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 Shounen Manga RAW novel - Chapter 93
93화 각자가 노리는 것
***
도깨비 드랍 이틀 째.
고작해야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도, 도시의 분위기는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고요했다.
어제의 소란들이 죄다 꿈이었던 것 마냥, 도시는 무척이나 잠잠했다.
그리고 이는 내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간단하다. 현 상황은 내가 도깨비소굴에서 했던 숨바꼭질의 양상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었다.
하루쯤 돌아다니다 보니 도깨비들도 슬슬 알게 됐을 것이다.
도시로 몰려든 사람들이 무엇을 찾고 원하는지.
어째서 내가 나와 똑같은 모습으로 둔갑한 채 도시를 돌아다니라고 주문했는지.
몰려든 인간들이 어째서 다짜고짜 공격해 오는지 등등.
그렇게 이 ‘게임의 룰’을 이해하고, 인간들의 욕망을 파악한 뒤, 이 멍청이들을 골려주기 위해 무엇을 해볼까 하며 궁리하지 않았을까.
이때 도깨비들의 성향에 따라 ‘장난’의 방식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은 그것이 그대로 드러나는 중이었고.
어제 하루는 직접 나서서 골려주길 원하는 녀석들이 원인이 되어 소란이 일었던 것이다.
일부러 모습을 드러내 술래잡기를 즐긴다거나, 라미레스를 가진 척 인간들을 꾀곤 ‘힝 속았지?’를 연발한다거나.
하지만 내가 숨바꼭질을 진행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애초에 그런 녀석들은 그리 오래 갈 수가 없다. 여기 몰려든 이들이 약한 인간들도 아니고, 수가 적지도 않은데, 어찌 그 모두를 골릴 수 있단 말인가.
물론 도깨비들이 만만하다는 것은 아니다. 나와의 숨바꼭질 때와는 달리, 이건 ‘정식놀이’가 아니지 않는가. 그들 또한 마음껏 고유능력을 활용하며 난장을 부릴 수가 있다는 것.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여서까지 빼앗으려 드는 인간의 욕심을 감당하기란 버거울 수밖에 없다. 도깨비들 또한 충분히 악의적이고 교활한 장난을 즐기는 족속들이지만, 그것이 ‘죽음’에 이를 공격을 뜻하는 건 아니니.
고로, 자연스레 오늘과 같은 상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숨바꼭질 때 드러났던 도깨비들의 두 번째 유형.
그냥 그대로 숨기.
이미 거리엔 도깨비들이 자취를 감춘 지 오래였다.
그렇다고 벌써부터 도시를 다 떠난 건 아닐 것이다. 짐작건대, 각자 은신처에 숨어든 채 실실 웃으며 상황을 살피고 있지 않을까. 자신이 바로 보물을 가진 도깨비인 척, 사람을 현혹시킬 만한 미끼 같은 것 하나를 걸어둔 채 말이다.
어쨌거나 지금부터가 내겐 중요한 지점이었다.
슬슬 각자가 노리는 것에 따라, 사람들의 움직임이 갈리게 될 테니.
현재 모여든 이들의 목적을 살펴보면 크게 다음의 세 가지로 나뉘었다.
1. 보물을 쫓는 자.
2. 나를 쫓는 자.
3. 그 외의 목적이 있는 자.
먼저 보물을 쫓는 자.
이들은 원작의 전개를 충실히 실현코자 하는 이들이다.
현재 가장 활발히 도깨비들에게 놀아나고 있는 이들이자, 동시에 나의 주 사냥감이 되는 이들이기도 했다.
이들의 경우, 이대로 계속 보물찾기에 전념할 뿐 딱히 특별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진 않았다.
다음으로 나를 쫓는 자.
이들은 대부분이 다 암살자로, 첫날 이후 마치 도깨비들 마냥 잠잠해진 상태였다.
이들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시피 했기에, 현재 이들이 활동을 멈추고 어둠 속으로 숨어든 까닭에 대해선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중이었다. 괜히 힘 빼지 말고 내가 먼저 모습을 드러내길 기다리는 전략인지, 아니면 뒤이어 올 실력자들을 기다리며 나름의 준비를 하고 있는 건지.
