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124)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124화(124/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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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연합 본부 건물 내부의 회의실.
회의실 내부는 마치 의회처럼 수십 개의 좌석이 둥근 원형으로 놓여 있어,
시선이 중심으로 모이도록 하는 내부 구조를 갖추고 있다.
또한 각각의 좌석에는특수한 통신 장치가 설치되어 있어,
이를 이용한 정확하고 빠른 의사 전달을 통해 원활하게 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
– 끼이익…
대책 회의 시간이 가까워지자 수많은 이들이 회의실을 찾아오기 시작한다.
“하하! 오랜만이네. 이거 반 년 만인가?”
“벌써 그렇게 됐나? 좀 자주 만나서 술이라도 좀 나눠야 하는데 말이야.”
“하… 쓸데없이 이런 회의 같은 건 왜 하는 거야?”
“할 일도 많은데… 괜히 시간 잡아먹는 일이나 하고 앉았군.”
몇몇 이들은 반가운 듯 서로 악수를 청하며 안부 인사를 나누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들은 회의 참석이 탐탁지 않은 듯 불만스러운 표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히어로 연합 대책 위원회 소속 위원분들의 출석 여부를 확인하겠습니다.
모두 배정된 좌석에 착석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깔끔하게 양장을 차려입고 있는 다양한 연령대의 연합 간부들,
그리고 아직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베테랑 히어로들로 구성된 회의 인원.
히어로 연합 대책 위원회를 진행할 위원장이 앞으로 나와 출석 여부를 확인한다.
“출석 여부 확인 완료했습니다. 30인 중 23인 출석 확인되었습니다.
전체 위원회 인원의 3분의 2 이상이 출석했으므로 위원회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정말 긴급한 일이라면 열리지 않는 히어로 연합 대책 위원회 회의.
그러나 최근 정체 모를 조직에 의한 히어로 사냥으로 인해 피해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 위해 연합에서는 간부 회의를 소집했다.
“회의 안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최근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히어로 사냥 방지 대책에 관하여 ]제시된 안건은 역시나 크게 증가하고 있는 히어로 사냥 사건의 원인 파악과 대책 수립.
최근 한 달간 사망했거나 또는 행방불명된 히어로만 10명에,
또한 중상을 입어 히어로 자격을 잃은 인원만 30명을 넘어섰다.
이는 전 분기 대비 세 배 이상 증가한 수치였고,
가장 큰 문제는 정확한 원인을 알아내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현재 히어로 사냥 사건의 조사원들이 추정하고 있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 1. 히어로의 전체적인 기량 하락 ] [ 2. 히어로 등급 간의 차별 문제로 인한 연합 이탈 ] [ 3. 연합 내부에 존재하는 빌런 스파이의 가능성 ] [ 4. 새로운 거대 빌런 조직 등장의 가능성 ]위원들의 좌석 앞에 놓인 모니터로 전송되는 추정 원인.
이 외에도 피해 사실이 확인된 히어로들에 관한 통계 수치,
사건이 벌어졌던 현장과 시간에 대한 동향을 파악한 자료도 함께 띄워진다.
“히어로 사냥이 크게 증가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이런 건 현장 조사원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자료를 보던 중년 남성 간부가 미간을 잔뜩 찡그리며 손을 들더니,
다른 이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니냐며 회의 안건에 대하여 불만을 표시했다.
“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탓에… 조사원들은 현장 조사 업무로도 인력이 모자란 상황입니다.
여러분께서 나서야 할 만큼 중대한 문제라는 의미입니다.”
“참나… 그럼 사람을 더 가져다 쓰면 되는 거 아니야?
왜 굳이 우리 같이 바쁜 사람들을 지금 이런 자리로 부르는 거야?”
히어로는 빌런으로부터 도시를 지키기 위한 핵심 인력이자,
히어로 연합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존재.
그런 히어로들이 사냥당하고 있다는 건 아주 중대한 문제였지만,
어째서인지 회의에 참석한 간부들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은 채 투덜거리기만 했다.
“안 그래도 요즘 현장 출동량이 많아져서 우리 같은 간부들은 아주 바쁘다고.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놈들을 충원하면 될 문제 아니냔 말이야.”
그저 현장직 인원을 늘리면 되는 거 아니냐는 남자의 말.
회의에 참석한 현직 히어로들은 남자의 무책임한 태도에 발끈한 듯 표정을 찡그렸지만,
연합 내 간부들이나 사무직들은 별 신경을 쓰지 않는 표정이었다.
“지금 그게 말이나 되는 이야기입니까? 조사 인원을 늘리는 걸로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조사원 측에서 원인과 여러 통계를 제시해준 상황이지 않습니까.”
중년 간부의 무책임한 발언에 회의실이 웅성거리던 와중,
한 베테랑 히어로가 손을 들어 회의를 원활히 이어가기 위해 입을 열었다.
“히어로에 대한 위협은 곧 도시와 시민에 대한 위협과 마찬가지입니다.
모두들 위원장님의 말에 경청하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해 주세요.
