞에서 어째 심상찮은 시선이 느껴졌던 것이다.
고개를 들어보니, 칸이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저와 같은 표정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답답함.
“흠흠. 그건 물론 아니시겠지만······.”
곧이어 칸이 혀를 차며 한 마디를 내뱉었다.
“쯧, 너 얼마 못 본 사이 바보가 다 됐구나?”
칸은 어느샌가 본래의 말투로 돌아와 있었다. 저잣거리의 잡배와 하등 다를 것 없는 말투. 순수한 그의 모습이었다.
“······.”
“아니지. 대범해졌다고 해야 하나? 전사의 길의 규칙을 바꾸다니······ 이야, 난 생각도 못해봤던 건데.”
순간, 네르구이는 잠시간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빌어먹을.
“그리고 넌 그게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거냐? 그럼 실망인데.”
“······무슨 말씀이신지.”
“그런 거야 대충 짐작가는 것들만 해도 대여섯 가지는 훌쩍 넘지 않더냐? 미리 눈속임용 깃발을 여러 개 준비했었나보다. 아니면 뭐, 대충 내 능력으로 깃발을 변장시켰나보다. 실은 하위소속 따윈 단 한 명도 두지 않고 있었던 모양이다. 간단하잖아. 시험 출제자들을 내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 내 땅에서 몇 달 동안이나 공들여 준비되는 전사의 길인데 내가 그 과제를 모를까. 미리 다 알고 준비할 수가 있는데, 그게 뭐 대수라고.”
“······.”
“너한텐 그게 어렵니?”
“······.”
왜 저 사람이랑 대화하면 항상 기분이 나쁘고 지는 느낌일까.
분노하지 말자, 차분해지자.
네르구이는 정신을 다잡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자신에게도 할 말은 있었다.
“그렇다하더라도 대장군을 동원할 생각까진 없으셨겠죠. 그건 좀 반칙 아닙니까? 만약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가 심어놓은 이들이 분명······.”
“아, 세 번째 봉우리에 있던 그 마적단? 몽의 얼굴만 보고 도망친 그 녀석들?”
칸은 그러곤 깔깔거리며 배를 잡고 웃었다.
“도망······ 말씀이십니까?”
“왜, 도망이면 어떻고, 싸우다 졌으면 또 다른가? 도망쳤다는 말을 들으니까 이제 그놈들 입에 넣어준 황금이 좀 아까워진 게냐?”
“······.”
“쯧, 아직도 멀었구나. 옆에 붙어 있지도 않은 네가 그들을 통제하고, 그들의 머리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니? 심지어 그리 똑똑하지도 않은 그 머리로?”
“······.”
분했다.
하지만 네르구이는 어떠한 반박도 할 수가 없었다.
사실이었으니까.
“물론, 인정할 건 인정해야겠지. 맞아, 처음부터 몽을 점령자로 내세울 생각은 없었어. 계획에 없던 일이었지. 근데 그렇다고 몽을 네 장난감들을 처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동원한 거라곤 생각하지 말라고. 착각도 유분수지. 그가 나서게 된 건 너랑은 하등 상관도 없는 일이야. 그까짓 마적들이 뭘 할 수 있다고. 그 주걱턱······ 아니, 왕녀의 두 손가락에 죄다 분질러지겠구먼.”
“······테르미스 왕녀.”
그래, 그녀에 대한 소문도 들었다. 무려 백 명에 달하는 칸의 부하들과 줄다리기를 해 이겼다고. 심지어 그 중엔 대장군이 껴 있기까지 했고.
솔직히 많이도 과장된 것이겠거니 했는데, 그도 아닌 모양이었다. 당사자가, 그것도 저 ‘어떤 면에선 한 치의 꾸밈도 없는 사람’이 저렇게 말할 정도라면······ 외려 축소되었다고 보는 게 맞을지도.
“몽은 그 주걱턱 녀석과 테르미스 왕녀에게 대항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내세웠던 것뿐이야. 제대로 된 대적자가 없으면 이 전사의 길이란 게 무슨 재미가 있겠니. 심지어 이제 최종관문밖에 남질 않았는데. 그리고 내가 무슨 몽만 투입한 줄 알아? 그때까지 간만 보고 있던 놈들 죄다 쓸어 합류시키기까지 했다고. 협박에, 회유에······ 참나, 별 짓 다했다고, 이 칸씩이나 되는 인간이 말이야.”
