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115)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116화(115/117)
***
어디인지도 모를 저택 안에서 길었던 잠으로부터 깨어났던, 히어로 마법소녀 매지컬 세라피나.
분명 큰 부상을 입고 빌런들에게 붙잡혔던 것이 마지막 기억이었지만,
누군가가 지극정성으로 간호한 듯 약도 먹지 않았음에도 몸은 오히려 전보다 건강해진 상태였다.
자신이 깨어난 장소가 도대체 어느 곳인지, 누가 자신과 아쿠아마린을 구해준 것인지.
세라피나는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한 발과 다리에 몸을 맡긴 채 걷기 시작했고,
그 걸음이 멈춰 선 곳은 어딘가 묘한 느낌을 풍기고 있는 방문 앞이었다.
“여… 여기에 들어가라는 소리인가?”
이 방문 안에서는 누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고,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장소는 아마도 자신과 아쿠아마린을 간호하며 목숨을 구해준 사람의 저택일 것이고,
그렇다고 한다면 적어도 이 집 안에는 그녀를 해칠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래. 내 발이 본능적으로 닿는 곳이라면….”
– 끼이익…
“왔구나. 히어로 마법소녀… 매지컬 세라피나.”
문을 열자 세라피나의 귀에 들려오는 어느 한 남성의 목소리.
“네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어. 정확히 24시간 동안.”
세라피나는 히어로 네임까지 알고 있는 듯한 남성의 말에 놀라문 뒤로 숨어 몸을 움츠렸다.
‘내 히어로 네임까지 알고 있는 데다…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히어로나 빌런에 관심이 많아 정보를 수집하는 이들도 존재하고,
일종의 위키 같은 사이트에 세세하게 출처 불분명의 인적 사항을 기재하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이런 사이트 또한 히어로 연합의 요청에 따라,
금세 사이트가 차단되거나 허위사실 유포 등의 법적 문제를 겪게 된다.
따라서 일반 시민들은 히어로가 직접 말해주지 않는 이상,
구체적인 인적 사항은 물론 정확한 히어로 네임까지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확실히 평범한 사람은 아닌 듯싶은데. 이런 큰 저택에서 사는 것도 그렇고.’
세라피나는 자신과 아쿠아마린을 구해준 사람이라면 선인일 거라며 의심을 접었지만,
자신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그의 말에 다시 의심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어서 내 앞으로 와라. 세라피나.”
“뭐… 뭐야!”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 상황을 더 지켜보려던 찰나,
남자의 말이 세라피나의 귀에 들어오자 다시금 몸이 멋대로 움직였다.
‘또… 몸이 멋대로… 움직여서…!’
세라피나의 몸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방문을 열어 그 안으로 들어갔다.
“꺄아앗?!”
“어우… 비명을 지를 것까진 없잖아?
우린 엄연히 너와 네 친구를 구해준 사람이라고.”
넓고 큰 방 안에서 알몸으로 침대에 누운 채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건 바로 시윤.
루미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시윤의 곁에 앉아 가슴으로 그의 몸을 마사지하고 있었다.
‘이… 이런 사람들이 우릴 구해줬다는 거야…?’
세라피나는 크게 놀라며 손으로 눈을 가리면서도,
저런 사람들이 자신들을 구해줬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
“다… 당신들은 누구야…?”
“여긴 빌런 조직 유토피아의 아지트이자 저택이야. 내가 이 조직의 총수고.”
“비… 빌런 조직?! 지금 빌런 조직이라고 한 거야?!”
빌런 조직이라는 말에 뒤로 물러서며 곧바로 전투 자세를 취하는 세라피나.
“어어! 아니야. 우리는 너희랑 싸울 생각은 추호도 없어.
뭐… 싸운다고 해서 너네가 이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맞아요…♥ 주인님은 이렇게나 우월하고 대단하신 분이라구요?
당신들 같은 약해 빠진 히어로 따위가 넘볼 수 있는 분이 아니랍니다♥”
세라피나와는 싸울 의사가 없다며 손을 올리는 시윤,
그리고 빳빳하게 서 있는 그의 극태 페니스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세라피나를 비웃는 루미.
이는 정말로 이 자리에서 싸울 의시가 없다는 표시이자,
‘어차피 싸워봤자 너네 우리 못 이긴다니까?’라는 일종의 도발적인 메시지였다.
“빌런이라면서… 나랑 아쿠아마린을 구해준 이유가 뭐지?”
세라피나는 당장이라도 식물 줄기를 발사해 저 발언을 짓누르고 싶었지만,
솟아오르려던 분노를 억누르고 상황 파악을 위해 진지하게 질문을 던졌다.
“아… 구해줬다고 해야 하나? 엄밀히 따지면 포획한 거지.
너처럼 초록색 머리를 가진 여자 한 명에… 새까만 긴 생머리를 한 여자 한 명. 기억해?”
“나같은 초록색 머리 여자 한 명에… 긴 생머리 여자?
잠시만… 그 녀석들은…?!”
순간 세라피나의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두 빌런의 얼굴.
높은 곳에서 선 채 자신들을 무참하게 짓밟았던 채령과 루이린의 얼굴이었다.
“맞아. 너희를 쓰러트렸던 나의 사랑스러운 암컷들이지.
그 둘한테 너희를 잡아 오라고 명령한 거야. 너희도 내 암컷 노예로 삼기 위해서.”
“암컷 노예… 라고? 그게 무슨 말… 이지?”
“아…♥ 아직 마법소녀에게는 너무 이른 말인 걸까요? 우후후…♥”
루미는 당황하여 얼굴을 붉히고 있는 세라피나를 귀여운 눈으로 바라보며,
세라피나에게는 없는 풍만한 가슴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이… 이르다니! 나… 나도 엄연히 성인 여성이라고!
