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Brainwashing Villain in a Hero World RAW novel - Chapter (137)
히어로 세계 속 세뇌 빌런으로 살아남기 137화(137/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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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숨소리 말고는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하고,
미약한 공기의 흐름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고요하다.
– 째애애앵…
두려울 정도로 고요하고 정적인 분위기에 손을 휘적거리니,
유리로 된 물체와 부딪힌 듯한 째앵 하는 소리가 이 공간 안에 채워진다.
그리고 그 소리에 놀라 눈을 떴다.
“여긴…?”
유리로 된 물체와 부딪힌 소리가 난 건,
정말 이 방 안이 유리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여기에 왜 있는 거지…?”
실오라기 하나 걸치고 있지 않은 몸과 얼굴이 티 하나 없이 깔끔하게 비쳐 보일 정도의 유리.
벽과 바닥 그리고 천장까지 빠짐없이 거울처럼 맑고 깨끗한 유리로 채워진 공간.
“엄청 깨끗하네… 이렇게 깔끔한 유리창은 본 적이 없는데.”
– 뽀드득ㅡ
어째서 내가 이런 공간 안에서 우두커니 서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유리로 된 벽이 너무 맑고 깨끗한 것이 신기해 무심코 손가락을 문질렀다.
“뭔가… 다른 게 보이는 것 같은데….”
손가락을 문지른 유리벽에는 마치 TV 리모컨의 버튼이라도 누른 것처럼,
누군가의 모습이 흐릿하게 비추어지는 영상의 한 장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 머리색… 내 머리카락과 같은 색깔인데…?”
“세나야!”
“엄마!”
나와 같은 청록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세나라는 이름의 어린아이가 등을 돌리고 있다가,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고는 활짝 웃으며 그 누군가에게 활짝 웃으며 안긴다.
그 웃으면서 안기는 아이의 얼굴은 영락없이…
기억에도 없는 어릴 적의 내 얼굴을 닮았다.
“아… 아아…?”
나를 부르고 있는 풋풋하지만 다정한 저 목소리.
저 목소리를 듣고 환하게 웃으며 안기는 저 어린아이의 모습.
분명 내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은 기억인데.
저 어린아이가 내 어렸을 때의 모습이라는 것도 확실하지 않은데.
“으윽…!”
그 장면을 보고 있으니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마치 기억해서는 안 될 걸 기억해 낸 부작용을 겪는 것처럼.
“저게… 내가… 어릴 때의 모습이라고…?”
내가 가진 가장 오래된 기억은 단 하나.
기계와 연구원들이 가득한 연구소의 침대 위에서 눈을 떴을 때였다.
어렸을 때의 모습은 내 기억 속에도 남아있지 않고,
그게 왜 내 기억에 없는지 의문을 가져본 적도 없었다.
“하아….”
시간이 약간 지나자 유리벽에 비치던 그 장면은 서서히 흐릿해지고,
다행히도 지끈거리던 머리의 통증도 잦아들었다.
“뭔가… 길처럼 이어져 있는데.”
장면을 보여주었던 유리벽을 손으로 짚으며 조금씩 발을 내디딘다.
– 쿠과과광…!!
“뭐야…?!”
그렇게 네 발자국 정도를 앞으로 내디뎠을까.
짚고 있던 유리벽의 반대편에서 무언가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깜짝 놀랐네. 이번엔 무슨 장면을 보여주려는 거지…?”
쿠과광 하는 소리가 들려왔던 반대편 유리벽에 비춰지는 또 다른 장면.
전쟁이라도 벌어진 것처럼 아수라장이 된 도시에서는 폭격이 이어지고,
방금 전 장면에서 보았던 어린아이를 포함한 시민들이 버스로 다급하게 오르고 있다.
그러나 한 젊은 여성이 버스에 오르지 않고 머뭇거리고 있었다.
“엄마!! 엄마!!! 빨리 타야 해요!! 엄마!!!”
“엄마…? 저 사람이… 아이의 엄마인 건가…?”
아이와 내 머리카락의 색에서 푸른 빛을 약간 덜어낸 듯한 색깔.
어린아이가 엄마라고 절규하며 애타게 부르고 있는 사람.
엄마.
분명 저 얼굴과 머리카락 색을 가진 사람은 다름 아닌 내 엄마야.
“으아악…!!”
갑자기 내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았을 기억이 파도처럼 밀려오면서,
다시금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저 사람… 분명 우리 엄마야….
그리고… 저 아이는 분명 어릴 때 내 모습이고.”