그러곤 황당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그의 얼굴엔 잔잔한 웃음기가 서려 있었다. 그리고 이는 분명, 그 작업을 꽤나 재미있게 진행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제 좀 감이 오니? 네가 내게 오자마자 뭘 물었어야 했는지? 규칙을 어떻게 한 거냐는 둥, 대장군이 어떻게 점령자로 나설 수 있었냐는 둥······ 이 따위 것들 말고 좀 더 제대로 된 걸 물었어야지.”
“······제대로 된 것?”
“그래서 결국 어떠한 그림을 원하고 그 같은 일을 벌인 것이냐고.”
네르구이는 순순히 인정했다.
“그렇군요. 그럼 원하시는 그림이 무엇입니까?”
그러자,
“나도 몰라.”
“······예?”
나오는 대답이 황당했다.
“진짜야. 알고 있다 생각했는데, 다시 곰곰이 되짚어보니 잘 모르겠더라고.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계속 바뀌고 있다고나 할까.”
“······하.”
매번 이런 식이었다. 그래, 저 감정과 충동에 이끌려 행동하는 사람에게 거창한 구상 따위가 존재할 리 없지.
그때였다.
“그나저나 아들아, 나도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
칸이 자신을 보며 갑작스레 눈을 빛냈다.
어쩐지 사람을 방어적으로 만드는 눈이었다.
“······어떤?”
“그 애를 괴롭히고 싶었니?”
순간 네르구이가 멈칫 했다.
“무슨 의미신지.”
“그 아이 말이다. 테르미스 왕녀.”
“······.”
자신이 침묵하자, 칸이 씩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넌 나랑 너무 닮았어. 외모도 그렇고, 성격도 그렇고. 지금이야 내가 좀 늙었지만, 어렸을 적엔 정말로 너랑 비슷했다니까? 너를 볼 때마다 가끔씩 깜짝 깜짝 놀라. 과거의 내가 찾아온 줄 알고.”
“······.”
“물론 그때의 내가 너보다 좀 더 똑똑하고, 너는 그때의 나보다 좀 더 못돼처먹긴 했지만.”
“······참나.”
아무리 칸이라도, 이건 좀 들어주기가 힘든 망언이었다.
“저도 들은 바가 다 있습니다. 폐하의 지난날이 어땠는지 정돈 다 꿰고 있지요. 일화가 상당하시던데요? 솔직히 제가 아무리 나쁜 짓을 저질러도 폐하를 따라잡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에이, 아무리 내가 개차반이었다지만 그래도 너 만큼은······ 아니다 뭐. 그래, 인정해. 내가 몽을 만나고 난 뒤부터 조금 나아지긴 했지.”
그러곤 한다는 말이,
“아들아, 조언 하나 해줄까? 나가서 친구도 좀 사귀고 그래. 그러다 너 큰일 난다.”
“······.”
사람을 욱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어쨌거나 다시 본 얘기로 돌아와서, 네게만 귀띔해주마.”
그러고 칸은 잠시간 침묵한 채, 자신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보는 진지한 눈. 저런 눈을 할 때의 칸은,
“난 첫째가 제일 좋다.”
매번 희한한 소리를 하곤 했다.
“······하, 그게 지금 막내아들 면전에서 할 소리입니까?”
“원래 아픈 손가락이라는 게 다 그런 거야. 자꾸 눈이 가고, 뭐라도 좀 챙겨줘야 할 거 같고. 그리고 뭐, 너도 그럴 거 아니냐. 그 녀석 제일 좋아하잖아? 어릴 때부터 그랬으니.”
“······.”
“원래 그래. 우리 같은 성격이 다 그렇지 뭐. 멋있고 잘난 놈 보면, 아닌 척 하면서도 계속 졸래졸래 쫓아다니고 있다니까? 내가 우리 형한테 그랬거든.”
“하······ 무슨.”
물론 그를 동경한 적은 있다.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를 인간적으로 좋아한다고까지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니 설사 있었다하더라도, 한 때였을 뿐이고.
