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 Shounen Manga RAW novel - Chapter 96
96화 너, 나랑 일 하나 같이 할래?
***
나는 지난 챕터의 결과를 빠르게 훑었다.
[챕터28 보물 라미레스 쟁탈전(1)이 종료되었습니다] [히로의 캐릭터 평가가 갱신되었습니다] [특징에 ‘거짓말쟁이’가 추가되었습니다] [수많은 독자들의 엄청난 성원이 잇따랐습니다] [인지도가 100,000 증가했습니다] [인지도 초과분은 ‘격’으로 치환됩니다] [작가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작가 호감도가 90 하락했습니다] [스무 명의 독자로부터 팬아트를 받았습니다] [작가 호감도가 20 상승했습니다] [재등장 가능성이 100%로 올랐습니다] [상태]-이름 : 히로(수수께끼 주걱턱)
-특징 : 힘이 무척 세다, 허세가 있다, 말이 많다, 비밀스러움, 알고 보니 미소년?, 리더십, 희생정신, 기사도, 로맨티스트, 허둥지둥, 거짓말쟁이.
-인지도 : 453,759
-작가 호감도 : 52
-재등장 가능성 : 100%
[새로운 종족의 주요 전파자가 되었습니다] [‘히로’의 공식 캐릭터 일람에 주요기록으로 등재됩니다] [캐릭터의 격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캐릭터의 격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캐릭터의 격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작가에 의해 캐릭터 최종평가가 산출되었습니다] [히로는 다음 챕터의 출연 대상입니다] [인지도 상승에 따라 캐릭터 포인트가 300,000p 지급됩니다] [작가호감도 하락에 따라 캐릭터 포인트가 7,000p 차감됩니다] [재등장률 상승에 따라 캐릭터 포인트가 1,000p 지급됩니다] [캐릭터 격의 수치가 180 올랐습니다] [캐릭터 격]-현재 등급 : 조연
-현재 수치 : 896
-경험치 : 77%
-다음 등급까지 남은 수치 : ?
-선행 플롯 무시 가능 횟수 : 2회
흐음.
일단 결과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인지도를 최고 수치까지 달성했다는 점에선 분명 성공적인 챕터였다.
연속적으로 변경된 메인시점에서의 거의 단 한 번도 출연을 놓치지 않은 채, 이 챕터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가 무엇인지, 가장 중요한 인물이 누구인지를 차례로 상기시킨 후, 새로운 내용으로 전개가 확산되기 전에 차단하고 끊어버린 것.
쉽지 않았지만, 충분히 보람을 느낄 수 있을 만큼의 성과였다.
다만, 아쉬운 점이 세 가지 정도 있었다.
첫째, 작가 호감도의 엄청난 하락.
무려 90이란 수치가 떨어졌다. 심지어 페널티를 거부하지 않았더라면 이보다 배는 더 떨어지지 않았을까.
결코 웃을 일이 아니었다. 작가호감도는 내 상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명백한 ‘경고표시’였으니까.
물론 어느 정도 각오는 되어 있었다. 애당초 도깨비를 데려온다는 것부터가 전개에 깽판을 놓겠단 마음이었으니까.
다만 나의 일탈은 도깨비를 푸는 것, 그냥 그걸로 끝낼 생각이었다. 그 이후의 깽판은 사실 도깨비들이 알아서 좀 쳐주길 기대했던 것이고, 나는 이제 그걸 수습해주는 식으로 작가의 호감도와 비중을 같이 챙기려던 속셈이었으니.
본래의 전개방향을 구현하는 식으로 움직였던 게 다 그 때문이 아니었던가.
솔직히 작가가 저렇게 나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웬 그로니얀이라는 녀석을 등장시켜 나를 묻으려 할 줄은.
또 당연한 말이지만 이대로 계속해서 적대적 입장을 유지하는 건 내게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다. 당장은 그로니얀이지만, 나중에는 칠왕이 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을 테니.
어쨌거나 지금은 다소 싱숭생숭한 심정이었다. 이번엔 확실히 좀 토라진 듯 보였으니.
