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 Shounen Manga RAW novel - Chapter 98
98화 카포네 씨?
***
“다음은 이제······ 후.”
남자는 기다란 테이블 위에 산더미 같이 쌓여 있는 색색의 금속들을 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색상별로 놓인 금속들은 저마다 영롱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백, 흑, 청, 적, 녹, 자, 황.
매번 금속을 분류할 때만 되면 괜스레 짜증이 밀려들었다.
저걸 언제 다 조사해서 정리 하냐고.
얼핏 보기에 금속들은 이미 다 분류가 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 반대였다. 아무런 구분 없이, 아주 무질서하게 놓여 있는 상태였다.
색상이 같은 것들끼리 묶인 것처럼 보이는 건, 저기 금속들이 현재 ‘형상모방’이 이뤄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무슨 카멜레온도 아니고, 옆에 있는 걸 따라 색을 바꾸다니.
그나마 저와 같은 상황은 좀 나은 편이었다.
정말로 엿 같은 것들은 ‘형질동화’라 불리는 작용을 통해, 옆에 있는 다른 금속으로 화(化)해버리는 경우까지 존재하니까.
아니, 어쩌면 이미 그 같은 변화가 일어난 뒤일지도 모른다. 1차 구분도 안 된 채 엉망으로 보내진 듯 보였으니.
남자는 주위에 있던 인원들에게 버럭 고함을 질렀다.
“야야! 일단 하나씩 다 떼어놔!”
“자리가 부족할 것 같은데요?”
“자리는 알아서 만들고! 그것까지 일일이 알려줘야 되냐!?”
남자는 애써 짜증을 참은 채 소리쳤다.
무기나 여타 장비들과는 달리, 원자재라 볼 수 있는 천연금속들은 전문가가 아닌 이상 제대로 구별하기가 힘들다.
더군다나 요사이 노스랜드에서 넘어오는 것들은 죄다 신형금속에, 무슨 형질에 변이가 일어났다는 둥, 특이점이 생겼다는 둥······ 하여간에 제대로 된 전문가도 없는 상황에서 분류하기가 굉장히 쉽지 않은 것들뿐이었던 것이다.
사실 전문가라고 할 만한 인간이 있는지조차 의문이긴 하지만.
남자는 그즈음 옆으로 다가온 또 다른 녀석에게 물었다.
“이번에 이거 들여온 놈들이 누구야?”
“10개 구역에서 동시에 들여온 것들이라······ 대조해서 한 번 확인해볼까요?”
“됐어. 주문서는? 받아놨어?”
“예, 여기······.”
남자는 종이를 받아들곤 곧바로 이마를 매만졌다.
“하······.”
래브리움 x 97
소다움 x 82
플토늄 x 77
마르티움 x 69
⦙
예상했던 대로 죄다 지랄 같은 금속들뿐이었다.
전문가가 아닌 남자가 금속명만 보고도 곧바로 짜증이 난 까닭은 단순했다. 죄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들이라서.
즉, 이 모든 게 신형금속이라는 것이었다.
“아니, 제정신인가? 이 따위 걸 들이면 이걸 누가 산다는 거야? 웨스트대륙에서 이것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인간이 있다고?”
‘힘’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금속, 마석, 아티팩트에다 특정한 ‘기능’ 내지는 ‘능력’을 삽입하는 ‘이능설계’는 세계 전체를 통틀어서도 희소하다고 소문난 ‘설계자’들의 영역이다.
심지어 설계자들 중에서도 70%는 가장 기본이 되는 금속 ‘세티움’과 마석 ‘잿빛돌’ 외에는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다룰 줄 아는 재료가 많다고 해서 뛰어난 설계자는 아니다. 삽입할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다양한지, 그리고 그 지속력은 어떠한지, 구현되었을 때의 강도는 어떠한지 등등 그 외에도 설계자의 능력을 측정하는 기준은 수도 없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쨌거나 뛰어난 설계자가 아닌 이상에야 웬만해선 신형금속들을 다룰 수 없다는 게 사실이고, 그 뛰어난 설계자들 대부분이 노스랜드에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건 상식 중의 상식이었다.