이제서야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내가 살았던 곳에 정체 모를 빌런 집단의 테러가 일어난 적이 있었다.
내 아버지는 테러가 일어나자 갑자기 어딘가로 떠나 버렸고,
엄마는 내 절규를 듣고도 다른 도시로 대피하는 버스를 타지 않고 그대로 죽어버렸다.
난 엄마와 나를 버리고 도망쳐버린 아버지를 원망했고,
그런 아버지를 찾아야 한다며 버스에 함께 타지 않았던 엄마를 원망했다.
“그리고… 어떻게 됐더라…?”
그리고 그 이후의 기억은 떠오르지 않았다.
“으으… 머리가… 계속….”
어렸을 때의 기억을 어느 정도 떠올리고,
유리벽에 비치던 장면이 흐릿해졌음에도 두통은 멈추지 않았다.
다시는 떠올리지 못하도록 누군가가 굳게 닫아 놓았을 기억의 문.
그 문을 억지로 비집어 열려고 하니 통증이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앞으로… 천천히….”
두통에도 이를 꽉 물고 벽을 짚은 채,
조금씩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앞으로 천천히 나아갔다.
앞으로 더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잊어버렸던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으니까.
“이건….”
어렸던 날 돌봐줄 사람 한 명도 없어 보육원에서 고통스럽게 살았던 일.
이능력을 개화한 날 누군가가 억지로 끌고 어딘가로 데려갔던 일.
그리고 끌고 데려간 장소에서 내 몸에 뭔지도 모를 기계를 막 가져다 붙이고,
그 속에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내 모습까지.
“도대체… 왜…?”
내 기억이 히어로 연합에 의해 지워졌었다는 사실을 알고,
난 순간 그 자리에 주저앉은 채 얼굴을 잡고 눈물을 흘렸다.
내가 히어로가 되어야만 한다고 갈망하고 원했던 이유.
연구소에 들어오기 전의 그 어떤 것도 기억하지 못했던 이유.
날 연구소장 아저씨에게 넘겨서 ‘히어로 마법소녀’라는 이름을 붙이고,
아쿠아마린과 함께 약 없으면 살 수도 없는 인간 생체 병기로 만들었던 일까지.
“전부… 날 히어로로 만들어 이용하기 위해서…?”
모든 기억을 떠올리고 나니 오히려 머리는 지끈거림 없이 맑아졌지만,
투명하고 깨끗했던 유리 바닥은 내가 흘리고 있는 눈물로 얼룩이 지기 시작했다.
내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는데.
단지 난 누군가의 풋풋하고 서툰 사랑 속에서 태어나 자랐을 뿐인데.
왜 나에게 이렇게 큰 삶의 시련이 생겼던 건지,
왜 내가 이 안타까운 기억들을 안고 있지도 못한 채 살았어야만 했는지.
절망스럽고 고통스러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나!”
아주 곱고 부드러운 여성의 목소리가 앞에서 어렴풋이 들린다.
“어…?”
머리맡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멈추지 않는 눈물을 겨우 닦아내며 고개를 들자,
아주 익숙한 모습의 소녀가 눈물 너머로 흐릿하게 보인다.
“아쿠아… 마린…?”
나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옷도 걸치지 않은 순수한 나체의 아쿠아마린.
나를 위로하려는 듯한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괜찮아. 세라피나… 세나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으니까.”
난 처음 보았던 내 어릴 때의 모습처럼,
아쿠아마린의 품에 안겨 억지로 닦아내려고 했던 눈물을 터트렸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이젠 그러지 않아도 괜찮아.”
아쿠아마린은 한참 동안 울고 있는 내 등과 어깨를 토닥이며,
이제 괜찮다고 말하며 날 꼭 안은 채 위로했다.
“후우우… 고마워….”
그렇게 몇 분인가 따뜻한 위로에 폭 감싸이고 난 뒤,
북받쳐 오르던 감정을 추스르고 퉁퉁 부어오른 눈으로 아쿠아마린을 쳐다보았다.
“나… 아쿠아마린에게 늘 부담 주고 기대왔던 것 같아.
그리고… 내가 너무 나약해서… 빌런에게 그런 일을 당하게 만들었어.”
내가 이렇게 약하고 무른 사람이라서,
아쿠아마린을 힘들게 하고 음흉한 빌런에게 무릎 꿇게 했으니.
난 고개를 들고 아쿠아마린에게 꼭 사과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아니야! 세라피나는 하나도 잘못하지 않았어.
오히려… 세라피나 덕분에그분을 만나서 삶이 너무 행복해졌는걸.”