둘째, 불충분한 도깨비와의 연결고리.
이를 느낀 건 내 특징에 ‘거짓말쟁이’ 단 하나만이 추가된 것 때문이었다.
이 상태에 붙은 특징이라는 건, 작가보다는 독자들의 반응이 종합되어 생긴 일종의 ‘캐릭터 아이덴티티’다.
분명 다채로운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고 생각했는데, 붙은 게 고작해야 ‘거짓말쟁이’다?
짐작하건대, 독자들이 인식한 나와 도깨비와의 관계는 그저 ‘도깨비들이 내 명령을 따른다’ 정도에 그친 듯했다.
만약 독자들이 나를 도깨비로 인지를 했다면, 단순한 ‘거짓말쟁이’가 아니라 ‘알고 보니 도깨비?’라든가 ‘도깨비 주걱턱’과 같이, 도깨비와 관련된 무언가가 특징으로 붙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는 당연하게도, 내가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
나는 내가 도깨비로 인지되길 바랐다. 그래야 현재 나를 둘러싼 의혹들을 쉬이 해명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내 배경이나 능력에 관한 것들, 미래를 아는 것, 변신하는 것 등등······.
사실 그래서 몇 번이나 ‘내가 도깨비다’라는 식의 발언을 하지 않았던가. 뭐, 잘 먹히지는 않았지만.
물론 독자들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었다. 도깨비들이 내 모습을 한 채 돌아다니기는 했지만, 딱히 나 스스로가 둔갑과 같은 ‘도깨비를 연상시킬 수 있을 만한 별도의 능력’을 보여준 적은 없었으니까.
중간에 한 번쯤 미소년의 모습으로 변신을 했다면 혹시 어땠을까 싶긴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었으니.
어쨌거나 독자들의 입장에선 뭣 하나 속 시원히 풀렸다기보다는, 외려 떡밥만 무지하게 늘어난 셈이 되었다는 것.
결국 풀어야 할 숙제만 또 생긴 상황이었다.
그리고 셋째. 이게 제일이었다.
포인트를 무지하게 썼다는 것.
한 챕터에서 최대한 벌 수 있는 수준이라야 기껏해야 30만 포인트 정도다.
헌데 내가 이번에 쓴 것들만 합쳐도 무려 90만 포인트 가까이 됐다. 물론 ‘페널티 거부권’이 아직 두 개 남은 상태긴 하지만, 어쨌거나 포인트로 다시 돌아오진 않으니까.
게다가 내 본래 계획상으론 많아야 두 개를 쓰는 것이었다. 두 개를 남기는 게 아니라.
“······.”
어쨌거나 현재 내 남은 포인트는 343,773p.
이번 챕터의 보상으로 받은 게 대부분이었다. 그나마도 페널티 거부권 세 장을 사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이었고.
이 상황이 함의하고 있는 바는 간단했다.
이제 캐릭터 상품에 의존하여 상황을 해결하는 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럼······ 이제 어떻게 한다.”
나는 산기슭 높다란 둔덕에 걸터앉은 채, 지브란테의 매연 가득한 음습한 공장지대를 내려다봤다.
지브란테.
노스대륙의 접경에 위치한 웨스트랜드 북부의 대도시 중 하나.
무려 세 개의 챕터가, 그것도 전투 씬으로만 꽉꽉 찬 챕터들이 연달아 진행되는 라미레스 쟁탈전 최대 격전지.
클론시티에서 이곳 지브란테까지는 거리가 꽤 됐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모두 모이기까지는 어림잡아도 열흘 정돈 걸리지 않을까.
물론 빨리 달리는 녀석들이야 좀 더 일찍 올 순 있겠지만······ 이래저래 눈치 보며 빠지는 시간을 계산한다면 아마 그쯤으로 가정해도 무방할 것이다.
열흘.
이것에 내게 부여된 최대한의 준비 기간이었다.
“······열흘이라.”
나는 찬찬히 도시 전체를 두 눈으로 훑기 시작했다.
