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10)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10화(10/117)
***
이른 오전, 히어로 연합 본부 내의 여성 히어로 기숙사.
지우는 늦게까지 들어오지 않았던 도화를 기다리다 지쳐 잠들어 있었다.
“으으음… 으으으…”
가끔 발생하는 긴급 출격 요청에 나가는 일은 그녀 또한 몇 번이나 겪은 일이었지만,
무슨 일이 있더라도 서로 언질이나 문자를 남겼었던 것이 두 사람이다.
같이 놀자며 약속까지 잡았던 도화가 1시간 가까이 연락조차 되지 않으니,
출격이라는 걸 뒤늦게나마 듣게 되었어도 계속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으으으… 언니…?”
“응? 지우 일어났어?”
거실로 나가자 주방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도화가 있었다.
“어제 몇 시에 들어온 거야? 오는 소리 못 들었는데.”
“응? 5시 좀 넘어서. 밖에서 기다렸지! 미안…”
지우는 사과하는 도화의 얼굴을 보자 잠시 화가 치솟았지만,
그래도 아무 일 없이 돌아와 다행이라는 생각에 한숨을 놓았다.
‘정말다행이다.’
그러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고개를 돌려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다.
“다음에 나갈 때는 급해도 연락 좀 하고 나가.”
“응.진짜 미안.”
외동딸이었음에도 지우는 딱히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했던 데다,
고등학생이 되던 해에 우연히 발현한 이능력을 두려워했던 친구들은 그녀와 가까이하지 않았다.
가족의 애정이나 친구와의 돈독한 우정도 없이 성인이 되고,
외롭게 히어로 연합에 들어왔던 그녀에게 있어서 도화는 친언니 같은 존재였다.
게다가 히어로라는 직업은 위험한 곳에서 일하는 만큼,
크게 다치거나 죽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도화가 연락도 없이 나간 걸 크게 걱정했던 것은 이유가 있던 것이다.
“언니 안 피곤해? 맨날 11시 전에 자잖아.”
“응? 괜찮아! 그래도 와서 좀 잤어.”
늦게까지 빌런을 상대하고 왔을 도화의 얼굴은 꽤 피곤해 보였다.
물론 도화는 지우에게 말했던 대로 긴급 출격에서 빌런을 제압하고 온 것이 아니었다.
다만 그에 준할 만큼 체력 소모가 큰 일을 하고 온 건 사실이었다.
“오늘은 그럼 쉬는 거야? 긴급 출격 이튿날은 보통 쉬게 해주잖아.”
“응? 잘 모르겠네. 쉬다가 중간에 후속 출격 요청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어.”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쉬지도 않고 후속 처리를 나가?’
후속 업무까지 수행해야 할 수도 있다는 도화의 말에 지우는 다소 의문이 들었지만,
그러려니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혹시 나가면 미리 연락해.”
“응. 걱정 안 해도 돼.”
도화는 지우의 머리를 톡톡 두들기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애 취급 하지마. 언니 나랑 겨우 두 살 차이거든.”
머리를 톡톡 건드리는 도화의 손을 잡고선 시큰둥한 표정을 짓더니,
소파에 앉아 도화가 미리 준비한 빵과 음료를 먹었다.
도화는 그런 지우의 모습을 보며 나이 어린 여동생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러면 언니 먼저 나간다?”
“또 운동하러 가?”
“어. 요 며칠 바빠서 운동을 제대로 못 해가지구.”
어느새 레깅스와 탱크탑으로 갈아입고 운동화를 신고 있는 도화.
지우는 현관 밖으로 나서는 도화에게 손을 흔들었다.
***
히어로 연합의 기숙사 내에는 정말 다양한 시설이 구비되어 있다.
원하는 메뉴를 언제든지 주문하여 먹을 수 있는 전용 식당,
수많은 최신 운동 기구가 준비되어 있는 거대한 면적의 헬스장,
다양한 종류의 레저 활동이나 영화 관람처럼 히어로 복지 개념의 오락 시설들까지.