만약 후자와 같다면, 미리 좀 훼방을 놓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전자의 녀석들에 비해, 이 암살자들은 내게 훨씬 더 직접적이고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 외의 목적’이 있는 자.
“후······.”
나는 이에 대해 정리하기 전, 잠시간 정신을 가다듬었다. 사실 이들이야말로 가장 경계해 살펴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 외의 목적’이라곤 했지만,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어째서 지금 이곳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자’에 가까웠다.
이 같은 인물엔 대표적으로 칼 자이드가 있었다.
나는 어제 저녁 무렵, 난데없이 도시에 출현한 그를 보곤 깜짝 놀랐다. 이유는 단순한데, 이곳 클론시티는 본래 녀석이 얼굴을 비추는 장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쟤가 지금 여기 왜 있지?’
칼 자이드는 이번 쟁탈전에서 등장장소와 시기, 수행과제가 아주 명확히 정해진 캐릭터 중 하나다. 특히나 그의 경우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그게 훨씬 더 엄격히 적용되어야 하는데, 이는 그의 등장과 동시에 한 챕터가 끝이 나고, 곧바로 다음 챕터기 시작되기 때문이다.
즉, 그의 출연 자체가 챕터를 나누는 기준이 된다는 것.
그러나 이곳 클론시티는 그의 정해진 등장장소와는 거리가 멀었다.
“허······.”
나는 내가 혹시 뭔가를 착각했나 하고 기억을 되짚어봤다.
일단 원작에서의 전개대로라면, 레오가 클론시티에 들어선지 3일 째 라미레스를 차지하게 된다.
이어 레오는 몇 차례의 쫓고 쫓기는 과정을 거친 후, 클론시티에서 벗어나 중부와 북부의 경계가 되는 도시 ‘버킹엄’에 도착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난데없이 등장한 칼 자이드에게 순식간에 라미레스를 빼앗기고 만다. 이게 바로 [챕터28 보물 라미레스 쟁탈전(1)]의 마지막 장면이다.
틀림없다. 내 기억은 틀리지 않았다.
그러니까,
“저저, 미친놈······.”
저 녀석이 저기서 저러고 다른 모험가들이나, 도깨비들을 패고 있으면 안 된다는 뜻이었다.
······.
비단 칼 자이드 혼자만이 아니었다. 별 대수롭지 않게 넘기긴 했지만, 이 외에도 분명 등장 타이밍이 원작에 비해 훨씬 빠른 녀석들이 몇 있었다.
물론, 내가 단순히 이들의 출현지점이 원작과 달라졌다는 점을 염려한 건 아니었다.
내가 주목한 건 그 이면에 있는 것이었다. 이 상황이 발생하게 된 원인.
바로 ‘작가의 노림수’가 무엇이냐 하는 것.
간단하다. 저들의 존재 자체가 이곳 클론시티에서 ‘원작에서 펼쳐진 전개 그 이상의 무언가가’가 펼쳐질 것이라는 걸 의미했으니까.
“······흐음.”
그즈음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렇게 생각에만 잠겨 있을 때가 아니었다.
작가의 주도 하에 뭔가가 벌어지려 한다는 것.
이는 달리 말해, 나의 계획이 뒤틀릴 가능성이 몹시도 높다는 걸 의미했다.
저토록 강한 녀석이 존재하는데, 어정쩡한 녀석들이 계속해서 메인시점을 돌려 먹고 있을 리가 없으니.
당장만 해도 3일 내로 8~9명의 메인캐릭터들을 사냥하려던 계획이 최대 다섯으로 줄어든 상태였다. 새로운 변수로 인해 이 숫자가 더욱 줄어들게 된다면, 이번 챕터는 완전히 공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나는 곧장 현재 메인 캐릭터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터틀몬.
큰거북이 모험단의 단장으로 대장거북이란 별칭을 가지고 있는 녀석.
