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 Shounen Manga RAW novel - Chapter 91
91화 주걱턱이 도시에 도깨비를 풀었다!
***
“도깨비다!”
넋이 빠져 있던 일행의 정신을 깨운 건, 그즈음 들려온 누군가의 한 마디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곳곳에서 ‘도깨비’란 단어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도깨비다! 주걱턱이 도시에 도깨비를 풀었다!”
“주걱턱 도깨비다!”
도깨비?
어디선가 들어본 단어였다. 그것도 그리 오래 지나지 않은 최근에.
타냐는 기억을 뒤적거렸다.
그리고 이내,
“아······ 이스트랜드.”
연관되는 기억 하나를 떠올릴 수 있었다.
라미레스를 훔칠 당시, 자신을 뒤쫓던 이들에게서 들은 단어였다.
신출귀몰한 게, 마치 도깨비 같다고.
그즈음 자신의 혼잣말을 들었는지, 레오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뭐야, 너 알아? 도깨비라는 게 뭐야?”
“아니, 잘은 몰라. 하지만 이스트랜드에서 어떤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불렀어. 도깨비 같다고.”
“그래? 그럼 너도 주걱턱처럼 저렇게 늘어나?”
“······전혀.”
그러고 보면, 이는 분명 이상한 일이었다.
왜 그때 그들이 자신을 보고 도깨비라고 했던 걸까.
당시에 활용했던 도망 기법은 주로 종적을 지우고, 모습을 감추는 쪽이었다. 저렇듯 ‘증식’하여 시선을 돌리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도깨비란 양쪽 모두를 포괄하는 특성인 걸까?
그때였다.
“물어보면 되지.”
빨강머리가 대뜸 그러고 나서더니,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러곤 웬 남자 한 명을 데리고 왔다.
데리고 왔다곤 하지만, 실은 강제로 납치해온 수준이었다. 옷깃을 덜렁 잡아채곤 그대로 들고 온 모양새였으니.
헌데 희한했던 건, 그렇게 잡혀온 남자가 그리 기분 나빠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외려, 웃음을 참는 듯 보이기까지 했다.
“왜, 왜 그러시는지?”
“뭐 좀 물어보려고. 도깨비가 뭐야?”
“예?”
“네가 소리치고 있었잖아. 주걱턱이 도시에 도깨비를 풀었다니 어쩌니.”
“아, 그게······ 근데 어쩌죠? 그거 비밀인데······.”
“하, 웃기고 있네. 비밀이라면서 그렇게 동네방네 소리를 질러?”
“그건 그냥······ 저도 신기하고 놀라서······.”
“허······.”
웃기지도 않는 소리였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퍼뜨리고 있었으면서.
심지어 그렇게 고함을 치는 게 비단 저 녀석 혼자만도 아니었다. 지금도 곳곳에서 ‘도깨비’라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어느 단체가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었다.
무슨 꿍꿍이인지는 몰라도.
“그래서 도깨비가 뭔데?”
그렇게 한 번 더 묻자, 이내 녀석이 못 이기겠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러곤,
“도깨비는 어느 한 종족의 이름입니다. 이스트랜드 내의 도깨비소굴이란 곳에 거주하는 수수께끼 같은 종족이죠. 교활하고, 장난과 변덕이 심하며, 남을 골탕 먹이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는 요괴 같은 녀석들이랄까요?”
기다렸다는 듯 신나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해독가로서 특히 뛰어난 면모를 보이는 종족이며, 엄청나게 개성이 강하고, 여러 신기한 능력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지금 보이는 광경은 도깨비들이 ‘둔갑’이란 능력으로, 도깨비들이 주걱턱의 모습을 흉내 낸 것이라고.
“그럼 도깨비들이 주걱턱의 명령을 듣고 지금 교란작전을 펼치고 있다는 거야?”
“정확히는 모릅니다만······ 아마 그런 것이겠죠?”
“흐음, 근데 도깨비들이 왜 그의 명령을 듣는 거지?”
“글쎄요······ 그건 저들에게 직접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설마······ 주걱턱도 도깨비인 건 아니겠지?”
그러자,
“후훗, 설마요. 하지만······ 일리 있는 의문이네요.”
녀석이 마치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만면에 환한 미소를 띠우는 게 아닌가.
참으로 수상쩍은 반응이었다.
이에 대한 느낌은 빨강머리 또한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근데 하나만 더 물어봐도 돼?”
“얼마든지요.”