헌데 지금 이 리스트를 보면, 모조리 신형금속들이 아닌가.
황당했다. 그저 신상품이라고 해서 죄다 사온 격이었으니.
‘아니,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이냐고.’
성질이 제대로 밝혀지지도 않은 원자재를 활용하여 함부로 이능설계를 시도했다간, 재료의 성질이 설계자의 몸에 이식되는 경우도 있다. 그냥 몸의 일부가 금속화 되는 것이다. 설계능력이 소멸하는 것도 예사고.
그만큼 위험성이 높은 일인데, 어떤 설계자들이 선뜻 신형금속을 구매하겠는가.
이걸 밀수해온 놈들은 정말이지 심각한 돌대가리들이 틀림없다.
그리고 그보다도,
“빌어먹을······.”
남자는 어째서 자신이 이 검수과정을 진행해야 하는지부터가 의문이었다.
자신들은 그저 업자들의 관리 및 보호만을 담당하면 되는 게 아니었던가.
언제부턴가 보호비를 현금 대신 밀수품으로 대납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거래처를 조직의 힘으로 뚫어주는 상황이 발생하더니, 어느 즈음부터는 조직원들이 검수까지 떠맡게 되었다. 그래서 일정비율 이상으로 하자품이 나오면 대신 상대측에다 항의를 해주기까지.
카포네의 지시라고는 하나, 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럴 거면 차라리 밀수 판을 완전히 먹어버리던가.
보호비 대신 수수료를 떼고, 중개료를 먹는 게 훨씬 더 이득이지 않겠는가.
“에이······.”
그즈음 남자는 고개를 한 차례 휘저었다. 말해 뭐할까.
-남의 밥은 뺏어먹지 않는다.
카포네 씨의 밥그릇 논리는 그야말로 철벽과도 같았으니.
남자는 답답함을 애써 털어낸 채, 지참해온 흰색 장갑을 품속에서 꺼냈다. 금속들의 ‘성질간섭’을 차단하는 ‘무효화’가 걸린 물품이었다.
이것 없이 함부로 신형금속들을 만졌다간, 무슨 부작용이 일어날지 모른······.
“어이, 야야! 뭐해! 장갑 끼라고!”
“아아! 옙! 죄송합니다.”
“하······.”
그러고 남자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잠시간 식힌 뒤, 분류작업을 시작하려 할 때였다.
“크, 큰일 났습니다!”
위쪽에서 갑작스런 고함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웬 녀석이 헐레벌떡 계단을 뛰어 내려오고 있었다.
“치, 침입자가······!”
“뭐?”
순간,
“으, 으아악!”
콰당-.
녀석이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다.
곧이어,
“여긴가?”
웬 덩치 하나가 천천히 계단을 걸어 내려왔다.
······.
처음 보는 녀석이었다.
저만한 덩치에 저만한······ 주걱턱은 인상에 남을 법도 한데, 마땅히 떠오르는 기억이 없었다.
또한,
‘······탈부착형 기계포인가?’
녀석의 팔에 달린 기계장치. 저런 구식장비를 달고 있는 녀석을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지 않는가. 시대가 어느 땐데 저 따위 구식기계를······.
“응?”
가만.
남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좀 다른가?’
팔을 덮고 있던 금속이 단순 철인 줄 알았는데, 빛을 머금는 걸 보니 재질이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했던 것이다. 그냥 철이라기보다는 훨씬 더 까끌한 느낌이······.
‘에이, 설마.’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희한하게도, 그것의 재질이 막 자신이 구분하려고 했던 신형금속을 닮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말이 안 되는 것이니까.
그때였다.
“여기 밀수총책이 있다고 들었는데? 누구지?”
남자는 갑작스레 들려온 말에 피식 웃고 말았다.