“저는 전혀 동의할 수 없는······.”
“됐고, 그래서 이제 진짜 해주고 싶던 말을 하마. 본론이다.”
그 순간 칸의 눈이 잔잔히 빛났다.
“첫째에게 등을 돌리려 하지 마.”
······.
“네 성격 꼬인 거야 내가 제일 잘 알지. 테르미스 왕녀? 솔직히 별 상관도 없을 거 아니니. 어차피 네게 중요한 건 네 형이니까.”
“네 성격 꼬인 거야 내가 제일 잘 알지. 테르미스 왕녀? 솔직히 별 상관도 없을 거 아니니. 어차피 네게 중요한 건 네 형이니까.”
“······.”
“그리고 그렇게 한다한들, 네 형은 분노하지 않을 거다. 분노한다한들, 네가 원하던 모습이 아닐 거고. 어릴 때 나쁜 놈들을 혼내주던 형은 이제 존재하지 않아. 녀석이 약해졌다는 걸 받아들일 필요가 있어.”
그 순간, 네르구이는 어째선지 마음 속 한 편이 불같이 끓어오르는 걸 느꼈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 기분이 무척이나 더럽다는 것이었다.
“뭔가 단단히 오해를 하신 모양이군요. 그리고······ 1황자가 오늘 내일 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이미 수년 전부터 몸져누운 사람이 강하니 약하니······.”
다만, 칸은 자신의 말을 이어들을 생각이 없는 듯했다.
“아직 안 끝났어. 그리고 본론 하나 더. 괜히 형이 안 되면 내가 한다는 식의 생각은 하지 마. 내가 해봐서 아는데, 우리 같은 인간에게 황제란 자리는 어울리지 않아.”
“······.”
이는 약간 뜻밖의 화제였다.
솔직히 칸의 입에서 이와 같은 얘기가 나올 줄은 몰랐다.
“탐낸 적 없습니다.”
“나도 처음엔 그랬어. 안 한다고. 근데 자꾸 나 말고는 할 사람이 없다고 하잖아. 너랑 꼭 비슷하지 않니?”
“폐하와 제 경우는 다릅니다. 폐하께선 욕심이 있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전혀······.”
“너 결국엔 바람 든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이거 확실히 별로야.”
“······.”
네르구이는 어째서 칸이 갑작스레 저와 같은 말을 하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그럼 1황자님이······ 아니, 형님이 칸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겁니까? 제가 욕심을 내니 마니 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게 가능하다는 것입니까? 그게 가능하다면 당연히······.”
“너 바보냐?”
“······.”
“그 아픈 애가 뭔 놈의 황제야. 좋은 것만 보고 살아도 부족할 것을.”
“······그럼 대안이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2황자와 3황자야 이미 타국 사람이 된지 오래였다. 기껏해야 데릴사위에 만족해하는 인간들이었으니. 황제를 시켜준다고, 오라 해도 오지 않을 위인들이었다.
“글쎄. 그건 모르지.”
이럴 줄 알았다.
이런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전혀 생산성 없는 얘기를 당최 왜······
“아직까지는 말이야.”
“······?”
그즈음 네르구이는 칸의 얼굴을 다시금 살폈다.
그의 눈은 여전히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아까 내가 그랬잖아. 원하는 그림이 뭔지 잘 모르겠다고. 계속 바뀌고 있다고. 근데 느낌은 있어.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식의”
“느낌이라시면?”
“내가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던 거지만, 여긴 너무 텁텁해. 말 타고 먼지 먹는 생활이 너무 오래 되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화사해질 필요가 있다고나 할까.”
그러고 이어진 칸의 말에, 네르구이는 한참을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대안이라······ 글쎄, 생길지도 모르지. 전사의 길 최종관문이 끝나는 바로 그즈음에 말이야.”
*
최종관문 ‘정복전쟁’의 격전지가 될 장소.
전사의 대지.
그리로 가기 전 마지막 의식인 ‘출정식’을 위해, 제국 측에서 마련해준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때였다.
느닷없이,
띠링-.
