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100)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100화(100/117)
***
루미가 시윤의 슬레이브가 되겠다 맹세한 타락의 밤이 지나고,
호텔의 창밖에도 해가 쨍쨍하게 떠올랐다.
“으으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침대에 누워 곤히 잠들었던 루미.
창밖에서 내리쬐는 햇살에 눈이 부시는지 몸을 뒤척거린다.
싱그러운 오전의 햇살이 마치 아기처럼 뽀송하고 생기가 도는 루미의 살결과,
그리고 편안하게 잠들었던 얼굴에도 비추며 루미의 잠을 자연스럽게 깨우고 있다.
“하앗… 으으응…!”
그러다 햇살의 끝없는 공세에 결국 루미는 눈을 뜨고 고개를 들더니,
두 팔을 들어 개운한 듯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켰다.
“주인님께서는 어디에 계시지…?”
아직 반쯤 감겨 있던 눈을 비비적거리며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봤지만,
분명 루미의 곁에서 함께 잠들었던 시윤은 객실 안에 없었다.
“주인님이 입으셨던 외투랑 우산은 아직 있는데…잠시 어디 나가신 건가?”
시윤이 쓰고 왔던 검은색 우산은 현관 옆에,
평소 즐겨 입는 까만 후드 집업은 침대 옆에 가지런히 개어져 있다.
“전화라도 해봐야 하나… 아!”
시윤에게 전화라도 걸어봐야 하나 생각하며 스마트폰을 켠 루미.
마침 시윤이 그녀에게 보낸 메시지가 알림으로 온 상태였다.
[ 시윤 씨 : 잠깐 이것저것 좀 사러 나왔으니까 조금만 기다려.아마 지금쯤이면 연합에서 네가 범인이라는 걸 알아챘을지도 모르니까,
마스크나 모자 같은 것도 필요할 거 같아서. ]
“아… 그렇겠구나.”
루미는 전날 오후 연합 본부에서 고위 간부를 공격하여 큰 상처를 입혔다.
다행히 해당 사무실이 위치한 층에는 보안을 위해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이 때문에 사건의 범인을 찾는 데에는 하루 정도는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만약 시윤의 생각대로 연합에서 범인이 루미라는 사실을 파악한 상황이라면,
이제는 대놓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건 위험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럼 주인님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조금만 기다리자.”
시윤이 메시지를 보낸 시각은 루미가 확인하기 약 10분 전.
루미는 시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확실히… 더 커졌을지도…♥”
루미는 화장실 안의 전신 거울에 비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슬레이브가 되며 변한 것들을 하나하나 관찰했다.
원래부터 큰 편이었던 말캉한 젖가슴은 폭발적으로 성장해 폭유를 넘어선 무언가가 되었고,
엉덩이와 허벅지에도 부드럽게 살이 붙어 여성스러움을 더했다.
“내 몸이 이렇게 변한 것도… 모두 주인님의 힘 덕분이겠지…♥”
한층 건강미와 섹시함이 더해진 자신의 몸매에 만족하는 루미.
이렇게 한층 진화한 몸으로 시윤을 위해 봉사하고 섹스하는 상상을 하며,
사랑에 빠진 사춘기 소녀처럼 발그레한 미소를 지었다.
– 철컥ㅡ
“일어났어? 루미야?”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고 있던 루미의 등 뒤에서 들려오는 시윤의 목소리.
“주인님?”
루미는 그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곧바로 그에게 달려가,
손에 물건이 담긴 봉투를 쥐고 있는 시윤의 품에 꼭 안긴다.
“좋은 아침이에요…♥”
“응. 아침부터 활기차네.”
시윤은 잠깐 루미를 품에 안은 채 그녀의 머리와 어깨를 토닥이며,
전보다 훨씬 밝아진 듯한 루미의 모습이 보기 좋은 듯 미소를 짓는다.
그러고는 봉투 안에 담겨 있는 물건을 테이블 위에 꺼내 올렸다.
“아침이라기에는 좀 늦은 시간이기는 한데… 그래도 배고플 테니까.”
새하얀 봉투 속에 담겨 있던 건 불고기 맛 김밥과 시원한 오렌지 주스,
까만색 일회용 마스크 한 장과 머리 끈, 그리고 로고가 그려지지 않은 파란색 야구 모자.
어제 저녁밥도 제대로 먹지 못해 배고플 루미를 위한 간단한 요깃거리,
그리고 루미의 얼굴을 가리기 위한 일종의 변장 도구들을 구매한 것이다.
“주인님께선… 안 드셔도 괜찮으세요?”
봉투 안에서 꺼내진 김밥과 오렌지 주스는 한 명분.
루미는 자신만 먹기가 미안한 듯 시윤에게도 김밥 하나를 떼어 그의 입에 넣었다.
“안 줘도 괜찮은데… 고마워.”
시윤은 루미가 먹여준 김밥을 먹으며 마스크와 모자에 씌워진 포장을 뜯었다.
“다 먹고 나면… 이제 내 아지트로 이동할 거야.
이대로 계속 바깥에서 돌아다닐 수도 없으니까.”
루미는 시윤의 슬레이브가 되며 연합을 향한 복수를 다짐했지만,
그 복수의 실행을 위해서는 적지 않은 준비가 필요한 상황.