희뿌연 매연이 시야를 가득 메어왔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내 목적은 이 도시의 ‘겉’을 촘촘히 살피는 게 아니었으니까. 그저 대략적인 건물들의 위치만 파악하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도시의 ‘겉모습’은 그저 꾸며진 것에 불과하다.
실제로 저기 저 공장들 둥 실제로 가동되고 있는 것은 없다. 굴뚝을 타고 올라오는 연기 또한 매연이라기보다는 어떠한 장치에 의해 만들어진 수증기에 불과하며, 그 옆의 거대한 쓰레기더미는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설치된 모형일 뿐이다.
저 공장지대는 실제로는 ‘밀수시장’을 덮기 위한 은막이었다.
지브란테는 이 ‘접경지대’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다른 도시들과는 뚜렷이 구별되는 지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밀수, 밀매를 일삼는 범죄가 횡행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주로 취급하는 것들이 노스랜드의 ‘특산품’인 각종 기계무기류, 마공학 무기류, 로봇 등등이며, 이들을 통해 노스랜드의 상품들이 웨스트대륙으로 널리 퍼져나간다는 설정이다.
특히 저 시장 안쪽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노스랜드 풍’을 띄고 있는데, 심지어 어떤 방면에선 현지를 넘어서는 측면이 있기까지 했다.
이를테면, 노스랜드 대륙 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마도공학’과 ‘사이버펑크’, 혹은 ‘스팀펑크’ 따위로 취급분야가 나뉘어 있기 마련인데, 여기선 죄다 섞여 있는 식이다.
이는 아마 작가가 노스랜드 쪽 설정을 미리 보여줌으로써 차후의 이야기에 대한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이곳과 같은 느낌의 지역은 노스랜드 내에서도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가장 중심도시에서나 가능한 상황이랄까?
즉, 이곳은 웨스트랜드 내에 존재하는 ‘맛보기 노스랜드’라 봐도 무방하다는 것.
그리고 이 같은 상황은,
‘······레이저 포 같은 건 얼마 정도 하려나?’
내게도 분명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노스랜드의 무기를 공수하여, 적들과의 격차를 메울 수도 있다는 뜻이었으니.
이번 챕터 보상으로 오른 내 격은 180.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수치였다. 본래의 힘을 곧바로 따라잡을 정돈 아니지만, 그래도 거의 반 이상 본래의 수치를 복구한 것이었으니.
하지만 실제로 내 힘이 얼마나 강해졌는지는, 이 수치만으로 따지기엔 불분명한 점이 많았다. 애초에 나는 이 숫자가 어떠한 로직을 거쳐 실제 힘으로 변환되는지를 알지 못했으니까.
다만 분명한 건, 고작 이 정도로는 그로니얀에게 대적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내 느낌이 그랬다. 아직 한참 부족하다고.
더욱이 그로니얀 뿐만이 아니었다.
이곳 지브란테 챕터에서는 추가적으로 ‘칼 자이드 급’ 강자가 무려 넷이나 더 등장한다.
밀수왕 카포네.
사이보그 겔롭.
마도병기 지무스.
설계자 코미어.
즉, 남은 열흘 동안 찾아야 한다는 소리였다. 저들에게 대적할 수 있는 힘을.
전투로만 예정된 챕터의 내용을 내 중심으로 채우려면, 그만한 힘을 보유하고 있어야 할 테니까.
나는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 넉넉하진 않네.”
당장 떠오르는 방안이 몇 가지 있긴 했다.
1. 무기를 장착하는 것.
2. 병력을 구비해두는 것.
3. 함정을 설치해두는 것.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결과를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는 건 단 하나뿐이었다.
4. 그 모든 것을 동시에 가능케 할 ‘동료’를 얻는 것.
문제는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었다.
내가 동료로 삼아야 할 녀석은 그만큼 출중한 능력을 보유한 까닭에, 녀석을 활용하려 하는 ‘막강한 경쟁자’가 이미 존재하고 있는 상태였다.
