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129)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129화(129/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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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과연 그 녀석들은 살아 있을까?
어디 가서 그렇게 쉽게 당할 녀석들이 분명 아닐 텐데….”
히어로 마법소녀 매지컬 세라피나와 아쿠아마린이 전투 직후 실종된 지 벌써 일주일째.
히어로가 전투 중 실종되었을 경우에는 이후 상황이 두 가지로 나뉘게 된다.
만약 어떻게 되었는지 어느 정도 갈피가 잡히는 경우에는 인력을 동원하여 찾아내지만,
도저히 뒤를 잡을 수 없는 경우 일정 기간이 지나면 추적을 포기하게 된다.
히어로는 중요 인력인 만큼 연합 측에서도 최대한 찾으려고는 하지만,
증거가 없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도 찾을 수가 없으니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두 소녀의 경우 주위에 있던 요원들이 모두 사망한 채로 발견되어 목격자가 없었던 상황.
심지어 CCTV에도 연기가 자욱하게 깔린 장면만 담겨있을 뿐,
어디로 어떻게 누구에게 사라졌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만약 돌아오지 않는다면… 나도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지겠군.”
잠재력은 있지만 평범한 이능력자였던 두 소녀에게 강력한 힘을 심어준 장본인이자,
현재는 그녀들의 상태를 체크하는 주치의 겸 담당자 역할을 겸하고 있는 연구소장.
“뭐… 책임을 묻는 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라지만…,
그 어린 녀석들이 어떻게 되었을지를 모르니… 마음이 편치가 않아.”
가슴으로 낳은 자식들 같은 두 소녀가 돌아오지 않고 있으니,
도저히 잠을 이루고 있을 수가 없었다.
“소장님!!! 소장님!!!!”
한창 연구소장이 시말서 작성에 머리가 지끈거리던 그때,
연구원 한 명이 그의 연구실로 다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 엄청 급한 일이야?”‘
“마법… 마법소녀들이… 돌아왔습니다!”
“뭐라고?! 그게 정말인가!”
그저 S시 시내의 한 거리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었던 두 소녀가,
살아남아 히어로 연합의 본부도 돌아왔다는 깜짝 놀랄 소식을 들고 온 것이다.
“어디야! 두 녀석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
“지금 연구소 내부에 있는 숙직실 안에서 쉬고 있습니다.
부상이 아주 심각한 걸 보니… 이곳으로 데려와 상태를 봐야할 듯 합니다.”
“그래… 어서 이리로… 아니지.
검진실로 데려 오게나. 내가 그리로 가겠네!”
***
하던 일을 모두 내팽개치고 검진실로 뛰어 들어간 연구소장.
검진실 안에는 세라피나와 아쿠아마린이 지쳐 쓰러져 있었다.
“정말 돌아왔구만…! 자네들…!”
소장은 너덜너덜해진 마법소녀 코스튬을 매만지며 가슴이 아팠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 돌아왔다는 사실에 감격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아… 소장님… 이시구나….”
“아저씨… 안녕.”
창백해진 얼굴로 힘없이 고개를 돌려 소장을 쳐다보는 아쿠아마린과 세라피나.
얼마나 상태가 나빴는지 목소리조차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미약했다.
“약… 약은 먹은 건가? 일주일이나 돌아오지 못했는데….”
“혹시 몰라서… 비상용으로… 들고 다니던 게 있어서….”
아쿠아마린은 주머니에서 자그마한 흰색 통 하나를 꺼내어 보였다.
“다행이네… 다행이야…!
부상도 문제였을 테지만… 약을 먹지 않으면 부작용이 오는 게 걱정이었다고!”
두 소녀는 빌런들에게 잡혀 있을 때에도 비상용으로 챙겨 두었던 약을 몰래 먹으며,
탈출할 기회를 엿보다 약간의 틈을 타 겨우 탈출한 모양이었다.
“그래… 일단 푹 쉬게. 내가 위에는 잘 말해둘 테니까.
며칠이라도 괜찮으니 여기서 천천히 회복해서 활동을 재개하든 말든 해야지.”
“감사… 해요….”
– 똑똑똑ㅡ
연구소장이 두 소녀와 이야기를 나누며 몸 상태를 체크하던 중,
검진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내가 부른 사람이 있던가…? 기억이 잘 나질 않는데.
누군지는 몰라도 일단 들어오게!”
검진실의 문을 두드린 후 들어온 건 한 여성 연구원.
한 손에는 두 소녀의 검진 내용이 담긴 서류 뭉치를,
다른 한 손에는 검진에 필요한 작은 기계 몇 가지를 들고 검진실 안으로 들어왔다.
“검진하실 때 필요하실 것 같아서… 미리 들고 왔습니다.”
“아! 고맙네. 급하게 뛰어오느라고 까맣게 잊고 있었구만.
근데… 자네… 혹시 신임 연구원이던가?”
“네! 지난 주에 새로 들어온 신임 연구원 홍서린이라고 합니다.”
세라피나처럼 약간 푸른 빛이 도는 진한 녹색 생머리를 가진 여성 연구원.
그녀는 싱긋 웃으며 연구소장 옆 테이블에 들고 있던 서류와 기계들을 내려놓았다.
“아…? 아… 그렇구만. 요즘 정신이 없어서… 누군지 몰라봤네.”
두 마법소녀가 사라진 후 넋을 놓고 있었던 걸 소장 스스로도 알고 있었기에,
새로 들어온 신임 연구원이 누군지 못 알아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일단… 다행히 상태는 양호한 것 같네.
오히려 전보다 더 상태가 나아진 것 같기도 하고… 시술의 효과가 있는 건가.”