고유능력은 마치 거북이 등딱지 같은 철갑이 등에 생기는 것으로, 테르미스 왕녀와 같은 ‘갑주화 능력’의 일종이었다.
그냥 한 마디로, 덩치 큰 인간 거북이나 마찬가지인 녀석이었다.
현재 이 녀석이 메인캐릭터가 된 지 두 시간가량이 흐른 뒤였다.
내가 녀석을 곧바로 상대하지 않은 까닭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첫째, 약간 쉬어갈 타이밍이라 생각해서.
마침 근처에 있던 이 녀석이 메인이 되자마자, 도망에 지친 치누아비가 냅다 땅을 파고 숨어들었던 것이다. 이때 이 멍청한 대장거북이와 그 부하들이 하는 짓이 가관이었다. 어디선가 삽을 잔뜩 구해오더니, 치누아비를 잡겠답시고 삽으로 흙을 퍼내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허허······.”
나로선 옳다구나 싶었다. 이 녀석이 이번 챕터의 네 번째 메인 캐릭터였는데, 그간 세 명의 녀석을 연달아 처리하느라 꽤 힘이 든 상태였던 것이다. 하는 꼴을 보니, 적어도 서너 시간은 걸릴 듯 보였다.
하여, 이참에 생각도 정리할 겸 휴식의 기회로 삼았던 것이다.
둘째, 마땅히 처리할 방도가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멍청하긴 하나, 굉장히 단단한 녀석이었다.
외관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고, 멍청하기까지 한 녀석이 메인 캐릭터까지 된 데엔 이유가 있는 법이다.
바로 녀석의 갑주, 철갑 등딱지.
녀석의 갑주는 방어계열 능력들 중에서도, 상당히 높은 티어의 것이었다. 당장 녀석을 꿰뚫을 수 있는 능력이 선뜻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물론, 상대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레오의 것을 쓰든, 키리코의 것을 쓰든, 얀의 것을 쓰든······ 쓸 수 있는 능력은 많았다. 다만, 무엇하나 깔끔하게 끝나지 않고 시간이 끌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약간 주춤하게 되었던 것이지. 마음 편히 두드려 패기엔, 노리는 녀석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었으니.
‘어쩐다······.’
역시나 가장 간단한 것은 키리코의 것이긴 했다. 녀석의 장갑을 뚫기에 ‘송곳’만한 게 없었으니. 문제는 녀석의 장갑이 빠르게 재생된다는 건데······.
‘그거는 마취탄이나, 폭발탄을 쓰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뭐가 됐든, 일단 대충 부딪쳐보기로 했다.
고민할 시간엔 뭐든 시험해보는 게 좋을 테니.
그러고 고민하며 녀석들을 향해 다가가고 있을 때였다.
“······주걱턱 씨.”
갑자기 어디선가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엉?”
“여깁니다.”
소리는 아래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내 그림자가 내게 말을 건네 오고 있었다.
“······깜짝이야. 왜 거기서 나와?”
“한시가 급해서 말입니다.”
“응?”
약간 호기심을 일게 하는 발언이었다. 그림자로 들어오는 게 좀 더 빠른가? 그냥 평지에서 이동해 오는 것보다?
“뭐야, 그림자 이동술 같은 것도 할 줄 알아? 그림자에서 그림자로 막 옮겨 다니고?”
장난으로 물은 거였다.
헌데,
“예.”
대답이 나왔다.
“······어? 정말로?”
“예.”
“······.”
전혀 몰랐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하카의 목소리는 진중했다.
“왜? 무슨 일인데?”
물으면서도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다.
그간 하카는 암살자들의 동향을 살피겠다며 정찰에 주력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 녀석이 이토록 허겁지겁 달려왔다는 건······ 시야에 뭔가가 들어왔다는 뜻일 것이다.
“그가 코앞까지 왔습니다.”
역시나.
“그?”
“그로니얀 말입니다. 검은 그림자 단장. 그리고 웨스트랜드의 암살협회 총회장.”
“아하······.”