게다가 단순한 계기가 아닌 큰 사건을 일으키고 연합을 탈주했기에,
아직 연합이 정체조차 모르는 그의 아지트로 피신하는 것이 안전했다.
“체크아웃까진 아직 조금 남았으니까 체하지 않게 천천히 먹어.
다 먹으면 택시 불러 놓을 테니까.”
***
– 부우웅ㅡ 덜커덕
“도착했습니다! 돈은 자동으로 빠지니까 안 주셔도 됩니다.”
“예!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택시를 타고 유토피아의 아지트가 위치한 건물 앞에 도착한 시윤과 루미.
시윤은 루미의 손을 잡고 아지트가 위치한 지하로 걸어 내려갔다.
‘복수를 도와주겠다고 한 것 치곤… 아지트가 너무 초라한가.’
시윤은 거창한 말로 루미의 복수를 도와주겠다고 한 것 치고는,
자신의 아지트가 너무 초라하지는 않을까 긴장한 듯 손등에서 땀이 흘렀다.
– 끼이익ㅡ
“나 왔어.”
“주인님! 다녀오셨어요?”
시윤이 약간은 긴장한 얼굴로 아지트의 비밀번호를 눌러 문을 열자,
거실 위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던 지우가 달려 나와 그를 맞이했다.
“어! 저분은… 주인님의 새로운 슬레이브… 신가요?”
루미의 얼굴을 본 적이 있는 지우는 그녀를 보자 살짝 놀라면서도,
새로운 동료가 반가운 듯 싱긋 미소를 지었다.
“아… 안녕하세요.”
지우의 미소에 약간은 어색한 미소로 답하는 루미.
당연히 자신 말고도 슬레이브가 더 있을 거라는 걸 예상하고 있던 루미였지만,
그 슬레이브가 알몸 에이프런으로 맞이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다.
“냐아! 주인님!”
그에 더해 고양이 귀와 꼬리를 단 채 속옷만 입은 채령이 네 발로 기어와,
시윤의 품에 뛰어들어 얼굴을 비비적거렸다.
“냐아? 또 새로운 암컷을 데려오신 거에요?”
“저… 저 사람은…!”
채령의 얼굴을 알아보고는 깜짝 놀라 뒷걸음질을 치는 루미.
자신이 얼마 전까지 작전에서 타깃으로 삼고 있던 빌런 조직의 간부이자,
그녀에게 실패의 아픔을 안겨준 것이 채령이었기 때문이다.
“좀… 놀랐으려나.”
시윤은 루미에게 다른 슬레이브에 대한 걸 말해준 적이 없었고,
루미가 채령을 보고 놀랄 수도 있다는 걸 잠시 간과하고 있었다.
“냐아…! 엄청 예쁘다….”
그러나 채령은 딱 한 번 마주친 루미가 누구인지 기억하지도 못하는 듯,
친밀감을 표시하려 루미에게도 꼬리를 비비적거렸다.
루미는 잠시 눈을 감고 가슴에 손을 얹어 숨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자신에게 친밀감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 채령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트릭… 아니지. 채령 씨라고 불러도 괜찮을까요?”
“냐아? 마음대로 불러도 좋아!”
과거 빌런 ‘트릭스터’로 활동했을 당시의 채령은 루미에게 있어서 아픔을 준 존재이자,
그녀가 연합 내에서 더욱 천대받게 된 간접적인 원인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도 말하지 않은 시윤은 루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루미는 오히려 아무렇지 않다는 듯 채령과 스킨십을 나누었다.
“미안해. 미리 말해줬어야 하는 건데.”
“아니에요. 그건… 제가 히어로였던 어제까지의 일인걸요.
전 이제 주인님의 슬레이브고… 채령 씨도 그렇잖아요?”
그러고는 자신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시윤에게 활짝 웃어 보이며,
자신과 시윤을 맞이하러 나온 다른 암컷들에게도 소개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전 설루미라고 해요. 여러분들과 함께… 주인님의 암컷으로서 지내게 될 거에요.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슬레이브들은 시윤을 향한 충성과 사랑이라는 공통된 목표가 본능으로 새겨지고,
그 본능은 암컷들끼리도 서로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또한 루미는 시윤의 슬레이브로 다시 태어나며 과거의 실패와 절망을 모두 잊기로 했다.
자신을 늪에서 꺼내어 준 구세주를 향한 충성과 사랑,
그리고 몇 년 동안이나 자신을 속이며 이용했던 연합에서 복수하기 위해서.
슬레이브로 진화하며 몸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크게 성장한 것이다.
“흐아암… 좋은 아침이에요 오라버니….
어? 저 예쁜 언니는 누구에요?”
마침 막 잠에서 깨어났던 루이린도 기지개를 켜며 바깥으로 나와,
아지트로 돌아온 시윤에게 인사하며 루미와 얼굴을 마주쳤다.
“전 설루미라고 해요.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루미는 채령을 보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루이린을 보고 살짝 놀랐지만,
이내 다시 활짝 웃으며 루이린과 인사를 나누었다.
‘이제… 루이린까지 슬레이브로 만들면 총 다섯이네.’
다크 나이츠의 괴멸 이후 시윤이 새 살림을 차린 지 벌써 두 계절째.
자기 암컷들이 서로 화목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며 뿌듯한 마음이 드는 한편,
앞으로의 조직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