“그런데 그 수수께끼의 종족에 대해서 너는 어떻게 안 거지?”
“······예?”
“너는 어떻게 알았냐고.”
“아, 그건 그냥······ 소문이 나서······.”
“수수께끼의 종족이라며, 베일에 가려진. 그런데 갑자기 소문이 나?”
그러곤 빨강머리가 녀석에게 한 발 앞으로 다가갔다.
“너 뭐냐?”
“······예?”
“정체가 뭐냐고.”
“어······ 그게 저기······.”
“너 혹시······.”
그때였다.
“됐어, 놔줘. 저 녀석은 묻는 말에 친절하게 대답해준 것뿐이야. 괴롭히면 안 돼. 키리코.”
레오가 나서서 빨강머리를 말렸다.
키리코는 이에 머리를 한 차례 긁적거리곤, 녀석에게서 한 발 물러났다.
곧이어,
“저······ 그럼 가 봐도 될까요?”
“그래, 고마웠어.”
녀석이 후다닥 도망갔다. 이
를 본 레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정체야 뭐 뻔하잖아. 저 녀석이 바로 그 도깨비란 거겠지.”
“왜 본인 입으로 저걸 저렇게 떠들어대는 걸까?”
“아까 자기 입으로 말했잖아. 종족 자체가 남들의 관심 끄는 걸 좋아한다고. 그래서 그런 게 아닐까?”
“흐음.”
놀랍게도, 레오와 빨강머리는 저 도깨비란 녀석의 말을 생각보다 담담히 받아들이는 기색이었다. 당장 산에서 주걱턱들이 쏟아져 내려오는 상황도, 또 그가 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조차도.
하여 이에 대해 물으니,
“아아, 우린 이미 몇 번 본 적이 있어. 저 둔갑이라는 능력. 주걱턱 모험단 중에 쬐끄만 하고 뿔 달린 녀석이 하나 있거든? 그 녀석이 주걱턱으로 변한 적이 있었어. 몇 번 당했지. 그 녀석이 아마 도깨비였던 게 아닐까?”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뭐야, 알고 있었다는 거야?”
“능력 자체는? 근데 그냥 고유능력 정도로만 알았지, 종족이 따로 있는 줄은 이번에 처음 알았어. 신기하다고는 생각해.”
그때였다.
“정말 그 주걱턱 씨가 도깨비인 걸까요? 그래서 그렇게 능력도 다양하게 흉내 낼 수가 있었고?”
그제까지 말없이 상황을 지켜보기만 하던 왜소한 체구의 소년이 입을 열었다.
“글쎄? 그것까진 모르지. 녀석이 도깨비에 대해 많이 떠들고 가긴 했지만, 그런 능력이 있다고 까진 말하지 않았잖아. 뭐, 두고 보면 알겠지.”
“그럼 이제 어떡하죠?”
“물어 뭐해. 찾아야지.”
그러곤 레오는 씩 웃으며 산 쪽을 바라봤다.
“저 중에 진짜가 있을 거 아냐. 보물을 가진 진짜 주걱턱이.”
“아아, 그럼 먼저 찾는 사람이 임자인 건가?”
“당연하지. 산에서 내려온 걸 보면, 자기도 한 번 해보자는 거잖아. 주걱턱 녀석, 이미 즐기고 있는 것 같은데?”
“흠, 그럼 서둘러야겠는걸? 딱 봐도 노리는 녀석들이 한둘이 아닌 것 같으니까.”
이는 빨강머리의 말 대로였다.
이미 레오 일행이 오기 전부터도 많은 이들이 속속 몰려들고 있던 상황이었다. 성질 급한 이들 중 몇몇이 먼저 올라가 떡이 됐다곤 하지만, 아직 수많은 이들이 남아 기회를 노리고 있을 게 분명했다.
이어,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여기 마침 길잡이가 두 명이잖아?”
레오가 씩 웃으며 자신을 돌아봤다.
그리고 그제야 타냐는 어째서 이들이 자신을 찾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셋, 둘. 두 그룹으로 째질까?”
*
띠링-.
[모험왕 연재가 재개되었습니다] [챕터28 – 보물 라미레스 쟁탈전(1)] [진행 중인 챕터의 권역에 속해 있습니다] [히로는 이번 챕터의 캐릭터 평가 대상입니다]“후······ 위험했네.”