도시와 시민을 지키기 위해선… 먼저 히어로를 지지하고 지켜야 합니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현장에 출동했었던 베테랑 히어로의 진심이 담긴 말.
불만을 표했던 간부들은 고개를 저으며 혀를 끌끌 찼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히어로들과 몇 간부들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드렸던 것처럼 원인은 이미 어느 정도 파악이 완료된 상황이고,
몇 가지의 대책도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윤곽은 잡아 놓은 상황입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지자 위원장이 다시 마이크를 잡고 회의를 진행하며,
위원들의 좌석 앞 모니터에 또 하나의 정보를 전송한다.
[ 1. 히어로 간 등급 제도 완화 및 성과제 강화 ] [ 2. 히어로 디바이스의 보안 강화 ] [ 3. 정기 체력 검정 기준 강화 ] [ 4. 연합 내부 보안 점검 및 감사 주기 증가 ]“2번과 4번은 이미 진행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히어로 간 등급 제도를 완화한다고?”
“이능력의 강함이나 활용성이 히어로 등급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터라,
태생적으로 좋은 이능력을 가지지 못한 히어로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습니다.”
“흐음… 뭔가 현실성이 없어 보이는데.”
“저도 반대합니다. 이러면 좋은 이능력을 가진 히어로들이 오히려 박탈감을 느끼게 될 거고,
최상위 전력을 확보하고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겁니다.”
제시된 대책들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들이거나,
혹은 현실적으로 실행하기 어렵다는 의견들 뿐.
“이런 건 어떻습니까? 도시 구역마다 히어로 인력을 배치하는 겁니다.”
“히어로가 배신하지 못하도록 일종의 시술을 하는 것이…”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는 위원들도 몇몇 있었지만,
조사원들에 의해 먼저 제시되었던 대책들보다도 현실적이지 못했다.
그렇게 회의를 개최한 지 거진 1시간 가까이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지만,
새로운 의견에 불만을 표하거나 태클을 거는 일만 일어날 뿐이었다.
“우선… 안건에 대한 의견이 더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회의 종료 예정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기도 하니… 여기서 일단 회의는 종료하겠습니다.”
***
“하아… 다들 왜 저렇게 불만들이 많은 거야?
돈도 그렇게 많이 받는 새끼들이.”
회의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회의실을 정리한 후 걸어 나오는 위원장.
한 시간 넘게 제대로 된 대책 하나도 세우지 못하고,
다른 위원의 의견에 태클만 걸었던 회의 상황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쉰다.
“이 일을 얼마나 더 붙잡고 있어야 할 지 원….
차라리 현장에서 날아다닐 때가 훨씬 좋았는데.”
대책 위원장 ‘한채리’는 현재 연합의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불과 작년에만 해도 현장에서 시민을 구하던 전직 히어로였다.
그러나 불의의 사고로 인해 다리에 큰 부상을 입어 활동이 어려워졌고,
그 대신 다리에 보조 장치를 장착한 채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다.
– 띠리리링ㅡ
“네. 한채리입니다. 무슨 일이시죠?”
“아아. 나야! 회의는 어떻게… 잘 됐나?”
“아! 다른 번호로 전화를 주셔서 못 알아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야! 당연히 외국에서 다른 번호로 전화했으니 그럴 만도 하지.
회의는 어떻게 됐어? 뭔가 좋은 의견이 나왔나?”
“아뇨… 서로가 내는 의견에 태클만 걸고 영양가 있는 말은 안 나왔습니다.”
“하… 내가 그럴 줄 알았지. 하여튼 그 새끼들은 제대로 하는 게 없어.
예전에 현장에서 뛰어봤으면 뭐 해? 지금은 뒷방 늙은이들일 뿐인데.”
“제 능력이 부족한 탓입니다. 위원장으로서 위원회를 이끌 능력이 부족했습니다.”
“어허! 누가 뽑은 내 비서인데. 그렇게 말하면 섭섭하지.”
“그렇게라도 말씀하시니… 마음이 좀 놓이는 것 같습니다.”
“하하! 너무 그렇게 기죽어 있지 마. 네가 그 녀석들보다 못난 거 하나도 없어.
일단은… 회의에서 제대로 대책이 선 것도 없는 것 같고,
아직 다른
S급
녀석들은 움직이지 않고 있는 거야?”
“네. 아직… 다른 비서분들께는 연락이 온 바가 없습니다.”
“알았어. 일단 다음 주에는 한국으로 돌아갈 거니까…,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뭔가를 좀 해봐야겠네.
일단 오늘 정말 고생 많았어! 나라도 있었으면 뭐라도 말을 해줬을 텐데.
대책 위원장까지 하고 있어서 같이 갈 수도 없었고 말이야.”
“오히려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주장 강하고 꽉 막힌 사람들이 많으니… 그런 사람들도 대하는 법을 알아야 하니까요.”
“좋아! 그런 태도. 그럼 일단 여기서 출국하기 전에도 연락할게. 알았지?”
“예. 알겠습니다. 나중에 또 전달 사항이 있다면 이 번호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럼 편히 쉬십시오.
‘아이언메이든’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