애초에… 히어로는 성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거 몰라?!”
그러자 세라피나는 잠시 평탄한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더니,
갑자기 발끈하며 자신도 엄연한 성인 여성이라며 울분을 담아 소리쳤다.
세라피나와 아쿠아마린은 히어로 마법 ‘소녀’라는 정체성으로 히어로를 하고 있고,
체격도 ‘슬렌더 모드’의 루이린에 버금갈 정도로 왜소하고 작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히어로도 국가와 연합에 소속된 일종의 병력 취급을 받는 직종이며,
세라피나의 말처럼 엄연히 히어로 자격 면허는 성인에게만 주어진다.
두 소녀는 성인이 되기 몇 주 전 히어로 연합 연구소의 강화 시술을 받았고,
성인이 된 이듬해 2월부터 활동을 시작하여 현재 2년째 활동 중이다.
즉, 동갑인 아쿠아마린과 세라피나의 나이는 21세.
아무리 그녀들이 빌런 제압 현장에서 마법소녀 세라피나! 아쿠아마린! 이라고 외치고 다니고 있기는 해도,
엄연히 알 거 다 아는 성인이라는 말이다.
“후후후…♥ 그래도 자존심은 있는 걸까요? 화내는 것도 귀엽네요.”
“칫….”
세라피나는 흉부를 자랑하듯 출렁거리는 루미의 행동이 기분 나빴지만,
아직 물어볼 것이 더 남아 있었다.
“아무튼!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내 질문에 대답하기나 해.
나와 아쿠아마린에게 무슨 약을 먹인 거지? 이상할 정도로 부상이 빠르게 나았다고.”
분명 24시간 넘게 약을 먹지 않았음에도,
연구소장의 말과는 달리 두 소녀의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세라피나는 혹시나 연구소의 기술이 담긴 약을 빼앗겼다거나,
혹여는 약 대신 다른 방법이 있는 건 아닐까 궁금했던 것이다.
“약? 무슨 약을 말하는 거지? 우린 너희에게 영양 가득한 수프만 먹였을 뿐이야.”
“맞아요…♥ 도화 양의 달콤하고 영양 가득한 모유가 가득 들어간 수프랍니다.
주인님께서 정말 좋아하시는 음식이지만… 특별히 당신들에게도 나눠준 거라구요?”
“모… 모유라고?! 으으….”
모유라는 말에 표정이 비틀리며 기겁하는 듯한 세라피나.
보통 사람의 기준으로는 모유가 들어간 수프라는 게 사실 평범한 음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화는 슬레이브 스킬 ‘모유 개량’의 소유자.
그녀의 모유는 영양적으로도 완벽하면서 발정 효과도 있고,
병증이나 큰 부상에도 빠른 치유 효과를 보일 정도의 만병통치약이다.
‘모유가… 강화 시술의 부작용을 억제했다는 건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데.’
세라피나는 모유를 마셨다는 사실에는 큰 거부감이 들기도 했고,
모유가 시술의 부작용을 억제했다는 걸 믿기가 어려웠다.
‘다 모르겠고… 빨리 여기를 빠져나가는 게 좋겠어. 빌런인 것도 문제지만…,
행동이나 말 자체가 엄청 천박해서 더 마음에 들지 않아.’
일단 지금 당장은 몸이 크게 나아진 상태고,
혹시나 모유가 신경 쓰인다면 연구소장에게 말해보면 그만일 일이다.
세라피나는 그보다도 자신을 암컷 노예로 삼겠다느니 하는 시윤의 말이나,
천박하게 가슴을 출렁거리며 자신을 농락한 루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아무리 자신과 아쿠아마린을 구해준 사람들이라고는 해도,
어찌 되었든 간에 이들 또한 빌런이라는 건 그녀에겐 다를 바가 없기도 했다.
“암컷 노예라니 뭐라니… 난 그딴 건 되지 않을 거야.
대신… 나와 아쿠아마린을 구해줬으니 아무런 공격 없이 얌전히 떠나주겠어.”
세라피나는 고개를 휙 돌려 얌전히 떠나주겠다고 선언했다.
“그건 안 되지.”
[ 대상 : ‘히어로 마법소녀’ 세라피나에게 신체 조종을 적용합니다. ]하지만 얌전히 떠나주겠다는 말은 세라피나의 착각이자,
우월하고 강력한 수컷인 그를 기만하고 우롱하는 행위였다.
“으아앗?! 또… 몸이 멋대로!”
순순히 보내줄 수 없다는 시윤의 말이 끝나자마자,
세라피나는 자신도 모르게 시윤의 침대 앞으로 걸어가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너와 아쿠아마린은 이미 내 이능력의 영향을 받는 중이야.
그렇다는 건… 내가 마음대로 네 몸을 조종할 수 있다는 소리지.”
“크읏… 내 몸이 마음대로 움직인 게… 저 녀석 때문이라고…?”
– 스르르릉ㅡ
순간 무릎을 꿇고 있는 세라피나의 목덜미를 겨누는 날카로운 얼음 칼날.
“말조심 하세요. 감히 위대하신 주인님께
‘저 녀석’
이라니.”
루미는 시윤에게 ‘저 녀석’이라고 칭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난… 히어로 마법소녀 세라피나야. 그런 위협에 굴복할 것 같아?
얌전히 가려고 했는데 안 되겠어.”
세라피나는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 루미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허리를 뒤로 젖힌 채 손을 뻗어 외쳤다.
“세라피나… 엑스퍼트 바인!
……?”
하지만 세라피나의 외침에도 식물 줄기가 루미와 시윤을 휘감기는커녕,
그저 공허한 외침이 방 안에 잠시 맴돌다 사라질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