홀로그램으로 메시지 하나가 전송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휴······.”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아니 2차 관문이 마무리된 게 언젠데, 그제까지도 챕터 종료 메시지가 뜨질 않고 있었던 것이다.
하여 반가운 마음에 얼른 확인을 해보니,
“······엉?”
기다리던 것과는 조금 다른 내용이 들어 있었다.
[챕터24 ‘두골 제국 전사의 길 2차 관문’이 종료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연장챕터에 돌입합니다]연장챕터?
처음 보는 유형의 챕터였다.
당혹스러웠다.
“허······ 이런 꼼수를 쓴다고?”
이 같은 챕터양식은 심지어 원작에서조차 본 적이 없었다. 그나마 비슷한 유형이라곤······ 외전 정도나 있을까.
[모험왕 연재가 재개되었습니다] [챕터24# – 두골제국 전사의 길 최종관문] [진행 중인 챕터의 권역에 속해 있습니다] [히로는 이번 챕터의 캐릭터 평가 대상입니다] [메인시점을 부여받았습니다]‘이건 뭐······ ‘#’ 하나 달랑 붙은 꼴이라니.’
애당초 원작엔 존재하지 않던 챕터이니, 이런 식의 양식도 가능했던 모양이다. 완전히 제멋대로인.
흐음.
하지만 뭐,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들었다.
2차 관문만 보여주고 끝내기엔 독자들의 반응이 심상찮을 것 같고, 그렇다고 챕터 하나를 더 파주기엔 내게 돌아가는 게 너무나도 큰 것 같으니, 어쩔 수 없이 내린 결론이 아니었을까. 왠지 작가 본인도 이걸 보며 한숨을 푹 내쉬고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물론, 보상이 뒤로 미뤄졌다는 게 조금 아쉽긴 했다.
이번 챕터에서 보여준 모습들에 내가 생각해도 꽤 독특하고 눈길을 잡아끄는 요소들이 몇 있었으니. 심지어 한 번은 유령까지 되지 않았던가.
하여, 솔직히 기대를 좀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제법 짭짤하지 않을까 하고.
게다가 만약 최종관문까지 별개의 챕터를 부여 받은 채 진행되었다면? 이 또한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보상 또한 두 번에 걸쳐 들어온다는 것이었으니.
‘아, 그건 좀 욕심이긴 한가?’
다만 한편으론, 지금 상황도 그리 나쁠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분량이 늘었고, 따져보니 보상 또한 별반 차이가 없을 것 같았다. 어차피 ‘인지도’ 같은 거야 누적되는 수치니까. 그리고 괜히 챕터가 나뉘어 임팩트가 분산되는 것보다 한 번에 딱! 빡! 가는 게 오히려 더 나을지도?
‘이건 그냥 정신승리인가?’
뭐, 어쨌거나 메인시점이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게 나쁠 건 없었다.
즉, 이제 마무리만 잘 하면 됐다.
때마침,
-대기자들, 각자 방에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최종관문의 시작을 알리는 호출이 왔다.
나는 안내하는 이를 따라 밖으로 나섰다.
이윽고,
“와아!”
“점령자들이다!”
“그 주걱턱이야!”
“몽이다! 대장군이야!”
주변에서 어마어마한 환호성이 들려왔다.
출정식이 이뤄지는 곳은 어느 한 광장이었는데, 연사가 이뤄지는 중앙의 단상을 제외하고 온 주변이 사람들로 빼곡히 차 있었다.
이제 출정식이 끝나고 응시자들이 ‘전사의 대지’로 나아가게 되면, 이 많은 군중들이 구경하는 동안 먹을 식량과 짐들을 이고 부랴부랴 따라온다고 했다.
뭐랄까, 확실히 ‘국가적 행사’란 설정답다고나 할까.
“점령자들은 모두 중앙으로!”
안내에 따라 중앙으로 나아가니, 조금 떨어진 곳에 왕녀와 몽이라는 녀석이 나란히 서 있는 게 보였다.
몽이란 자는 그때 봤던 것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때에 비해 몸 자체는 훨씬 더 크고 두꺼워져 있었는데, 생각 외로 인상 자체는 무척이나 선해 보였다.
그리고 또 한 사람.