오죽하면 녀석이 원하는 바와 앞으로의 미래를 모두 꿰고 있음에도, 그 경쟁자와의 승부를 자신할 수가 없을 정도이니.
내가 지금 동료로 삼고자 하는 녀석은 차후, 레오의 동료가 되는 인물이었다.
즉, 내 경쟁자는 바로 작가였다.
“그래도 뭐······ 한 번 찔러는 봐야겠지.”
그렇다고 가만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나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난 뒤,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미 대충 위치는 파악한 상태였다.
“뭐로 좀 꼬셔봐야 하나.”
*
지브란테 공장지대 한 구석, 간판하나 달려 있지 않은 허름한 창고.
뚝딱-.
뚝딱-.
쟝은 아침부터 들려오는 망치질 소리에, 버럭 소리를 질렀다.
“예끼! 이 빌어먹을 자식아! 여기가 무슨 공방이냐? 그런 거나 만들고 있게?”
밀수해 오는 물품들의 30%가량은 다 하자가 있는 것들이었기에, 밀수업자들 대부분이 이를 보수하기 위한 별도의 수리공구와 시설을 구비해두고 있긴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저 녀석처럼 뭔가를 만들기 위해 망치를 뚜드리는 인간은 없었다. 자신들은 기본적으로 장사꾼들이지, 대장장이가 아니었으니까.
뚝딱-.
뚝딱-.
“아니, 이 녀석이! 그만하래도!”
하지만 그러고 소리를 지르면서도, 쟝은 내심 만족해하는 중이었다. 녀석이 뚝딱 뚝딱 장난스레 만들어내는 게, 실제로 주위 업자들에게서 매우 인기가 좋았기 때문이다.
쟝이 다가가자, 망치를 두드리고 있던 청년이 그제야 아는 척을 했다.
“아, 일어나셨어요?”
“아침나절부터 그러고 망치질을 해대는데, 안 깨고 배기냐? 엉?”
“아핫, 죄송합니다. 간밤에 문득 생각난 게 있어서······.”
쟝은 청년이 만들고 있던 걸 슬쩍 쳐다봤다.
“이번엔 뭔데? 무기?”
“아뇨, 그냥······ 전투보조 장비요.”
언뜻 보기엔 팔에다 부착하는 기계화 장비 같았다.
“쯧쯧, 누가 요즘 그따위 부착형 기계장비를 쓴다고. 무겁기만 무겁지.”
“하핫, 그런가요?”
“거보라지, 손재주만 있으면 뭐하냐고. 상품 보는 눈이 있고, 머리가 있어야지. 지금 그 따위 기계가 어디 팔리냐고. 여기 주변 중늙은이들이나 옛날 생각난다 하며 껌값 주고 사는 거지. 요즘엔 이능공학이라고 해서, 무기든 장비든 죄다 희한한 능력들이 하나씩 붙어 있다니까? 그런 거 아니면 취급도 안 해.”
피 같은 조언에도, 청년은 그저 헤헤거리며 실실 웃을 뿐이었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것도 하나의 기계인데요. 이능공학이니 뭐니 해도, 힘을 담을 금속물질이나 재료, 기계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제대로 된 게 나오지가 않죠. 원리가 얼마나 중요한데.”
“참나, 그럼 그 원리가 그 따위 고철 뚜드린다고 알아지냐? 쯧, 멍청한 녀석 같으니라고. 그리고 이제 중요한 건 능력자야, 능력자. 기계가 아니라. 누가 어떤 능력을 불어넣을 수 있느냐가 중요한 시대에, 원리는 무슨.”
쟝은 시장상황은 눈곱만치도 모른 채, 그저 기계만 조물딱 거릴 줄 아는 저 철없는 애송이를 보며 혀를 끌끌 찼다.
3개월 전, 거지꼴로 거리에 나타난 녀석에게 주먹밥 한 덩이를 던져줄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나 인연이 이어질 거라곤 생각도 못했었다. 그땐 그저, 잠깐의 변덕스런 동정이 일었던 것일 뿐이었으니.