심각한 부상 때문에 크게 나빠 보이는 것과는 달리,
지쳐 보이는 두 소녀의 몸 상태는 양호하다 못해 꽤 건강했다.
“일단… 하루 정도는 연구소 안에 있는 시설에서 푹 쉬게나.
그리고… 여기로 온 김에 여분의 약을 더 챙겨주겠네.”
소장은 검진실 안에 있는 수화기를 들고 버튼을 눌러,
약제실 안에 있을 연구원에게 연결을 시도했다.
“아… 잠시 자리를 비우고 있는 건가? 연락이 닿지를 않는 구만.”
그러나 약제실 안에서 상주하고 있어야 할 연구원이 잠시 자리를 비운 건지,
여러 번 통신을 시도해도 받는 사람이 없어 연결이 되지 않았다.
“약제실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어디에 있는지 저도 압니다.”
“자네는 아마 신입이라 무슨 약인지 잘 모를 테니… 내가 직접 나가 보겠네.
그래! 마침 처음 볼 텐데… 잠깐 저 친구들과 이야기라도 나누고 있게나.”
서린은 신임 연구원인 만큼 아직 연구나 업무에 익숙하지 않을 터.
소장은 그녀에게 두 소녀를 잠시 맡기고 약제실을 향해 걸어 나갔다.
“약제실… 아마 재밌는 게 소장님을 기다리고 있을 거에요… 후후.”
***
“후우… 정말 다행이야. 녀석들… 괜히 걱정이나 끼치고.”
오랫 동안 고정적인 연구직 자리 하나 얻지 못하고 여러 연구 시설을 전전하다,
히어로 연합의 비밀 프로젝트가 있다는 소식을 우연히 전해 듣고 얻었던 연구소장의 직위.
겨우 안정적인 자리를 얻고 만족스러운 연구를 하며 네 번째 해가 지나가고 있던 겨울,
그는 빌런 사건으로 인해 부모를 잃었다는 두 소녀를 만났다.
그 소녀들은 빌런 사건의 충격 때문인지 이전까지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고,
소장은 그녀들을 자식처럼 생각하며 훌륭한 히어로로 키워 내겠다 다짐했다.
그렇게 히어로로 성장한 것이 바로 히어로 마법소녀 매지컬 아쿠아마린과 세라피나.
소장이 두 소녀에게 가지는 애틋함이 남다른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후우… 그나저나 연구소 안이 왜 이렇게 조용한 거지?”
그가 연구소장으로 있는 비밀 연구소의 소속 연구원은 사십 명 남짓.
평소라면 연구소 복도 안에는 대여섯 명 정도는 걸어 다니거나 쉬고 있어야 하는데,
이상할 정도로 아무도 없이 조용했다.
“나 빼고 점심이라도 먹으러 갔나….”
최근 젊은 연구원들이 나이 많은 자신과 식사 자리를 함께하지 않으려는 걸,
내심 마음에 두고 서운해하고 있었던 차였다.
그렇게 연구소장은 잠시 서운한 마음에 투덜거리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약제실 앞에 도착해 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 뭐… 뭐야…?!”
“으읍… 으으읍…!? 으으으읍!!!!”
약제실 안은 온통 쓰러진 약통과 쏟아진 약들로 난장판이 되어 있고,
스무 명 남짓한 연구원들은 입에 재갈이 물린 채 온몸이 꽁꽁 묶여 벌벌 떨고 있었다.
“이래서… 연구소 안이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던 건가…?!
다른 연구원… 다른 연구원들은 무사한 건가?”
연구소장은 처음 겪는 일에 당황하여 우왕좌왕하다가도,
고개를 저으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다.
“빌런… 그 사이에 빌런 녀석들이 침입한 게야…! 일단 도움 요청을…!”
“으으으으읍!!! 으으으읍!!”
연구소장이 연합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내부 연락용 수화기를 들려고 하자,
조금 전까지 마법소녀가 돌아왔다 알렸던 연구원이 마구 괴성을 지르며 고개를 저었다.
“왜 그러나?! 혹시 협박이라도 받은 건… 가아아아악?!!?!?!”
하지만 이미 연구소장의 손은 수화기에 닿아 있었고…
– 쾅ㅡ!!!!!
수화기가 폭발하여 연구소장의 왼쪽 손과 팔을 모조리 날려버렸다.
“크으으윽… 으아아아아아악!!!!”
약제실 안은 폭발의 연기와 터져 흩뿌려진 소장의 피로 더욱 난장판이 되어 버렸고,
왼쪽 팔을 잃은 소장은 감당하기 힘든 고통과 당황스러움에 울부짖었다.
“고개를… 저었던 게… 그거 때문에…!?”
연구원이 괴성을 지르며 고개를 마구 휘저었던 이유.
누군가가 수화기로 도움 요청을 할 것을 알고 폭탄을 설치했던 것이다.
“허억… 허억… 연략… 연락을… 해야… 해…!”
고작 몇 초 만에 너무나도 많은 양의 피를 쏟아낸 탓인지,
가뜩이나 나이가 있는 소장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하지만 자신은 죽더라도 저 연구원들은 살려야 한다.
아직 몸 상태가 성치 못한 두 마법소녀를 살려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팔을 잡은 채 고개를 들었다.
“결국 건드리신 모양이네요? 연구소장님.”
“자… 자네… 자네가…!”
그리고 고개를 든 소장의 앞에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서 있는 한 여자.
그녀는 자신을 홍서린이라고 소개했던 여성 빌런.
연구원 한 명을 죽이고 옷을 뺏어 변장해 있던 ‘글래머 모드’의 루이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