자세히 하나하나 설명하기에 입이 아플 정도의 최상급 시설을 갖추고 있어,
내로라 하는 히어로들도 기숙사에서 나가지 않고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흐아! 며칠 만이라 그런가? 평소보다 좀 몸이 무거워진 것 같은데.”
그리고 그 헬스장 한 편에서 루틴을 끝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도화.
일 때문에 운동을 며칠 쉰 탓인지 몸이 무겁게 느껴졌다.
“이상하다…? 좀 몸이 말랑말랑해졌어.”
도화는 전신거울 앞에 서서 바디 체킹에 들어갔다.
몸매나 미용 목적이라기보단 활동에 필요한 체력과 근력을 단련하는 것이 목적.
그에 따라 도화의 몸은 글래머러스하면서도 밸런스 잡힌 근육질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눈에 보이는 몸은 며칠 전과는 약간 달랐다.
팔과 다리의 근육이 약간 줄어들고 말랑하게 변한 듯한 느낌에,
복근은 유지된 상태 그대로, 그리고 가슴이나 엉덩이가 살짝 커진 느낌이었다.
운동을 며칠 쉬긴 했지만, 그만큼 체력 소모가 큰 활동을 했던 그녀였기에,
별 신경은 쓰지 않았다.
‘가슴이랑 엉덩이가 커진 거라면… 시윤 님께서 좋아하실지도…♥’
오히려 자신의 주인이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A급 히어로 이그니션 윤도화.
전투원 505호 하시윤을 만나고 나서 그녀의 인생에는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출격 현장에서 빌런과 히어로로서 대치하던 두 사람이었지만,
시윤이 얻게 된 기묘한 이능력에 의해 도화는 신체의 자유를 빼앗겼다.
그에 의해 몸을 희롱당하고, 원치도 않는 상대의 생식 기관에 봉사했다.
그리고 인식까지 개변당해 자신을 시윤의 성처리 노예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히어로로서의 사명감과 책임을 잊은 건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에게 있어서 새로이 주어진 역할은 히어로만큼이나 중요했다.
주인의 성처리 노예로서 어떻게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다듬을지,
어떤 행동과 말을 해야 주인이 자신을 안을 때 더욱 기뻐할지를 고민했다.
도화가 자신의 가슴과 엉덩이가 커졌다고 느낀 것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생각한 것도,
개인적 만족이 아닌 자신의 주인을 위한 것이다.
아무도 없는 헬스장 탈의실 안.
그녀는 레깅스와 탱크톱을 벗었다.
‘확실해… 전보다 사이즈가 커진 거 같아. 골반도… 가슴도… 엉덩이도…♥’
가슴 사이즈도, 엉덩이의 살집도, 더욱 잘록해진 허리와 골반까지도.
나체 상태에서 확인한 그녀의 몸은 확실히 좀 더 여성스럽게 변해 있었다.
– 찰칵!
도화는 휴대전화를 들어 거울의 비친 자신의 모습을 촬영했다.
그리고는 그 사진을 자신의 주인인 시윤에게 곧바로 전송했다.
[ 도화 : 시윤 님께서 마음에 들어하실 것 같아 보내드려요♥ ]그러자 몇 초 지나지 않아 시윤에게서 답장이 도착했다.
[ 주인님♥ : 예쁘네요. 자주 보내주면 좋을 것 같은데. ]“시윤 님께서… 예쁘다고 해주셨어…♥”
암컷 성노예로서 수컷 주인의 인정을 받는 것은 목표이자 영광.
만족스러운 듯한 시윤의 답장에 도화는 뛸 듯이 기뻐했다.
[ 도화 : 네♥ 시윤 님의 명령이라면♥ ]‘후후… 시윤 님께서 좋아하실 만한 걸… 공부하자…♥’
빌런에게 지지 않는 강한 히어로가 되기 위해 노력하던 히어로 이그니션의 모습은,
서서히 수컷 주인님을 위한 암컷 성처리 노예로서의 자각에 잡아 먹히기 시작했다.
***
“으아아아! 개운하다.”
늘 피곤하기만 했던 새벽 당직 근무도 없다.
고기 방패로 세우며 늘 갈궈대던 직속 상관과 지휘관도 없다.