얀의 아버지가 도착한 모양이었다.
그에 대한 하카의 평은 단순명료했다.
“강합니다.”
“그래?”
“근처에도 못 갔습니다. 들킬까봐. 그리고······ 살해당할까봐.”
“······.”
이건 조금 예상 밖이었다.
하카 또한 파워밸런스의 조정 대상이긴 했지만, 개인적인 감상으로 이 녀석의 하락 폭은 그리 크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뭐가 깎이긴 한 건가? 싶을 정도였다. 전투에 임하는 걸 몇 번 봤는데, 엄청나게 강해서. 이는 아마 이제까지의 등장비중이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거나 그런 하카가 ‘살해당할까봐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라니.
이 녀석이 이 정도로 말하는 건, 그 그로니얀이라는 녀석 또한 ‘진짜’라는 것이었다.
“흠.”
나는 다시금 제자리에 멈춘 채 생각에 잠겼다.
심상찮은 일이었다.
말이 되나 싶기도 했고.
고작해야 쟁탈전의 초중반부에 불과한 이 클론시티에 칼 자이드에 이어 ‘진짜’가 벌써 둘이나 나타난다고?
‘진짜’들의 전투는 이곳이 아닌, 저기 노스랜드 근처의 북부 도시에서 일어나는 게 본래의 전개다. 그래서 운반자인 칼 자이드를 제외하곤, 그곳에 이르러서야 다들 하나 둘 나타나는 게 정상이고.
근데 벌써부터 둘이나 나타난 상황이었다. 심지어 하나는 원작엔 있지도 않은 녀석이고.
상황이 요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당최 모르겠네.”
뭘 노리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작가가 이곳 클론시티에서 뭔가를 할 속셈인 것 같았다.
뭐가 됐든 서둘러야 할 듯했다.
“하카, 바빠?”
본래는 죄다 일대일로 깨부술 생각이었지만, 계획은 잠시 접어둬야 할 듯싶었다. 상황이 바뀌었으니 반영하는 수밖에.
“에? 무슨 일이라도?”
“거북이 등딱지에 칼집 좀 내줄래?”
*
주걱턱으로 둔갑한 채 돌아다닌 지도 어언 사흘 째.
치누아비는 조금쯤 지루함을 느끼고 있었다.
솔직히 지금 뭐하는 건가 싶었다.
다른 도깨비들은 저마다 나름대로의 재미를 추구하는 듯했으나, 자신은 이도저도 아니었으니.
숨바꼭질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보물 숨기기나 술래잡기를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고.
모두 이 희한한 거울을 떠맡는 바람에 생긴 일이었다.
치누아비는 품속에 넣어둔 거울을 잠시간 만지작거렸다.
“에휴······.”
차라리 ‘대충 숨어, 어느 한 곳에 머무르지 말고’라는 형님의 지령이 없었더라면, 그래도 좀 나았을 것이다.
저 말을 이행하느라 제대로 재미를 본 적이 없었다. 자신이 뭔가를 하려고 해도, 뒤늦게 나타나선 직접 추격자를 패버린 뒤 다시금 훌쩍 떠나버렸으니.
형님 본인의 희한한 취미를 위해 나를 희생시키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어쨌거나······.
“그것도 오늘로서 마지막이라는 거!”
치누아비는 당차게 주먹을 꼭 쥐었다.
형님이 부탁한 시간은 딱 3일이었다.
3일만 그러고 있으면 끝이라고. 더는 이 거울을 들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다만, 넘겨줘야 할 대상은 확실히 정해줬다.
레오. 더벅머리 소년.
그 소년을 맞닥뜨린다면 굳이 숨을 게 없다고 했다.
대충 줘버리라는 것. 좀 놀아준다거나, 골려줘도 되긴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엔 꼭 전달하라는 것.
그게 형님의 지시사항이었다.
“언제쯤 그놈이 나타날 거라고는 얘기 좀 해주시지······.”
사실 그즈음엔 은막도 벗어던진 채 대로를 활보중이긴 했다. 녀석이 쉽게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바로 그때였다.