겁대가리도 없는 침입자 녀석이 자신을 찾고 있었다.
“나다.”
그러자,
“어? 정말?”
주걱턱 녀석이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
황당한 놈이었다.
딱 보면, 척 드러나는 거 아닌가?
“시력이 형편없는 녀석이군.”
“총책인데 직접 일을 한다고? 원래 감독관은 뒤에서 사람을 부리는 거 아닌가? 오히려 노는 애들이 많은데?”
“······.”
남자는 순간 잊었던 두통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주걱턱 저 자식······ 잊고 있던 아픔을 상기시키다니.
어째서 부하들은 놀고, 최고 책임자인 자신이 일을 해야 하는가. 아니, 하다못해 부하들을 교육을 시킨 뒤 관리감독을 하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지 않겠는가.
자신의 물음에 카포네 씨는 단 한 마디만을 했을 뿐이다.
-그냥 해.
남자는 잠시간의 회상을 뒤로한 채, 다시금 의문의 주걱턱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너는 누구지? 밀수총책을 찾는 걸 보면, 여기가 카포네 씨의 구역이라는 걸 모르는 녀석은 아닌 듯한데······ 노스랜드에서 건너왔나?”
간혹 저런 녀석들이 있었다.
거래를 트기 위해, 실제 업자들이 아닌 곧바로 관리조직을 찾아 나서는 유형.
조직과 담판을 지으면 앞으로의 거래에 있어, 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곤 꼼수를 부리는 유형.
카포네 씨의 점잖은 대응이 간혹, 이 같은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었다. 같잖은 놈들이 다 찾아오게 만드니까.
“그건 몰라도 되고······ 혹시 밀수왕 어디 있는지 아냐?”
“뭐? 허······.”
생각보다 더 대범한 녀석이었다. 어처구니가 없기도 했고.
그냥 곧바로 카포네 씨를 찾아온 것이었다니.
“무슨 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겠지? 지금 내려와서 그 기계 팔을 내놓고 싹싹 빈다면 목숨만은 살려주도록 하지.”
“오, 그래도 눈은 좀 있네? 이게 좋은 건지는 좀 알아 봤나 봐?”
“좋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다만 살펴볼 필요는 있을 듯해서. 어쨌거나 도망칠 생각은 말라고. 이미 입구에서부터 네 모습을 찍은 카메라만 수십 대니까.”
“아, 입구? 근데 이제 없을 걸?”
“뭐?”
“어쨌거나 말할 수 없다 이거지? 흐음······.”
그러곤 잠깐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너희도 마피아니 몸에 문신들은 좀 있겠지?”
난데없는 질문을 던져왔다.
“뭐?”
“내가 너희들 몸에 뭘 좀 새기려고 하는데······ 이게 처음이면 좀 미안할 것 같아서.”
황당한 녀석이었다.
“뭐라는 거야?”
때마침, 녀석이 허리춤에서 웬 붓을 하나 꺼내들었다.
그것의 재질은 확연히 눈에 들어왔다. 강철로 된 붓이었다.
“내가 원래 이건 잘 안 쓰려고 하거든? 요런 건 악당의 능력이라서. 쓰면 쓸수록 독이 되거든.”
“······그냥 미친놈이었군.”
당연한 것 아닌가.
오른팔에 레이저 포를 단 녀석이 강철 붓을 휘두를 일이 뭐가 있다고.
남자는 그 이상 녀석과 대화를 이어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본래 웬만해선 노스랜드에서 넘어온 것 같은 녀석들을 힘으로 제압하지는 않지만, 이번만큼은 예외로 둬야 할 듯 싶었다.
하여,
“다들 뭣들 하고 있어? 저거 안 잡아 오고! 알지? 테이블 위 조심하고!”
막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렸을 때였다.
쿵-.
어느새 계단에서 뛰어내린 주걱턱이 눈앞에 나타나 있었다.
남자는 식겁했다.
빨랐다. 보이지도 않았을 정도로.