도깨비 드랍이 조금만 늦었어도, 선행플롯 제재에 따라 페널티 폭탄을 직격으로 맞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온 도시로 퍼져 나가는 ‘또 다른 나’들을 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크하하하하!”
산이 떠나가라 웃었다.
이젠 나도 모른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내가 도깨비들에게 요구한 건 단 하나뿐이었다.
앞으로 3일간만 내 모습을 한 채, 그리고 이왕이면 작은 거울 하나를 든 채, 이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라는 것.
그게 다였다.
그리고 이제 그 이후로는 알아서들 할 거 하라고.
도깨비소굴로 돌아가도 좋고, 웨스트랜드에서 여행을 다녀도 좋고, 다른 모험가의 동료가 되어도 좋고. 뭐 나만 따라다니지 않으면 뭘 하든 상관없다고.
이건 내 진심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지금 이 순간부로 저들을 터치할 생각이 아예 없었다. 또 그럴 자신도 없었고. 3일이 아니라 당장 이 도시를 떠난다 해도 뭐······ 딱히 말을 안 들었다고 해서 저들의 머리채를 잡을 것도 아니고.
장난스럽게 밀어 넣긴 했지만, 본질적으로 이곳은 전장이다. 생전 처음 보는 인간들에게 공격을 받고,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이 속출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물론 도깨비들 또한 장난에 진지하기에 쉽사리 ‘주걱턱 놀이’를 그만두려하진 않겠지만, 싫다고 관두는 녀석들까지 내가 다시 잡아넣을 순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뭐, 어차피 말한다한들 듣는 녀석들도 아니고.’
어쨌거나 화살은 이미 쏘아졌다는 거.
이제 이야기 속에 풀린 도깨비들을 수습하고 관리하는 건 오롯이 작가의 몫이다.
아마 지금쯤 머리통이 불나고 있지 않을까.
이를 상상하니,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나는 몰라~ 이젠 나도 모른다고~ 그러게 누가 나를 이스트랜드로 보내라고 했냐고요~”
흐음.
뭐, 나는 그래도 어느 정도는 떳떳했다.
앞으로의 전개가 완전히 엇나가지는 않도록, 내 나름대로 설치해둔 장치들이 있었던 것이다.
먼저 홍보단.
독자들의 의문을 최대한 줄여주고자, 물론 내 목적을 위한 게 더 크긴 했지만, 도깨비 홍보단도 미리 다 퍼뜨려 놓지 않았던가.
레오 일행이 들어오는 도시 입구 쪽에다 딱 맞춰 풀어뒀으니, 아마 도깨비에 대한 내용이 전달되긴 했을 것이다.
뭐, 어느 녀석이 걸렸느냐에 따라 그 정보량이 약간씩 달라지긴 하겠지만.
다음으로 변경된 경기 방식.
현재의 상황만 놓고 보자면 사실 내가 혼자 보물을 지키고 서 있는 것보다도, 이렇게 도깨비들을 푸는 게 작가에겐 훨씬 더 익숙한 전개양상이다. 뭐랄까, 디펜스 게임에서 다시금 쟁탈전에 가깝게 변경됐다고나 할까.
이렇게 해석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내가 라미레스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지금 나는 그게 어디에 있는지, 누가 소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저 도깨비들 중 누군가가 가지고 있다는 것만 알았다. 일부러 도깨비들 사이에 던져주곤, 가장 숨바꼭질에 능한 한 명이 맡아달라고만 전했던 것이다.
물론 이때 딱 한 마디 덧붙이긴 했다.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고 3일을 버틸 시, 그 보물을 그대로 주는 것과 동시에 별도의 상품까지 선사하겠다고.
역할극에 더해 내기성 숨바꼭질을 약간 가미했다고나 할까.
저 자유분방한 도깨비들을 조금이라도 잡아두려면, 어쨌거나 이 같은 유인책 정도는 엮어둬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이처럼 나 스스로 라미레스를 소유하지 않고, 도깨비들에게 던져준 것은 다음의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첫째.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원작에서의 전개양상을 어느 정도는 따라가려고.
이엔 작가를 약간이나마 달래주려는 속셈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그게 나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앞으로의 미래를 안다는 것이야말로 나의 가장 큰 강점인데 이를 내 손으로 부술 순 없으니까.
일단 이번 에피소드의 핵심내용은 ‘신규캐릭터 소개’와 ‘파워밸런스 조정’이다. 이를 위해선 강력한 신규 캐릭터들이 돌아가며 메인시점을 먹어야 하는데, 내가 보물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으면 그들이 제대로 등장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들 중엔 나중에 가서도 활약할 캐릭터들이 다수 존재하기에, 그들의 성장을 막는 것은 내게도 그리 좋은 일이 아니었다.