“이 녀석이야?”
장난꾸러기 신이 장난이라도 쳤던 모양이다. 때마침 녀석이 거짓말처럼 눈앞에 나타났다.
치누아비의 입가에 미소가 잔뜩 올라왔다.
“하하! 오랜만입니다.”
“응? 오랜만? 나를 알아?”
“아······ 그렇지, 지금 제가 둔갑 중이었다는 걸 깜박했네요.”
치누아비는 그러곤 슬쩍 둔갑을 풀었다.
이어,
“어······ 어?”
레오의 눈이 놀라 휘둥그레졌다.
“반갑습니다. 더벅머리 소년. 자격시험 때 이후로 처음 뵙는 것 같네요?”
“맞지? 맞구나! 주걱턱 모험단! 너도 그럼 그 도깨비인가 뭔가 하는 거야?”
“예, 맞습니다.”
“이야! 역시! 전부터 뭔가 남다르다 했다니까?”
“후훗,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그럼 주걱턱도?”
“글쎄요? 그건 본인에게 직접 들으시죠.”
“흐음, 그렇구나······.”
그러고 고개를 끄덕거리던 소년이 곧이어,
“그나저나 너······ 보물 가지고 있어?”
의미심장한 말투로 물었다.
이에 치누아비는 갈등했다.
그냥 줘버릴까, 아니면 약간이라도 골려줘 볼까.
물론 저들은 이미 자신에게 보물이 있다고 확신하는 듯했다. 아마 저 레오라는 소년 옆에 있는 빨강머리 여인이 길잡이가 아닐까.
그녀의 시선은 등장할 때부터 지금껏 자신의 품에 머물러 있었다.
다만, 본다고 해서 취할 수 있는 건 아닌 법.
치누아비는 막간이나마 재미를 좀 즐기기로 결정했다.
“가지고는 있습니다만, 순순히 드릴 수는 없군요.”
“흥, 그렇지? 기대도 안 했어.”
“대신에 가져갈 기회는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와의 내기에서 이기신다면, 곧바로 드리도록 하지요.”
“내기? 어떤 거?”
“뭐든 좋습니다. 자신 있는 걸 제시해 보도록 하세요.”
그러자,
“좋아, 전투다!”
그러곤 잽싸게 자세를 취하는 것이었다.
“······.”
치누아비는 어이가 없었다.
“그럴 거면 그냥 힘으로 빼앗는다고 하시죠? 내기가 아니라?”
“그럼 뭐!?”
“그냥······ 간단한 거라도 괜찮습니다. 가령······.”
바로 그때였다.
“잠깐!”
웬 목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갑작스레 난입해 들어왔다.
그리고 그는 무척이나 익숙한 외형의 소유자였다.
“형님?”
“뭐야, 새로운 주걱턱?”
그가 천천히 다가왔다.
그러곤,
“아직 가지고 있냐?”
은근슬쩍 귓속말로 물었다.
“예, 아직은. 넘겨줄까요?”
“아니.”
그러곤 다행스럽다는 듯 씩 웃는 것이었다.
이어,
“계획이 변경됐어.”
그가 속삭이듯 말했다.
“이거 우리가 끝까지 가져간다.”
“예? 갑자기 그게 무슨······.”
그러자,
“직접 보니 엄청나더라고, 그 암살왕이라는 녀석. 칼 자이드도 그렇고, 그놈도 그렇고 다른 진짜들을 잡으려면 내가 레벨업을 좀 해야 되는데······ 그러려면 이 챕터가 끝나야 되거든? 근데 지금 돌아가는 꼴을 보니······ 저 녀석에게 보물을 넘긴다고 해도 순순히 끝내줄 것 같지가 않네?”
웬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중얼중얼 거리는 것이었다.
“가만있다간 내가 레벨업 전에 이 도시에 묻혀버릴 것 같아서 말이지······.”
“아니, 그게 대체 무슨······.”
“됐고, 이제부터는 내가 운반한다.”
북부까지 다이렉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