그리고 그걸 전부 담고 있던 다크 나이츠도 없다!
캬!
아침이 이렇게나 상쾌한 적이 있었던가?
냉장고에서 바나나 우유와 베이컨 샌드위치를 꺼낸다.
“맨날 이상한 똥국 같은 거나 나와서는… 망할 만 했어! 에휴.”
건더기도 제대로 없는 정체불명의 갈색 국물과 말라비틀어진 야채 조각 모음.
그리고 딱 어린아이 주먹 만큼의 밥 덩어리가 전투원들에게 주어지는 식사였다.
점심이나 저녁에는 그나마 사람 음식 같은 것들이 나오긴 했지만,
그마저도 차라리 편의점 음식이 몇 배는 나을 정도였다.
그나마 있는 아지트 내부 매점의 물건들은 간부들이 독점해 버렸고,
아지트 건물 안에 두 대 뿐이었던 자판기는 물건을 채우는 일이 거의 없었다.
이런 대접에도 왜 다크 나이츠의 전투원들이 몇백 명이나 있었냐고 하면,
…그냥 돈을 많이 주기 때문이었다.
아무 군말없이 사지 멀쩡한 남자라면 누구나 전투원이 될 수 있는데다,
사소한 이능력이라도 있으면 간부 조직원이 되는 게 어렵지도 않다.
그렇게 주어지는 게 평균적인 대졸 초봉을 가뿐히 뛰어넘는 월급이다.
연차가 어느 정도 쌓인 내 경우에는 더 많이 받기도 했고.
물론 빌런 활동 중에 체포되어 활동 사실이 증명되면 빨간 줄이 그어지고,
출소 후에도 취직은커녕 사소한 사회 활동조차 큰 제한을 받는다.
하지만 그만큼 취직해서 돈 벌어먹기가 팍팍해진 세상이고,
잠깐 몇 개월이라도 고생해서 월세 보증금이라도 마련하려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게다가 히어로 연합 입장에서도 계속 나타나는 강한 빌런들을 체포하느라,
나 같은 조무래기 전투원들은 체포되는 경우도 거의 없다.
대신 전투 중에 다치거나 죽는 경우가 워낙 많아서 문제지.
– 띠링!
불과 며칠 전의 식사였던 끔찍한 것들을 상상하던 중,
잠시 놓아 두었던 휴대전화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뭐야? 이 시간에 누구지?”
아침부터 나한테 메시지를 보낼만한 사람이 있었던가?
[ 윤도화 : 시윤 님께서 마음에 들어하실 것 같아 보내드려요♥ ]도착한 것은 윤도화가 직접 찍은 듯한 알몸 셀카 사진과 한 줄의 메시지.
앙칼진 야생 고양이 같던 년이 저렇게 스스로 사진까지 보내올 정도라니.
겨우 한 줄짜리의 명령을 박아 넣었을 뿐인데,
내용이 내용이라 그런지 윤도화라는 녀석의 성격 자체를 바꾸어 버린 것만 같다.
일단 대충 고양이가 따봉하는 이모티콘 하나와 함께 답장을 남긴다.
[ 시윤 : 예쁘네요. 자주 보내주면 좋을 것 같은데.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또 답장이 도착했다.
[ 윤도화 : 네♥ 시윤 님의 명령이라면♥ ]“후우… 존나 꼴리네.”
당장에라도 저 사진을 보고 한 발 뽑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내가 원할 때 불러내서 따먹으면 그만이잖아?
“그나저나… 앞으로 이제 뭐 하지?”
마음 어딘가에서 바라고 있는 일이긴 했지만,
정말 며칠 만에 몇 년이나 몸담고 있던 조직이 증발했다.
만약 능력을 얻지 못하고 어찌저찌 살아남았다면,
다른 조직에 들어가 경력직 전투원이 되거나 아예 이 일에서 손을 뗐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 정신 나간 조작 능력도 있고,
이 조작 능력에 정신 못 차리고 성노예가 되어 버린 A급 히어로도 있다.
“빌런 조직… 내가 차리면 되는 거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