이건 예상 밖이었다.
“일단 너부터. 뭐라고 새겨줄까? 총책?”
“······뭐, 뭣?”
바로 눈앞에서, 주걱턱이 자신을 보며 씩 웃고 있었다.
*
밀수총책을 습격한 이유는 당연지사, 카포네를 끌어내기 위함이었다.
쟝이라는 밀수업자에게 듣기로, 그는 지브란테에 머물고 있다고는 알려져 있으나 웬만해선 이곳 안까지 직접 오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얼굴을 아는 이도 거의 없는 정도라고.
고로, 녀석을 만나려면 측근을 먼저 조져야 한다는 뜻이었다.
내가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기 전, 이 녀석을 먼저 처리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총 세 가지였다.
첫째, 무기 및 장비, 재료의 공수.
코미어와 손만 잡으면, 모든 게 준비될 거라는 내 생각은 착각이었다.
둘쨋날 밤, 녀석이 내게 내민 건 일반 기계식 권총과 하등 다를 바 없는 무기였다. 이게 뭐냐고 물으니,
“전투 장비를 제작해 달라고 하지 않았나?”
“그게 이거라고?”
“보면 몰라?”
그러고 뻔뻔스레 되묻는 게 아닌가.
녀석은 내가 ‘요구한 수준’의 무기를 제작하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재료들이 필요하다 말했고, 또한 그 모든 재료의 조달을 내게 맡겼다.
본인이 가진 거라곤 현재 창고에 있는 쓸모없는 고철 따위가 전부라고, 그 외엔 없다고.
또 제작시간도 부족한데, 재료를 어디서 조달해 언제 작업하느냐고.
뭐······ 맞는 말이었다.
하여, 어딘가를 털긴 털어야 하게 되었는데······ 그렇다고 주변의 소상공인을 털 순 없는 노릇이니까.
그래서 곧장 타깃을 이 녀석들로 잡은 것이었다.
그냥 이곳 바닥 전체를 접수하려고.
둘째, 출연분량.
간단한 계산이었다.
일단 원작에 비해 주요인물이 두 명 늘었다.
나와 그로니얀.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분량을 나누고 싶지 않다면, 그만큼을 또 빼야 되지 않겠는가.
나는 코미어를 내 동료로 만들기 위하여, 최대한 그의 출연을 제지할 생각이었다. 작가로선 용납할 수 없는 행위겠지만, 일단은 그럴 생각이었다.
코미어 한 명을 제외한다 해도, 한 명이 더 남는다.
그래서 결정했던 것이다. 카포네를 빼는 것으로.
셋째, ‘밀수왕’이라는 타이틀.
또한 ‘지브란테의 지배자’라는 별칭까지.
왠지 좀 폼이 나지 않는가.
엿새 후 들이닥칠 인원들을 그냥 ‘주걱턱’인 채 맞이하는 것보다는, ‘밀수왕 주걱턱’ 혹은 ‘지브란테의 지배자 주걱턱’으로 맞이하는 게 훨씬 더 임팩트가 있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독자들 보기에도 뭔가 느낌이 확 살 것 같고.
그리고 이 모든 생각들의 바탕엔, 내가 카포네를 압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뒷받침 되어 있었다.
자신감의 이유? 간단하다. 내 곁엔 현재 코미어가 붙어있으니까.
2 대 1.
아주 간단한 산수였다.
*
“흐음.”
나는 내 앞에 도열해 있는 서른 명 가량의 조직원들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카포네의 행적은 알 수 없었다. 밀수총책이라는 녀석 또한 카포네의 지시사항을 서면으로만 받아보고 있었을 뿐, 직접 만난 지는 꽤 되었던 것이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서기관의 족쇄]의 당한 녀석들은 정신 깊숙한 곳에서부터 복종하게 되어, 시전자에게 감히 거짓을 고할 수가 없다.
여기서 유추할 수 있는 결론은 하나였다.