또 하나.
내가 유일한 공공의 적인 상태일 때, 만약 저들이 연합이라도 한다면?
이는 내가 불시의 일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현재의 나는 세계관 최강자와는 거리가 멀었고, 심지어 저들 중엔 나보다 강한 이들도 몇 존재했다. 위험부담이 적지 않다고나 할까.
즉, 애당초 디펜스 게임 자체는 지속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리고 둘째. 내 손으로 라미레스를 레오에게 내어주지 않기 위해서.
사실 이쪽이 더 컸다. 어쨌거나 넘겨주긴 해야 되는데, 그냥 건네는 것도 이상하고, 맞고 빼앗기는 건 참을 수 없고.
하여, 그냥 미리 다른 녀석에게 넘겨줬던 것이다. 레오가 알아서 가져가도록.
중요한 건 지금부터였다.
보물을 도깨비들에게 ‘의탁’한 건 맞다. 하지만 나는 내가 처음에 잡았던 목표, ‘레오와 칼 자이드를 제외하곤 누구에게도 라미레스를 넘겨주지 않겠다’는 것 또한 무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를 위해 쓴 캐릭터 포인트만 무려 100만p 가까이 될 정도였으니.
그즈음, 나는 배에 잔뜩 힘을 준 뒤 소리쳤다.
“코코아! 나와! 빨리 가야 돼!”
이윽고,
“······가고 있어.”
수풀 너머에서 코코아가 어기적어기적 걸어 나왔다.
녀석의 표정엔 수심이 가득했다.
녀석은 본인이 다른 도깨비들과 달리 ‘둔갑’을 쓰지 못한다는 것에 상심해 하던 중이었다.
요 며칠 도깨비들과 붙어 지내다 보니, 자신이 진짜 도깨비라도 된 줄 알았던 모양이다.
“이제 그만 울적해 하고. 움직이자. 우리 할 거 많아.”
“······무능한 코코아비에게 일이 있다고?”
“에휴, 참나.”
컨셉에 먹혀버린 이 녀석에게 본래의 정체성을 일깨워줘야 할 것 같았다.
너는 코코아비가 아니라, 주걱턱 모험단의 길잡이 코코아라고.
“도깨비들은 다 내려갔어?”
“응.”
“치누아비는?”
“몰라.”
“내려갔나 보네. 혹시 보물 차지한 녀석 봤어?”
“아니. 못 봤어.”
“그럼 찾을 수는 있어?”
이에 코코아가 잠시 동안 미간을 찌푸리더니,
“볼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시간은 좀 걸릴지도? 도깨비들은 원래 조금 힘들어. 게다가 본인이 숨기로 작정한 상태면 더 어려워질 거고.”
쉽지 않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래?”
물론 예상했던 바였다.
만약 누구나 다 쉽게 찾을 수 있었을 거라면, 애초에 도깨비들에게 보물을 던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는 홀로그램 창을 켜 한쪽 편에 있던 ‘상품 보관함’을 열었다.
거기 들어 있는 건 두 가지 상품이었다.
캐릭터 상점은 챕터가 닫혀 있을 때만 이용이 가능하지만, 미리 구매해둔 상품은 그 성격에 따라 이용 가능한 것들이 있었다.
이 두 가지가 바로 그러한 종류였다.
나는 곧바로 [해당 챕터의 메인 캐릭터 확인]을 터치했다.
이어,
-현재 챕터의 메인 캐릭터는 ‘웨일스 아이작’입니다.
메시지 창으로 한 줄의 정보가 전달되었다.
‘역시.’
내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이번에 새로 생성된 캐릭터가 메인 시점을 잡았다. 상황이야 조금 달라졌지만, 작가가 본래대로 전개를 펼치려 한다는 뜻이었다.
해당 캐릭터로 하여금, 라미레스를 탈취하게 하는 것.
“코코아, 웨일스 아이작이라는 녀석을 찾아야 돼.”
“웨일스?”
“머리가 무척 긴 말라깽이 녀석이야. 기다란 창을 무기로 하고.”
“음······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근데 그 녀석은 왜?”
“그 녀석이 지금 라미레스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 녀석이거든.”
내가 노린 바는 간단했다.