하지만 아쿠아마린은 전혀 잘못한 일이 아니라고,
오히려 그 빌런을 만나서 삶이 너무 행복해졌다고 말했다.
“기억하거나 기억하지 못했던 것들에 울부짖으며 자책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제부터… 내 손을 잡고
그분
의 뒤를 따르며 나아가면 되는 거니까.”
아쿠아마린은 이제부터라도
‘그분
‘의 뒤를 따르며 나아가면 된다며,
떨고 있는 내 손을 붙잡고 몸을 일으켰다.
“아쿠아… 마린…?”
그리고 아쿠아마린은 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어딘가로 걷기 시작했고,
난 무심코 아쿠아마린의 손을 잡은 채 뒤를 쫓아 걸었다.
“이건….”
그렇게 아쿠아마린을 따라 스무 걸음 정도를 걷자,
유리벽으로 된 길의 끝에는 아주 새까만 문 하나가 있었다.
“이 너머에서… 우리를 이끌어주실 주인님께서 기다리고 계셔…♥”
“주인… 님?”
아까부터 그 변태 빌런 녀석에게 그분이라고 부르는 것도 모자라,
이젠 아예 ‘주인님’이라고 부르고 있는 아쿠아마린.
게다가 아쿠아마린이 날 이끌고 온 이 문 너머에서는,
아주 음습하고 사악한 기운이 흐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응…♥ 우리를 새로운 어둠의 길로 인도해주실 위대한 수컷…♥
우리에게 달콤하고 꾸덕꾸덕한 정액을 자궁 가득 채워주실 우월한 수컷…♥”
– 끼이익…
“으아앗?!”
아쿠아마린은 너무나도 황홀한 표정을 짓더니,
내 의견은 듣지도 않은 채 그대로 내 손을 잡고 문을 열어버렸다.
“주인님…♥ 데리고 왔어요…♥”
그리고 그 문 너머에는
위대하신 주인님♥께서
근엄한 자세로 앉아 계셨다.
“아아…♥ 자지 님께서…♥ 우리를 환영하고 계셔…♥
어서 봉사해드리지 않으면…♥ 츄우웃…♥”
“뭐… 뭐 하는 거야?!”
아쿠아마린은
위대하신 주인님♥께서
천박하기 그지 없이 세우고 있는
자지님♥
을 보더니,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마구 핥고 키스하기 시작했다.
“응? 뭐 하는 거냐니…♥ 자지 님께 봉사하는 거잖아?♥
세라피나도 어서… 자지 님께 쪽쪽 페로페로 봉사하자구♥”
분명 아쿠아마린을 떼어 놓으며 싫다고 말해야 하는데,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엄청난 페로몬 향기…♥ 머리가 어지러워져…♥’
위대하신 주인님♥
께서 발산하고 있는
향긋하고 달콤한 페로몬 향기♥
때문에,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숨을 헉헉거릴 수밖에 없었다.
아니… 아까부터 자꾸 이상해.
왜 자꾸 저 녀석을
위대하신 주인님♥
이라고 부르고 있는 거지?
“츄우웃…♥”
게다가… 나도 모르게 아쿠아마린을 따라
자지님♥께
키스하고 있어…?!
“응츄웃…♥ 으으읏…?!♥”
– 푸슈웃ㅡ!!♥♥♥
“하아아앙♥♥♥”
암컷 조수 절정♥과
함께 이제서야 정말로 완전해지기 시작한 기억.
– 쩌적… 쩌저저적…
지금까지 눈물을 흘리고 고통스러워하며 걸어왔던 유리의 길이 갈라지기 시작한다.
“이제서야…♥ 완전히 기억했어…♥
아쿠아마린과 내 앞에 근엄하게 앉아
엄청난 수컷의 페로몬 향기를 선사하고 계신 우월한 수컷…♥
기억과 이름조차 잃은 채 고통 속에서 살아가던 우리를
음란한 쾌락으로 구원해주신 구세주…♥
– 뷰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룻ㅡ!!!!!♥♥♥♥♥
주인님의 초고농축 꾸덕꾸덕 농밀 정액이 얼굴에 부어지고 나서야…,
난 드디어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깨달았다.
“아쿠아마린과 난… 이분의 암컷 노예 빌런이 될 운명이었다는 걸…♥♥♥”
– 파아아아아앙ㅡ!!!!
완전한 깨달음과 쾌락이 내 몸에 들어오는 그 순간.
나를 괴롭히던 모든 것들이 부서지듯 지나왔던 유리의 길이 와장창 무너져 내렸다.