이 밀수총책이 카포네의 최측근이라는 말은 잘못 알려졌다는 것.
애초에 말이 안됐다. ‘그 카포네’의 부하들이 이렇게나 어설픈 녀석들일 수가 없으니.
이들을 제압하는데 걸린 시간은 기껏해야 십분 남짓에 불과했다.
물론 장소가 장소이다 보니 녀석들이 쉽사리 날뛰지 못했다는 점, 또 내가 먼저 총책부터 꼭두각시로 만들었던 까닭에, 나머지 부하들을 처리하는 게 훨씬 더 수월해진 점이 없잖아 있긴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쉬웠던 것이다.
이는 필시, 카포네가 이곳에 제대로 된 병력을 두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본진과 진짜들은 따로 있다는 것.
다만 희한한 건,
‘여기 있는 것들은 죄다 진짜인 것 같긴 한데······.’
이곳에 모인 각종 무기들과, 장비, 자재들은 분명 진짜라는 점이었다. 더군다나 그 양도 어마어마했고.
이 어설픈 녀석들로 관리해도 되나? 싶을 정도의 물건들이었다.
‘······모르겠네.’
한참을 생각해봤지만, 나오는 결론은 하나였다.
모르겠다.
곧이어 나는 현 상황을 해석하기를 포기했다. 어차피 생각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으니.
하여, 곧바로 다음에 할 것에 대해 생각했다.
이제 어쩐다.
물론 미리 짜놓은 바는 있었다.
첫 번째 밀수총책에서 알아낸 바가 적다? 그럼 곧장 두 번째 녀석에게로 가는 것.
다만 이를 망설이게 되었던 이유는, ‘두 번째라고 다를 게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몰라.”
나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별 수는 없었다. 뭐라도 나올 때까지 뒤지는 수밖에.
쟝이라는 녀석에게 들은 밀수총책의 수는 총 셋이었다.
모두를 털면, 뭐라도 나오지 않을까.
그렇게 정리한 뒤, 나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온갖 금속들이 널브러져 있는 테이블 위를 가리키며 총책에게 말했다.
“일단 여기 테이블 위에 있는 것들부터 다 분류해놓고 있어. 색상 별로 하면 안 되고, 종류 별로 해야 돼. 와서 검사할 거야. 너······ 네가 책임지고 완료해놔.”
“······.”
이어, 나는 어째선지 한껏 얼굴이 일그러진 밀수총책을 뒤로한 채 두 번째 밀수총책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
다음 날.
“카포네 씨, 가져왔습니다.”
“금속은 여기다 두겠습니다.”
“부착형 장비는 이곳에다 두겠습니다. 카포네 씨.”
쟝의 창고 앞은 인산인해였다.
“어어, 두고 가.”
“따로 빼둔 금속이 몇 있습니다. 형질동화 현상을 보이는 것들이라.”
“그래, 잘했네. 너 일 잘한다. 앞으로 네가 다 맡아서 해.”
“······.”
“표정이 왜 그래?”
“그······ 저는 총책인데요?”
“그래, 그러니까 다 감독하라는 거잖아. 총 책임자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이런 분류하는 등의 수작업은 밑에 애들을 시켜도······.”
“그냥 해.”
“······.”
그때였다.
“이게 다 뭐지?”
코미어가 입을 떡 벌린 채 내게 다가왔다.
그러곤 수상쩍다는 눈길로 나를 응시하는 것이었다.
“너······ 설마 네가 카포네였냐? 밀수왕?”
음.
나는 코미어의 말에 머리를 긁적거렸다.
밀수총책 셋의 거처를 털고 난 뒤, 아침이 밝았다.
어젯밤 내가 얻은 것은 총 세 가지였다.
1. 엄청난 수의 노스랜드의 특산품들(무기, 각종 장비, 금속).
2. 도합 백 명에 달하는 카포네의 조직원들.
3. 그리고 새 이름.
지브란테에 들어온 지 닷새 째.
어째선지 나는 카포네 씨라 불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