한 단 높은 곳에 위치한 채, 씩 웃으며 둘을 쳐다보고 있던 한 명의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부미오 칸.
이 두골 제국의 현 황제이자, 정체를 숨긴 채 전사의 길에 들어와선 온갖 소란은 다 일으키고 도망간 인간. 그와 동시에, 나를 엿 먹이고도 저러고 태연히 윙크를 하는 인간.
찡긋.
‘어우.’
나는 홱 고개를 돌렸다.
하여간에 뻔뻔하기 이를 데 없는 인간 같으니라고.
“모두 앞으로! 칸의 연사가 있겠습니다!”
칸은 한데 모인 나와 왕녀, 그리고 몽을 보며 고개를 까닥한 뒤, 우렁찬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백성들은 들으라! 출정식을 하기 전에 앞서, 한 가지 전파할 사항이 있노라! 지금 대장군의 참가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말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미 전사의 길을 통과한 그가 현재 참가자로, 그것도 점령자로 전사의 길을 수행하는 게 맞는 것인가?”
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위에서 웅성거림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꽤나 화제가 되고 있던 이슈인 모양이었다.
“뭇 이들도 모두 알다시피, 몽 장군이 지금 저기 서 있는 것은 사실 그의 잘못이 아니다. 다 내가 벌인 짓이지. 인정하는 바이다.”
그러자,
“킥······ 킥킥.”
“쿡, 쿡쿡······.”
모두들 웅성거림을 멈춘 채, 말없이 끅끅대기 시작했다.
솔직히 이 광경을 보며 약간 놀랐다. 황제가 자신을 낮추고, 이에 대하여 백성이 웃음을 보이다니. 생각보다 더욱 격의가 없는 문화인 듯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를 빼자? 하지만 이는 외려 전사의 길의 규칙에 어긋나는 것이기도 하다. 외부의 압력으로 참가자에게 억압을 가하는 것. 물론 그 스스로가 포기하고 나올 순 있겠지만, 나는 그리 하지 말라 하였다. 왜냐? 그것이 이 의식에 대한 모독이고, 이를 보기 위해 밤잠을 설치며 기다려온 그대들에 대한 배신이며, 나아가 후대의 전사들이 그의 전략과 전술을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없앤다는 점에서 커다란 국가적 손실이기 때문이다!”
곧이어,
“와아!”
“맞습니다!”
“옳소!”
군중들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몽이란 자의 인기가 사뭇 대단한 듯했다.
“이에 더해, 제4황자의 첨언이 있었다. 한 번쯤은 규칙을 바꿔도 괜찮지 않을까. 전사의 길의 유구한 전통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라면, 약간의 융통성쯤은 허용해도 괜찮지 않을까. 나는 그 의견에 공감했고, 하여 대장군을 이번 최종관문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불만이 있는 자가 있는가? 혹, 있다면 지금 내 앞으로 와 의견을 말하라! 어디 한 번 말해 보시지!”
“와아!”
“옳소!”
“불만 없습니다!”
······.
황당했다. 뭐 저런 막무가내가 다 있나 싶어서. 어디 내 앞에서 한 번 말해보시지? 아니, 백성들 앞에서 저러고 있는 황제가 어디 있냐고.
그때였다.
“다만, 이는 대장군을 대적해야 하는 이들에겐 조금 부당한 처사일 수도 있다. 그들의 처지도 생각을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아무래도 그에 비해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니.”
그러곤 칸이 슬쩍 나와 왕녀를 차례로 훑더니,
“물론 그렇다고 관문 자체에 개입을 할 순 없는 노릇. 하여, 혹시라도 힘이 될 수 있을까 싶어 예외적으로 그들을 위한 보상안을 크게 두기로 결정하였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뿐이니.”
이어서 그가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웅혼한 투로 외쳤다.
“만약 저들 중 누군가가 몽을 제치고 전사의 길의 최종 승자가 되어 돌아온다면! 그가 충성을 맹세하는 대상이 누구냐 하는 것과 관계없이, 곧바로 대 두골제국 대장군의 직위를 내릴 것이다!”
그리고 군중들이 놀라 소리를 내기도 전에, 다음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원한다면······ 그 이상까지도 꿈꿀 수 있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