인정하자니 쑥스럽지만, 솔직히 요즈음엔 저 녀석과 함께 있는 게 꽤 재미있긴 했다. 어디서 얻은 기계 지식들인지 하자품 수리도 곧잘 해냈고, 만들어내는 물건들도 제법 놀라운 구석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더욱 이런 소리들이 나오는 것이었다. 멍청한 녀석이라고.
저 녀석에겐 재능이 있었다. 이런 작고 더러운 밀수업자의 가게에서 하자품 수리나 하고, 때 지난 구식 기계나 만지작거리고 있을 만한 녀석은 결코 아니었다.
‘노스랜드의 중심으로 가서 저 재능을 마음껏 펼쳐야 하는 녀석이 어쩌다······.’
그때였다.
우당탕탕-.
난데없는 소음이 귓가를 간질였다.
곧이어,
“여기인가?”
웬 거한이 가게 안으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턱이 몹시도 커다란 녀석이었다.
쟝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했다.
“누, 누구요?”
마침 거한 뒤쪽으로 이 구역을 관리하는 조직원 몇몇이 쓰러져 있는 게 보였다.
쟝은 침을 꿀꺽 삼켰다.
웬만한 깡으로는 이곳의 밀수 일을 버텨낼 수 없다.
쟝은 스스로도 대범하다 자부하는 편이었으나, 그럼에도 이 주걱턱 녀석 앞에서는 이상하게 오금이 저렸다. 녀석이 뿜어내는 위압감이 심상찮았던 것이다.
“아아, 누구를 좀 만나러 왔는데. 여기 있다고 해서.”
“누, 누구요?”
“있어, 당신은 아니고······ 아, 저기 있네.”
그러곤 뒤에 있던 청년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이런······.’
역시나. 뭔가 사고치고 온 놈일 줄 알았다. 재주도 좋은 게, 괜히 이런데 처박혀 있을 이유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선뜻 내줄 순 없었다. 어찌되었건 간에, 한 번 인연을 맺은 녀석이 아니던가. 책임을 지려면 끝까지 져야 하는 법이니.
“자, 잠깐······ 이곳의 책임자는 나요. 저 녀석은 내 밑에서 일하는 놈이고. 녀석을 데려가려면 나와 먼저······.”
그러나 주걱턱은 이미 자신을 지나쳐 간지 오래였다.
“이, 이보시오······!”
그때였다.
‘응?’
그즈음 눈에 들어온 청년의 표정이 희한했다.
딱히 겁을 먹은 기색이 아니었다.
외려 은근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게, 흥미에 차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또한,
“너, 나랑 일 하나 같이 할래?”
저 주걱턱 거한이 대뜸 내뱉은 말 또한 희한하기 짝이 없었다.
잡으러 온 것도 아니고, 추궁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제안?
청년은 이에 어이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훗, 내가 누군지 알고?”
그러자 주걱턱이 이에 대답했다.
그리고 그것은 무척이나 황당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왜 몰라, 잘 알지. 설계자 코미어. 주요 업적으로는······ 노스랜드의 혁신도시 중 하나인 코미어시티의 대표 설계자이고, 이능공학의 선두주자이며, 킹스로드의 전 수리담당관······ 아, 이건 아닌가? 어쨌거나 또······ 아참, 화이트 레인 호를 설계하기도 했었지? 거기 내가 탄 적이 있거든. 좋더라고.”
······.
쟝은 입이 떡 벌어진 채, 옆을 돌아봤다.
거기, 자신만큼이나 입이 떡 벌어진 코미어가 있었다.
“아니, 뭐······.”
그렇게 놀란 녀석과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사이, 주걱턱의 한 마디가 더 들려왔다.
그리고 그것은, 근래 자신이 들었던 말 중 가장 황당한 것이었다.
“그 뭐였더라······ 탑승 가능한 로봇병기인데 몇 가지 특수능력들이 장착되어 있는 그······ 아! 이능장갑기병! 혹시 그거 좀 만들어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