1. 원작에서처럼 메인시점이 여러 캐릭터들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게 풀어준다.
2. 그 메인시점이 적용된 녀석들을 사냥한다.
3. 선행플롯이 제재하면? [페널티 거부권]으로 막는다.
“치누아비에게 받은 은막 있지? 그거 써.”
“왜? 불편한데.”
“너랑 같이 있으면 내가 진짜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흠, 알았어.”
이어 나는 은막을 뒤집어쓴 코코아를 내 목 위에다 올렸다.
“어어, 조심. 그러다 내 머리통까지 천으로 가리겠다.”
“괜찮네. 도깨비 같고.”
“······그런가?”
어쨌거나 준비는 끝났다.
이제 사냥을 떠날 시간이다.
*
웨일스는 흥분에 의해 몸이 달궈지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옆에 있던 수석 길잡이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맞아?”
“······틀림없습니다.”
생각보다 일찍 발견한 듯싶었다.
보물, 라미레스.
물론 아직 손에 넣은 것은 아니었다.
웨일스는 눈앞의, 당황한 표정으로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주걱턱을 쳐다봤다.
“도깨비라······.”
처음엔 믿지 않았다. 그저 웃기는 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 게 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분신을 만드는 능력은 희귀하긴 하나, 세상에 존재하는 능력이다. 물론 백 명 정도로 늘어나는 건······ 글쎄, 좀 대단하긴 하지만.
어쨌거나 그래서 처음엔 그냥 그런 류의 능력인줄 알았던 것이다.
실체도 없이, 그냥 외관만 흉내 내어 돌아다니는 유령.
헌데 앞의 녀석은 달랐다.
저 녀석은 분명한 실체였다. 물리력이 있었고, 칼에도 베였다. 더군다나 피까지 흘렸고.
심지어 진짜 보물까지 들고 있지 않던가.
도깨비인지 뭔지가 진짜 있었던 것이다.
다만, 여전히 한 가지 의문은 남아 있었다.
‘저 놈이 정말 주걱턱이 맞나?’
약했다.
희한한 술법을 쓰긴 하지만, 그리 대단한 건 아니었다.
주걱턱이란 녀석을 둘러싸고 있는 소문과는 영 맞지 않을 만큼 약한 녀석이었다.
‘설마 다른 도깨비인가?’
하지만 웨일스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주걱턱도 아닌 녀석이 보물을 들고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소문이 많이도 과장됐군.”
이어 웨일스가 ‘일격’을 준비하려 할 때였다.
그때,
“어이! 잠깐, 잠깐!”
바로 등 뒤에서 웬 목소리가 들려왔다.
“헙!”
웨일스는 놀라 옆으로 몸을 날렸다.
돌아보니, 또 하나의 주걱턱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휘유······ 늦을 뻔 했네.”
주걱턱이 두 명이었다.
“······.”
이어 뒤늦게 나타난 주걱턱이 처음의 주걱턱에게로 다가갔다.
그러곤 알아듣지도 못할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어엇······ 형님?”
“뭐야, 네가 들고 있었냐?”
“그게······ 어쩌다 보니?”
“그건 그렇고, 너 방금 위험했어. 잡힐 뻔 했다고. 제대로 해.”
“저도 무척 당황했습니다. 원래 이게 제게 아니었는데, 담당이 됐던 녀석이 귀찮다며 급작스럽게 던지고 가는 바람에······ 그리고 때마침 저자가 옆의 수풀에서 나타나고······.”
“허······ 됐고, 이번엔 잘 숨어 다녀 봐. 아니다, 그렇다고 완전 꽁꽁 숨지는 말고.”
“어······ 예, 뭐. 그럼 뒤는 부탁드릴게요.”
웨일스는 이 광경을 말없이 지켜봤다.
대화를 끝낸 첫 번째 주걱턱이 뒤돌아 사라지는 모습까지도.
이에,
“쪼, 쫓아갈까요?”
옆에 있던 수석길잡이가 당황해 하며 물었다.
그러나 웨일스는 그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뛰어봐야 벼룩이야. 그리고 어떤 일이든 눈앞의 것부터 신경을 쓰는 게 순서인 법이지.”
게다가 눈앞의 녀석은 확실히 벼룩과는 거리가 먼 듯했으니.
웨일스는 자신의 앞으로 터벅터벅 걸어온 두 번째 주걱턱에게 물었다.
“넌 뭐지? 네가 도깨비인가?”
“뭐긴.”
사냥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